검찰이 어수선하다. 2013년 한 해에만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검사가 14명이나 된다. 최근 몇 년간에 일어난 사태만 보더라도, 유진그룹 측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씨의 측근으로부터 10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판사와 절도혐의의 여성 피의자와 검찰청 집무실과 여관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로스쿨 출신 전모 검사를 비롯해서 이른바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브로커 검사,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브로커 검사, 떡값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검찰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검찰 간부들이 집단으로 검찰 수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검란(檢亂)’까지 겹쳐 검찰은 바야흐로 ‘검붕(檢崩)’의 위기에 처해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가
이러한 검찰의 위기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상식적인 격언을 또 한 번 환기시켜 준다. 검찰은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하며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해왔다. 이 절대 권력이 자체의 부패를 양성한 것이다. 검사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은 검찰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검찰 비리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사 개개인이 독립된 하나의 관청 격이어서 엄정한 중립을 견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적 편향을 보이며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한 검사들도 있었다. 이제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검찰총장 재직 때, 정권의 수사지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진 사퇴한 바 있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검사들에게 따끔한 충고의 말을 던졌다고 한다. 즉 “검사들이 선비정신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 충고의 요지이다.
검사는 왜 선비정신을 가져야 하는가
김 전 총장이 말한 선비정신의 실체가 무엇인가? 동양고전에 “군자(君子)”, “유(儒)”, “사(士)” 등으로 표현되는 선비는 ‘재주와 덕이 있는 사람’,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은 선비를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말하는 바른 선비란, 그 뜻은 어린아이와 같으며 그 모습은 처녀와 같이 하여 평생 문을 닫아걸고 독서하는 자이다. 어린아이는 비록 연약해도 그 그리워하는 것이 한결같고, 처녀는 비록 졸박(拙樸)해도 그 지키는 것이 확고하다. (「原士」)
어린아이가 한결같이 그리워하는 것은 어머니의 품이고, 처녀가 확고히 지키려는 것은 순결일 것이다. 선비가 어린아이와 같고 처녀와 같아야 한다는 말은, 어린아이나 처녀와 같이 한결같이 그리워하는 것이 있고 확고히 지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선비는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을 지키는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도(道)와 의(義)이다. 도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일반적인 진리를 지시하거니와, 선비의 덕목으로 가장 중시되는 것이 의이다. 선비가 의를 행동의 준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은 『논어』곳곳에 보인다. 맹자도 “인(仁)은 사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요, 의는 사람이 걸어가는 올바른 길이다”라 말했다. 의(義)는 이(利)와 반대 개념이다. 그러므로 사리(私利)를 버리고 공의(公義)에 따라 살아가는 자가 선비이다. 이 의가 바로 정의(正義)이다.
검사는 사회의 지도층 인사이다. 그러므로 앞장서서 사회정의를 수호해야 할 검사들이 선비정신을 가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땅의 검사들이 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안중근, 윤봉길 같은 의사(義士)가 되지는 못할망정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파렴치한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