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에 대응하는 제대로 된 실질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교육부가 지난 20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대학이 자율혁신에 기반한 적정 규모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 △교육‧재정여건 부실 대학은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고, 회생이 어려운 경우 퇴출을 추진, △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지역 내 대학, 일반대학-전문대학 등이 개방‧공유‧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 한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부 보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현재의 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서는 매우 불충분하다.
정부 발표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올 한 해 학생 미충원 인원이 4만 명, 약 8.5%에 달하고 이 중 전문대가 2만5천 명, 수도권도 1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입학생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학생 수 감소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계열별 충원율을 들여다보면 비수도권에서의 일반대 공학 계열의 충원율이 90%에 불과해 선호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 주도로 2014년부터 PRIME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학계열 입학 정원을 대폭 확대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정책 실패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교육부는 미충원이 지방대학에서 크게 발생하면서 지방대학 위기가 지역 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지역 위기를 심화시키고 다시 지방대학 위기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위기에 처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폐교, 청산하는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폐교 위기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들이 주로 지방대학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향후 20~30년 이상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폐교로만 내모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대학폐교가 지방대학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학 폐교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의 틀을 허물고 지역의 공동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역 국립대 간 통합사례처럼 폐교 전 단계에서 사립대학들에 대해서도 대학 간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지원 등 통합을 유인하는 적극적인 정책 시행을 통해 대학과 지역, 교육을 살리는 정책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폐교로 해고되는 교직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유휴 교육시설을 활용함으로써 교육여건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정부도 폐교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감축과 관련, 교육부는 수도권까지 포함해 유지충원율을 평가하되 권역별로 하위 30~50% 대학들에 대해서만 정원감축을 하겠다고 한다. 일률 감축보다는 하위 50%이하 대학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지방대학, 전문대학의 경우 이미 매년 학생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지충원율 하위 대학들에 대한 교육부의 추가적인 입학정원 감축 조치는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대학들에 대한 부담을 이중으로 가중시켜 결국 이 중 상당수 대학들을 폐교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대학별 입학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대학들에 대한 정원 감축 대상의 범위나 감축율 설정이 유의미하게 되지 않을 경우 결국 학생 수 감소의 부담은 여전히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정원조정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학부-대학원 간 정원 조정비율 개선과 모집 유보 정원제의 도입 역시 여력이 있는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주요 대학들에 유리하게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수도권 대학의 실효성 있는 정원 감축과 함께 1만 내지 1만 5천 이상 과밀화되어 있는 전국 대학들에 대한 규모 축소를 제대로 이루어내도록 해야 한다.
금 번 발표에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앞두고 재정지원 가능대학과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 발표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평가결과에 따라 각 대학에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의 대학평가는 현재와 같은 대학 획일화를 만든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고 사업비 지원 방식으로는 당면한 대학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렵기에 그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현행의 대학평가제는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대학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비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 재정지원은 총 금액이 대학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에 매우 미흡하기도 하지만 대학운영비가 아닌 사업비로의 우회적 지원이기에 대학운영 위기에 더욱 대응하기 어렵다.
열악한 고등교육재정과 대학평가를 통한 사업비 지원 방식을 통해 대학교육을 망치고 있는 데는 기획재정부의 고집이 한 몫을 하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한 고등교육재정을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대학 운영비를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재정 당국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운영비를 지원하는 사립대학들에 대한 회계 투명성과 학교 운영의 민주성 확보와 함께 공적 통제에 따라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역시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과 같은 국회차원의 입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다소 늦었지만 대학위기가 오래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교육체제를 바꾸는 기회일 수 있다. 단순히 대학위기 대책을 넘어 고등교육의 중장기 실질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021년 5월 24일
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