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 추억 어린 고향을 떠난 이후 세번째 낯선도시에 터를 잡았다. 터전이 바뀔때마다 달은 나의 친구가 되어 고향과 삶의 영역을 오갔다. 또 다시 달을 보던 익숙한 다락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본다.
장마와 제철더위 음흉한 두마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계절이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구름 사이로 달이 고개를 내밀었다.
낮 동안의 미세먼지와 혼탁한 세상의 흐느적댐을 체념한양 멀리 남녁하늘에 뜬 달의 모습이 처연(凄然)하다. 달은 태초부터 고향하늘을 비추며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는 인간의 본향(本鄕)을 간직한 거울이다.
지금의 달빛은 어릴 적 시골 고향에서 바라다본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방아 찧는 그 달이 아니다. 명경(明鏡)같은 밝은 달빛에 사악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 보일까봐 오염된 공기로 장막을 쳤다.
달은 인간의 꿈과 삶을 그 품에 담았다. 인간의 탐욕이 커질수록 자연이란 존재는 그 가치를 잃어간다.
달은 조물주의 분신인 듯 말없이 낮 동안 비행기가 다녔던 항로의 끝자락을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세상 가위눌림의 잠꼬대를 듣는다. 음모와 적폐, 위선과 탐욕, 집단 이기주의...재물과 명예의 포식자들이 아프리카 마사이마라의 하이에나처럼 자원(資源)과 민심을 아작 내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는 창가에 앉아 희미한 달빛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친구로 남아 있을까?
달의 몰락? 세월이 갈수록 점점 그 빛의 선명함을 잃어가는 달, 그러나 인간들이 달의 몰락을 지켜보지 못하고 분명 먼저 소멸(消滅)해 버릴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은 흙에서 태어남을 알고 하루빨리 흙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만 같다.
달은 오늘의 사명을 다한 듯 이제 서편 하늘 끝 굴곡진 검은 산자락을 넘는다.
다락방 창가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파렛을 뒤엎은 듯 온통 희멀건 색이다. 앞집에 얼마 전에 들여온 강아지 잠투정 소리가 정겹고, 언젠가 불이 났던 뒷산 암자의 외등이 새삼 애처롭게 느껴지는 밤이다.
인생은 나거네길 되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유행가 가사처럼 저 달은 알고 있을 것 같다. 다만 달의 몰락과 인간이 이별을 아쉬워함은 휩쓸려 어울리며 살아온 세월에 헤어짐이 서러운 투정인 것일게다.
그러나 정작 달의 몰락은 새로운 염원(念願)이다. 달은 몰락 하지않고 새로운 역사를 써댈 것이기 때문이다. 운석 충돌 이후 공룡이 사라져 인간이 탄생하 듯 말이다.
눈썹너머 이마 남은 달, 가슴에 담은 가난한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이나 빌어야겠다.
첫댓글 밴드 댓글
>이리 심오하게 글을 잘 쓰십니다..놀랍습니다.^^
>시간여행자가 아니라
작가 같아요
글을 참잘쓰시네요
>예사롭지 않게
풀어 나가시는
글 솜씨에 감동하면서
오늘도
공감으로 그 의미를
새겨봅니다
>달은 오늘의 사명을 다 한듯~~~~~~검은 산자락을 넘는다.
이 대목에서 딱 멈춰지는 건.....!!
아직도 그만큼 우리네 삶이 힘들다는 건가.....! 뭔지 몰겟네욤.^^
>이명옥 62 (고양) 그냥 단순하게...술한잔 하고 귀가 길에서 바라다 본 산턱을 넘는 자연스런 모습입니다.
>' 달의 몰락 ' 을 읽고
거실창을 열어 하늘을 보니
온통 회색빛이라 오늘밤은
달이 안보이네요 ㅎ
' 달의 몰락 (김현철) '
가수님의 노래도 있지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슴에 와 닿고 감동적인 표현이 재미있어요
>한편의 수필을 읽은 느낌입니다
달이 다시 어릴적 여름밤 엄마가 해 준 손칼국수를 먹고 청솔가지 모깃불 향속에서 멍석에 누워 올려다 보던 보석같이 빛나던 별들과 맑게 웃으며 유영하던 그 달을 보고싶습니다
>달의몰락 ㅎ
이릴때~~오밤중에
왜 나만 따라 다닐까?
그런생각을 했던 기억
지금은 창가에누워
전 가끔 비몽사몽 ~
달멍을합니다
미래에는 인간의꿈
달 정거장도 생긴다고들
새로운 역사 위해
달의대한 저의생각
바라보면서
행복느낍니당
굿밤 되세요
>어릴때
나만 따라다니는 달
게시글 심오하게 잘읽었습니다
>"달은 몰락하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쓸것이다."
달 예찬 글
잘 읽었습니다.
>달의 현상을 몰락이라고 표현하시면서
멋지게 전개해서 표현했군요
아!
달하나로 이렇게 멋지게
생각을써내려가서 좋씁니다
감사합니다
>어릴적 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는것처럼 맑고등근달이
그리워집니다
달달무슨달 쟁반같이등근달
달님에게 소원을빌던
언니에모습이 그려지네요
>(시간여행자)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글의귀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