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를 대표해서 대회에 다녀왔습니다.
말이 서울대표이지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 꾸려지는 선수구성이라서 제가 대표로 끼기에는 매우 부족한 자리였습니다.
굳이 후기를 쓰는 이유는 새삼 여러가지를 느끼고 배우고 온 경험때문입니다.
대부분 금요일 오전에 출발을 하였고 저는 직장근무를 마치고 저녁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서 모 고기집으로 합류하였습니다.
그 식당에는 서울대표팀 외에도 광주대표팀, 부천대표팀이 각각 고기를 구워먹고 있더군요.
일단 자리에 앉으면서 덩치들에 놀랐습니다.
거짓말 안하고 저보다 왜소한 사람이 없더군요. 저보다 키가 작더라도 덩치는 한덩치들 하더군요.
특히나 부천대표팀이 바로 뒤에 앉아서 식사중이었는데 젊고 덩치가 우리팀보다 더 좋더군요.(이 팀을 상대로 준결승에 제가 선발등판합니다)
일단 서울대표팀의 특징은 2/3 정도가 나이풀린선출 내지 중쟁이들 이었습니다. 나중에 대회팜플렛을 보니 다른팀 역시 비슷한듯 보였습니다.
우리팀의 제일 유명한분은 예전에 선동렬한테 역전2루타를 작렬해서 반짝스타로 떠올랐던 엘지트윈스 김경하선수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분한테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유머러스하고 성격도 겸손하고 좋더군요.
금요일밤 줄기차게 내려붙던 비가 아침이 되니 간간이 내리는 비로 바뀌었습니다.
2개구장에서 벌어져야 할 일정이 정식인조구장인 오라구장 한군데서만 진행키로 함에따라 16강전과 8강전의 경기시간을 40분으로 제한했습니다.
보통 3이닝씩 경기를 치루니 그 시간이 끝나더군요.
그런데 요행이란 없더군요. 경기를 하니 이겨야 할팀이 다 이기네요.
토요일 개막식에 참석하기위해 운동장에 도착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시흥시대표팀과 광주대표팀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양팀 투수들이 전광판에 120키로 안팍의 스피드를 찍어대고 있더군요.
시흥시가 우위를 점하자 마무리투수가 등장했는데 팜플렛을 찾아보니 70년생 이네요.
그런데 전광판에 최고 135키로가 찍히고 계속 130키로 안팎의 숫자가 찍혀댑니다.
그럼 제 스피드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개막식 끝나고 16강 첫경기 전남대표로 해남연합팀과 경기에 선발등판 했습니다.
첫경기인데 제가 잘못 단추를 꿰면 나머지 일정이 의미없어지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나더군요.
아마 투수하면서 가장 긴장감 높았던 경기인듯 합니다.
객석에 타팀선수들부터 관계자들 등 구경하는 사람도 많았구요 팀에서 저를 너무 과대평가해서 첫경기 선발로 등판시키는것 같아서 부담이 너무 크더군요.
어쨋든 다행이 구위는 좋았습니다.
아마 근래들어 가장 좋은구위를 보인 날일듯 합니다.
제구력도 엄청 좋았습니다. 영등포팀에서 배터리를 이루었던 선출 동갑내기와 다시 호흡을 맞추었는데 결과는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 8점을 뽑아줘서 40분이 되기전에 콜드승으로 거두었습니다.
그럼 제 스피드는?
제 눈으로 확인이 어렵더군요.
투구스피드뿐 아니라 포수가 투수에게 던지는 스피드도 나옵니다.
투구 후 바로 전광판을 돌아보지 않으면 확인불가 합니다.
그렇다고 쪽팔리게 던지자말자 전광판 쳐다보기도 그렇고~~~~
딱 한번 봤습니다. 105키로ㅠㅠ.....
구위가 정말 좋고 스피드도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모르겠습니다. 그 이상 나온 볼들도 있겠죠.
확실한건 스피드건이 잘못되지는 않았다는건데 120키로대 볼들이 맞는다는거죠.
8강전은 강서리그 메이져부의 방어율1위(2위는 저였습니다.^^) 전동호씨가 강원대표를 상대로 3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4강에 진출합니다.
담날 준결승은 부천대표팀....ㅎㄷㄷ한 덩치의 젊은 팀.
에구...또 저보고 선발투수 하라네요.
전날 3이닝밖에 안되지만 하두 역투를 해서 팔에 힘도 떨어지고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몸을 풀면서 힘이 없다고 미리 언질을 해두었고...
1,2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4대0으로 앞선 3회에 3실점하고 강판했습니다.
경기는 결국 7대5로 이겼습니다.
나머지 준결승 한경기가 135키로의 투수를 보유한 시흥팀과 안산지누스포츠팀과의 경기였는데 1대0으로 안산지누가 이깁니다.
안산지누는 각종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고 작년도 이대회 우승팀 입니다.
이제 결승전이 진짜 경기인데요.....
상대투수는 준결승에서 7이닝 완봉을 거둔 120키로의 직구와 타자를 멍때리게 하는 커브가 주무기인 좌완투수.
우리팀은 그동안 한번도 출격하지 않은 나이풀린 선출......투수로서의 능력을 반신반의했나 봅니다.
경기전부터 오전 4강경기에 이어던졌던 저와 전동호씨에게 중간에 바로 투입할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경기중에도 계속 제게 팔상태를 묻는데 저는 더이상 못던지겠다고 했습니다. 쫄아서요...ㅎㅎㅎ. 진짜 힘이 없어서요....
그런데 의외로 상대좌완투수를 2회만에 강판시킵니다.
그리고 이어 올라온 투수도 125키로 정도 던지는 우완투수....
우리팀 투수도 의외?로 6회까지 3실점을 잘 막았습니다.
7대3으로 앞선 7회초 공격에서 감독이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대거 타격에 교체를 하더군요.
일종에 배려였던거죠.
그리고 7회말 수비.......
연속되는 바가지안타와 사구로 무사만루에 몰립니다.
또다시 이어지는 안타와 수비에러로 7대6. 투아웃 만루.
한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이 상황에서 3루정면으로 딱 잡기좋은 원바운드 땅볼이 나옵니다.
이제 자기옆에 있는 베이스로 네발만 움직이면 우승.....
그런데 바뀌어 들어온 이 3루수가 갑자기 1루로 송구합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고 정적이 흐르는 찰나.
숏바운드......1루수 놓침...ㅠㅠ
그렇게 허무하게 동점.
다음타자 좌전안타....경기 끝,
물론 실수는 야수들이 했지만 완벽하게 감독이 말아먹은 경기죠.
경기 후 묵묵히 밥먹고 서울행.
원래 계획은 사우나에서 씻고 서울가서 나이트에서 뒷풀이하는 일정이었는데 어이없는 패배로 인하여 일정 취소되고 밥먹는 자리는 침통하고....
감독은 내년에도 이 멤버 다같이 하자는데 일단 저랑 같이 영등포에서 차출된 선출친구도 저도 다음부터는 안올 생각이구요. 그런 생각가질분들이 대부분일듯...
이런 상황에 대한 갈등을 저도 감독하면서 수시로 경험했습니다만.....
저는 좀 냉정하지만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승리에 우선을 두었습니다.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는걸 다시 느낀 경기구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 느낀바 있네요.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도움이 될만한것들을 많이 배운 일정이었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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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라구장에서 열린 전국생체엽사회인야구대회 참가후기.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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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8
13.09.09 18:4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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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는 후기 잘봤습니다.
캬~~~...정말 이런경기 뛰는거 만큼 좋은 경험은 없을듯 하네여...
천국을 다녀왔구만...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