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남산도시자연공원(정상 146m, 안산 183m)
코스:팔각정(남산정)~백련암-수도암 갈림길(약수터)~정상(선운각)~터널공원~약수터~전망대~안산(파고라)~갈림길(돌탑·갓쓴바위·천년바위)~신정로~수변산책로~신정호관광지 약 6.5km
남산 산행기를 쓴다고 하면 웃으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건 산행기가 아니라 산책 가이드 정도로 이해해야 맞을 듯 하다.
도심에 이런 훌륭한 산책로를 가진 온양시내 사는 분들은 복 받은 것이다. 감사할 일이다.
남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물경 20여곳이 넘는다. 자잘한 소롯길을 포함하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산은 작은데 그 많은 길이 난 까닭은 워낙 주거지와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산을 오르는 시민들은 대개 세 곳으로 많이 오른다.
한 곳은 온양문화원 뒤의 충렬탑 계단 혹은 화장실 뒤편의 꽃정원이고,
또 다른 한 곳은 신정호 국민관광지에서 체육공원 혹은 터널공원으로 오르는 길이다.
마지막 한 길이 희안마을 쪽에서 오르는 길인데 이 길은 남산에서 MTB를 즐기는 분들이 주로 오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루에 도대체 몇 명이나 남산엘 오를까?
돛자리 펴놓고 일일이 세어 본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이 호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에도 최소한 250~300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여름철이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쉴새없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집이 창고말이었던 나는 남산에 유독 유년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다.
게다가 나의 여동생중 하나가 채 다 피지도 못하고 잠들어 있는 곳이 바로 남산이기도 하다.
현재 남산엔 문화원 뒤 도로를 경계로 그 아래까지 건물들이 들어차있는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철로변에서 지금의 근로자복지회관까지 집이 딱 한채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의 그 육중한 남산도서관, 노인복지회관 등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 숲이 울창한 곳이었고 그 아래는 그냥 밭이었다.
함태연탄공장 옆 개천을 건너서 남산 입구(남산사거리)에 들어서면 맨 위에 복싱도장이 있었고 다시 저쪽 뒤로 교회가 하나 있었다. 그 위는 전형적인 산길로 황토가 유독 붉었던 오름길을 기억한다.
우리 동네 꼬마들은 한겨울에 눈이 쌓이면 그곳에서 비료푸대를 타고 미끄럼을 타며 놀았는데 사람 많이 오르는 등산로에서 그 짓거리를 한다고 어른들에게 혼나거나 심하면 비료푸대를 빼앗기는 일도 가끔 있었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남산 산책로를 더듬어 가본다.
차를 타고 가는 분들은 문화원 뒷길로 올라가서 온양온천 상징조형물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충렬탑 계단을 통해 오른다. 계단이 몇 개인지 깜빡 했는데 그 계단을 다 오르면 왼쪽에 우뚝 솟은 충렬탑이 보인다.
그 앞에 월남전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조형물도 있고, 잔디밭과 시비도 있으며 시비 뒤쪽은 국궁장인 충무정에서 노인분들이 활을 쏘고 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끝쪽으로 나서면 숲길인데 왼쪽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또 있다. 거기로 해서 오르면 바로 팔각정이 보인다. 이 팔각정은 온양로타리클럽에서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지어서 아산시에 기증한 것이다. 현판엔 ‘남산정’이라고 씌어있다.
초기에는 이 팔각정에 오르면 온양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는데 지금은 전후좌우로 소나무들이 키를 넘기도록 자라나서 조망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금은 조망을 위한 남산정이 아니라 상징적 존재로만 남아있는 듯 하다.
팔각정 옆쪽으로 봉화대가 있는데 이건 왜 만든 건지 모르겠다. 대망의 2000년을 맞는다고 만들고 그 때 한번 쓰고는 내내 방치돼 있다.
팔각정을 지나 한 200여m 진행하면 갈림길에 커다란 봉분이 있다. 예전 어렸을 때는 그 봉분 위에서 마구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요즘은 울타리가 생겨 그런 일은 절대 없다. 봉분 옆으로 비스듬히 돌아서 오른다.
그런데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한낮에 이곳으로 오를 때는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혹시라도 잘못해서 충무정 사수들이 오발한 화살이 날아올까봐서이다. ㅋ
어느정도 오르면 곧바로 내리막길인데 계단도 있고 그냥 흙길도 있다. 대개는 왼쪽의 흙길로 오르내린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움푹 꺼진 길인데 오른쪽 아래쪽으로 보면 비탈길 저 사이로 오솔길 비슷한 것이 나 있음을 볼 수 있다. 바로 그곳이 방축동 100번지대 주민들이 매일 새벽에 오르내리는 ‘비밀등산로(?)’이다. 나 역시 집을 나서면 팔각정까지 가지 않고 바로 뒤쪽인 이 길로 곧잘 오른다.
그곳에서 다시 앞으로 200m쯤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솔밭길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안부쪽으로 난 길이다. 두 길은 약수터 앞 백련암-수도암 갈림길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운동 삼아 올라왔다면 오른쪽 길로 해서 조그마한 동산을 하나 넘는 것이 좋다.
그 동산 정상에서 왼쪽 아래를 보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이 하나 있다.
해가 갈수록 입구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데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아이들은 거의 서서 드나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 동굴의 용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들은 바로는 산 아래 스님들이 열반하면 그곳에서 화장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일제시대 때 광산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려서 한번 친구들과 그 속을 들어가본 적이 있는데 들어가다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모를 허연 두개골을 하나 발견하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동굴을 지나 내려가면 백련암-수도암 갈림길인데 앞에 약수터가 있다. 여름에 여기까지 오면 다소 목이 마르다. 갈증을 해소하는데는 그만이다. 새벽에 보면 여기서 물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약수터 지나 이제부터는 정상까지 약간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한 4~50m 오르면 잠깐 평평해졌다가 다시 오름길인데 여기도 그냥 흙길과 돌계단이 있는데 대개는 흙길로 다닌다. (계단 만든 사람 무안하겠네)
그곳에서 후다닥 오르면 바로 정상(해발 146m)이다.
정상엔 선운각(仙雲閣)이라고 지난해 봄에 세워진 나무 정자가 있다.
여기서 한 마디 할까 한다. 내가 대전서 온양으로 와서 얼마 후에 신문에 제언기사를 하나 낸 적이 있다.
내용은 현재의 팔각정(남산정)이 전망대로서의 기능을 못하니 정상 부근에 전망대(혹은 파고라)를 하나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시청 쪽에서 답변이 왔는데 부지도 마땅치 않거니와 공사에도 난관이 있어 다만 참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환경단체에서 시비를 걸까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재작년말 경에 우연히 남산을 오르다가 정상 부근에서 터를 조성중인 것을 발견했다. 게속 오르다보니 기둥이 세워지고, 기와가 오르고, 그렇게 해서 지금이 선운각이 완성된 것이다.
지금 내가 서운한 게 뭐냐면 제언 당시에는 어렵다고 하더니 당초 제언자에게는 일언반구 통보도 없이 슬그머니 공사를 진행시키고 준공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디어를 도둑 맞은 셈이라고나 할까? 시청 공원녹지과의 조모는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이기도 한데 이넘이 이럴수가! 혹시 담당이 다른가? 아무튼 섭섭하다는 것이다.
현재 아산의 주요 명소를 돌고 있는 온양온천시티투어도 원래는 내가 4~5년전에 처음 제안했던 것이다. 서울과 수원의 시티투어를 보고 하도 부러워서 아산에서도 시행하면 좋겠다고 두 번이나 기사를 냈었는데(지금 그 기사가 난 신문도 있음) 작년부터 실제로 운행을 기작했다.
하여튼 뭘 시작하면 당초 제언자에게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슬그머니 시행하니까 꼭 아이디어를 도둑맞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
또 말이 삼천포로 빠졌다. 원위치!
하여간, 남산 정상의 상운각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데 애써 짓기는 했지만 위치가 어째 그렇고 그렇다.
전망이 신정호 쪽으로만 조금 트여있고 나머지는 남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무좀 다듬으면 안되나...
상운각을 지나면 등산로 좌측에 운동기구들이 주르륵 설치되어 있는데 거기서 취향에 맞는대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다시 수십개의 계단으로 조성된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면 있는 본격적인 ‘남산표 헬스센터’로 가서 운동해도 좋겠다.
신정호 국민관광지에서 올라오는 길은 그곳을 지나서 다시 고개 하나를 넘어가면 나온다. 이른바 터널정원이다.
단풍나무와 철쭉 등으로 조성되어 있는 이곳은 겨울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이 환상적이다. 게단입구쪽 파고라에 앉아있노라면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녹음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곳을 지나서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중간 우측으로 길이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약수터정원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는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단을 그대로 올라가면 묘지군(群)을 지나 전망대 아래쪽으로 우회해서 해서 안산방향으로 곧바로 빠진다.
대신 계단 중간에서 우측으로 나가면 근사한 약수터 정원이 있고 그곳에서 시원한 물 한바가지를 떠마신 후에 본격적인 오름길(꽤 가파르다)을 타고나면 근사한 전망대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전망대의 파고라에 앉아서 시내방향을 내려다보면 온양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날씨만 좋으면 현충사가 있는 방화산도 그대로 보이고 그 너머로 탕정 삼성단지도 보일락말락 할 정도다.
계단 우측으로 난 길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 사람들은 이 절경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이정표를 설치하고 거기에 전망대 사진을 하나 박아서 ‘이런 절경이 있다’고 보여주어야겠다는 이야기다.
전망대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내리막길인데 그 아래에서 아까 계단길을 곧장 올라간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제부터는 거의 육산이다. 여름철에 보면 여기서부터는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가는 사람이 많다.
흙이 푹신하고 잔자갈 등이 거의 없어서이다. 약간의 굴곡과 그늘, 삼림이 우거져 산책길로는 그만이다.
전망대에서 한 1km쯤을 가면 다시 파고라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안산이다.
해발 183m로 실질적으로 이곳이 남산의 정상이다.
그곳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돌탑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내처 앞으로 내려가면 천년바위(갓쓴바위)가 있고 돌탑 우측으로 해서 10m정도 내려가면 마당바위가 있다. 이 마당바위에 올라서면 저쪽 기산리의 갱티고개와 덕암산-보갑산-금암산-환산-월라산으로 이어지는 아산소지맥이 한눈에 보인다.
<- 갓쓴바위
<- 천년바위
<- 마당바위
돌탑에서 완전히 우측으로 꺾어져 가는 길이 희안마을 뒷쪽으로 내려가는 길인데 이곳은 거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 이따금 MTB가 지나갈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쪽길로 수십번을 지나다녔지만 오가면서 만난 사람은 한손으로 겨우 꼽을 정도다.
이 길은 전형적인 숲길로 여름날이나 가을 같은 날 혼자 들어서면 호젓해서 좋지만 가끔은 섬뜩할 정도의 기분도 느껴지곤 한다. 이 길의 끝은 신정호 수변산책로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윗길에 있는 묘소이다. 묘소를 돌아내려오면 신정호 수변도로로 바로 내러서게 된다.
도로를 가로질러 넘어가면 수변산책로변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맞이해준다. 그곳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신정호의 멋진 풍광을 만끽하며 거북선 모형이 있는 곳까지 내려간다.
<- 신정호 수변산책로
신정호 국민관광지가 오늘 산책의 종착점이다. 국민관광지 입구는 600번대 시내버스 종점이어서 버스를 타고 나오거나 그냥 아스팔트 길로 걸어나와도 좋다.
나는 여기서 다시 터널공원으로 올라가 154계단을 거쳐서 정상의 상운각에 올라선 다음에 남산정으로 회귀하곤 한다. 이렇게 돌면 약 10km를 걷는 셈이 돼 휴일 운동량으로 제법 쏠쏠하다.
충분히 쉬어가면서 걸어가면 국민관광지까지 4시간 정도 걸리고 딴짓(?) 안하고 걷기만 한다면 3시간 이내로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