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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05
S#1. 대궐 / 내사옥 (밤)
제4화 76씬과 같은 장면.
웅크리고 앉아 있던 승유, 고개를 든다. 별 뜻 없이 밖을 보다 우뚝 멈춘 승유! 세령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일어나 창살 쪽으로 가는 승유. 진짜 저 여자인가... 아닌가...아직도 믿기 힘든...
잠시 말이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세령 :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승유 : (감정을 들킬까봐 외면하는)
세령 : (다급히) 날이 밝으면 공주마마를 만난 것이 아니라 저를 만났다 털어놓으세요. 그래야만 살 수 있습니다.
승유 : 어쩌자고 여기까지 발을 들여놓습니까? 대체 얼마나 사내의 속을 태워야- (감정을 억누르는)
세령의 눈가에서 눈물 한 줄기 주룩 흐른다... 그 모습을 애잔하게 보는 승유...
세령 : ...제발 사실을 밝히십시오.
승유 : 내 대신 죽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세령 : 저는 괜찮습니다. 진작 말씀드리려 했는데... 사실 저는-
하는데 인기척 소리가 난다. 반사적으로 옆을 본 세령, 놀라서 동그래지는 눈...
의아한 표정으로 세령이 보는 쪽을 따라 보는 승유.
S#2. 대궐 / 옥사 복도 (밤)
옥창살 가까이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승유. 어딘가를 보고 경악한 눈빛의 세령...
세령의 시선 끝. 매서운 눈으로 세령을 보고 있는 수양...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말을 잃은 두 부녀...
세령이 보는 곳에 시선이 미치지 않아 불안한 승유...
승유 : 대체 왜 그러시오?
수양의 뒤편에서 들어오던 금군들, 이 광경에 놀라 우뚝 멈춘다.
수양에게 급히 예를 갖춘 그들, “뭣들 해?”“빨리 끌어내!” 운운하며 세령에게 달려든다.
S#3. 대궐 / 내사옥 (밤)
세령을 끌어내는 금군들 때문에 당황한 승유. 엉겁결에 옥창살을 붙들고 있던 세령의 손을 붙들며,
승유 : (다급한) 잠시만, 잠시만!
승유의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세령의 손. 간절한 눈빛으로 승유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가는 세령.
창살에 달라붙어 다급하게 외치는 승유.
승유 : (절박하게) 이보시게! 이보시게!
S#4. 대궐/ 내사옥 복도 (밤)
차가운 얼굴로 승유의 외침을 듣고 있는 수양.
승유(E) : 그 여인을 놓아주시오!
금군들에게 사정없이 끌려 나가며 아버지를 보는 세령. 굳은 얼굴로 선 채 딸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수양.
아버지 곁을 지나쳐 밖으로 끌려 나가는 세령.
S#5. 대궐 일각 (밤)
끌고 온 세령을 부려놓는 금군들. 아직 충격으로 얼이 빠져 있던 세령, 그제야 정신이 난다.
금군1 : 곤욕 치르기 전에 어서 가십시오!
세령 : (붙들며) 잠시만, 말이라도 좀 전해주십시오!
금군2 : (손을 뿌리치며) 어허, 가시라니까요!
세령을 두고 돌아서던 금군들, 우뚝 서 있는 수양을 보고 놀라 예를 갖춘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세령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수양.
수양 : 노고가 많구나.
금군1, 2 :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양 : 주상전하께서 친국한 죄인을 아녀자와 대면시키다니, (염려하는 듯) 이는 자네들의 목이 달아나고도 남을 일이야.
금군1 : (엎드리며) 주,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대군대감!
금군2 : (역시 엎드리며) 살려 주시오소서.
수양 : 그리 할 거 없다. 나만 입을 다물면 그만 아니냐.
금군1, 2 : (감격한) 대감!
수양 : (생각해주는 척) 아무도 다녀간 적 없다 하여라. 죄인의 입단속도 시켜야겠지. 그래야 너희들의 목숨이 부지될 것이야.
금군1,2 : 명심하겠사옵니다.
예를 갖추고 서둘러 멀어지는 금군1, 2.
그제야 차마 눈도 맞추지 못하는 세령을 보는 수양.
세령 : 아버님...
수양 : (매섭게) 어디서 경솔히 입을 떼느냐. 따라오너라!
주위를 경계하며 자리를 뜨는 수양의 뒤를 따르는 세령.
S#6. 대궐 / 내사옥 (밤)
초조한 눈빛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는 승유.
답답한 마음에 애써 옥문을 흔들며 몸부림쳐보는 승유, 철겅거리는 소리가 날 뿐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다급히 주위를 살피며 들어오는 금군1.
승유 : 대체 그 여인을 어찌 했소? 어디로 끌려간 게요?
금군1 : 여긴 아무도 안 왔다 간 것이오. 여인의 목까지 달아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그리 알아두시오. (가버리는)
승유 : 그 여인은 어찌됐소? 궐 밖으로 나간 게요?
말없이 재빨리 입구로 사라지는 금군1.
흥분한 나머지 퍽! 주먹으로 옥문을 친 승유, 털썩, 바닥에 앉아버린다.
세령이 걱정되기도 하고 무력한 제 자신이 괴롭기도 한 승유...
S#7. 대궐 일각 (밤)
인적이 드문 곳에 마주 보고 선 수양과 세령.
수양 : 네가 어찌 그곳에 있느냐? 김승유를 만난 적이 있더냐?
세령 :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수양 : 그 자를 아느냐 묻질 않느냐?
세령 : (절박한) 제발 그 분을 살려주십시오, 아버님. 궐 밖에서 그분을 뵌 것은... 공주마마가 아니라 저입니다.
수양 : (충격!)
세령 : 제가 공주마마 대신 강론방에 들겠다 했습니다. 그분과 혼담이 있다 들었기에 어떤 분인지 궁금하여...
수양 : ...네가 공주인 척 김승유를 만났다?
세령 : (고개를 숙이는)
수양 : ...기방에서 함께 한 것이 너였느냐?
세령 : (말없는)
수양 : 서찰을 보낸 상대도 모두 너였다는 말이냐?
세령 : ...송구하옵니다.
수양 : (모골이 송연한) 김승유는? 김승유는 네가 나의 여식임을 아느냐?
세령 : 모르십니다. 그저 마마를 대신한 궁녀로 알고 저를 살리시고자...
(절박한) 아버님, 그분을 살려주십시오! 저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부디 주상전하께 사실을 밝혀주십시오.
수양 : 사실을 밝힌다? (버럭) 어찌 그리 생각이 짧은 것이야? 종친이란 사소한 빌미로도 목숨을 잃는다, 거듭 새겨주지 않았더냐?
이 수양의 딸인 네가 공주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너는 물론, 이 아비와 네 동생들까지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리 되어도 좋으냐?
세령 : (혼란스러운)
수양 : (몰아치는) 정녕 그리 되어도 좋겠느냐?
세령 :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고개를 젓는)
수양 : 됐다. 너는 오늘 이곳에 온 적도, 김승유를 만난 적도 없다. 김승유에게 너는, 한낱 이름 모를 궁녀인 게야. 알겠느냐?
세령 : ...아버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허나 그 분의 목숨만은 구명해주십시오.
수양 : 세령아!
세령 : (애절한) 부디 목숨만, 목숨만 구해주십시오. 만약 그분이 잘못되기라도 하신다면... 소녀는 살 수 없을 것이옵니다.
눈물 어리는 딸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가늠해보는 수양...
수양 : 이 사실을 경혜공주도 당연히 알겠구나.
세령 : ...예.
수양 : 이 아비가 나서 볼 것이다.
세령 : (감격한) 아버님!
수양 : 대신 아무도,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김승유를 다시 만나서도 아니 돼. 약조할 수 있겠느냐?
세령 : ...약조하겠습니다.
세령의 거짓 없는 눈을 탐색하는 아버지 수양...
S#8. 대궐 / 하마소 (밤)
가마 옆에 쭈그려 앉아 하품 하고 있는 여리. 그 옆에 꼿꼿이 서있는 임운.
저쪽에서 걸어 나오는 수양과 세령 보인다.
임운, 절도 있게 예를 갖추면 여리도 벌떡 일어나 예를 갖춘다. 세령이 다가오면 얼른 가마 문을 여는 여리.
궁궐 쪽을 한 번 보고 가마에 오르는 세령. 임운에게 세령의 안전을 맡기는 수양.
수양 : (은밀히) 세령이를 곧장 집으로 데려가라. 도중에 누구도 만나게 해선 아니 돼.
임운 : 예, 대군마님!
가마가 출발하면 곁에 따르는 여리와 임운.
굳은 얼굴로 멀어지는 가마를 보던 수양, 고개 돌려 궐을 노려본다. 매서운 눈빛.
S#9. 공주의 처소 (밤)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경혜, 곁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은금.
은금 : 대체 그 서찰이 어찌 사헌부에 가 있었을까요?
경혜 : ...수양숙부의 짓이다.
은금 : 수양대군께서요?
경혜 : ...나와 김직강의 혼사를 철저히 깨뜨리려는 수작이야.
은금 : 예? 이러다 진짜 김직강께서 죽게 되면 어쩝니까?
경혜 : 그리 되면 아바마마와 우상 사이는 돌이킬 수 없어. 우상이 제 자식을 죽인 아바마마를 끝까지 섬기겠느냐?
(벌떡 일어나는)
은금 : 어딜 가시려구요?
경혜 : 아바마마께 사실을 고해 김직강을 살릴 것이야!
경혜와 은금, 나서려는데 마침!
궁녀(E) : 수양대군께서 드셨사옵니다.
놀라는 경혜와 은금!
S#10. 공주의 처소 / 방문 앞 (밤)
장지문 앞에 앉은 은금, 긴장한 채 귀를 기울이고 있다.
S#11. 공주의 처소 (밤)
마주 앉아 있는 경혜와 수양. 태연해 보이는 수양을 노려보는 경혜.
수양 : 어딜 가시던 길입니까?
경혜 : (냉랭하게) 아바마마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수양 : 혹 철없는 짓을 저지른 세령이의 일입니까?
경혜 : (놀라는)
수양 : (온화한 미소)
경혜 : 김승유는 발칙하게 공주 행세를 한 세령이에게 농락당했을 뿐입니다. 참형을 당할 사람은 오히려 세령이지요.
수양 : 이 숙부가 야속하여 그러시는 것입니까?
경혜 : (노려보며) 그러하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수양 : (태연하게) 죽을죄를 지었다면 죽어야지요.
경혜 : (!)
수양 :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허나 내 자식이 죽는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그 아이를 앗아간 이에게
똑같은 아픔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자식을 잃은 아비의 비통한 칼날이 누구의 심장을 찌를지 잘 생각해보시지요.
경혜 : 감히 세자의 안위를 가지고 나를 협박하는 것입니까?
수양 : 마마 역시 김승유를 살리고자 내 자식을 죽이려 하지 않습니까?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꼭 쥐고 일어선 경혜. 보란 듯이 휙 돌아서서 입구를 향한다.
태연하게 그런 경혜를 바라보는 수양.
수양 : 진정!
경혜 : (멈칫)
수양 : 친동기 같던 세령이를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경혜 : (앞만 노려보고 있는)
수양 : (힘주어) 그 아이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꼴을 눈앞에서 보시겠습니까?
왈칵 겁이 나서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벌벌 떠는 경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연하게 웃는 수양.
S#12. 대궐 / 내사옥 (밤)
우두커니 벽에 기대고 앉은 승유.
정종(E) : 좀 들어가십시다!
S#13. 대궐문 앞 (밤)
신면과 정종 앞을 철통같이 막아선 수문장.
정종 : 잠깐 얼굴만 보고 나온다니까요?
수문장 : 아무도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신면 : (명패 꺼내 보이며) 나도 조정의 녹을 먹는 한성부 관리일세. 잠시만 들여보내주시게.
수문장 : 나랏님께서 침수 드시는 곳입니다. 한성부가 아니라 한성부 할애비도 와도 안 되니 돌아가시지요!
정종 : 왜 이리 빡빡하게 구십니까? (자신의 예복 가리키며) 이 옷을 보고도 모르시겠소.
장차 부마가 될지도 모를 사람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요?
수문장 : (코웃음 치고 귀찮다는 듯 가라는 손짓)
정종 : 이보시오!
하는데, 정종을 붙들고 고개 젓는 신면. 그만 울상이 되는 정종.
S#14. 궐 근처 (밤)
걱정 가득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정종. 심각한 표정의 신면, 나란히 걷는다.
정종 :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부마가 돼야 할 놈이 어찌 옥에 갇혀있냔 말이다.
신면 : (골똘히 생각에 잠긴)
정종 : 추국이 또 있을 지도 모른다는데 그때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냐? (안절부절못하는) 그전에 무슨 수라도 써야하는데.
그 얘길 들은 신면, 번뜩 뭔가가 떠올랐다. 말도 없이 황급히 자릴 뜨는 신면.
정종 : 면아! 어딜 가는 것이냐?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신면을 의아하게 보는 정종.
S#15. 수양의 邸 / 대문 앞 (밤)
열린 대문 안으로 막 들어가는 가마와 여리. 임운이 주위를 살피며 대문을 닫으려는 순간, 황급히 달려드는 신면.
신면 : 멈추시게!
신면을 알아보고 경계하는 임운.
임운 : 어인 일이십니까?
신면 : 긴히 세령 아가씨를 만나고자 왔네.
임운 : 야심한 시각입니다. 돌아가십시오. (들어가려는데)
신면 : (다가서며) 다급한 일이다.
임운 : 대군대감의 명입니다. 아무도 아가씨를 만날 수 없습니다.
대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는 임운. 쾅 닫힌 대문 앞에서 상심하는 신면.
S#16. 길례청 (밤)
함께 마주앉아 의논 중인 수양과 신숙주, 온녕군, 권람.
온녕 : 전하께 추국을 재개하시라 주청을 드려야하네.
권람 : 김승유를 참형에 처하라는 상소를 양사와 집현전, 성균관에 걸쳐 올리겠습니다.
온녕 : 이리 되면 참형을 피할 수가 없겠구만.
신숙주 : 이제 전하와 우상의 야합은 끝났다고 봐야겠지요.
온녕 : (수양 보며) 왜 이리 말씀이 없으신가?
권람 : 혹 김승유를 달리 처리하실 요량이십니까?
도저히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수양의 표정.
세령(E) : (애절한) 부디 목숨만, 목숨만 구해주십시오.
잠시, 수양에게 주목되는 실내. 드디어 입을 떼는 수양.
수양 : 마땅히 죽여야지요. 그리 하고자 애를 써오지 않았습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권람과 온녕군의 표정.
신숙주, 수양을 물끄러미 보면 온화하게 미소 짓는 수양.
S#17. 수양의 邸 / 세령의 방 (밤)
안절부절못하고 방을 서성이고 있는 세령.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리.
세령 : (다급히) 아버님께서는?
여리 : 못 들어오실 거라는데요? 오늘도 궁에서 밤을 꼴딱 새실 모양입니다.
세령 : (낭패한)
여리 : 왜요, 아가씨? 대군마님을 꼭 봬야할 일이 있으십니까요?
더없이 초조한 얼굴의 세령.
S#18. 대궐 / 빈청 (밤)
심각한 얼굴로 홀로 앉아 있는 김종서.
#플래시백: 제4화 60씬
편전 앞에서 추국당하는 승유.
문종 : 네 정녕 공주를 궐 밖으로 꾀어.. (떨리는 음성) 황음한 짓을 벌였느냐?
승유 : 아니옵니다!
안평 : 이제와 발뺌을 하는 게냐? 공주마마를 꾀어낸 적이 없다?
승유 : ...공주마마는 아니옵니다.
현재.
무언가 미심쩍은 표정이 되는 김종서.
S#19. 대궐 / 내사옥 앞 (밤)
서서 꾸벅 꾸벅 졸고 있던 금군 1, 인기척에 번쩍 잠을 깬다.
금군1 : (습관적으로) 아무도 못 들어가니, 돌아가시오. (하는데)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는 김종서와 그 뒤에 서 있는 김승규.
금군1 : (기겁해서 예를 갖추며) 우, 우상대감...
김승규 : 비켜 서거라!
금군 1 비켜서면 밀치듯이 들어가는 김승규. 그 뒤를 따라 들어가는 김종서.
승규(E) : 말을 해 보거라!
S#20. 대궐 / 내사옥 (밤)
옥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김종서와 고개 숙인 승유.
김종서의 곁을 지키는 김승규, 답답한 표정.
김승규 : 살고 싶지 않은 것이냐?
승유 : (묵묵한)
김종서 : 승유야.
승유 : ...예.
김종서 : 안평대군이 공주마마를 꾀어낸 적이 있느냐 물었을 때, 너는 분명히 공주마마는 아니라고 답을 했다.
아비는 그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어. 어찌 그리 대답한 것이냐?
승유 : (시선 피하는)
김종서 : ...이 아비에게도 말 못할 무엇이 있는 게냐?
김승규 : 뭐든 말해 보거라! 이대로 개죽음을 당할 수야 없지 않느냐!
승유 : (흔들리는 눈빛)
김종서 : 승유야...
그제야 아버지를 바라보는 승유. 묵묵히 신뢰하는 눈빛으로 승유를 봐주는 늙은 아버지.
말해버릴까, 갈등과 고뇌에 찬 승유...
S#21. 길례청 앞 (밤)
문을 열고나서는 수양을 필두로 한 무리들, 우뚝 멈춘다. 그들 앞에 서 있는 형형한 눈빛의 김종서.
그 모습을 보고 긴장하는 수양.
S#22. 길례청 (밤)
수양과 김종서의 독대. 서로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듯 팽팽한 눈길의 두 사람.
김종서 : 원하던 바를 이루었으니 흡족하시오?
수양 : 파렴치한 짓거리를 벌인 자에게 응당 따라야할 죗값이지요.
김종서 : 사헌부에 그 아이를 발고한 것도, 때맞춰 상소를 동원한 것도 대군의 소행임을 모르지 않소이다.
수양 : 누구라도 마땅히 발고했어야지요. 일국의 공주를 농락한 자를 어찌 눈감아줄 수 있습니까?
그리 강직한 대감마저도 자식 일에는 판단이 흐려지시나 봅니다.
김종서 : 대군의 말이 맞소!
수양 : (!)
김종서 : 이 김종서, 자식의 목숨을 구걸하러 왔소이다.
수양 : ...참으로 대감답지 않으십니다.
김종서 : 대군이 이겼으니 내게 원하는 것을 말하시오.
김종서를 보며 빙그레 웃는 수양.
S#23. 대궐 전경 / 다른 날 (낮)
대궐 전경 위로 문종의 놀란 목소리.
문종(E) : (경악하는) 뭐라? 사직?
S#24. 편전 (낮)
맞은편에 서 있는 수양과 김종서. 이하 대신들.
문종은 서찰을 읽고 있는데, 다름 아닌 김종서의 사직 상소이다.
문종 : (혼란스런) 사직상소라니... 우상이 정녕 내게... 사직을 청하는 것이오?
김종서 : 전하, 윤허하여 주시오소서.
문종 : (소리 나게 상소를 내려놓으며 김종서를 쏘아보는)
김종서 : 소신의 미거한 자식이 종사에 누를 끼쳤사온데, 그 아비란 자가 어찌 전하를 보필할 수 있겠나이까.
부디 늙은 신하의 사직을 윤허하여 주시오소서.
문종 : (분노) 날 위해 물러나겠다?
온녕군 : 전하, 우상이 물러나기를 저리 간곡히 청하는데, 어찌 거절만 하시옵니까. 마땅히 사직을 허락하소서.
문종, 구원을 바라듯 김종서 측근을 보면 침통한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민신과 조극관.
신숙주 : 전하, 우상의 사직 상소를 처리한 후에 속히 김승유에게 마땅한 형을 내리시옵소서.
그런 연후에 부마간택을 속히 마무리 하소서.
문종 : (신숙주를 노려보는)
수양 : 전하, 신 수양 아뢰옵니다.
문종 : (본다)
수양 : 왕실을 능멸한 김승유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사오나, 아들의 죄를 대신 갚으려는 아비의 마음을 어찌 탓하겠사옵니까.
김종서 : (가증스럽다는 눈빛)
문종 : (기가 막혀) 김승유를 살리는 대신 우상이 물러나겠다?
온녕 : 직강 김승유는 참형에 처함이 마땅하나, 그 아비를 보아 삭탈관직하여 궐 밖으로 내치심이 마땅하다 사료되옵니다.
문종, 허탈하게 수양과 김종서를 번갈아 본다. 고개 숙이고 있는 김종서를 야속하게 보는 문종.
문종 : (허탈하게) 그리하라. 우상의 사직을.. 허락하노라.
만족한 미소를 띠는 수양. 담담히 두 눈을 감는 김종서.
S#25. 한성부 / 집무실 (낮)
실내를 이리 왔다 저리 갔다하는 정종.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신면.
신면 : (벌떡 일어나며) 안 되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여인을 만나봐야겠어.
정종 : 그 여인? 누구 말이냐?
송자번(E) : 나리! 자번이옵니다.
신면 : (다급히) 들어라!
문을 열고 들어와 예를 갖추는 송자번.
신면 : 어찌 되었느냐?
송자번 : 참형을 면한 대신 파직되셨다 하옵니다.
정종 : 파직? 확실한가?
송자번 : 예.
정종 : (얼굴 환해지는) 살았구나. 살았어.
신면 : (안도의 한숨)
송자번 : 나리...
신면 : (보면)
송자번 : 밖에 누가 뵙길 청하십니다.
누구지? 의아한 표정의 신면.
S#26. 한성부 / 뜰 (낮)
걸어가는 신면의 시야에 등을 돌린 여인의 모습 보인다.
인기척에 뒤돌아본 여인, 피곤해 보이는 세령이다. 보자마자 대번에 차갑게 얼굴 굳는 신면.
서둘러 예를 갖추고 묻는 세령.
세령 : 결례인 줄 알면서 찾아왔습니다. 혹 스승님께서 어찌 되셨는지 알고 계십니까?
신면 : (차갑게) 승유의 생사가 궁금한 분이 이제야 나타나셨습니까? 궐에 가서 사실을 밝히셨어야지요.
세령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스승님은 어찌되셨는지 그것만 말씀해주십시오.
신면 :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습니다.
세령 : (믿을 수 없는) 살아계신 것입니까?
신면 : 예.
세령 : (그제야) 다행입니다. 진정 다행입니다. 정녕 잘못 되시면 어쩌나 싶어..
눈가에 눈물이 맺힌 세령, 고개 돌려 살짝 훔치는 모습. 그 모습에 눈길이 가는 신면.
세령 : (감정 다스리느라 심호흡하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예를 갖추고 힘없이 돌아서는 세령이 마음에 걸리는 신면...
신면 : 승유는!
세령 : (돌아보면)
신면 : 오늘 방면될 것입니다.
그 말에 힘없이 웃어주고 돌아서가는 세령의 뒷모습... 그 모습이 안쓰러운 신면...
S#27. 한성부 / 집무실 (낮)
신면 들어오면 열린 문(혹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던 정종.
정종 : (돌아보고) 대체 저 여인은 누구냐?
신면 : (시선 피하며) 아무도 아니다. (말 돌리는) 승유 녀석이 풀려났는지 가보자.
정종 : 그래야지.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신면이 어딘가 이상하다 싶은 정종.
S#28. 청풍관 전경 (낮)
S#29. 청풍관/ 사랑방 (낮)
방석 위로 우르르 쏟아지는 엽전. 수북이 쌓여간다.
욕심 가득한 눈으로 그 엽전들을 보고 있는 칠갑과 막손, 술에 취한 함귀.
칠갑 : 우리 수양대군 나으리 통 크신 건 알아줘야한다니까.
기생들 끼고 술판을 벌이고 있는 함귀 무리. 상석에 술잔을 든 한명회가 코웃음 치며 흥미롭게 보고 있다.
취한 함귀, 방석 위에 놓여있는 수북한 엽전을 한 움큼 쥔다.
함귀 : 돈벼락 맞고 싶은 놈, 어디 나서봐.
막손 : 관상감인지 점쟁인지 그 영감탱이 집 담을 넘은 게 나유.
함귀 : (엽전 한 움큼을 막손 앞 방석에 던지고)
막손 : 허벌나게 무거운 그 집 여편네 보쌈한 건 누구고?
함귀 : (또 한 움큼 던진다) 막손이, 애썼다.
막손 : 여편네만 있었나? 끔찍이 못생긴 딸년도 있었지.
함귀 : (망설이다 한 움큼 더 던지려는데)
칠갑 : (눈알 뒤집힌)
함귀 : 형님!
함귀 : (멈칫하고) 왜?
칠갑 : (막손 노려보며) 박주부인지 팥주분지 영감탱이 하나 어르고 어디서 생색이야?
(함귀에게) 요번 거사의 일등공신이 누군지 그렇게 감이 안 오슈?
함귀 : (피식 웃고) 그게 칠갑이 너냐?
칠갑 : (답답한) 김승유 그놈의 구린 연애질 상대가 공주란 사실을 누가 콱 물었수? 내가 그놈 뒤를 쇠심줄 마냥 끈질기게
쫓지 않았으면.. 이거 끝수 모르는 판이야. (답답해서 한명회 본다) 안 그렇습니까요, 형님?
한명회 : (킬킬거리는 웃음) 그래, 니 놈들 아니었으면.. 아직도 김종서 세상일 테지. (술잔 비우고)
함귀 : (돈 움켜쥐고 내밀며) 형님은 정말 관심 없수?
한명회 : (킬킬거리며) 니들 코 묻은 돈, 일 없다.
이때 방문 열리고, 들어오는 매향. 손에는 관복과 관모를 들고 있다.
일제히 눈이 휘둥그레지는 함귀와 칠갑, 막손.
매향 : 입궐을 감축 드리옵니다. 한주부 나으리.
다들 : (한명회 보며) 입궐?
여전히 웃고 있는 한명회.
S#30. 청풍관 / 안채 (낮)
상석에 수양을 위시해 온녕군, 권람, 신숙주가 술을 마신다.
온녕 : (신난) 김종서가 물러난다니 앓던 이가 다 빠진 기분이네.
권람 : 이제 대궐 안에 대군을 거스를 자가 누가 있겠사옵니까.
온녕 : 내친김에 최종간택에서 대군의 힘을 원 없이 보여줌세.
권람 : 우상 없이는 전하께서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수양 : ...범옹의 공이 컸습니다.
신숙주 : (가볍게 목례)
수양 : 범옹의 자제까지 나의 편에 둔다면 더는 두려울 게 없을 것이네.
신숙주 : 철없는 자식을 둔 아비가 한 말씀 올립니다.
수양 : (본다)
신숙주 : 아이들의 혼인을 서둘렀으면 합니다.
수양 : (흐뭇한) 그래야지요. 내 범옹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서둘러 사돈이 되십시다.
신숙주 : (미소)
김종서(E) : 전하!
S#31. 강녕전 동온돌 앞 (낮)
닫혀있는 장지문 앞에 무릎 꿇고 부복해 있는 김종서. 난감하게 보고 있는 전균.
전균 : (난감한) 우상 대감..
김종서 : (흔들림 없는 눈빛) 전하!
전균 : 전하께서 물러가라 하셨습니다.
김종서 : (안에 들리도록 큰 소리로) 전하, 신 김종서 하직인사 올리겠나이다. 부디 허락하여 주시오소서.
전균 : (안절부절못하는) 대감.. (하는데)
S#32. 강녕전 동온돌 (낮)
보료에 힘겹게 비스듬히 누워있는 문종. 침묵 속. 무거운 얼굴로 김종서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문종.
김종서(E) : 신 김종서 자식 목숨을 살리기에만 연연했다면, 차라리 이 늙은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전균, 안절부절못하며,
전균 : 전하!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문종.
S#33. 강녕전 동온돌 앞 (낮)
여전히 엎드려서 아뢰는 중인 김종서.
김종서 : 소신의 사직으로 방심하고 있을 수양대군의 등 뒤에서 세자저하를 지킬만한 튼튼한 버팀목을 만들 것이옵니다.
소신을 믿어 주시오소서, 전하.
여전히 대답 없는 방 안.
김종서 : 전하, 신 김종서 물러가옵니다. 부디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
일어나 예를 갖추고 멀어지는 김종서...
S#34. 대궐 / 내사옥 앞 (낮)
초췌한 모습으로 옥사를 걸어 나온 승유, 눈이 부셔 얼굴을 찌푸린다.
굳은 얼굴로 승유를 기다리고 있던 김승규.
승유 : (의아한) 제가 어찌 풀려난 것입니까?
김승규 : (책망하듯) 걸을 힘은 있구나. 가자.
성큼성큼 가버리는 김승규의 뒤를 따르는 승유.
S#35. 대궐 일각 (낮)
지나가는 궁녀들과 관리들마다 승유의 몰골을 보고 수군댄다.
수모의 시선을 묵묵히 견디는 승유. 잔뜩 불쾌한 얼굴이 된 김승규.
승유 : 아버님은...
김승규 : (참지 못하고) 네놈 입에서 아버님 소리가 잘도 나오는구나.
승유 : (번뜩하며) 혹 제가 풀려난 것이 아버님 때문입니까?
김승규 : 너를 살려 달라, 수양에게 애걸하신 것으로도 모자라 주상전하께 사직 상소까지 올리셨느니라.
승유 : (충격!)
김승규 : 이보다 더한 수치는 없느니라. 잠자코 따라오너라.
화난 걸음으로 성큼성큼 가버리는 김승규. 충격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승유.
S#36. 대궐문 근처 (낮)
김승규를 따라 나오는 승유의 맥없는 걸음걸이.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세령. 참담한 승유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수양(E) : 김승유를 다시 만나서도 아니 돼. 약조할 수 있겠느냐?
멀어지는 승유를 바라보고 있던 세령,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고 돌아선다.
뒤를 돌아볼까 두려워 총총히 가버리는 세령...
S#37. 김종서의 邸 / 마당 (낮)
대문이 열리고 축 쳐진 어깨로 들어오는 승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김승규.
침울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서 맞는 아강이, 류씨를 비롯한 하인들. 대청마루에서 말없이 보고 있는 김종서.
그 앞에 멈춘 승유, 아버지 앞에 죄인처럼 무릎을 꿇는다.
다들 놀라는 가운데 유독 엄한 얼굴이 되는 김종서.
김종서 : (버럭) 당장 일어서지 못할까?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인 승유, 터지는 울음을 꾹꾹 참아낸다. 그런 승유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가족들...
S#38. 김종서의 저 / 뜰 (낮)
마주 보고 서 있는 김종서와 승유. 고개도 들지 못하는 승유를 못마땅한 듯 보는 김종서.
김종서 : 어찌 사내가 그만한 일로 무릎을 꿇는단 말이냐!
승유 : 차라리 소자를 버리시지 그러셨습니까? 아버님께서 어찌 그런 치욕을 당하신단 말입니까?
김종서 : 이 아비가 고작 자식놈 때문에 물러날 알량한 위인으로 보이느냐?
승유 : (물끄러미 보는)
김종서 : 누구에게도 함부로 무릎 꿇지 말거라. 그것은 내가 수양에게 한 것으로 족하다.
앞으로 너는 나를 대신하여 간악한 수양의 무리와 맞서야한다.
승유 : 아버님...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김종서 : (엄하게) 지나간 일을 되뇌는 것은 사내의 길이 아니다. 먼 데로 나아가 머릴 비우고 오너라.
아버지의 강건한 눈빛을 보는 승유...
김승규(E) : (냉랭한) 이만 돌아가거라.
S#39. 김종서의 邸 / 대문가 (밤)
신면과 정종의 앞을 막아선 김승규.
정종 : (의아한) 승규 형님!
신면 : (영문 모르는) 어찌 그러십니까?
김승규 : 네 아버님이 승유의 참형을 주청한 사실을 정녕 모르느냐?
신면 : (!)
정종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승규 : 어디 붙을 곳이 없어서 수양 따위에게 붙느냐? 다시는 이 집에 얼씬대지 말거라!
대문을 쾅 닫아버리는 김승규.
닫힌 문 앞에서 신면의 눈치를 흘깃 보는 정종. 혼란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신면.
정종 :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아버님이 참형을 주청했다니.
신면 : (굳은 얼굴로) 가봐야겠다.
총총히 멀어지는 신면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정종.
S#40. 신숙주의 邸 / 사랑채 (밤)
신숙주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신면, 수치심과 반항으로 불타는 눈빛.
신면 : 아버님께서 승유의 참형을 청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신숙주 : ...그래. 내가 그랬다.
신면 : 승유는 제 둘도 없는 벗입니다!
신숙주 : 네 벗이기 전에 김종서의 핏줄이지.
신면 : (!)
신숙주 : 머지않아 김종서 아니면 수양대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니라.
신면 : (분노) 그래서 수양대군을 택하셨습니까?
신숙주 : 나는 수양대군을 더 높은 곳으로 올릴 것이다. 더불어 너도, 그 자리를 누릴 것이야.
신면 : (노려보면)
신숙주 : 이미 나는 대군의 혼담을 받아들였다. 혼인을 서두를 것이니 그리 알고 있거라.
혼란스러운 눈빛의 신면.....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박차고 나간다.
아들의 성정을 아는 듯 빙그레 웃는 신숙주.
S#41. 신숙주의 邸 / 뜰 (밤)
달빛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칼날. 허공을 연신 가르는 신면의 칼이다. 복잡한 생각을 떨치려는 듯 검을 연마하는 신면.
신숙주(E) : 이미 나는 혼담을 받아들였다. 혼인을 서두를 것이니 그리 알고 있거라.
후드득 떨어지는 나뭇잎과 꽃잎들. 갑자기 신면이 검이 우뚝 멈춘다.
생각에 사로잡혀버린 신면의 거친 호흡... 고뇌에 잠긴 신면의 눈빛...
#플래시백: 제5화 26씬
눈가에 눈물이 맺힌 세령, 고개 돌려 살짝 훔치는 모습...
다시 검을 부리려던 신면, 갑자기 땅에 칼을 푹 꽂아버린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신면...
S#42. 김종서의 邸 전경 / 다른 날 (낮)
S#43. 김종서의 邸 / 승유의 방 (낮)
봇짐을 멘 여장(旅裝)차림의 승유, 한층 말개진 얼굴. 정돈된 방안을 다 둘러보고는 장지문을 열고 나가는 승유.
S#44. 김종서의 邸 / 사랑채 앞 (낮)
조용히 걸어온 승유, 봇짐을 내려놓고 사랑채를 향해 절하고 일어선다.
승유 : (혼잣말) 소자, 곧 돌아와 아버님 곁을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총총히 멀어지는 승유.
승유가 자리를 뜨면 그제야 문을 여는 김종서. 아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버지...
S#45. 한성부 앞 (낮)
서성이면서 신면을 기다리는 승유.
#플래시백: 제5화 3씬
간절한 눈빛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 나가는 세령.
생각을 떨치려고 고개 돌리는데 그 앞에 서 있는 신면. 신면의 다소 긴장한 표정.
승유 : (미소) 왜 이리 늑장이냐? 네놈 기다리느라 목이 다 빠질 뻔했다.
신면 : (그제야 미소)
S#46. 한성부 / 뜰 (낮)
바위 위에 걸터앉은 승유와 신면.
신면 : 괜찮은 거냐?
승유 : 안 괜찮으면.
신면 : 어디로 가는 거야?
승유 : 내 멋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간다. 종이는 못 보고 간다. 의리 없네 뭐네 떠들면 술잔이나 물려줘.
신면 : (피식 웃고) 그러지. (잠시 뜸 들이다) 우리 아버님이 너...
승유 : (웃음기) 됐다. 골치 아픈 아버지들 세상 따위 모른 척 눈감고 살자.
신면 : (고맙게 보는)
승유 : ...면아, 사람 좀 찾아봐 줄래?
신면 : (약간 긴장하는) 누구를?
승유 : 그 때 네가 봤던 그 여인.
신면 : (눈치 살피며) 그 여인이라면...
승유 : ...공주마마가 아니었다.
신면 : (흠칫 찔리는)
승유 : (미소) 어째 놀라지도 않는구나.
신면 : (표정 감추려 시선 피하는)
승유 : 궁녀라 들었는데 그 외엔 아는 바가 전혀 없어. 옥사에 찾아왔다 끌려 나간 후 행방을 모르겠어.
신면 : ...그 고초를 겪고서도 만나고 싶은 것이냐?
승유 : 무사한지만 알아봐줘. 그 이상은 알려줄 필요 없다. 더는 만날 일도, 부딪힐 일도 없어.
홀가분해 보이는 승유의 표정... 그런 벗을 보는 신면의 얼굴...
S#47. 간택장 안 (낮)
예복을 입은 채 서있는 두 명의 최종간택 후보. 황기정(20대 초)과 정종.
몹시 긴장한 얼굴의 정종..
두 사내를 암담한 얼굴로 보고 있는 문종.
수양의 뒤로 안평, 금성, 온녕, 권람, 신숙주, 등의 길례청 관리들과 종친들이 보인다.
권람 : 평양현감 황민달의 자, 황기정.
황기정, 한 발짝 나와 예를 갖추고 물러난다.
권람 : 전 중추원부사 정충경의 자, 정종!
정종, 역시 한 발짝 나와 예를 갖추고 물러난다.
수양 : 그만 물러가 기다리시게.
공손한 몸짓으로 물러나는 황기정과 정종.
수양 : 전하, 소신이 보기에 두 사내 모두 부마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사옵니다. 마음이 가는 후보를 말씀해주소서.
문종 : (조심스레) 황기정이 어떠한가?
수양 : 소신의 짧은 소견으로는 정종의 가문이 좀 더 왕실의 격에 적합하다 사료되옵니다.
신숙주 : 정종의 아버지 정충경은 전라도 관찰사와 중추원 부사를 지냈고,
정충경의 아비인 정역은 판중군부사를 지낸 명문가이옵니다.
온녕 : 여러모로 정종이 부마감으로 더욱 합당하옵니다. 살펴 주시오소서, 전하.
권람 : 살펴 주시오소서, 전하.
문종 : (힘없이 수양 보는) 수양의 생각이 그러한데 과인의 뜻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리 하라.
수양 : (여유 있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S#48. 공주의 처소 / 후원 (낮)
착잡한 얼굴로 화초를 바라보는 경혜공주. 이때 황급히 들어오는 은금.
은금 : 마마, 부마가 결정되었사옵니다.
경혜 : (말없이 은금 보는)
은금 : 부마로 결정된 분은.. (하는데)
경혜 : 누군지 알아 무얼 하겠느냐.
은금 : (안쓰러운) 마마!
경혜 : (싸늘한 눈빛)
S#49. 간택 후보 대기방 (낮)
내관들의 앞에 믿기지 않는 얼굴로 서있는 정종.
정종 : 정말, 정말 제가 맞습니까?
내관 : 부마도위가 되심을 감축드리옵니다.
그 앞에 깊숙이 머리 숙여 예를 갖추는 내관 서넛. 옆에 있던 황기정도 정종에게 예를 갖춘다.
좋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한 정종.
S#50. 대궐 일각 (낮)
한적한 곳. 벽을 보며 혼자 생각하고 있는 정종. 잔뜩 상기되었으나 마냥 기쁘지만 않은 표정..
이때 갑자기 옆에서 쑤욱 들어와 정종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이개.
이개 : 종이, 네가 여기서 뭐하는 게냐?
정종 : (놀란) 스승님!
이개 : (물끄러미 보는)
정종 : (믿기지 않는 듯) 스승님, 제가 부마가 되었습니다.
이개 : (놀라는) 뭐라?
S#51. 종학 / 집무실 (낮)
텅 빈 집무실.
이개와 마주 앉은 정종. 들떠있는 정종을 걱정스레 보는 이개.
이개 : ...부마가 되어 좋으냐?
정종 : 이제야 이 불초소생이 가장 노릇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석에 계신 어머님께서 더 기뻐하실 것입니다.
이개 : ...그리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부마란 자리가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야.
승유를 저렇게 만든 자들이니 너 또한 제 멋대로 휘두르려 들 것이야.
정종 : (진지한)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승유만큼 해 낼 자신은 없지만 사력을 다해 공주마마와 세자저하를 보필할 것입니다.
말해놓고 멋쩍게 웃는 정종. 한편으론 대견하고 한편으론 걱정스런 눈빛의 이개.
S#52. 강녕전 동온돌 (밤)
문종, 경혜와 마주 앉았다. 침통한 분위기.
문종 : 에미도 없이 혼사를 치르겠구나.
경혜 : 심려치 마옵소서. 소녀는 아무렇지 않사옵니다.
문종 : 아비가 일국의 왕인데도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
경혜 : 아바마마, 소녀 출가하여 잘 지낼 것이옵니다. 행여 제 걱정은 털끝만큼도 마옵소서.
문종 : 아비의 마음을 편케 해주려는 걸 보니 우리 경혜가 참으로 의젓하구나.
경혜 : (고개 떨구는)
문종 : 네 길례는 대궐에서 치를 것이야.
경혜 : (만류하는) 아바마마! 길례는 궐 밖 종친의 사가에서 치르는 것이 상례이옵니다.
문종 : 그날만은 상례를 파할 것이다. 네 혼례를 지켜보고 싶은 아비의 마음이니라.
안쓰러운 얼굴로 병약한 아버지를 보는 경혜... 애써 딸에게 웃어주는 아버지...
S#53. 대궐 전경 / 다른 날 (낮)
S#54. 별궁 앞마당 / 길례 준비 몽타주 (낮)
임금이 앉을 용상과 단종의 좌석이 월대 위에 놓인다.
입구부터 곱고 긴 비단길이 놓이고, 장악원의 악사 등이 그 옆에 도열해 앉는다.
입장하기 시작하는 대소신료들과 종친들 무리.
S#55. 대궐 근처 (낮)
수양의 일가족이 혼례식에 가는 중. 평소보다 차려입은 옷차림.
수양과 숭은 말에 올라 앞서고 그 뒤를 따르는 가마 세 대. 가마 창을 열고 밖을 보는 세정, 기대에 찬 표정이다.
그 뒤를 따르는 세령의 가마. 심란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는 세령.
S#56. 대궐 / 하마소 (낮)
가마에서 내려 궐 안으로 들어가려는 윤씨와 세정, 세령.
윤씨 : 세령이는 오늘 하루 공주마마를 잘 보필해드려야 한다. 알겠느냐?
세령 : (난감하지만) 예.
세정 : 어머니! 저도 공주마마 곁에 있어드릴까요?
윤씨 : (눈 흘기며) 넌 이 에미 곁에 꼭 붙어 다니거라.
세정 : (입이 나오는)
S#57. 정종의 집 앞 (낮)
부마로서 사모관대를 차려입은 번듯한 정종의 모습. 뒤편으로 기러기를 들고 있는 후행 무리들.
단정하게 입은 신면, 그제야 도착한다. 달라진 벗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보는 신면.
정종 : 어때? 일국의 부마 같으냐?
신면 : (웃으며) 옷이 날개는 날개구나.
정종 : 한성부 판관 놈이 나의 후행이 되어주니 든든하구나. '자막 {후행(後行): 혼례 때 신랑의 뒤를 따르는 친지나 친구}'
이런 날 승유까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신면 : (묵묵히 끄덕이고) 출발하자.
정종을 필두로 출발하는 부마의 행렬.
S#58. 공주의 처소 / 옷방 (낮)
일종의 신부화장을 하는 경혜의 모습. 곁에 서 있는 은금이 뒤로 화장도구들을 든 나인들 서 있다.
은으로 만든 작은 세숫대야를 든 나인 나서면, 가볍게 얼굴을 씻어낸다. 수건을 든 나인 나서면 집어서 물기를 닦아낸다.
눈을 감은 경혜의 맨얼굴을 본격적으로 화장해나가는 나인들. 단계마다 한 명씩의 전문 나인들이 나서고 마치면 물러난다.
미안수를 뿌리고, 분화장을 하고, 입술연지를 하고, 머리카락을 곱게 빗고, 머리장식까지 끝낸 경혜.
야속한 표정으로 벽을 쳐다보는 경혜. 벽에 걸려 있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혼례복...
나인(E) : 공주마마, 세령 아가씨 드셨사옵니다.
그 말에 문 쪽을 노려본 경혜.
경혜 : 들라 해라.
S#59. 공주의 처소 (낮)
긴장한 채 방 한가운데 서 있는 세령. 그 때, 혼례복을 입고 옷방에서 나오는 경혜.
그 아름다움에 잠시 눈이 휘둥그레진 세령, 그제야 예를 갖춘다.
세령을 노려보던 경혜, 대뜸 뺨을 한 대 갈긴다. 난데없이 당한 봉변에 아픈 줄도 모르는 세령.
세령 : 마마...
경혜 : 내 꼴을 구경하러 왔느냐? 네 감히 날 조롱하러 왔느냐 이 말이다!
세령 : (말없이 보는)
경혜 : 내심 이렇게 되길 바랐겠지. 김승유와 혼인하지 않게 되길 누구보다 바랐겠지!
이제 어쩔 셈이냐? 김승유와 재회라도 할 생각이냐?
세령 : (강하게) 마마!
경혜 :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거라. 네 아비와 그 자의 아비는 이제,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와도 다름없다.
그뿐이냐? 너는 한 사내의 인생과 내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았어. 그러고도 나를 찾아오다니 참으로 뻔뻔하구나.
세령, 독기가 철철 흐르는 경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아프다...
그럼에도 화가 나기보다 서글프다. 왜 이렇게까지 됐나, 가슴이 아리다...
세령 : 저는 그저 공주마마의 길례를 경하 드리고 싶었습니다.
경혜 : 경하? 지금 네 눈엔 내가 경하를 받을 만큼 기꺼워 보이느냐?
세령 : ...마마께서 길례를 올리신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리따운 신부가 되실 거라, 몇 번이고 생각했습니다.
중전마마가 계시지 않으니, 그 곁에서 힘이 되어드리겠노라 몇 번이고 생각했습니다.
(눈물 어리며) 뵙고 보니 역시, 제가 본 신부 중에 가장 아리따우십니다.
경혜 : (역시 눈물 어리는)
세령 : 용서를 비는 일조차 용서하기 힘드실 테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부디 다복한 가정을 이루십시오.
더는 뵙지 못하여도 마마를 위해 늘 불공 올리겠습니다.
깊게 마지막 예를 갖추는 세령을 야속하게 보는 경혜. 나가는 세령의 뒷모습을 보는 경혜의 눈가에서 눈물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그렇게 헤어지는 두 여자의 모습...
S#60. 대궐 일각 (낮)
분주히 오고 가는 내관과 나인들. 종친의 무리들까지 섞여 더욱 정신없는 가운데,
정종의 뒤를 따라가던 신면, 지나쳐가는 세령을 본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걸어가는 세령의 모습을 눈여겨보는 신면.
S#61. 별궁 앞마당 (낮)
펼쳐진 비단길 사이로 도열해있는 종친들과 관리들.
수양과 온녕, 안평과 금성, 신숙주, 권람 등의 길례청 관리와 민신, 조극관도 보인다.
월대 위 용상은 비어 있고, 그 옆에 단종만이 앉아 있다.
안평 : 형님, 전하께서 왜 이리 늦으십니까? '{자막: 안평대군. 수양대군의 동생}'
수양 : 곧 나오실 테지.
온녕 : 금지옥엽 공주를 보내는 마당이니 혹 탈이라도 난 게 아닌가?
수양, 의혹에 찬 눈초리로 강녕전 쪽을 본다.
S#62. 강녕전 동온돌 (낮)
온몸으로 기침을 격하게 하고 있는 문종, 의복에 왈칵 피가 쏟아진다. 곁에서 문종을 붙들고 있던 전균, 놀란다.
전균 : 어의, 어의를 부르라!
문종 : (전균의 소매 붙드는)
전균 : (보면)
문종 : (의지) 오늘만은, 오늘만은 온전해 보여야한다.
전균 : ...전하...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전균.
또 피를 쏟으며 기침하는 문종, 그럼에도 굳건한 눈빛.
S#63. 대궐 일각 (낮)
멈추지 않는 눈물을 내버려두는 세령. 저쪽에서 걸어오는 신면을 보고 놀라서 눈물을 훔친다.
급히 예를 갖추는 세령, 신면도 예를 갖춘다. 마주 선 두 사람...
신면 : 괜찮으십니까?
세령 : ...예.
신면 : 일전에는 결례가 많았습니다. 죽마고우가 잘못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제가 지나쳤습니다.
세령 : 아닙니다. 차라리 그리 대해주셔서 속이 편했습니다.
신면 : (보는)
세령 : ...그분은 절 많이 원망하셨겠지요?
잠시, 승유 생각에 잠기는 신면.
승유(E) : 무사한지만 알아봐줘. 그 이상은 알려줄 필요 없다.
승유의 마음을 전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신면.
세령 : 대답 안 해주셔도 됩니다. 어차피 공주마마께도 그분께도, 의도치 않게 몹쓸 사람이 됐으니까요.
신면 : (물끄러미 얼굴을 보다가 놀라) ...뺨이...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세령 : (얼굴 돌리며 뺨을 만져보는) 아, 아닙니다.
신면 : (그 모습을 보는)
세령 : (애써 분위기 바꾸려) 언젠가는 저도 공주마마처럼 혼인을 하게 되겠지요.
신면 : ...혼인이 싫으십니까?
세령 : 혼담이 오고가는 댁이 있다고 하니, 마냥 피할 수만은 없겠지요.
신면 : (그 말에 긴장하는)
세령 : 속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썩 좋은 벗을 만난 기분입니다. (미소) 고맙습니다.
세령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신면.... 그래선 안 되는데 마음이...일렁인다...
세령 : 길례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어서 가시지요.
세령의 뒤를 따라 가는 신면.
S#64. 별궁 앞마당 (낮)
모든 이들이 다 서 있는 가운데, 문종이 용상 위에 앉는다.
전통 음악이 연주되면, 당당하게 비단길로 들어와서 제 자리에 서는 정종.
이번에는 경혜공주가 비단길 끝에 선다. 그 아리따운 자태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천천히 정종 쪽으로 다가오는 경혜. 그 모습을 보는 정종, 뭔가 이상하다 싶은데...
#플래시백: 제1화 41씬
가마 안에서 정종의 뺨을 갈기던 경혜공주의 모습.
도로 현재.
이런 기이한 연이 있나 싶은 정종, 정종과 좀 떨어진 곳에 와서 서는 경혜. 두 사람 마주보고 선다.
뚫어져라 보는 정종의 시선이 불쾌한 경혜. 그제야 정종을 알아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경혜를 보고 씩- 웃어주는 정종.
기가 막힌 경혜, 위 아래로 정종을 훑어본다.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싸늘하게 고개 돌려버리는 경혜.
S#65. 별궁 앞마당 일각 (낮)
비단길로 걸어 들어오는 경혜와 정종을 보는 문종과 그 곁에 선 수양.
흡족한 표정으로 경혜와 정종을 보는 수양과는 달리, 심란한 표정의 문종.
S#66. 별궁 앞마당 (낮)
문종의 앞에 선 경혜와 정종.
문종 : 공경하고 경계하여 구고(舅姑)의 명을 어기지 말라.
(혼례 과정에서 상례로 말해주는 문구입니다. 굳이 자막을 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공주와 부마에게 내릴 어주를 따르는 문종. 잔을 받고 있는 전균.
술잔에 제대로 담기지 않는 어주가 연신 전균의 손과 옷깃을 적신다. 묵묵히 받고 있는 전균.. 티내지 않는다.
간신히 어주를 받들고 뒷걸음쳐 정종 앞에 내미는 전균. 정종, 술잔을 받아 예를 갖춰 입술을 축인다.
그 술잔을 받아 경혜에게 내미는 전균. 공주도 입술을 축인다.
잔을 받은 전균, 도로 가져간다.
문종 곁에 있던 수양과 눈이 마주친 경혜. 온화하게 웃어주는 수양을 보고 얼굴이 굳어버린다.
다시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돌아선 경혜와 정종, 비단길로 행진한다.
착잡한 심정의 경혜와 그런 경혜의 눈치를 보는 정종.
갑자기 뒤편에서 처절한 전균의 비명 들려온다.
전균 : 전하! 주상전하!
놀라서 우뚝 멈춘 경혜, 천천히 돌아서 보면 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문종!!
경악하는 경혜와 정종의 얼굴.
경혜 : (부르짖는) 아바바마!
경혜의 처절한 얼굴과 놀라는 세령의 얼굴에서. 까맣게 암전.
S#67. 향촌 풍경 / 다른 날 (낮)
화면 밝아지면 시골 냄새가 물씬 나는 동네 전경.
촌부1(E) : 나으리! 어디 계세요?
S#68. 향촌 강가 언덕 (낮)
햇살 좋은 강가에 서책을 얼굴에 덮고 벌렁 누운 승유.
저기 언덕을 올라오는 촌부1(40대 중반, 女)
촌부1 : 나으리! 나으리!
서책을 내리고 몸을 반쯤 일으키는 승유.
촌부1 : (서찰 내밀며) 한양에서 온 것입니다.
서찰을 받아 대수롭지 않게 뜯어보는 승유, 내용을 본다.
김승규(E) : 전하께서 위독하시다. 서둘러 올라와 아버님께 힘을 보태거라.
심각한 표정이 되는 승유.
S#69. 향촌 가옥 앞 (낮)
여장차림을 한 승유, 집에서 나와 말에 오른다. 서둘러 말을 출발시키는 승유.
S#70. 강녕전 동온돌 (낮)
이부자리에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있는 문종. 잠에 빠졌다.
그 곁에 앉아 있는 수양과 단종, 경혜공주. 뒤쪽에 홀로 앉아 있는 정종도 보인다.
수양 : (단종에게) 세자저하, 전하께서는 반드시 일어나실 것입니다. 그때까지 이 숙부를 아비처럼 생각해주십시오.
단종 : 예, 숙부.
경혜 : (수양을 홱 노려보는)
수양 : (정종에게) 길례를 올렸으나 출합이 늦어지게 됐구만. '자막 {출합: 결혼한 왕자녀가 궁 밖으로 살림을 차려 나가는 일}'
허나 너무 서운해 마시게. 이제 부마께서 나와 합심하여 공주마마와 세자저하를 지켜드려야 하지 않겠나?
정종 : 예, 대군대감.
경혜 : (정종 노려보는)
수양 : (아랑곳하지 않고) 종친들이 앞 다투어 전하의 쾌유를 위한 불공을 드리고 있습니다.
(경혜 보며) 참으로 눈물겨운 충절 아닙니까?
부르르 떠는 경혜를 태연하게 보는 수양.
S#71. 승법사 전경 (낮)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조촐한 불당. 그 위로 들려오는 목탁소리.
S#72. 승법사 불당 (낮)
윤씨와 나란히 선 세령, 불상 앞에 절을 올리는 단아한 모습.
S#73. 승법사 마당 (낮)
절을 마친 윤씨와 세령, 마당으로 내려서려한다. 얼른 비단신을 제대로 놓아주는 여리.
차림새도 후줄근하고 얼굴에 땟국물도 묻은 동자승1, 2,
(7세 전후, 귀여움이 묻어나는 아이들. 男/男 커플. 앞으로 간간이 나옵니다. 비참해지는 세령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존재들)
한쪽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마당에 내려선 윤씨와 세령을 본다.
윤씨 : (못마땅한) 주지스님은 어디 가셨느냐?
동자승1 : 방에 누워 있는데?
윤씨 : 어른에게 말버릇이 그게 무엇이냐?
동자승1 : (치, 하고 고개 돌려버리는)
윤씨 : 쯔쯔, 주지스님 병환이 깊으시다더니 아이들 건사도 제대로 못하신 모양이구나. 여기 있거라. 스님 좀 뵙고오마.
세령 : 예. 어머님.
윤씨 : 여리야, 죽 끓여놓은 것 좀 들고 오너라.
여리 : 예, 마님.
윤씨는 주지의 방 쪽으로 여리는 부엌 쪽으로 향한다. 혼자 남은 세령을 빤히 쳐다보는 동자승1과 2.
세령 : 스님들, 왜 그리 빤히 보십니까?
동자승2 : 어찌 그리 고우십니까?
세령 : (어이없어 피식 웃는)
동자승1 : 얘 말 믿지 마. 뭐든 뜯어먹으려고 알랑거리는 거야.
세령 : 스님, 왜 자꾸 반말 하십니까?
동자승2 : 우리 저자거리 좀 구경시켜주면 안 돼요? 예쁜 누님이 먹을 것도 사주면 좋구.
동자승1 : 거지새끼. 저 얼굴이 뭐가 예쁘냐?
세령 : (삐진 척 동자승2의 손을 잡으며) 가시죠, 스님.
동자승2, 동자승1에게 혀 날름 내밀고 세령을 따라간다.
동자승1 : (당황해서) 같이 가!
세령 : (안 돌아보자)
동자승1 : 같이 좀 가요!
동자승2, 세령과 동자승1을 향해 달려간다.
죽을 들고 나오던 여리, 그 모습을 본다.
여리 : 아가씨! 어딜 가셔요?
S#74. 성문 어귀 (낮)
말을 달려온 승유, 말 타고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S#75. 그네터 주변 (낮)
음식 좌판 앞에서 눈이 휘둥그레진 동자승1, 2 엿도 집고 떡도 집고 세령을 빤히 본다.
기가 막히다는 듯 웃은 세령, 셈을 치른다.
그 때 들려오는 그네터의 환호소리. 먹을 걸 우겨넣고 그쪽을 향해 달리는 동자승1, 2
세령 : (당황해서) 스님들, 또 어딜 가세요?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동자승 1, 2.
S#76. 그네터 일각1 (낮)
그네 두 대 허공을 날고 있다. 넋이 빠져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동자승 1, 2.
동자승의 뒤편으로 와서 서는 세령, 그네를 본다...
S#77. 그네터 주변 (낮)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쳐 보이는 승유의 말. 한쪽에 말들이 모여 물을 마시며 쉬는 곳 보인다.
말을 멈추고 내린 승유, 물통으로 데리고 가 물을 먹인다. 목이 많이 탔는지 끊임없이 물을 핥는 승유의 말.
툭툭, 말 등을 쳐주고 주변을 살펴보는 승유, 오랜만에 돌아온 한양의 저자에 요모조모 눈길이 간다.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두 걸음 떼어보는 승유.
S#78. 그네터 일각1 (낮)
아련한 표정으로 허공을 나는 그네를 보는 세령.
#플래시백: 제3화 46씬
세령의 그네를 밀어주는 승유. 두 사람의 행복한 한 때.
도로 현재.
역시 아련한 생각에 잠겨 있는 세령. 정신 차리고 보니, 동자승2가 없다.
놀란 세령, 입을 벌리고 그네를 보는 동자승1에게 다급히,
세령 : 다른 스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동자승1 : (그제야 둘러보며) 얘 또 어디로 샜어?
그 말에 놀란 세령, 부리나케 동자승1을 붙들고 그네터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세령.
사람들을 헤치며 정신없이 동자승2를 찾아보는데 아무 데도 보이지 않자 걱정스러워지는 세령...
S#79. 그네터 일각2 (낮)
역시 허공을 나는 그네를 보고 있는 승유, 옛 생각들에 잠겨 있다.
환호 소리에 정신이 나서 다시 말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손에 먹을 걸 든 채로 여기저기 둘러보며 울상이 된 동자승, 그 모습에 눈길이 가는 승유, 돌아서려는 순간,
세령(E) : 스님!
익숙한 목소리에 우뚝 멈추는 승유. 서서히 돌아보는 승유의 눈에 들어오는 세령. 울상인 스님2를 붙들고 달래고 있다.
세령 : 대체 어딜 갔다 오신 겁니까? 한참 찾았잖아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승유...
땀을 훔치다 시선을 느낀 세령, 시선 돌리다가 우뚝 멈춘다... 승유가 자신을 보고 있다...
마법 같은 한 순간...사방이 멈춰버린 듯 서로를 바라보는 男과 女...
승유와 세령의 얼굴에서!!
[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