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얼추 풀린(설명된) “아름답다”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를 뜻하고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며 갸륵한 데가 있다”를 뜻하는 형용사이다.
이렇다면, 이 형용사의 어근(語根; 어간語幹; 근저어根底語; 말뿌리; 밑말)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데 이 대~사전에도 “아름답다”의 밑말은 등재되잖았다. 다만 이 대~사전에서 얼추 풀리기로는, “어근”은 “단어를 분석할 때에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서 “‘덮개’의 ‘덮-’, ‘어른스럽다’의 ‘어른’ 따위이”고, “답다”는 “스럽다”나 “롭다”와 흡사하게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의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자 “일부 명사나 대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붙어 나름의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이따위 풀잇말들이 감안되면 “아름답다”의 밑말은 “아름”이라고 짐작되거나 추측될 가망도 없잖을 성싶다.
그러나 이 대~사전에서는 “아름”이 “둘레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두 팔을 둥글게 모아 만든 둘레 안에 들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말이나 행동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자꾸 우물쭈물하거나 일을 대강 하고 눈을 속여 넘기다’를 뜻하는 동사 ‘아름거리다, 아름아름하다’의 어근,”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나 그런 열매’를 뜻하는 명사 ‘아람’의 동의어”라고 다소 어리버리하게 풀려버린다.
이토록 어영부영한 난장판에 “아름답다”의 명사로서 심심찮게 사용되는 “미(美)”라는 한자(漢字)가, 뷰티(beauty)라는 영어가, “눈 따위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인간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움, (일부 명사 앞 또는 뒤에 붙어) ‘아름다움’의 뜻을 나타내는 말,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이 내적 쾌감을 주는 감성적인 대상”이라고 뜬금없이 풀려버리지만, 이따위 풀잇말에 뜬금없이 사용된 “아름다움”이라는 명사형 낱말은 정작 이 대~사전에는 등재되잖았다.
그러니까 영어로는 “뷰티풀(뷰리플beautiful)”이라고 표음되는 “아름답다”는 밑말을 본디 갖추잖았(불비不備했)거나 분실했거나 유실해서 접미사만 갖춘 괴상한 형용사인 셈이다. 그러나 이 대~사전에는, 더욱 괴상하게도, 이 형용사의 어원(語原)이 다음과 같이 “얄궂은 그림이나 암호”처럼 제시되었다.
이 암호 또는 그림에서 “아ㄹ·ㅁ”은 얼추 “아람”과 “아롬”의 중간음으로 발음될 것이지만, 이것이 머금거나 간직했을 뜻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 소설가 박상륭(朴常隆, 1940~2017)은 “앓음답다”는 형용사를 신조(新造)하여 “아름답다”에 새로운 뜻을 더하기도 했다.
하여튼, 이토록 어수선하고 중구난방한 아싸리판에 “미학(美學; aesthetics)”을 “미학(美學; American science)”과 구분하여 “아름학”이나 “예술학”으로 개칭하자고 “감히! 과감하게!” 주장할 용각자(勇覺者)가, 설마, 대관절, 있으랴.
게다가 이토록 다급하고 초조하여 무슨 말이든 글이든 “쉽게! 미끄럽게! 짧게! 간명하게! 술술! 맹쾌하게! 간결하게!” 후루루 뚝딱 씨불이고파 끼적이고파 읽히고파 읽고파 안달하는 개체들의 구미에는, 입맛에는, “아름다움”이라는 무려 네 글자짜리 명사보다는 “아름”이라는 두 글자짜리 명사가 훨씬 더 후루룩 뚝딱 맞아떨어질 것이거늘, 정녕 괴상망측하게도, 그런 개체들이 “아름”이라는 두 글자에는 유난히 괴기스러운 히스테리 반응을 보일 확률도 영영 없지는 않으리라.
(2021.05.11.22:16)
☞ 껍질지옥
☞ 자연애론(自然愛論) 한 낱.
☞ 자본주의 무분별 동일시 자연 생명 생물 단풍 관광 놀이 감상 죽음현상
☞ 자연, 그러니까, 자연, 인간, 그러니까, 인간
☞ 쇼펜하워(쇼펜하우어) 니체 바슐라르 의지론; 삶의지, 권력의지, 상상의지, 예술의지, 아름다움의지
☞ 분별력 이성 정념 이념 이데올로기 아름다움 감미 본능 인공 허구 자연 현실 상투어 관용구 단풍 관광
아랫그림은 독일 화가·조각가 프란츠 슈투크(Franz Stuck, 1863~1928)의 1913년작 〈키르케(Kirke; Circe)를 연기(演技)하는 틸라 듀뢰〉이다. 틸라 듀뢰(Tilla Durieux; 오틸리 고데프로이; Ottilie Godefroy, 1880~1971)는 오스트리아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