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화, 평등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 안에서도
엄청난 인종 갈등이 있었다는 게,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시대 1960년대라는 것....
작년인가, 읽었던 책 '헬프'에서도 그렇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는데...
이스트엔드(흑인들의 구역)와 웨스트엔드(백인들의 구역)로 나뉘어
서로를 너무나 모르고 지내고 있는 백인과 흑인...
언젠가 흑인들이 쳐들어올 거라며 집안에 사격진지를 만들어 놓은 백인 가족들...
이 책의 주인공 제프리 라이언 매기는 비록 부모는 살아계시지 않지만
돌봐줄 가족 하나 없지만, 집조차 없이 떠돌아살지만
그 사이를 오가며 그들 사이의 틈을 좁히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하늘을 달리는 아이 하늘을 달리는 아이](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yes24.com%2Fmomo%2FTopCate58%2FMidCate01%2F5709343.jpg)
인종 간의 갈등을 녹일 수 있는 건, 아이들이었다....
그런 메시지 말고도 이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가족해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가족이 비록 해체되지는 않았어도 방임해두는 건 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매기는 참된 가족을 찾으려고 떠돌아다닙니다.
흑인 가족 아만다네 집에서 행복하게 살지만, 백인들이 그런 그를 용납하지 못하고
다시 백인 구역으로 넘어와 어울리려 하지만, 그런 그를 또 이해못하는 백인들과 흑인들...
그런데...
이 책의 강점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문장이 압권입니다.
가벼운 듯 유머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문장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지요.
예를 들어, '11월 내내 겨울은 투밀즈(지명)에 장난을 걸고 귓속말을 하고 턱 밑을 간질였다. 추수감사절인 화요일, 겨울은 투밀즈의 배를 발로 뻥 찼다."-> 추위가 그만그만하다가 추수감사절 날 혹독한 추위가 닥쳤다는 뜻이겠죠?
"밤이 되자, 3월이 되돌아와서 4월의 목덜미를 붙잡아 1주 전으로 내동댕이쳐버렸다"-> ㅋㅋ 우리 나라의 꽃샘추위를 설명하는 것이겠죠?
매기(매니악으로 불리는데 매니악의 뜻은 '무엇이든지 해낼 것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가는 동물원에서 들소와 함께 잠 자다 그레이슨이라는 노인을 알게 되어 친해집니다.
그리고 그레이슨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는데 그때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보면
얼마나 흑인과 백인이 서로를 모르고 지내는지 알게 됩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죠.
매기는 흑인 지역에서 아만다네 가족이 되어 잠시 살았던 적이 있어요.
- 120쪽~121쪽에서-
그레이슨은 매니악이 후식을 먹을 때쯤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 흑인들 말이야, 그 사람들도 으깬 감자를 먹니?"
매니악은 농담인 줄 알았지만, 곧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이죠. 아만다의 엄마는 으깬 감자 말고도 다른 감자 요리를 많이 해 주셨어요."
"누구?"
"아만다의 엄마요. 혹시 아만다의 가족을 아세요? 시카모아 728번지에 사는?"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음, 제 가족들이에요. 엄마, 아빠, 어린 남동생과 여동생, 제 또래의 여동생과 개가 있었어요. 제 방도 있었고요."
그레이슨은 이 말을 소화하려는 듯 식당 창문을 말없이 내다보았다.
"미트로프는?"
"네?"
"그것도 먹어?"
"물론, 미트로프도 먹죠. 콩도, 옥수수도요. 이름만 대 보세요."
"케이크는?"
매니악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오, 맙소사! 장난하세요? 아만다의 엄마가 만든 케이크는 세상에서 최고예요."
그레이슨의 눈이 가늘어졌다.
"칫솔은? 칫솔도 써?"
매니악은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우리 모두 욕실에 칫솔을 걸어놓았어요."
"그렇겠지."
그레이슨은 성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같은 거니? 우리가 쓰는 거랑?"
"다른 점이라곤 조금도 없어요."
"물 마시는 유리컵은 다르겠지."
"웬걸요. 똑같아요."
이 말에 노인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매니악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할아버지, 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에요."
"나는 흑인들 집에 가본 적이 없어."
"그래서 제가 설명해 드리잖아요. 정말 똑같아요. 욕조, 냉장고, 양탄자, 텔레비전, 침대...."
그레이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첫댓글 그럴리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 정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