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에서 군락을 이루며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방태산 안부에서의
점심은 오늘 산행의 백미라고 할 수가 있다.
안부에서 주억봉으로 이어 지는 능선길은 도상으로 보아선 아주 만만해 보이는 산책길 정도였는데 웬걸
그리 험한 지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인다.
내 자신이 곰 등어리를 종주하는 한마리 빈대처럼 마냥 오물거리기만 하는 느낌만 가득하여 시종 맥없이
땅바닥만을 내려다 보노라니 어디선가 몹시도 낯 익은 물건이 눈에 들어 온다.
일명 삐삐선이라고 하는 군용 전화선이 바로 그것이다.
어렵던 시절엔 이 삐삐선으로 빨랫줄을 하기도 하였고 손재주가 좋은신 분들은 장바구니나 채반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집안에서 살림살이로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삐삐선이 가설되었었던걸로 보아
아마 능선 여러 높은 고지에 전방 관측초소를 설치하고 군인들이 상주를 하였었던가 보다.
편한 관광버스로 이동하여 한껏 즐거운 마음으로 재잘거리며 산을 오르는 우리와는 달리 식량 보급도 그리
원활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컴컴한 밤중에 두 눈을 부라리며 조국을 수호키 위해 임무를 수행하며 갖은 고생을
하던 군인들의 피어린 노고를 잠시나마 더듬어 본다.
곰 등어리의 빈대 얘기가 기왕지사 나왔으니 오늘은 양념으로 빈대에 관한 이바구를 잠깐.
지금 사람들은 빈대를 구경조차 몬해 본 사람들이 대부분일터인데 동글 납작하여 수박씨처럼 생긴 빈대는 벼룩과는
달리 발걸음은 몹시 느리지만 엄청난 번식력과 피를 빨고져 하는 집착은 장난이 아니며 나 역시 시골집에서 자다가
딱 한번 목덜미를 물려 봤는데 너무도 아파서 잠을 벌떡 깰 정도였다.
한번 피를 빨기 시작하면 몸 전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거의 터질 지경까지 끈질기게 피를 빠는 빈대를 한자론
갈자로 표기하는데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쌍소리 중에 화류계의 여성들을 지칭하여 갈보라는 말이 있다.
빈대처럼 뭇사내들의 피를 빨아 들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양코배기 한테 들러 붙으면 양갈보라 부르고
갈보중에서 매너가 후지게 되면 똥갈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주간에는 자그만 틈새에 몸을 숨기고 있던 빈대는 야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빈대에 시달리던
어떤 분이 네발 달린 상 위에 올라도 빈대들이 따라 오르기에 상다리 밑에 큰 대접을 한개씩 놓고 물을 채워 버렸다고 한다.
물을 건너지 못하는 빈대가 잠시 후엔 천정으로 기어 올라 가선 공중에서 스카이 다이버처럼 뛰어 내리더란 것이다.
우리가 좋아 하는 칡 역시 갈자를 써서 갈근이라고 하는데 칡이 등나무와 얽혀 생존경쟁을 벌이면 아무도 그 다툼을
풀 수가 없다고 하여 생긴 말이 갈등이란 말이라고 한다.
안부에서 점심을 함께 했던 두 커플은 어느 부부가 닭살인지 어느 부부가 도마뱀살인지 그 우열을 가리기가 몹시도
난해한데 좌우간 묵묵히 고개 숙이고 억지춘향으로 우걱 우걱 밥을 먹노라니 우리 집꾸석 모양새가 떠 오르지 않을
수가 엄었따.
결혼 전에 철학관에서 본 겉궁합 속궁합도 몽창 상극으로 나왔지만 나중에 본 과학적으로 생체를 연구하는 바이오 리듬인가
몬가도 보는 족족 극과 극을 이룬다.
나처럼 쥐꼬리 월급을 위하여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은 직장에선 무조건 자전거를 잘 타야 겨우 숨통을 트고 살 수가 있다.
윗놈한테는 자전거를 탈 때 처럼 연신 대가리를 아래 위로 끄덕이며 꽁지를 내려야 하고 아랫놈은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인정 사정 두지 말고 짓 뭉개 버려야 하는데 이룬 생활의 연속이다 보면 퇴근을 하고 돌아 오면 거의 파김치가 되어
밥 한술 겨우 뜨고 9 시 뉴스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얼푸레 잠이 들기 마련인데 해필이면 이룬 날이면 어김없이
초저녁부터 샤워를 하곤 어울리지도 않는 란제리 입고 코멩멩이 소리를 하던 예팬네가 끝내는 엎어져 누운 내 옆구리를
발길로 걷어 차며 끝까지 잠이 오나 두고 보자며 닥달을 한다.
구렇다고 저도 사람인데 우째 땡기는 날이 엄겠습니껴?
정말 오랜 만에 션한 캔맥주 한잔하곤 내사랑 시몽! 알라들 언능 재우고 문 좀 닫으이소 마. 즉답은 한방으로 끈낸다.
이리 더운 날 떠서 죽을랄꼬 환장을 했어요? 와 문을 닫으라꼬 난리를 치느냐며 휑 허니 거실로 나가선 냉장고에서
자기 히푸짝 보다 더 큼직한 수박, 반으로 뚝 갈라선 숟가락으로 푹 푹 퍼 먹으며 연속극 보는 뒷 꼬락서니를 안방에서
건너다 보노라면 소리 안 나는 총이 잇스면 쾅 하고 쏴 쥐기뿌고 싶은 생각이 꿀뚝 같지 몹니껴?
힘겨웁게 도착한 주억봉에서 새로이 느림보에 오신 여러분들과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노라니 숲속에서 갑자기
우보님께서 엄청나게 반가웁게 내 이름 부르시며 나타 나신다.
반가움도 잠시 잠깐이었다. 우보님 뒤로 후미를 든든히 지키시는 모 여사님과 그 일당들이 모습을 보인 것이다. 히 히.
지난 번 산행 때도 저 일당들 보다 뒤 쳐져서 뒷풀이 장소에 당도하고 보니 글쎄 꽤나 푸짐하게 장만해서 온
뒷풀이 술과 음식을 만주 벌판의 메뚜기떼 처럼 깨끗하게 해 치워 버렷지 멉니껴?
먹다 남은 반병 짜리 쐐주에 김치 두어 조각으로 분루를 삼켰던 기억이 떠 오르자 우선 베낭을 울러 매고
냅따 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번을 엉덩 방아 찧으며 간신히 계곡길에 당도할 즈음 서현역에서 탑승하신 두 분의 새로운 느림보님을 만나 잠시
동행케 되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지식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방태산이 야생화나 산나물도 유명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으로 많은 분들이 치료 효과를 보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더군요.
맑은 공기와 심성 좋으신 우리 느림보님들과 함께 한 오늘 방태산 산행의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긴 여정의 하루를 다소곳히 내려 놓아 봅니다.
탄천변에서 돌삐 올립니다.
첨언 : 소리 안 나는 총으로 쏴 쥐기고 싶은 시몽과 우째서 일생의 대사인 결혼을 감행하였느냐구요?
물론 속도 위반을 아니 한건 아니지만 꼭히 그런 사유만은 결단코 아닙니더 지루하시겠지만 잠시만 바를 아래로 더 내려
보시면 그 시원한 해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 결혼할 시절만 해도 주로 변두리에 있는 방 두칸 짜리 이층 전세집이면 황감하던 시절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결혼 전에
장인 어른께서 겨우 밭떼기 한자락 팔은 돈이시라며 대치동에 있는 낙낙한 평수의 은마 아파트를 장만해 주시더라구요.
글구 얼마 후 늘상 고무신을 신고 자전거에 삽 한자루 싣고 다니시던 장인 어른께서 불의의 교통 사고를 당하여 유명을
달리 하시게 되었는데 전 장인 어른께서 남양주나 포천 쪽에서 농사를 지은 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만주에서 소 판 돈으로 압구정동에 있는 헐하디 헐한 모랫땅을 사서 그곳에서 오직 땅콩만을 키우며 살았다고 하더만요.
장인 어른 돌아 가시니 자연 압구정동 금모래밭의 명의는 시몽 앞으로 넘겨 지고 그날 이후
째꿈이라도 썽질이 뻗히면 저보구 하는 소리가...
난 가진 건 돈 밖에 엄따 미나리 깡에 용났지롱 메롱 메롱.
전 오직 푠하게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찍소리 한번 내지 몬하고 구냥 존재할 뿐 입니더. 흑 흑.
첫댓글 다음부터는 중편도 있으면 좋을듯..ㅎ..
그 시몽 모시느라 오늘도 땀빼는 돌삐님..
산나리는 웃느라 넘어갑니다
빈대는 몬 봤지만 ...그 빈대가 그리도 영리합니까
천장으로 올라가 다이빙 할 정도로
우째 이리 재밌노..제 친구 중에 산에는 못오지만 ..돌삐님 독자 있다 했지요
아마도 이번 하편 읽으믄서 데굴데굴 굴를듯...
저도 시원한 사무실에서 읽다가 하도 우스워 땀이 다 삐질거리네요..대단한 글솜씨십니다...
돌삐님 뵙고 싶어서도 느림보에 한번 나가야겠군요...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