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늘 깨어 주인을 기다리는 충실한 종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의 오심을 깨어 기다리는 우리의 믿음의 자세를 이야기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주인이 혼인 잔치에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에 종은 당연히 주인이 없는 집을 잘 지키며 주인이 언제 오든 항상 준비된 자세로 주인을 맞아들이기 위해 늘 깨어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종으로서 해야 하는 마땅한 일이며, 그를 통해 종은 주인으로부터 충실한 종으로서 인정받게 됩니다.
종으로서 주인을 기다리는 것과 자신에게 맡겨진 종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 예수님의 비유의 말씀을 들으며 많은 경우 이 모든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의 삶이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충실한 종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현실은 그러할까요? 우리는 정말 충실한 종처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항상 깨어 준비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요?
너무도 당연한 듯 느껴지는 이 비유의 말씀의 핵심은 사실 혼인 잔치에 간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사실, 바로 그 안에 이 비유의 핵심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루 이틀 떠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종은 처음에는 너무도 당연한 자신의 직분, 곧 주인이 없는 집을 잘 지키며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자신의 일에 한 점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이 오는 날이 하루 이틀 멀어지기 시작하면 종의 마음속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주인이 늦게 오겠거니 라는 느슨한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오지 않은 주인은 내일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생겨나면 그 순간부터 종은 자신의 일에 점점 소홀해지게 됩니다. 어차피 늦어질 주인이 내일도 오지 않을 것이니, 주인이 없는 그 집에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되며 점점 마음 안에 게으름이 자라나고 그것이 커져갈수록 종의 마음 안에 이제 주인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종의 마음 안에서 주인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종은 결국 자신이 종의 신분임을 잊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주인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소유하기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 때, 주인이 집으로 돌아와 종의 이와 같은 행동을 보고 과연 주인은 종을 어떻게 대할까요? 너무나도 명백하게도 주인은 그러한 불충한 종을 호되게 꾸짖고 밖으로 쫓아낼 것입니다.
바로 이 사실, 곧 종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주인의 존재에 대한 망각이 더 커져 자신이 종이라는 사실마저 망각하게 되는 이 아주 작은 망각의 틈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된다는 사실, 바로 이 사실을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말씀해 주십니다. 주인이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 짧은 순간, 주인의 존재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착각하게 하는 이 망각이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비유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와 같은 망각이 아닌, 항상 깨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은 종의 자세, 곧 허리에 띠를 맨 채 언제나 주님이신 하느님 그 분을 기다리며 자신의 몸과 마음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자신을 단속하며 손에는 밝게 켜진 등불을 들고 어둠을 밝혀 세상이 우리를 속이는 어둠의 유혹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밝히며 유혹을 이겨낼 단호한 자세를 갖추는 것, 바로 예수님은 비유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이와 같은 마음의 자세, 믿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함을 이야기하십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이 우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실 때,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문소리를 듣는 그 순간, 문을 열기 위해 문으로 달려가야 함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주인이신 그 분은 종인 우리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쓸모없는 종인 우리를 식탁에 앉게 한 다음 주인인 그 분이 종인 우리의 곁에서 시중을 들게 될 것이라는 있을 수 없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한편, 오늘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서 말씀은 우리가 마땅히 종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을 때,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 어떠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지, 우리가 얻게 되는 구원의 선물, 은총의 상급이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에페 2,14.19-22)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처럼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매 순간 깨어있는 자세로 충실히 임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이라는 모퉁잇돌 위에 세워진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언제나 거하시는 하느님의 거룩한 거처가 됩니다.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는 하느님과 언제나 하나로 일치하는 삶, 성덕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는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은 우리가 우리 본분을 충실히 임했을 때, 하느님으로부터 얻게 되는 구원의 상급이 얼마나 크고도 넓고도 깊은지를 여실히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복음 환호송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오늘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여러분 모두가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 언제 오실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실 주인이신 주님을 맞아들이기 위해 언제나 깨어있는 자세로 올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한다면 주님이신 그 분이 우리에게 오셨을 때, 주인이 종이 되고 종이 주인이 되는 놀라운 일이 우리 삶 안에서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며 주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구원의 은총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 언제나 깨어 기도하는 삶,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고 몸과 마음의 흐트러짐 없이 스스로를 단속하며 어둠 가득한 세상을 밝히는 빛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그리하여 종인 우리가 주인의 시중을 받는 놀라운 기적을 여러분의 삶 안에서 직접 체험하게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 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 12,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