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 | 김성찬
팔복 너머 구복口福 외
해서는 안 될 말
한 마디 내뱉고
받아들여서는 안 될 말
한 마디 들이킨다
가릴 줄 모르는 입과
들을 귓바퀴 없는 귀
맘에 없는 소리 내뱉은 이
믿기지 않는 소리 믿어주는 이
신기루 가득한 사막
메아리 없는 거리에
흥정없는 쟁투爭鬪 일색
맹독을 삼켜도 단물만 내뿜는 입
저주파도 고주파도 안 들리는 귀여
유익균만 살아 생동하는 구절양장이여
팔복을 넘어 구복九福이 있으라
팔복을 넘어 구복口福이 있으라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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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엽록소 줄고 줄어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수엽의 시간
결핍이 깊을수록 붉고 곱구나
쇤 앞머리도 입체감으로 구부러지고
잎새에 갇혀 변색한 안토시안
부족할수록 빛나는 때깔
왕성하지 않은 여름 광합성에
곧은 자세로 맞이하는 가을
제자리 맴도는 홍조로
만물을 불태우고 있구나
깊어져서 좋은
모자람으로
더 황홀한 계절
김성찬 | 전남 목포 출생으로 2021년 《생명과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사막의 나이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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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팔복 너머 구복口福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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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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