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행사에 갔습니다.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정지1리
마을사람들이 준비하고 모두 함께 어울려 한바탕 달의 축제를 합니다.
설을 지나고 정월대보름을 지나면 본격적인 한해 농사에 들어갑니다.
한해를 시작하기전에 달의 힘을 빌리고 소원도 빌며 한해의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6시부터 달집태우기를 하는데 일찌감치 3:20분에 도착합니다.
마을에 들어서니 벌써 잔치분위기에 시끌벅적합니다.
마을회관앞에 사람들이 모여 서서 숯불에 돼지고기와 김치를 굽고, 막걸리와 소주를 주고 받습니다.
마을 이장님과 청년회장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여울각시는 회관안으로 들어가서 밥상을 받습니다.
오곡밥에 보름나물과 멸치조림, 오징어 채소무침, 겉저리 반찬이 모두 맛있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웁니다.
4시가 되어 함께 행사에 참여하기로 한 가족들이 모이고 쥐불놀이를 할 깡통을 만듭니다.
가족당 준비해 온 깡통에 구멍을 뚫고 철사를 묶고 통에는 관솔을 넣습니다.
관솔은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와 같이 진이 많이 나오는 나무의 삭정이 가지에 모이는 진액인데
휘발성이 강해 불이 잘 붙습니다. 일제시대에는 송진을 증류한 기체를 모아서 비행기를 띄우는데도 썼었지요.
쥐불놀이 깡통속에 관솔을 한 두개 넣으면 불을 계속 피울 수 있고 그 화력이 세어져 불놀이가 화려해 집니다.
붙을 붙이고 향을 맡아보니 소나무향이 강하게 퍼지면서 향과 초를 동시에 피운듯 합니다.
6시가 되니 상쇠어른의 신호에 따라 농악패의 길놀이가 시작되고 마을회관에서 출발해서 달집이 있는 논으로 갑니다.
자기의 소원을 적은 소원지를 꽂고
술을 올리고 이장님이 축문을 낭독하시고
달집에 불을 지피니 불길이 깜깜한 밤을 환하게 비춥니다.
불길이 점점 더 활활 살아나고 풍물소리 더욱 흥겨워지고 모두가 들썩들썩 춤을 춥니다.
불을 보며 쥐불놀이를 하며 달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하늘에는 개밥바라기별이 떠있고 별자리들이 하나 둘씩 나타납니다.
7시가 넘어가자 앞산꼭대기에 환한 불빛이 비칩니다.
전기불인지 달인지 구별이 되지 않아 한참을 바라봅니다.
서서히 천천히 나오다가 어느 순간 쑤욱 올라오는 것이 보름달이 맞네요.
까만 하늘에 크고 맑은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랐네요.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달을 보고 또 마음속으로 소원을 빕니다.
도시에서 보던달과는 그 맑음과 밝음, 그 당당함이 다릅니다.
옛날에는 영양부족으로 지방이 결핍되어 아이 어른 모두 부스럼이 많이 생겼었지요.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잣, 호두, 땅콩등 기름기있는 견과류를 깨물어 먹어서 부스럼을 예방하고
논바닥에 불을 놓아 논두렁에 있는 쥐들을 쫓아내는 쥐불놀이를 합니다.
풍악소리로 한번, 열기로 또 한번 알려주어.. 쥐들이 준비하고 도망가게 해줍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우리 조상님들의 삶의 지혜가 참 대단합니다.
8시 행사를 모두 마치고 함께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오랫만에 까페블랑에 들르기로 합니다.
빵과 커피를 마십니다.
요즘 프랑스 제빵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빵을 만들고 있는 까페블랑 안주인, 올리브빵맛이 일품입니다.
프레미엄 커피도 내려주십니다. 브라질, 앨살바도로, 과테말라를 약배전부터 점점 강배전으로..
와~ 역시 까페블랑!
이종인 선생의 로스팅과 김정자선생의 핸드드립의 조화, 맛있는 빵과 커피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보름달을 보며 돌아오는 길..
크고 맑은 보름달과 달집의 불길
공동체속 사람냄새나는 마을 사람들
흥겨운 우리가락에 들썩인 하루
올해는 만사가 형통할 것같은 느낌입니다.
첫댓글 와~. 어찌 이런 곳을 알아서 가시는지. .멋지십니다.^^여울각시 덕분에 사진으로 나마 좋은 기운 얻는듯하네요. 부디 다들 여울각시말대로 만사형통하고 건강하길. .^^
네..
작년엔 리버마켓
올해는 정지1리
내년엔 임실에 가보려고 합니다.
임실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록된 곳으로
밤새도록 놀다 먹고 놀다 마시며 일박이일동안 제대로 하는 곳이예요.
우와아아~ 그찮아도 정월대보름 날 밥먹으면서 신랑이랑 이야기하기를 우리는 어린시절 쥐불놀이를 했었는데 애들은 이제 그런 걸 해볼 수가 없겠다. 했는데 아직 이런 곳이 있군요. 부지런한 여울각시 선생님 덕에 사진으로 멋진 구경합니다~~^^
네..
엄마.아빠와 함께온 아이들을 보면서
이야기숲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투박하지만 마을분들이 준비한 잔치가 참 정겨웠어요.
쥐불놀이..저도 어릴적 동네 오빠들.언니들.친구들과 해봤던 놀이예요. 송진 구하러 산속도 헤매고. 그때는 절기라는 걸 모르는 상태로. 그냥 우르르~ 놀았는데.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아름답게 남아있습니다. 언제나 열정이 넘치시는 선생님 잘 계시죠? ^^
아하~
찬빈모도 숲유치원 출신이었군요, 역쉬
미모에 품성까지 겸비하셨다 했더니..
보고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