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대강절 첫째주간 화요일 – 서로를 헤아리는 마음
말씀제목
서로를 헤아리는 마음
성경말씀 이사야 42장 3절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묵상본문
올여름에도 집중호우가 잦았습니다. 큰 피해가 따랐죠.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진 이재민부터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희생자까지…. 그 중 한 비극적인 사건이 오송역 근처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벌어졌습니다. 그곳은 출퇴근하며 늘 지나던 길, 가족을 태우고 기차역으로 향하던 익숙한 길이었습니다.
그날의 참사도 사연이 많았습니다. 청소일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어머니, 시험 보러 가는 처남을 기차역까지 배웅하고서 출근하려던 다정한 매형, 베테랑 운전자였다는 747번 버스 기사님도 평소 노선에 물이 차자 우회로를 찾아 궁평제2지하차도에 들어섰습니다. 도로와 인접한 저수지 둑이 터진 걸 모두 몰랐습니다.
차도 안에 갇히자 화물차 운전기사인 유병조 씨는 물이 차서 시동이 꺼진 747번 버스를 뒤에서 밀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빠르게 차오르는 흙탕물 때문에 화물차 역시 시동이 꺼지고 말았죠. ‘살아야겠다!’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가 지하차도의 높은 난간을 잡으려는 순간, 그는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잡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20대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버스에서 탈출해 물살에 떠밀려온 아가씨였죠. 물살이 거세어 그 여성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안간힘을 쓰던 유병조씨가 지쳐가자 아가씨가 이렇게 말했다네요.
“아저씨, 제 손을 놓으세요. 더는 버틸 힘이 없어요.”
세상에, 그게 가능한 말일까요? 그 여성은 행여 유병조씨가 자기 때문에 물살에 휩쓸릴까 걱정했습니다. 필사적으로 힘을 모은 그는 마지막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여성을 끌어올렸습니다. 많은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참사였지만, 생사의 기로에 선 긴박한 상황에서도 서로의 생명을 살피던 두 사람의 사연은 너무 귀했습니다.
어디 이들뿐이겠습니까? 화재 대피를 안내하던 경찰과 보행기를 의지해 걷느라 대피가 어려웠던 할머니 사이에도 비슷한 대화가 오고 갔죠. “나는 못 걸어요. 어서 젊은이부터 피해요.”, “할머니, 업히세요.” 모두가 질식할 듯한 상황에서 산소처럼 공급된 사연들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 땅에 필요한 사람은 비일상적 영웅이 아닐 겁니다. 성실한 삶 속에서 내 눈앞에 이웃만큼은 죽지 않도록 필사적인 힘을 내는 일상의 사람이 절실합니다. 우리를 살리러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의 삶을 뒤쫓는 자들의 자세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한 갈대조차 꺾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연민과 사랑이 가득한, 그런 대강의 계절이었으면 합니다.
묵상기도
하나님, 나만 살겠다고 아귀다툼하는 세상에서 서로를 살리려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을 힘을 주옵소서. 서로를 살리는 선택을 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