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생을 마감한 뤼순 감옥이 있는 중국 대련. 그곳 한인 천주교회에서는 안중근 의사 순국 기념성당 건립을 준비하며 국내외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200여 명의 한국인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던 중국 대련 성당이 올해 3월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미사 드릴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대련한인천주교회는 안중근 열사 기념 성당 건립을 작정하게 된 것.
중국의 종교적 상황 때문에 성전 건립에 종교국 허가 문제, 재정문제가 있었지만, 다행히 중국 교회의 협조로 성전 건립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2007년 대련성당 사목을 시작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추모 미사를 진행해 왔고, 기념성당 건립을 준비하는 대련한인천주교회의 김동원 신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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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대련 한인성당 주임 김동원 비오 신부. (사진/정현진 기자) |
김동원 신부는 기념성당 건립에 대해서 “대련 성당의 교육관에서 한인 신자들 200여 명이 미사를 드려왔는데, 성당 재건축 문제로 교육관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성당을 마련해야 한다면, 안중근 의사와 인연이 있는 곳에 순국 기념 성당을 만들어, 동양평화에 대한 안 의사의 뜻을 살리고, 중국에서도 그 정신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신부가 안 의사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8월, 대련 본당 사목을 시작했을 때였다. 안 의사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있는 대련에 안 의사를 기억하는 활동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이듬해부터 추모미사를 봉헌해 왔다.
무엇보다 김 신부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화합으로 동양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이루자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매료되었다. 김 신부는 안 의사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2010년 순국 100주년을 앞두고, 2009년부터 묵주기도 100만 단 바치기 운동을 시작했다. 기도 지향은 안 의사의 ‘유해발굴과 남북 화해, 동양의 평화’였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평화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공통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동양평화정신’은 지금 남과 북, 중국, 일본, 대만 등이 긴장 상태를 이루는 상황에서 교회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러한 반성에서 작지만, 가장 먼저 함께 할 수 있는 기도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기도운동은 대련의 한인 천주교회와 일본 사이타마 교구의 오타시 천주교회, 그리고 한국의 직암선교회와 함께 진행했고 200만 단이 넘게 바쳐졌다. 2010년 순국 100주년이 되는 3월 26일을 기해서는 6·25 사변 60주년을 맞아 남북의 화해를 위한 묵주기도를 60만 단 봉헌했다. 올해는 3월 1일부터 중국교회의 쇄신과 일치에 지향을 두고 1,300만 단을 바치고 있다. 1,300만 단은 13억 중국 인구를 생각해 상징적으로 정한 숫자다. 한국과 중국, 일본 교회가 함께하는 이 기도운동은 내년에는 일본 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안 의사의 신앙과 동양평화 정신을 기억하고자 하는 김 신부의 노력은 한·중·일 교회를 중심으로 화해와 협력의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작년 순국 100주년에는 일본 사이타마와 나가사키 교구의 주교들이 ‘안중근 의사 순국 추모 순례단’을 조직, 100주년 기념 미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50여 명의 일본인 순례단과 함께 봉헌한 이 미사에서 타니 다이지 사이타마 교구 주교는 “안 의사가 죽기 직전까지 동양평화를 염원했는데 그가 순국한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 그를 추모하는 것은 현재의 의미에서 3국의 진정한 평화를 기리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하면서,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안 의사의 마음의 고통에 대해 공감한다. 일본이 아시아의 여러 민족에게 준 고통을 사죄하고, 더불어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김 신부는 “무엇보다 안중근 의사의 의미는 신앙의 길과 교회의 면모를 바꾼 것에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교회가 시작된 지 100년 만에 안 의사가 탄생했다. 그때까지의 한국 교회는 박해의 기간이었고, 개인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신앙이었다면, 안 의사의 순국은 내세적인 신앙을 현실적이고 세상의 문제를 함께 느끼고 겪는 신앙으로 바꾸었다”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교회는 물 흐르는 것처럼 살아야 하는데, 정체되어 있다. 자기 본당, 단체, 교우에만 묶여 있다. 퇴보하고 있다. 가진 역량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은 천주교 신앙에 뿌리를 둔 사상이며, 교회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우리가 겪는 동북아 문제를 비추어볼 때, 안 의사의 사상은 현실적이고 절실하다. 평화를 위한 노력에 교회가 관심을 두고 기도운동과 평화를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신부는 안중근 의사 기념 성당 건립에 많은 분이 지원과 관심을 두는 것에 감사한다면서 꼭 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안 의사 순국을 기억하면서 한국 교회가 정신을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매년 3월 26일을 ‘평화의 날’로 제정해 기념할 수 있기를 제안합니다.”
안중근 의사 순국 기념 성당 건립 봉헌 문의는 김동원 신부 070-7567-3375,
이메일 cjapio@hanmail.net, 대련성당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tianzhujiaotang 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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