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과 동백나무속의 차나무는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가 고향입니다.
한국에서 심는 종은 중국종이랍니다.
키는 원래 10m 정도 자라는 큰 나무인데
잎을 채취하기 위해 1m 로 낮추죠.
가을입니다.
세수가 늦어지고 발걸음은 잰
황급한 갈무리가 가슴 설레는 나날.
차나무 곁에 앉아봅니다.
열매는 둥글기도 하고 모난 것도 있는데
저 그림처럼 종피 안에는 보통 3개의 열매가 들어 있죠.
열매는 다음해 꽃이 피기 바로 전에 익기 때문에
10~11월에 꽃과 열매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호자나무 역시 꽃과 열매와 잎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데
때는 4~6월 봄날이죠.
따뜻한 남쪽나라 이곳 전라도에서 잘 자라
산행에 종종 만나는 나뭅니다.
보성 차밭이 유명한 것, 나주 금성산에도 많고
나주 가차운 이곳 화순서도 잘 자라서
해마다 이맘 때 뜰에 나가 꽃과 열매를 살피죠.
하얀 진주알이 버그게 벌면
입안 가득 꽃술을 머금고는 고개를 푹 떨굽니다.
참 희죠.
초록이 제 옷자락에 숨고
꽃들도 하나 둘 집을 나갈 때
마음 스산하여
혼자 뜰을 거니는 꽃이 있죠.
가을은 참 쓸쓸하여 아름답습니다.
세상 모든 꽃들이 다 수줍고
늦깎이로 피는 꽃이 더 못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그래서 더 곱습니다.
차나무가요.
차나무의 꽃말을 '추억'이라 합디다.
전남타임스에 쓰는 <김진수의 들꽃에세이>에서
맨 끝에다 종종 꽃말을 쓰게 되는 것은
어쩌면 누가 붙였을지 모를 한 단어 한 문장에
어떻게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꽃이 짓는, 그럴듯한 생각이 압축되어 있거든요.
한 꽃 한 나무를 글 쓰고 나면 그것의
시절 역사 전설 모양 색깔 성품 느낌 맛 향기들이 드러나잖아요.
꽃말의 맛은 꼭 곁들여야 할 양념이거나 쏘스 고명 같은
조리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답니다.
추억이라...
추억을 모르던 젊은 날이 내게 있었구나
하고 추억합니다.
요새 모국의 역사며 조국의 시대며 나라의 세계가
과거의 정서와 믿음으로부터 유리되어
얼마나 멀리 쫓겨나 있는가를 실감하며
실로 잎 지고 꽃 떨구는 아픔을 느낍니다.
차꽃도 꽃입니다.
잘못한 강아지처럼 땅에 얼굴을 묻고 있지만
얼마쯤 지나면 슬슬 고개를 들죠.
작은 벌레들이 그 꽃잎을 갉고 그 꽃술에 빨대를 꽂지만
다 내어주어서야 비로소
둥글고 강하며 푸르고 아리따워지는 자신만의 신화를
빛나게 가슴팍에 열매 다는 것!!
추억이 그러매 외롭지만은 않은 창가입니다.
추억이 다만 잊혀져 가는 기억의 쓰디쓴 커피잔은 아닙니다.
저렇게 간간이 찾아오는 커다란 말벌도 있습니다.
여름 내 나뭇잎 새에서 벌레를 잡아주더니
새끼고 벌레들 다 사라진 계절에 와서는 그대의 꿀을 얻어갑니다.
달콤한 커피잔 속을 녹이는 '추억' 같은.
항...
이렇게 씩씩한 줄점팔랑나비도 돌아오는군요...
이 아름다운 가을의 차꽃 송이를 그대에게 드립니다...
동백꽃처럼
멀구슬나무처럼 송이째 떨구는
꽃송이들이여, 안녕~~
차나무 앞에서 오래 된 이 순간과
아주 오래된 외출과
아아주 오래된 이별을 생각합니다.
차나무는 뿌리가 직근이라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생명력이 아주 강하죠.
두더지가 그 뿌리 근처에 터널을 뚫어도
태풍이 모질게 머리끄댕이를 쥐어뜯어도
시베리아발 한파가 한 겨울을 물어뜯어도!
끄떡 않고 이렇게 소담한 꽃 내년으로 화답할 터이니
뜰을 거닐며 간간이 오체투지로 배를 깔고 엎드려 이 꽃의
향기와 미소와 빛깔과 말씨를 받아적습니다.
차나무처럼 너볏하고 버젓한 가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