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무문관’서 수좌 11명 폐관 용맹정진
신흥사 하안거 결제법회 봉행
향성선원 ‘무문관’으로 재개원
‘조계선풍 시원도량’ 신흥사서
회주 우송스님 등 수좌 11명
선풍진작 서원하며 폐관정진과
하루 한 끼 ‘일종식 공양’ 수행
설악산 신흥사는 5월15일 임인년 하안거 결제법회를 통해 향성선원을 일반선원에서 무문관으로 전환한 뒤 첫 방부로 수좌 11명을 받았다. 사진은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이 무문관 폐관 정진에 들어가기 직전에 주지 지혜스님과 마지막 합장인사를 나누는 모습.
무문관(無門關) 수행은 선원 대중이 큰방에서 함께 정진하는 일반선원과 달리 작은 독방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용맹정진하는 불교의 혹독한 수행법이다. 자물쇠로 걸어 잠근 방 안에서 3개월동안 홀로 화두 참구를 해야만 한다. 무문관으로 전환한 뒤 신흥사 향성선원에 첫 방부를 올린 11명의 수좌가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공양물을 넣어주는 공양배식구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매일 오전 11시 한번만 문이 열린다. 폐관수행에다가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공양으로 하루 한 끼만을 제공하는 일종식(一種食)이기 때문이다.
5월15일 신흥사 설법전에서 열린 임인년 하안거 결제법회를 마친 뒤 11명의 스님은 간단한 기념 촬영 후 곧바로 향성선원 무문관으로 들어갔다. “정진 잘 하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며 정진하십시오” 라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수좌들은 한명씩 문을 열고 개별 수행처로 들어갔다. 소임자 스님들은 곧바로 무문관 수행처 문을 굳게 잠근 뒤 다시 합장 인사로 수좌들이 3개월동안 무탈하게 용맹정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외호할 것을 서원했다.
나무문의 두께는 채 5cm도 되지 않지만 사바세계와 수행처를 분리하게에는 충분했다. 11명의 수좌 스님들은 무문관으로 전환된 신흥사 향성선원에서 이날부터 8월12일 하안거 해제일까지 3개월간 폐관수행을 이어가며 화두를 잡았다.
신흥사 설법전에서 봉행된 임인년 하안거 결제법회에서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조계선풍 시원도량(曺溪禪風 始原道場)’ 설악산 신흥사가 일반선원이던 향성선원을 ‘무문관’으로 재개원하며 선풍 진작에 나섰다. 제3교구본사 신흥사(주지 지혜스님)는 5월15일 설법전에서 신흥사 향성선원과 백담사 무금선원, 기본선원 합동으로 ‘임인년 하안거 결제법회’를 봉행하고 3개월간의 수행정진에 들어갔다. 특히 신흥사는 말사인 백담사에 이어 본사에도 무문관을 설치함으로써 전국 교구본사 가운데 유일하게 무문관을 2곳 이상 운영하는 교구본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설악산문의 선맥은 1300여 년 전 중국 남종선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한 도의국사로부터 시작돼 천년 넘게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당나라에서 선법을 체득한 도의국사는 설악산 진전사에서 40년간 주석하며 염거화상 등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이 땅에 선법을 전함으로써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조로 추앙받고 있다.
이후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스님(전 원로의원, 전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이 설악산문의 선맥을 잇고 새로운 선풍을 일으키는데 앞장서 왔다. 무산스님은 1998년 백담사 무금선원을, 1999년 신흥사 향성선원을 개원한데 이어 조계종 기본선원 교육도량을 백담사로 일원화 하는 등 선풍 진작을 위해 매진해왔다. 이어 2005년 도의국사 주석처인 진전사 대웅전을 낙성했으며, 2016년 5월 하안거 결제법회 후 신흥사 산문인 ‘조계선풍 시원도량 설악산문(曺溪禪風 始原道場 雪嶽山門)’을 제막하는 등 조계선풍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하안거 결제법회에서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의 생전 영상법문을 들으며 수좌들이 정진력을 높였다.
당시 무산스님은 “나는 이제 설악산에 와서 할 일을 다했다. 훗날 문도들 사이에 시빗거리라도 생기면 이 현판을 한번 쳐다보아라. 그러면 나의 뜻을 알 것이다”고 설했다. 특히 무산스님은 2014년부터 4년간 안거 결제를 통해 백담사 무문관에서 폐관정진하며 수행납자로서의 귀감을 보여줬다.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은 조실 무산스님의 원력을 이어 새로운 설악산문의 선풍을 진작하고, 설악산을 찾는 탐방객으로부터 장애를 받지 않는 철저한 수행처를 만들기 위해 향성선원을 무문관으로 전환했다. 특히 우송스님은 지난 3년간에 걸친 향성선원 보수불사를 진두지휘한데 이어 이번 하안거 결제 때는 무문관에서 폐관정진에 들어갔다.
그동안 신흥사 향성선원은 15명 내외의 수좌 스님들이 정진해왔으며 무문관 전환 후에는 향성선원장 현도스님과 선덕 문석스님 등 11명의 수좌가 방부를 올리게 됐다. 무문관 전환 후 첫 안거에는 승납 57년의 구참수좌부터 승납 13년의 신참수좌까지 승납은 각기 다르지만 폐관수행과 일종식을 통해 자기자신은 물론 화두와 싸우게 됐다.
이번 신흥사 하안거 결제 법회에는 방부를 올린 신흥사 향성선원 수좌 11명과 백담사 무금선원 수좌 11명, 기본선원 수좌 30명이 참석했으며, 신흥사 본말사 스님과 불자들은 수좌 스님들이 하안거 동안 무사히 수행정진할 것을 독려했다. 특히 원적에 든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신흥사 조실로 추앙받고 있는 무산스님의 생전 법문을 함께 들으며 수행정진력을 드높였다.
무산스님은 2012년 하안거 결제 법회 법문을 통해 각 산문마다 수행가풍이 다르며, 설악산 신흥사는 용성스님과 고암스님, 성준스님의 가풍이, 백담사에는 만해스님의 가풍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설했다.
특히 무산스님은 게송을 통해 “입을 열면 다 죽는 것/ (입을) 열지 않아도 다 죽는 것/ 언제 어디로 가나 따라 다니는 의단 덩어리/ 이제는 깨트려 버리자/ 버릴 때가 됐다”는 가르침을 전하며 수행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한동안 사중 소임을 보고 여러 불사를 진행하느라 오랜만에 선방에 방부를 들인다”고 밝힌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은 “조실 무산스님께서는 선(禪)만 중시한 게 아니라 대중과 함께 사는 대중불교를 펼쳐야 하다고 늘 가르침을 주셨다. 우리 후학들도 수행에 전념하면서도 불자는 물론 지역주민, 관광객 등 모든 분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안거 결제법회 후 안거에 방부를 올린 신흥사 향성선원과 백담사 무금선원, 기본선원 수좌들이 극락보전 앞마당에서 기념촬영을 가졌다.
신흥사 주지 지혜스님 등 소임자 스님들이 무문관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신흥사 소임자 스님들이 3개월 하안거 결제 동안 수좌들이 무문관에서 무탈하게 용맹정진할 것을 서원했다.
입방 후 향성선원으로 통하는 대문도 문을 걸어잠갔다. 현판에는 '정진중이오니 출입을 금지합니다'라고 명기돼 있다.
개별 수행처 모습
네모난 알루미늄 통이 무문관에서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공양배식구'다. 하루 한 끼 공양만 제공되는 일종식 수행을 갖게 된다.
신흥사=박인탁 기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