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컨벤션 센터(전시장) '파트리어트'(в подмосковном выставочном центре 'Патриот')에서는 러시아의 연례 국제 무기 전시회인 '국제군사기술포럼'인 'ARMY(러시아어로는 Армия. 아르미야라고 읽는다/편집자)-2024'가 개막했다. 올해가 10번째. 그러나 예년과 달리, 개막식 행사도 대폭 축소되고 기간도 1주일에서 사흘로 줄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 현장을 찾는 대신, 영상 연설로 축사를 가름했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6개월로 접어든 데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州) 국경 지역 공략에 나선 여파로 풀이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포럼이 바야흐로 순수한 무기 비즈니스 시장으로 바꿨다는 것. 예년에 못지 않게 83개국 대표단이 참석하고, 4만여개의 전시품이 소개됐다.
김정식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귀빈석에서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개막 연서를 듣고 있다. 김정식 명찰을 달고 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특히 북한 김정식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귀빈석에서 주요 국가 인사들과 함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개막 연설을 듣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북한은 매년 이 포럼에 대표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포럼에서 강조된 것은 러시아 주요 무기의 우크라이나 실전 경험이다.
라이프.ru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혁신적인 무기들이 실전에서 그 효용성이 실증됐다"며 "(무기) 설계자와 과학자, 공학자들이 특수 군사작전에서 얻은 전투 경험을 방산 공장에서 접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벨로우소프 국방장관도 "올해 프로그램은 특수 군사작전의 경험과 군이 직면한 과제를 산업에 적응시키는 방법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실제 전투 상황에서 효과가 입증된 현대 무기와 인공지능(AI), 전자·정보기술(IT) 분야의 혁신적인 솔루션이 소개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현대적인 고정밀 무기로 △무인 시스템(드론과 로봇)과 결합한 새로운 군사작전을 전개하고, △인공지능(AI)와 접목된 관리 시스템의 극대화와 △지속적인 지휘 체제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RGru)는 12일 "지난 몇 년간 이 포럼에서 소개된 무기 및 장비 중 일부는 너무 비싸거나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다"며 "이번에는 훨씬 더 비즈니스적이고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시장 중앙에는 이전처럼 화려한 색상의 신형 장갑차나, 첨단 시스템의 모델이 아니라, 군 부대가 실전에서 필요로 하는 군사 장비들이 배치돼 있다"며 "몇 분 만에 일반인 트럭으로 위장할 수 있는 장갑차 트럭, 드론 추적 및 격추 시스템, 안티(反)드론 설비, 장비 수송 및 부상자 대피를 위한 무인 장갑 차량 등이 눈길을 끌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장비들은 우크라이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량되거나 개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장갑차(위)와 탱크에 안티 드론 철망을 설치한 모습/영상 캡처
전시장 중앙에 소개된 자주포(위)와 드론 탐지 차량/영상캡처, 포럼 사무국 사이트
현지 TV 채널 NTV와 렌TV 등의 영상을 바탕으로 전시된 주요 장비들을 소개한다.
무인 운송(로봇) 시스템은 다양한 화물을 위험한 전투지역으로 운송하거나, 부상자를 후송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언제 어디서나 장비를 수송하고 부상병을 후송하기 위한 무인 장갑 차량/현지 TV 채널 영상 캡처
또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고 관련 부대와 작전을 협의할 수 있는 IT 지도 시스템이 소개됐다. 첫 버전은 안드로이드 OS(운영 체제)에 맞춰 개발됐지만, 러시아 자체의 아브로라(오로라) OS로 변환된다. (정찰및 공격) 부대는 적의 위치를 표시한 IT 지도를 작성한 뒤, 포병 및 공중 지원을 요청하고, 인접 부대와 통신을 통해 작전 협의가 가능하다.
IT스크린을 통해 적의 위치와 장비를 표시해 공격을 유도한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적의 드론을 포착해 격추할 수 있는 휴대용 키트 '수리카트'(Сурикат, 미어캣이라는 뜻. 주로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몽구스과 동물/편집자)도 소개됐다. 군복이나 장비에 설치된 '수리카트'는 드론의 주파수를 탐지해 소리나 진동 등으로 휴대한 병사에게 알려주고, 전파 방해를 통해 드론을 무력화한다. 탐지 거리는 최대 1km, 드론 억제 범위는 최소 300m다.
드론 진압 키트/사진출처: 러시아군수업체 OPK 사이트
날개를 단 정찰 드론 피니스트(Финист)가 선보였다. 날개 길이는 3.3m에 이르며, 탑재 무게는 15kg. 최대 60km 거리에서 적 장비를 탐지해 표적에 레이저 조명을 쏠 수도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60~120km, 최대 4시간 30분간 300km를 날 수 있다.
사진출처:텔레그램©로스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