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상심(桑椹) 한시(漢詩)편> 고영화(高永和)
뽕나무의 열매 또는 이를 건조시킨 약재를 ‘오디’라고 부른다. 별칭으로 상실(桑實)·상심(桑椹,桑葚)·상심자(桑椹子)라고도 한다. 열매는 6월에 흑색으로 익는데, 맛이 달아 그대로 먹기도 하고 술을 빚기도 한다. 이뇨작용과 진해, 강장작용이 있어 당나라 때부터 약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따르면, 상심(桑椹)을 오디라 한다. 오디는 검은 것을 따서 볕에 말려 가루를 만들어 3홉씩 하루에 세 차례씩 물에 타서 먹으면 배고프지 않다.《신은지》 오래도록 먹으면 배고프지 않은데 뽕나무의 정영(精英) 이 모두 이것에 있기 때문이다.《증류본초》
뽕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은혜를 베푸는 식물이다. 키 큰 나무는 한여름 그늘을 만들어 주고, 6월 달이면 맛있는 열매 오디를 베풀어 우리의 입맛을 달콤하게 한다. 또한 뽕나무 잎을 데쳐서 쌈을 싸먹게 해주며, 비단을 만드는 누에의 먹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누에는 비단뿐만 아니라 건강보조식품으로도 한몫을 하니 하늘이 내려준 천상의 나무(天恩木)이다. 누구나 어릴 때 입술도 이빨도 손도 옷도 모두 자줏빛 검은 색으로 물든 오디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리라.
1) 오디의 노래[桑葚歌] / 신광수(申光洙 1712∼1775)
稺女摘桑葚 어린 여아가 오디를 땄는데
桑葚大如棗 오디 크기가 대추만하네
五月齊成熟 오월 달에 일제히 익어가니
濃紫味最好 짙은 자줏빛에 맛이 아주 좋구나
少者分兄弟 어린이는 형제와 나누고
大者獻尊老 젊은이는 어른께 바치네.
2) 저문 봄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暮春聞鶯] / 임춘(林椿 고려의종~명종연간)
田家葚熟麥將稠 전가에 오디 익으니 보리가 장차 한물일세
綠樹時聞黃栗留 푸른 나무 때때로 꾀꼬리 머무나니
似識洛陽花下客 낙양의 꽃 아래 손님 아는 듯하며
殷勤百囀未能休 은근히 울고 울어 쉬지를 않네
3) 노복 아이에게 오디를 따오라고 양주로 보내다[奴童止往楊州拾桑椹] 작년에 보니 심히 오디가 무성히 열렸던 까닭이다(去年見之甚繁故也) / 김수온(金守溫 1410∼1481)
桑椹空濛暗一村 오디가 자욱하여 마을이 온통 어둑하였으니
楊州南里去年春 작년 봄 양주(楊州)의 남쪽 마을 모습이었네.
敎奴拾取還堪咲 노비에게 따오라고 하고는 도리어 웃을 만하니
忘却如今歲七旬 지금 나이가 일흔 살임을 잊고 있다네.
지난해 이맘때에 양주 고을의 남쪽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을 온통 뒤덮은 오디를 목격했던 시인은, 노복(奴僕)에게 오디를 따오라고 양주로 보내고 나서, 나이가 칠순(七旬)인데도 구복(口腹)에 얽매여 있는 자신에 대해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뒤집어 생각하면 오디 맛이 그만큼 빼어나다는 사실의 반증이 된다.
4) 오디의 노래[桑葚歌] 옥병을 그대에게 보낸다(寄玉壺使君) / 채제공(蔡濟恭 1720∼1799)
使君每誇三寸葚 사군(使君)이 매양 3치(寸)의 오디를 자랑했는데
前冬使我流涎甚 지난해 겨울엔 나로 하여금 특별히 탐나게 만들었다.
使君西歸客尙在 서쪽에서 돌아 온 사군(使君)이 아직도 객으로 있는데
離離葚到今夏稔 오디가 줄줄이 열리더니 올여름에 익어가네.
陟州五月天氣烘 척주(삼척)의 오월은 날씨가 매우 무더워서
行坐時少多晝寢 앉아있으면 늘어져 때마다 낮잠에 빠져든다.
此時採葚衝虎回 이때 호랑이 위험을 무릅쓰고 오디를 따 돌아오면
호랑이가 오디를 즐기니 오디를 따려 가면 매번 호랑이를 만난다고 한다(虎嗜葚 採葚者每每逢虎云)
淸氣已似生㾊㾕 이에 밝은 기운 속에 오한이 생겨나는 듯하다.
赤黑淋漓錯交加 적흑색의 물이 서로 뒤섞여 흥건하니
寫在盤心燦於錦 옮겨놓은 소반에는 비단처럼 찬란함이 있구나.
雨露養之旭日蒸 비와 이슬 내리고 찌는 듯한 밝은 해가 길러주더니
天姿潤脆滋瓊瀋 부드럽고 윤택한 타고난 모습에 따라 귀한 즙이 많네.
小者蝤蠐大拇指 어린 아이는 나무굼벵이를 엄지손가락으로 잡아서
饞口似壑誰可噤 주린 입에 물이 흘러가듯 먹는데 뉘가 입 다물라할 수 있으랴.
落唇俄驚見晛消 갑자기 놀란 입술에 떨어지던 진액이 햇볕 받아 사라졌는데
甘香貫臍臍淸凜 감미로운 향기가 배꼽을 통과하니 배꼽이 개운하구나.
옛날 일이라 그대는 만나지 못했겠지만 진나라 황제가 이 물건을 탐내었다.(君不見昔者秦皇求此物)
癡想欲化凡骨禀 무릇 평범한 기품이 되고자 한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滄海漭瀁童男老 넓고 푸른 바다에 동남동녀 데리고 불로초 찾으려나.
夢魂空勞阿房枕 아방궁(阿房宮)의 베개 속, 꿈속의 넋 또한 부질없는데
異味誰爲爛喫者 화려한 음식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별미였더냐
前有四仙後有朕 예전에 국선(國仙) 화랑 네 분이 계셨고 이후에 징조가 있다고
笑矣乎使君去入長安陌 우습게도 사군(使君)이 서울 거리로 들어갔다.
中廚葷血徒烹飪 부엌에서는 비린 피를 무리들이 삶고 지지고 요리하는데
與其一日褦襶軟紅塵 차라리 하루 동안 먼지 자욱한 도성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살면서
無寧鼻醋三斗飮 세말 술을 코로 마시는 게 낫겠다.
歸來須及葚未落 모름지기 오디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와도
安期替余聊相諗 내가 쫓겨나 애오라지 숨어 사니 어찌 기약하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