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殉敎), 목숨으로 구(求)하는 진리”
환난이나 시련이 두렵고 힘겨운 이유는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무지(無知)가 그 두려움과 힘겨움의 원인입니다. 한편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를 갖게 되는 것도 앞으로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어 결말을 날 것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 이 시간에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삶을 살고 계신 분이 분명 있으실 것입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머리가 복잡하고 아프고, 가슴이 무거운 바위로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을 간직하며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 년을 살아오신 분들. 지금의 이 아픔과 답답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 채 오늘까지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발휘하는 인내로 여기에 와 계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믿음은 무엇을 담고 있습니까? 그리스도 예수님의 복음을 비롯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믿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 예수님의 복음의 실현(實現)이며, 주님과 함께 수난과 죽음을 마주하고, 또한 주님과 함께 부활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처럼 무지한 상태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삶이 어떻게 결론을 지어질지를 이미 하느님이시며 사람이 되신 예수님을 믿고 본받음으로써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겪는 환난이나 시련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이고, 그 수난은 믿음이 가져다주는 인내와 희망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함으로써 끝을 맺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함께 되살아났습니다.(콜로 2,12)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성령을 통해 이 진리를 알아 믿음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이미 자기 삶의 결론을 얻은 것인데, 바로 여기 모여 있는 우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의 고백대로 환난과 시련 중에도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로마 5,1-2)”
그러므로 베드로 사도의 권고대로 ‘시련의 불길이 여러분 가운데에 일어나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니 기뻐하십시오. 그러면 그분의 영광이 나타날 때에 여러분은 기뻐하며 즐거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모욕과 시련을 당하면 여러분은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여러분 위에 머물러 계시기 때문입니다.(1베드 4,12-14)’ 베드로 사도의 이 말은 오늘 복음에서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19-20)’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환난과 시련을 겪게 될 때, 그것을 그저 인간적인 나약함에서 오는 고통과 힘겨움으로만 받아들이지 맙시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위한 환난과 시련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이제 그 환난과 고통은 그리스도와 함께 수난에 동참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스럽게 승리하여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될 은총의 기회가 됩니다.
또한 환난과 시련 중에 자신의 생각과 이해에만 갇혀 있지 않고 영혼 깊은 곳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 성령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때, 평화와 삶의 길을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하느님은 절대 우리의 구원과 기쁨을 포기 하지 않으시니,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인내력을 한껏 발휘하여 마침내 구원과 영원한 기쁨의 월계관을 받도록 합시다. 예수님은 약속하십니다. “네가 인내하라는 나의 말을 지켰으니, 땅의 주민들을 시험하려고 온 세계에 시련이 닥쳐올 때에 나도 너를 지켜 주겠다.(묵시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