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 천왕봉이여! 제909차 속리산 산행(20201021)
본래 산행계획엔 천왕봉이 없었다.
단지 1일 회원이 천왕봉을 오르고 싶어했다.
여성 1일 회원 2명이 100대 명산을 한다면서
산행 신청 전에 천왕봉 둥정 여부의 협의과정이 있었다.
조금은 불안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해주었다.
우리 산악회 5시간30분 주어진 시간에 30분을 더하여
천왕봉 등정을 원하는 분들을 배려했음이야!
그럼에도 처음 들머리에서 파악할 때는 그랬다.
대다수가 문장대를 거쳐 곧장 법주사로 하산이었다.
그런데 대다수가 천왕봉 완주 길을 잡았음이야!
처음 천왕봉을 가고자 하신 여성회원의 동정을 파악하니
어유.... 풍광을 즐기며 사진찍기에 푹 빠지고 있었다.
너무 여유로우면 시간 지키기가 힘들 거라고 해도
그랬다. 알았다고 하지만 그 여유가 혼란스러웠다.
제시간에 하산하지 못한다면 오판의 원망이 부담스러웠다.
힐끔 뒤를 돌아보며 가다가 나도 그냥 속리산에 빠졌음이야!
이렇게나 멋져버리다니 빼어난 풍광에 놀라욌음이야!
화북 들머리에서 붉은 단풍이 고개를 갸욱거릴 때
말 그대로 쥑여주는 풍경이었다. 설레는 마음에 당황...
단풍의 자태가 가물거리면서 드디어 드러나는 거대한 바위덩어리
바위의 형상에서 풍겨오는 신비한 광채 그건 삶의 희열이었다.
단풍보다도 더 화려요란한 바위에 완벽한 기절초풍이었다.
주어진 오늘이라는 한계를 감수할 밖에.... 저렇게 멋지다니...
그래 다시 찾으리라....며칠을 두고 산 속을 헤매리라!
궁리하며 정상을 향하여 가슴 두근거리며 전진....
보이지 않는 1일 회원은 정상 부근에서 기다리리라!
반신반의하며 오르는데 산행동료 1명이 앞서 전진
뒤이어 함께 하는 정회원 1명...그맇구나!
어쩌면 오늘 천왕봉 등정은 5명 정도가 되겠구나...
정상에서 기다려도 오지 않는 1일 회원에 답답해
하산 길을 잡는데 그때서야 1일 회원들이 나타남이야!
조심하라며 다시 내려서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연이어 다가오는 우리 정회원들의 천왕봉 정상행
오늘은 천왕봉이 제대로 계획된 코스로 변신
이래서 더욱 짜릿하고 신났음이야!
마음 편한 하산 길의 즐거움...
속리산을 몇 번 다녔었지만 상환암은 처음이었다.
바위 틈새에 곱게 빚어놓은 암자의 소담스런 자태
어쩌면 가장 속리산을 잘 표현해 주는 듯한 상환암!
여보살님이 무를 가꾸는 그것조차 아름다웠음이야!
다시 내려서는데 세조길, 예쁜 길도 달콤했다.
호수길을 거쳐 다가선 법주사!
뭐니 뭐니 해도 속리산은 바로 법주사임이야!
팔상전에 금동미륵대불은 여전히 장엄했다.
몇바뀌를 돌아도 더 돌고 싶은 법주사 여기저기
어쩌나....더 이상 머무를 수 없고.... 어차피 떠나여 함이야!
더한 무엇이 있다고 하여도 다 두고 떠나야 함을
결국 우리는 어떻든 어디든 떠나버리는 거지
더러 알뜰살뜰한 일상의 소중한 인연조차
돌아서면 영원히 그것으로 끝이 아니던가!
너무 미련스럽게 미련을 두고 애태우지 말거라!
바람이 불어보면 그저 부나보다 그렇게 살거라!
이제 조금은 초연해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
떠나야 함을 그렇게 아파하지 말거라!
그저 떠나는 거야!
오늘의 멋진 산행, 작열하는 행복!
불타거라! 다시는 뭐든 뒤돌아 미련주책을 부리지 말거라!
그러기에 더 안타까움이 큰가 보다.
한계상황의 존재...그 끝을 받아들여라!
행복에 겨워 드리운 그림자...
하지만 무조건 속리산의 품이 좋았다.
행복을 넘어 안타깝고 아프도록
천왕봉아! 겨운 행복에 젖는다!
드디어 아프도록 그리운 거기
행복이라는 이름의 슬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