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맛있다는 식당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보다 좀 더 큰 도시, 그리고 오래 된 도시라면 맛있다는 식당은 하나만 아니라 무척 많아지겠죠. 부산에 가서 느낀 것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역사가 오래되고 거대한 도시에서 맛집은, 찾는다는 것보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집을 가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 큰 문제였죠. 동선과 내 뱃속상황과 제한된 시간을 모두 고려하여 얼마나 가 볼 수 있을까.. 결국 1박 2일의 부산나들이에 가본 곳이라고는 단 두곳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감사할 일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부산에 가면 밀면을 맛보아야 한다는 의지하에 3대 밀면 중 하나라는 개금밀면을 찾아갔습니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열심히 찾아가 맛본 밀면 맛은 참 괜찮았다는 기억입니다.
위치는 개금골목시장 초입의 옆골목 안쪽이라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찾아다녔던 우리에겐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초입의 골목에 들어서면 간판이 워낙 크게 있는지라 걸어서 찾는데 무리는 없었죠. 옛 분위기가 나는 커다란 간판과는 달리 골목을 끼고 돌아들어서 보는 개금밀면 집은 리모델링을 한 깔끔한 모습에 은은한 음악까지도 흘러나오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 집은 '시스템'적으로 운영되고 있더군요. 일단 들어가면 주문과 계산을 먼저 한 후에 자리를 잡고 앉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물밀면과 비빔밀면을 주문했습니다. 모든 것은 셀프입니다. 물컵부터 음식이 나오면 전표를 들고 주방앞으로 가서 직접 음식을 들고 오는 것까지, 그리고 치우는 것 까지 말입니다. 셀프코너엔 물 말고도 온육수와 냉육수를 맛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온육수와 냉육수를 각각 맛봅니다. 사실 육수의 맛이나 비법은 잘 몰라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육수가 맛있는 집들은 그 집만의 독특한 레시피에 따른 어떤 오묘함이 있다는 정도.. 우리가 쉽게 설명하는 감칠맛 같은 것이 아닌, 맛있다고도 아니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오묘함 말입니다. 전표의 번호가 불리면 가서 음식을 가져옵니다. 비빔밀면이 나왔군요. 반찬은 무초절임 외엔 없습니다. 가늘고 약간의 끈기가 있는 면에 새콤하고 매콤한 양념이 무척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습니다. 새콤함이 입맛을 끌어당긴다는 느낌의 어떤 원리가 잘 살아있다고나 할까요? 물밀면도 무척 좋습니다. 면의 끈기와 양념이 잘 섞인 육수의 조화는 왜 이 집이 이름날 수 밖에 없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제주와 비교를 해보면 제주는 면이 조금 굵고 끈기가 덜한데 비해 이곳은 면이 가늘고 끈기가 있습니다. 육수도 제주는 고기육수의 느낌이 더 많지만, 이곳의 육수는 고기느낌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이 더 많다 할 수 있읍니다.
만족스럽게 먹고 나왔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너무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는 식당의 모습이 음식의 느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스템에 의해 변했을 음식의 맛도 살짝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여전히 맛있는 것은 처음 맛 본 제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곳을 꾸준히 다녀간 사람들에게는 뭔가 달라졌음을 감지할 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