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곰솔 언덕 소라의 방』 동시조집
2023.12. 14. 목
책장을 정리하다가 박웅현의 책이 손에 잡혀 다시 펼쳐 읽었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책을 훑어보며 홈 페이지에 적어둔 독후감들을 들추어보며 다시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을 적어보았다. 그러다가 박경용 성생님이 2019년에 보내주신 『곰솔 언덕 소라의 방』 동시조집을 펼쳐들었다. 내가 처음 낸 동화책을 받고 ‘금향만정’ 서예작품을 보내주시며 격려해주신 인품에 평생 잊지 못하는 향기나는 선생님이다.
책명:『곰솔 언덕 소라의 방』 동시조집
저; 박경용 동시조집
출: 브로콜리 숲(137쪽)
독정: 2023년 12월 14일. 목
책장 정리를 하다가, 19년 새봄에 박경용 선생님이 보내주신 동시집이 손에 잡혀 다시 펼쳤다. 첫장에 눈에 익은 선생님의 예술제 필체로 써주신 내이름 석자. 내 이름 밑체 써주신 저자 선생님 종암 석가. 그리고 낙관이 너무 반갑고 황송항 책장에 얼굴을 묻어보았다. 아직도 살아계실까? 소식을 묻고싶다.
곰솔은 해송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소라의 방>
소라껍질이 든 방에
홍시가 찾아왔다
스스럼없는
바다와 뭍의 만남
단풍 든
홍시 눈빛에
소라 볼이 발그랗다
하자느 봄마중을 나갔지만 이미 화자를 마중 나온 봄곷을 보고 온다. 이는 풍경을 인간 마음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풍경 속에 인간을 그녀 넣은 발상이다.
<솔밭>
또래들만 모여 노는
술래잡기 마당 같다
나직해서 좋다
만만, 만만해서 좋다
비밀도
다 숨겨 줄 것 같은
만만한 그늘이 좋다
<솔향기>
솔향이가 하도 좋아
코를 갖다 대었더니
바늘잎들이 빳빳이
마주 킁킁대더군요
하기사
냄새 맡을 줄 아니까
향기도 밎저내겠죠!
<두 할머니>
윗녘 할머니는
냉이 캐러 들판으로
아랫녘 할머니는
굴 따러 바닷가로
이른 봄, 입맛 찾아 나서는
한 마을의 두 할머니
한자절이 지난 뒤,
마치 약속이나 하 ㄴ듯
마을회관 앞뜰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두 입맛
두 봄맛을
나누는 두 할머니
<제목 붙일 수 없는 시 1>
곷집 앞을 지나는데
가느다란 비명소리
재덜이 신세가 된
어여쁜 화분 하나
무더기
꽁초를 뚫고
뽀족히
파란 새싹!
환경 오염. 흡연자 질책. 흙을 뚫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담배꽁초를 뚫고 파란 새싹이 돋아났기에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로 표현했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