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요,
제가 세 번째 장골목에 접어들었는데, 거기도 물건 파는 데가 있기는 했지만 주로 음식을 파는 '먹자골목' 같은 통이드라구요.
때도 마침 점심이어서,
뭔가 출출하기도 했고 또 저 역시 그런 곳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 관심은 있었는데,
그렇다고 혼자 뭘 먹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외식을 할 형편도 못 되는 제 삶이니까요.
게다가 이제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집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 되니까요.
(만약 누군가와 함께 갔었다면, 막걸리라도 한 잔 했을지 모릅니다만......)
그래도 호기심을 가지고 사진 몇 컷을 찍으며 지나가는데,
거기 풍경 몇 컷 사진들 입니다.(아래)
근데, 언뜻 제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나중에 찍은 건데, 그러기 전에 아랫사진을 먼저 찍은 것으로)
어? 이건... '올챙이 국수'아니던가?
그게 확! 제 눈에 들어왔던 겁니다.
그렇다면? 하면서 저는 그 집을 살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뒷걸음질을 친 뒤, 그 집 사진을 한 컷 훔쳐(?) 찍었지요. (아래)
그런데요, 언뜻... 그 아주머니가 눈에 익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럴 것이었습니다.
비록 세월이 많이 흘러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주머니 같았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제 책, '자전거 아저씨'에 나오는......
그 첫번째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가,
경기도 양평군 '청운'마을이던가에서 이틀밤을 자고(모르는 혼자 사는 영감님 집에서),
두 번째 여행을 위해 자전거를 그 집에 놔둔 채,
그저 가방(개나리 봇짐) 하나만 덜렁 메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
'용문'을 지나다 보니, 장날 같아서,
즉흥적으로 내려(교통비 손해를 보면서까지) 시골장을 구경하다,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띄어(올챙이 국수),
호기심에 그 맛이라도 보겠다며 그 집에 앉아, 국수 한 그릇을 먹었던 지난 날이 떠올랐던 겁니다.
바로 그 집이었고, 그 아주머니였던 것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저는 한두 번 그 '용문장'을 지나기도 했었는데요(제 친구와 그 주변에 놀러갔다가),
그 때는 그 올챙이 국수집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거의 잊고 지내기도 했었는데,
바로 그 집이었던 것으로(옛날엔 한 골목이어서 어딘지 기억도 안 나지만, 이렇게 장이 커진 뒤에는 버젓이 그 장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놀랍기까지 했는데요.),
그러니 제가 그냥 말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무슨 옛날 일을 들먹이면서(책을 냈네, 어쨌네...) 그 아주머니한테 늘어놓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반가웠던 나머지,
아주머니, 저도 올챙이 국수 하나 주세요! 하고 그 집의 한 탁자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바로 제 탁자에 '올챙이 국수'가 나왔는데, 옛날하고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간단한 국수 한 사발에, '열무김치' 한 종지. (옛날도 9월이어서 지금과 큰 계절의 차이는 없었던 겁니다.)
그러니 저는 옛 생각을 하면서 그 올챙이 국수를 먹기 시작하면서,
역시 부산하고 경망스럽게 그 사진까지를 찍어 두느라 혼자 바쁩니다. (옛날에도 그랬거든요.)
물론 혼자서 감상에 젖어,
그 맛도 없는(올챙이 국수라는 게 특별한 맛이 있는 게 아닌, 그저 담백한 먹거리일 뿐인데, 아무튼 무슨 맛인지 잘 모르지만, 저에겐 '추억의 맛'일 수 있는) 국수를 후루룩후루룩 김치에 말아(오늘도 저는 김치를 하나 더 시킵니다. 심심한 듯한 그러면서도 담백한 김치 맛도 옛날과 다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집이 맞았던 거지요.) 먹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책을 펴놓고 그 상황을 오늘 사진과 비교를 하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습니다.(아래))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아니, 그걸 다 먹고 국숫값을 지불하면서(5천 원),
아주머니, 장사를 참 오래 하시네요. 했더니,
예, 그렇답니다. 하는(환하게 웃드라구요.) 인사로 끝이었답니다.
2005년 제가 '외출금지' 전시를 끝내고(그 이후로 제가 한국에선 전시를 못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서울을 벗어나보자'면서 처음으로 이 동네를 벗어나(서울도 벗어나) 결국 우리나라를 다 도는(?)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던 바로 그 첫 여행의 귀갓길에 맛 보았던 '올챙이 국수'.
그렇다면 18년이 지난 것이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 20년도 다 되어가니...
아, 그렇게 세월만 흘렀네요.
그 아주머니도 저도 머리가 허옇고......
인생은 허무한 것이지만, 그 사이에 전 뭘 했던가요?
뭔가 쓸쓸한 감상에 젖을 것 같아,
저는 그 길로 바로 '용문'역으로 가서 전철에 올랐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감상에 젖지 않기 위해,
전철 안에서도(손님이 많질 않아) 저는 차창으로 보이는 주변 풍경의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올 여름 비가 많이 와서 그러겠지만, 마을마다 개울마다 물이 가득해 보기가 좋았습니다. (위)
그리고 제 눈에는,
그 주변의 논들이(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 뜨거운 햇볕에 벼들이 아주 잘 익어가고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양평'을 지나,
다시 '양수리'를 지나면서는,
북한강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물줄기를 바라보며,
아, 아직은 여름이지만, 이제는 그 끄트머리에 있을 뿐이야. 바람 끝이 달라지고 있잖아? 하는 희망적인(?) 생각에 잠기고 있었답니다.
요 며칠 사이에 아침저녁으론 좀 선선해졌잖습니까?
첫댓글 덩달아 구경 한 번 잘 했습니다.
나도 바쁜 일이 지나면 시골 5일장 구경 한 번 떠나야 겠습니다.
일주일 이상 정신없이 바빴거든요.
지금 이 시간에 꾸지뽕 따로 나갑니다.
'봄터'님은 시골에 계시는데 뭐, '떠납'니까?
주변에 장이 서면, 그냥 나가보면 될 텐데요...
장날이 아니어도 우리나라 장이나 외국의 시장도 구경은 재미 있지요..
모처럼 줄거은 시간이었네요. 건강 하세요
사람에 따라 달라요.
그리고 요즘엔 사람들이 '마트'에 익숙해져 있어서, 시골장엔 별로 관심없어 하기도 하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