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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oloTango Milong91 원문보기 글쓴이: 마왕물산대표
...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다.
손톱 깎을 때,
아침에 면도한 얼굴이 까끌까끌 해졌을 때,
숨이 텁텁 막히는 사우나탕에 앉아
몸에서 나오는 육수를 볼 때,
...
10대 애기들이 멋도 아닌 걸로 까르르거리며 웃는 미소를 볼 때,
오래 가지 못했던 연애사업들이
실은 기초공사가 부실투성이었다고 드러났을 때,
아침에 눈을 뜨며 콧구녕으로 긴 숨이 들어올 때,
...
그 순간
몸에 생겨난 나이테가 보인다.
아련해진다.
멋 모르고 들어온 솔로 땅고.
동호회 특성상 처음에 ‘자기소개’라는 걸 시킨다.
보다 꽃다웠던 시절에는
나, 요딴 식으로 살아왔는데 알아서 머하게라며
괜한 객기를 부렸건만
그 사나움이 세월의 풍파를 후려맞으니
장사없다.
성실하게 자소서도 써내고,
첫수업 후기도 썼다.
난생처음 걷기연습
허리통증 햄스트링
낯선얼굴 낯선터치
홍조가득 갈팡질팡
진지하게 일차이차
닉네임만 설명했네
어어랍쇼 삼차사차
내가뭐라 지껄였나
다음번엔 입닥치고
왕의춤인 탱고열공
-2016년 9월 3일 토요일 땅고 첫 수업 후에-
땅고 음악의 기초와 LOD 매너에 관한
강습이 있었다.
1부. 이쥬마르님의 <뮤직컬리티> –땅고 음악의 기초 강의
1.땅고의 3요소
사람, 음악, 장소...술은 아닌 걸로.
2.땅고 음악 분류하기
땅고는 187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변의
항구 노동자들이...어쩌고...졸려서 필기 놓쳤다.
3.밀롱가(Milonga)
2박자 계열. 아프리카 느낌(?)
강약강약(빰바라밤바.빰바라밤바..)
경쾌, 그래서 보폭을 줄여 춘다.
빠른 곡은 느리게 추고, 느린 곡은 빠르게 추자.
4.발스(Vals)
3박자 계열. 유럽스타일?
강약약. 강약약. 쿵작작. 쿵작작...
파도처럼, 낙엽처럼 추라.
무공비법 같은 말씀에 넋빠져 또 필기를 놓쳤...
LOD에서 다함께 도는 간지,
6,8살리다 스텝으로 걷는 느낌.
5.땅고(Tango)
4박자 계열. 강약중약...자세한 설명은 좀 있다?
6.누에보(Nuevo)
이쥬마르님이 음악을 틀자마자 바로 졸려서...
개인적인 느낌이 박자는 강하나 특색이 없다고나 할까.
흐느적대는 자유로움이 있다.
7.AM(alternative music)
4박자 계열. 가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서로 교감하기 좋다.
태평가에도 출 수 있을까...아, 그건 발스구나.
8.오케스트라별 특징
땅고의 황금기인 1930~40년대에는...어쩌고...
역사 얘기로 다시 졸리기 시작. 필기를 놓쳤다.
▶다리엔소(Juan D’arienzo) 3대악단의 원조집.
; 트롯간지. 정박자 춤추기 좋은 연주.
정직한 템포. 가수파트가 악기처럼 등장한다.
(정박-가스파트-가수파트휘모리)
절제미를 살려 걸어보자.
로가 조금 빨리(?) 걸어야 라가 딱딱 맞는다는
종가집 장담그는 비법으로 이해 불가.
▶뜨로일로(Anibal Trolo) 3대악단 중 하나.
; 느리고 로맨틱한 멜로디 강조된 연주.
화성적(?) 특색이 있다. 초급때 많이 쓴다긔.
느리니까 심장소리를 나눌 수 있다는 멋진 말을!
어떤 피구라를 고민하기보다
걷기와 기다림의 미학을 느껴보라...캬하!
▶뿌글리에세(Osvaldo Pugliese)
; 1950년대 땅고의 쇠퇴기 시절 나왔는데...
어쩌고...역사 얘기는 왜 졸릴까, 다시 급졸음이...
춤보다는 연주용으로 까는 경우가 많다.
연주도 졸라 어렵다긔. 드라마적 간지 물씬.
하이레벨급(?)이라 전체를 외워야 시전이 용이하다.
솔로 악기 연주 부분이 강렬하다.
▶까나로(Francisco Canaro)
; 앨범 겁나 많다. 아기자기한 특색.
오쵸꼬르따도 시전에 좋다.
발끝으로 톡톡 찍어주는 간지.
로는 걷다가 기다리며 라의 표현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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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베카님과 렌스님의 L.O.D. 강의
온전히 실습으로 갔다.
까베세오를 하는 시점, 하는 방법,
홀에 나가는 기술, 첫걸음을 떼는 방향.
...
플로어에 들어설 땐,
함께 듣게 될 음악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장착해야할 매너가 있었다.
그냥 어떤 율동을 그냥 잘 맞춰서 그냥저냥 추는 게 아니었다.
그 문화에 배어 있는 ‘전통’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땅고는 걷기의 춤이다.
나도 잘 걸어야 하지만,
함께 걷는 상대가 잘 걷도록
신호 또는 에너지를 잘 전달해야 한다.
문득,
그동안 만났던 분들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어떻게 까베를 날렸고,
어떻게 걷자며 그들에게
신.호.를.보.냈.던.가.
...
두껍고, 거친 나이테가 보인다.
뱀다리;
2009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땅고'는
위태하고 불안한 현실에서 생활하였던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창조된 특정한 표현 형식이라 소개한다.
등재할만 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시에 서식하는 인간들에게
땅고는 또 다른 생태계다.
-2016년 10월25일 화요일 솔땅 워크샵 중에서-
#자하문터널 #오로지 #김치찌개만판다
공연하실래요?
전화 통화로는 당췌 무슨 말이지 몰랐다.
그녀의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으며
설명을 들었다.
가슴이 뛰었다.
그녀는 매해 연말마다 한 무리의 지인들과
연말 파티를 해왔다.
음식을 풍성하게 싸와 음주가무를 즐기며 송년회를 보내는데,
먹기 전에 각자 장기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올해만큼은 그냥 조용히 먹고 가기보다
파트너가 생겼으니,
시험 삼아 땅고 한곡을 공연하고 싶어했다.
이 여인네,
평범한 것 같진 않다.
까짓거 해보지 뭐.
곡은 제가 정했어요.
응? (니가 다 해먹네?!) 뭘로...?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춤추는 장면에 삽입된 곡인데...
응...뭐, 뭐...별로 어렵진 않겠네.
숙소로 돌아오니
다 소화된 김치가 밖으로 나와 전으로 환생하는 환각이...
어떻게 수습하나...
송년회로 3일간 주연을 베풀며 날려 보냈고,
이틀간 동작을 구상했다.
<PUC_1218 신도림 공연 동작>_1217_14시ver
1. 0 ~ 17초 ; 다가가서 아브라소 세라도
2. 18초 ~ 25초 ; 6살리다 + 뒤로 한발, 좌로 한발
3. 26초 ~ 35초 ; 백오쵸 좌, 우, 다시 좌, 우 중간에 상쿠치토와 임팩트 동작. 느낌. 얼굴.
4. 36초 ~ 50초 ; 힐닦기(시간충분-섹시하게), 넘어와서 강하게 반대로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넘어가기 직전 볼레오하고, 다시 넘어가기
방향잡고, 강하게 출발자세.
5. 51초 ~ 1분 5초 ; 임팩트 음악에 걷기(3걸음-마지막 걸음에 꼬르따도),
(왼발 아도르노) + 6살리다 + 뒤로 한발, 좌로 한발
++++++++++++++++++++++++++++++++++++++++++++여기까지 클리어
6. 1분 5초 ~ 1분 21초 ; 백오쵸 좌, 우 중간에 위치바꾸기(아드&아만_1‘30“)
→걷기 히로 1회전.
7. 1분 22초 ~ 1분 38초 ; 백오쵸 좌, 우에서 가운데-두고-돌기(아드&아만_1‘47“)
임팩트 직전에 힘모으기.
8. 1분 38초 ~ 1분 42초 ; 힘있게 손 뻗기-한바퀴 돌아오기.
9. 1분 42초 ~ 1분 56초 ; 붙잡고 (왼발 아도르노) 걷기 + 끝에서 180도(방향전환!)
걷기(3걸음-중간에 꼬르따도) + 방향 바꿔서 8살리다
10. 1분 56초 ~ 2분 6초(?) ; 멈춰서 양발 사이에 끼우기.
앉으면서 볼레오 일어서면서 마무리 동작!
서로 외운거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아는 게 없으니 컨닝이라도 해야했다.
처음 둘이 맞춰보고 나서,
바로 코칭 받기로 했다.
생각과 발이 점점 분리되어 갔다.
#촬영감독 #동작감독 #멘탈감독 #미쉘 #그라시아스
다음 날.
신도림의 어느 건물 지하홀에
15명 남짓의 여인들이 모였다.
그녀는 남자가 나 혼자뿐이라고 얘기해줬다.
걱정이 됐는지 연신 괜찮냐고 물어왔지만,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다.
그 자신감과 현실 사이에 다시 디소시에이션.
...컨닝 페이퍼를 다시 봤다.
5번과 6번 사이에 마가 뜨지는 않는지,
10번 마무리 동작방향은 적절한지...
#틀리면어때 #인생뭐있어 #얼릉끝내고술묵자
우리 순서가 무사히 끝났다.
참석자 전원이 살싸, 밸리댄스, 군무 등을 공연했다.
왠만한 남자 양기는 훅 불어, 바짝 말려버릴 춤사위.
엄청난 여인네들이었다.
...드디어 허리끈 풀고,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떤 여인은 자기도 탱고를 배우고 싶다는 둥,
내년에도 둘이 같이 오라는 둥...
나름 성공적인
첫 번째 공연이었다.
-2016년 12월 18일 신도림에서-
#해준거도없이홍보질 #바다때문에
겸사겸사였다.
요양차 고향으로 간 여송이 얼굴도 뜯어먹고,
부산의 땅고는 어떤 분위긴지 구경도 할겸.
차를 몰고 나와 반갑게 맞아준 여송이는
건강하고 밝아 보였다.
그리고 달맞이길을 한참 달려
해장으로 끝장내는 집을 소개해줬다.
#해운대기와집대구탕 #별다섯개 #속이너무풀려다시술시작
여송이는 잘 쉬고 있었다.
새로운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며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참 좋았다.
밤에 밀롱가 갈거라 했더니,
선약이 있다며 동행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신에 어디 숙소 잡지 말고,
자기 집이 있으니 거기서 쉬라고 한다.
너는?
저는 엄마집에서 자면 돼요.
눈치 빠른 염치는 언제 화장실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응?....음...그럼, 그럴까?;;;;;
가시네 속이 깊다.
#또놀러올게
부산의 핫플레이스인 서면역(西面驛)은
활기찼다.
하지만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춤이고 머고 한잔 부터 땡기는 국밥 골목에서
조금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까페 데 땅고' 입구가 나온다.
지난 솔땅파티 때 경품으로 받은 초대티켓을
왜 여태 쥐고 있었나 조금 후회했다.
양도해줄 걸...
갓 6개월짜리 땅고실력만 믿기고 밀롱가에 나가기엔,
게다가 낯도 코도 모르는 땅게로스들이 유영하는
론다에 들어서기란
우황청심환 한 두 알로는 부족하다.
...망설이고 있을때,
바로 입구에 있던 노점 주인아줌마가 부른다.
떡뽂이 맛있습니다~
에라, 위장이나 후끈하게 예열하자...
#21시03분
#좀웃어봐 #이따한잔할생각으로
#졸린다 #그만가자 #뽀르빠보르
써울 쏠로땅고에서 왔쓰요(?!),
소개하니 반갑게 맞아줬다.
같이 간 싱코는
2시간이 넘도록 거의 쉬지 않고
춤을 췄다.
나는 2번째 발스가 끝나고,
2번째 밀롱가에 이어진 탱고 2곡이 끝날 때까지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싱코가 지루해 쓰러질것 같은 내 얼굴을 보고
퇴근하자며 옷갈아 입으러 들어갔다.
뭔가 억울했다.
이대로 한딴다라도 추지 않고 일어서면
발가락이 욕창에 걸려 계단에서 자빠질 것 같았다.
#좋았어
사력을 다해 플로어 건너편 여인에게 까베를 보냈다.
살려주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3번째 곡을 추고 있었다.
그 여인은 여기서 강사반을 하는 실력자였다.
뇌피셜을 가동했다.
괜찮아. 조아쓰. 자연스러웠쓰. 그거 하지만! 기술은 안돼!
그동안 배웠던 몇가지 레시피가 비로소 떠올랐지만,
그나마 잘 알고 있던 6살리다는 택시에 두고 내려버렸다.
말 안듣는 발은 박스스텝만 성실하게 옮겨대고...
음악이 끝났다.
잘 췄습니다.
(죄송합니다)
닉네임이 어떻게...?
(오징어는 잊어주세요)
조만간 다시 올게용~ 오홓홓ㅎ홓ㅎㅎ~
(그때 꼭 복수하도록 노오력 하겠습니다. 어흑흑....)
#땅고를잊는방법 #여행모드
#구석구석이야기가쌓였다
부산에
다시가야한다.
-2017년 6월 18일 부산역에서-
다음주에 마지막 10화입니다.
첫댓글 마지막 노노해~~~~~ 계속 연재 플리즈~~~~
까베 하면서 ‘살려주세요....’는 완전 공감 백퍼입니다 ㅎㅎㅎㅎ 부산 갑시다!
담주에 지스타 2019 행사일로 부산에 간드아~~~ 놀러왓~~~
부산 돼지국밥 먹고싶다
다니랑 같이 와라~
잼나게 잘 봤습니다. 파트너가 있으니 많은 일들이 생기는군요.ㅎㅎ
같이 다니면 희노애락이 생기죠.ㅎㅎ
@마대표(밀롱91) 여기에도 다니가 있네요. ㅎㅎㅎ
@다니(밀롱91) 다니 머해? 부산 안와??*^^*
아 오늘은 글에서 술냄새가 안나고 말랑말랑하군요 ㅎ
다행이네요. 안주만 먹는 느낌으로. ㅋ
뚝...
아 역시~
머가?
@마대표(밀롱91) 재밌어 ㅎㅎㅎㅎ 덕분에 저도 추억이 새록 새록~
@(볼매84)엽기대황후 엽대의 시작도 궁금해~^^!
쥬르르르륵... 주옥같이 막 스쳐지나가네요...ㅎㅎㅎㅎㅎㅎ
세월가는거 붙잡을 장사없다능...
우연히 카페 들렸다가 읽게 됐는데, 너무 재밌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주세여~^^;;;;
재미있습니다. 초보인 저에게 닥쳐올 일 같아서 동감이 많이 되네요
모쪼록 땅고라이프를 즐수 있길 바랍니당~^^;;;
재밌다~
글을 잘 쓰시네요~ 부럽당
톰은 춤을 잘춰서 부러웡~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b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