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작과 초콜릿 기사단 ★
-Duke and Chocolate Knights-
Chapter 1. 기사단 창단식(3)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갓 정오가 넘은 시각이지만 잠시 뒤에 창단식과 서임식이 있는지라 공작가는 무척이나 바빴다.
로안은 하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예복을 차려입고 있는 중이었다.
푸른색을 좋아하는 로안을 잘 알기 때문인지 준비된 예복 또한 푸른색이 대부분의 색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예복의 무늬는 로
안이 금을 좋아하지 않아 은으로 꾸민 듯 했다. 다른 장식품으로는 작은 사파이어가 달린 귀걸이를 하고 가는 은반지를 오른손
검지에 꼈다.
모든 치장을 마치고 하녀들이 내민 것은 사파이어가 박힌 장검이었다. 로안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집사님. 공작님의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그 말에 뒤를 돈 휴가 로안을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로안은 무엇 하나가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로안은 받아들기만 한 채 허리춤에 차지 않은 검을 내밀었다. 쓸 줄도 모르는데 가지고 있어서 뭐 하느냐는 뜻이었다.
잠깐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인 휴가 그것을 로안에게 도로 밀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휴의 말대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로안은 검을 다시 내밀었다. 정말 고집쟁이다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고집쟁이의 행동을 해결할 해결책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을 모를 리 없는 휴의 입 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식 중에 초콜릿 케이크를 드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가지.”
엄청난 속도로 검을 허리춤에 찬 로안이 말했다. 익숙해진 사람답게 놀라는 기색 없이 휴가 앞장섰다.
* * *
초콜릿 기사단의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다섯 명과 그 뒤를 케이크 기사단의 제복을 입은 티즈 용병단 전원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의 늠름한 모습에 바쁘게 일을 하던 하인, 하녀들도 걸음을 멈춘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성에서 막을 올리게 된 창단식이다.
성을 구경하는 내내 그들은 초콜릿 기사단이 되기로 한 것에 대해 일말의 후회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 성에 들어오고 싶어서라
도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식장을 가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생각은 단 하나. 우리가 모실 주군은 어떤 존재일까. 하는 것뿐이었다.
엄숙한 식장.
곧 그 곳에 도착한 그들은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상단에 위치한 의자는 아직 비워져 있었다.
“세르피스 세르디안. 그리고 티즈 용병단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기사 서임식이 완료된 후에 창단식이 거행된다.
세르피스를 따라 티즈 용병단 전원이 가장 앞에 섰다. 포함되지 않는 그들은 그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공작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식장 안을 둘러보았다.
귀족 최상계급, 공작의 성에서 벌어지는 식이라고 하기엔 꽤 검소했다.
혹시 재정난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영주를 지키는 기사단을 만들거나 기사 서임식을
할 때에는 그 규모가 꽤 크기 때문이다. 공작보다 두 계급 낮은 백작도 돈이 많으면 왕궁 기사단 창단식, 기사 서임식만큼도 할
수 있는데 그냥 있으면 돈이 굴러들어오는 공작이 이리도 화려하지 않다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부패하지 않고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주니까.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식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왠지 늦어지고 있는 듯한 입장에 관련인물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바로 그 때 공작이 등장할 왼편에서 하녀 한 명이 나타났다.
모두의 시선이 그 하녀에게 쏠렸는데, 하녀는 손에 케이크가 놓인 접시 하나를 들고 있었다.
공작이 케이크로 변하기라도 했나?
모든 이들은 갑작스러운 케이크의 등장에 당황 반 황당 반으로 하녀의 움직임을 응시하기만 했다.
하녀는 공작이 앉을 의자 옆에 자리 잡은 탁자에 접시를 살포시 내려놓고 이내 바쁜 걸음으로 식장 내를 빠져나갔다.
“뭘까요?”
“그, 글쎄요.”
옆에서 물어오는 카렌의 목소리에 샤샤가 깜짝 놀랐다가 진정을 찾으며 답했다.
힐끗 본 카렌의 품에는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 레블이 안겨 있었는데, 특별히 허락을 해준 모양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을 본 샤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시작되려나보다. 그리 생각하며 샤샤 또
한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로안 체르아티아 공작 전하 드십니다.”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던 말이었다.
휴는 암갈색 머리칼을 깔끔하게 넘긴 채로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 로안을 소개했다.
왠지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살짝 넘어가 주는 것이 나을 듯 하다.
멋지게 차려입고 의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이 성의 주인, 로안 체르아티아 공작. 그리고 그런 로안을 향해 몸을 돌리고 고개
를 숙이는 모든 사람들.
로안을 처음 보는 그들은 고개를 완전히 숙였다가 살짝 들며 주군이 될 인물을 보려고 했다.
검술에 꽝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해주는 연약한 몸에 새하얀 피부, 노인이라면 모두 갖고 있을 백발.
그러나 왜일까. 그런 것들이 마치 유리같이 깨질 듯해서 조심히 대해야만 할 것 같았고, 가까이 갈 수 없는 위압감을 만들어냈다.
“지금부터 티즈 용병단의 기사 서임식과 체르아티아 공작가의 두 번째 기사단 창단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먼저 기사 서임식이 시작되고 식의 순서에 따라 세르피스와 티즈 용병단이 움직였다.
그러나 엄숙하고 즐거운 기사 서임식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로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식을 진행하고 있
는 휴와 세르피스, 티즈 용병단도 마찬가지였다.
길 건너 불구경 하듯 식에는 일체 관심을 갖지 않고 케이크만 먹고 있는 로안.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공작 전하?”
휴가 로안의 곁으로 다가와 귓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그제야 로안은 케이크에서 눈을 떼고 휴를 바라보았다. 왜 방해해. 그 눈빛이 말했다.
“식에 집중을 하셔야 합니다.”
“케이크를 먹고 있지 않은가.”
단 것이 옆에 있으면 다른 것은 나 몰라라 하다시피 하는 어느 공작가 주인의 말이었다.
휴는 잠시 난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가 갑자기 무표정을 만들며 로안에게서 접시를 빼앗았다. 상황파악 빠른 로안의 표정이 급
격하게 바뀌었다.
“뭐하는 건가!”
로안이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구경거리에 흥미로운 눈빛을 하고 그 둘을 바라보았다.
휴는 일어나기만 했을 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로안을 보며 씩 웃어보였다. 그리고 반쯤 남은 케이크 접시를 실수로 떨어뜨…
리는 척을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변한 로안의 표정이 무척 우스웠다.
“인질은 제게 있습니다.”
때 아닌 인질극?
로안은 케이크와 휴를 번갈아 응시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저기서 케이크가 떨어져 수명을 다한다면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감히 케이크를 인질로 삼고 공작에게 협박을 하다니… 이 얼마나 무례한 녀석인가.
“그거 어서 내놓지 못하겠나?”
“식에 집중을 하신다고 약속하시면 돌려드리겠습니다.”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생중계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인질극이다. 사람들은 두근두근하며 로안의 대답을 기다렸다. 또한
한편으로는 마치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하면서 끝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다.
로안의 푸른색 눈동자가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담고 케이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당신을 잃을 수는 없소. 레이디 초콜릿 케이크.
애절한 눈빛에 이번에는 주말드라마를 보는 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를 훌쩍이며 눈가를 닦아냈다.
모두가 앞에서 벌어지는 생중계 인질극 겸 주말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었다.
마침내 무언가를 결정한 듯 케이크를 보던 로안이 시선을 옮겨 휴를 보았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열었다.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첫댓글 ㅋㅋ 너무 재미있어요
하하, 감사합니다~'ㅂ'**
ㅋㅋㅋ귀여워♡근데휴는젊은가봐요???
음, 프로필을 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휴는 32세랍니다.
레이디 초콜릿케이크..... 푸하하하!! 밤군님 센스 짱~!
훗, 저 센스 짱입니까? (밤군은 나이스 가이의 미소를 지었다.)
아아 너무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