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지화]

매일 들여다보는데도 제가 지명된 지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절 지명할까 싶어서 열심히 봤는데 지명이 안되길래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 없어 눈물만 흘리고 있었는데....^^

어제 독촉까지 받았으니 도망갈 방법이 없게 됐습니다.

전에 한 번 쓰면서 외자로 했다가 꾸중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어쩔 수없이 또 외자로 갑니다.

산은 저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섭니다.
제가 게으른 것은 아시는 분은 웬만큼 다 아실터지만 전 산을 정말 싫어합니다.

죽어라하고 꾸역꾸역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든 별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때는 물론 이 공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산 정상에 가본 적이 없는 것으로도 증명이 될 것입니다.

심지어 연애할 때 와이프가 치악산에 가자고 해서 원주근처까지 억지로 가긴 했는데 별궁리를 다한 끝에 ‘이 산은 惡山이다. 오죽하면 치가 떨리는 악산이라고 해서 치악산으로 지었겠냐?’며 읍소한 끝에 결국 산기슭에도 가지 않고 돌아온 기억도 있습니다.

이런 산에 대한 나쁜 기억은 주로 군대에 있을 때 만들어졌는데 땅개(육군 보병 말단 소총수를 일컫는 말)로 갔다오신 분은 다 아실겁니다. 200m가 얼마나 높은 산인지.

부대가 부대인지라 사흘도리로 훈련이고 심심하면 수색정찰 50km, 아니면 정상을 향한 돌결앞으로, 공수, 유격훈련을 받는데 가뜩이나 체력이 약한 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지옥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행정반에서 작전병을 하면서 중대장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돌격앞으로 때는 어차피 정상까지는 올라가야해 참 힘에 겨웠습니다. 아마 양평.여주.이천.동두천 근처의 웬만한 야산은 다올라 가봤을 겁니다.

높이래야 200~300m인데 돌격앞으로 하면 그 산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히말라야 산맥에 다름이 아니고, 우리나라 산에 나무가 그렇게 많은 줄은 그때 첨 알았습니다.

돌격앞으로의 끝에는 정상에서의 휴식이 있는데, 그 때 피우는 한산도 담배 한개피야말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꿀맛입니다.

숨은 목까지 차이고, 입은 온통 바짝말라 있고, 마치 술마신 다음날처럼 까칠까칠하기가 이를 데 없는 데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는 순간, 목이 타들어가며 잔기침이 절로 나오지만 그 맛이란게.....(표현력 부족)

산 정상에 가만히 앉아 담배를 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 산에 누런 군복들이 곳곳에 짱박혀 퍼져 있는데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그때 혼자 메모지를 꺼내 끄적이면서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면서, 온 산에 젊은 절망이 널브러져 있다’고 쓴 기억도 납니다.

그런 날들은 수없이 계속됐고, 그 이후 산이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먼저 들곤했습니다.

물론, 이 공장에 와서 어쩔 수 없이 눈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겨울날에 태백산 정상에 오르기도 했고, 눈 때문에 차가 못올라가서 새벽 2시에 일어나 희방모텔에서부터 소백산 등정에 나섰으나 너무너무 추워서(그때 같이 간 후배 사진찍샤는 마나슬루에도 갔다왔는데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소백산 일출 찍으러 갔다가 샤터가 어는 바람에 제대로 찍지도 못한 슬픈 기억...^^) 천문대까지 갔다가 포기한 기억 등등이 있긴 합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아직도 헉헉거리며 배낭지고 산에 가시는 분 보면 도저히 저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우주인으로 남아있습니다.

PS : 뭐 이런 말씀드리긴 죄송한 일이지만 그냥 혼자서, 다음에다 카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 한 일이라고는 음악들은 것 뿐이라 음반을 듣고 써둔 글을 보관하기도 마땅치가 않아 정리도 할겸 해서 만들었는데....

웹호스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다만 60~70년대 록, 포크, 블루스, 사이키델릭 음악 위주여서 좀 그렇긴 합니다. ^^

주소는 http://cafe.daum.net/6070Rock 입니다.

[조두진]

진지하게 나가더니...카페 선전이군.

[금이정]

ㅎㅎ , 시간 내어 한번 구경갈게요... 저는 산에 못 가서 병이 날 지경인데, 산이 얼마나 좋은데, 안타깝군요.ㅎㅎ^^

[깨구리]

깨구리는 그 카페 어제 등록했는데요...뭐 없소!!!!

[깨구리]

누구든지 끝말을 이어가 주세요. 부탁합니다.

[김희숙]

정지화님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음악 마니어로--그거 음악 중독성이 강하긴 강한거구만요. 저 역시도 평생 그 녀석 주변을 맴돌고 살아갈 것으로 예견을 하며 씁쓸레하게 웃지요. 카페 함 둘러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