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새벽에 도착

잠깐 눈을 붙일 새
큰형님 오시고
큰형수의 솜씨와 정성 가득한
푸짐한 아침을 맛있게 먹고는
가을 마늘 밭두둑 자리 갈아업퍼 고르고

그 사이 조카들은 밤을 줍고

점심 후
친구 만날 사람은 나가고
잠이 부족한 네들은 오수를 즐기니
서산마루 해 햇살이 자자질 즈음 일어나

씨마늘 할 마늘 쪼가리를
조각조각 쪼개낸다






오랜만에 만나자는 친구 와서
반갑게 저녁을 같이 하고
함께 달밤을 걸으며 도란도란
여기저기 전화도 해보며
내려온 친구들을 찾아본다.
추석 전야라 가족들과의 시간을 위하여
긴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고
잠깐 얼굴한번 마주쳐 안부를 전하고 들어왔다.

드디어 추석 아침
문헌서원을 가로질러 성묘길...














그렇게 점심녘에는
다들 처가행길이거나
아이들 중간고사 스케줄에 맞춰
막히기 전에 서둘러보내니
동네가 갑자기 조용하다.

그러나, 이내
처가를 찾아 가는 이 있으면
처가를 찾아 오는 이 있었으니
다시 동네가 들썩
사위들과 딸들의 웃음소리로 꽉 찬다.








1차는 우리집 대청에서
2차는 당숙모네 앞마당 가로등 길에서


나는 먼저 일어나
배추밭 무우밭 물주러 갔고
이내 달이 돋으샤


아들며느리들은
제천추수감사 제례와 준비 그 의무와 책임의 연출자라면
딸사위들은
그 의무와 책임을 벗어나와 여가의 자유로운
관객으로서
오늘 한마당 멋진 낭만을
가가소소 호호탕탕 멋진 무대에
함께 즐거운 잔을 나누지않았을까...

그렇게 3차는 큰외백부님 마당에서
전어까지 공수해다 구워
동네 한마당 잔치를 열듯
얼큰히 삼삼히 노래 한마당으로 이어져...

노래 선창으로 분위기 달구어놓고는
살짝 빠져나와 저녁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와 들판길을 함께 걸으며
삶을 줄기를 돌아보며 秋心을 우리고 나누다.


다시 밤이 가고 아침이 오고
오늘 올라가기 전에 해야할 일은
조카들이 다 못 주운 밤을 줍는 것과 고추따기
밤 주울 때
조카들을 다그쳐보며 그것밖에 못 주웠냐고
했던 것은 쉬이 빨리 주우리라 생각해서였는데
막상 주우려니
밤톨로 떨어진 것보다
밤솔로 떨어진 게 많아
일일이 까 골라야했기에 더디고 더디다
마늘두둑 갈아엎는 게 쉬웠다고 푸념하며
꼬박 반나절 점심이 되도록
밤나무 밑에서 허덕이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어
그냥 미련의 꼬리를 자르고
과감히 집으로 돌아왔더니
어머니와 누나는 텃밭 고추를 다 땄더라.





그렇게 점심을 먹고
한숨 쉬고 돌아오기 전
외숙부댁에 들러 인사하다.

가만 생각하니
추석 별거 없다.
먹고 일하고 먹고 자고 일하고 먹고 자고
먹고 인사하고 먹고마시며 인사하고
쉬다 먹고마시고 인사하고 일하고
먹고마시고 인사하고 놀고 노래하고 자고
먹고 일하고 먹고 쉬다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
사는 것도 별거 없었다.
그저 먹고 마시고 일하고 쉬다
다시 먹고 마시고 놀다 자는 것
여기에 행복이란
이들을 마주 미소지으며
감사히 함께 한다는 것!!!
이토록 오, 늘 처럼
그대들 있는 그 대로 모두 다 감사하여라~
마주 웃는 다정에 행복이어라~~~

- 2015. 9. 28. 귀경길 중에 산울림 dream -
첫댓글 워메 고향이 서천이구랴?
좋은곳이구먼유ㅡㅡㅡ
누구의 고향도
다 포근하게 아련하게 맺혀들죠^^
좋다
^^
잘 다녀왔네요~~^^
잘 지냈지?
고향풍경
고향냄새
참!!
정겹네요~~~
공감의 미소에 미소가 증폭됩니다^^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것
더군다나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부모님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다는것
아무나 누릴 수없는
산울림님은 특별한 명절 추석을 보내고 오셨네요
저의 기억속에 생생이 살아있는 고향풍경같아
참으로 흐뭇하고 반갑기만....
맞아요
산다는게 별건가요
먹고 자고 먹고 놀고 일하고
그런속에서 살비비고 사는게지요^^*
산울림님의 화목한 가족처럼....
지금 구름과 노을이 멋진 하늘을 그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소정님^.,~
추석 ....잘 쇘다고 보고 하는 현장...^^
그저 오픈된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