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PM3:50~
일행은 노을지는 서늘한 황성공원서 낙엽던지길 하다가
결국엔 경주터미널서 서경님과 아쉽게 헤어지고
강릉으로 갈려했으나 차편이 다 끊긴 터라
허기에 계란빵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소현이 제안한
구룡포를 행선지로 정했다.
PM 8~
포항터미널서 구룡포행을 기다리다 넷다 원두커피 생각이 간절해
네거리 편의점을 다 뒤져 기대에 못 미치는 헤이즐넛 한 컵씩을
쥐어들고(이름까지 써서 뒷날까지 먹었다,우리는 (커피)액착먹돌이들~)
즉석복권도 긁었지~롱(내가 누구게?나는 아무도야~분위기 다운되도
난 모른다~~~)
구룡포행 버스는 훨훨 날아서 우릴 내려주고 소현이 5년전 묵었던
민박집에 닿았다.
방에 떡눕자마자 "언니 그 자리가 내가 그 때 누웠던 자리예요~"해서 섬찟했던...- -;;
겨울밤하늘이 오롯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있는 인적없는 해변은
걷고 뛰고 웃으며 장난치기에 적당할 만큼 아담했다.
해변 끄트머리에서 피데기(구룡포특산물:오장어말린거)작업장을어슬렁거리며
어르신들한테 내일 일 거들어드릴테니 밥달라고 큰소리쳐놓고
좁은 포구에선 매어놓은 어선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어리버리 올라탔다.
덩컹덩컹 벽에 부딪히며 일렁이는 작은 배 안에서
우리 넷은 또 자기만의 작은 생각으로 덩컹덩컹 거렸는지도 모른다...보다는
"춥다...-,.-,,,,"란 겨울대표 생각소주를 마시고 있었을거다ㅎ
해변을 쭈욱 한바퀴 돌고 장살 마치기 직전의 허름한 구멍가게서
바가지 쓰며 이것저것 사들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유통기한 지난 초코렛 누가 골랐느니(혐의자로는 이름도 혐의스런 하늘밥도둑)
실랑이하며 아무도가 바꿔오고 그 죄값인지 유통기한도 안 지난 하늘밥도둥의
사발면이 쉰냄새가 나 결국 못 먹고 내꺼 좀 줬더니 다 먹는 악행까지 저질렀다.
여하튼 라면 하면 김치가 아닌가. 도둑이란 이름의 진가를 증명시키려 하늘밥도둑을
1차로 내보냈는데 씹으면 케익같이 뭉그러지는 요상망상 열무김치를 가져와
역시 어리버리 도둑임을 여실히 재확인시켜주었다,ㅡ,ㅡ;;;;
2차로 흔적과 소현 2인조가 잽싸게 움직였다. 둘다 방바닥서 헥헥거리는 와중
통 가득 보이는 콩의 실루엣~ 아무도왈:"야, 너네 된장 들고 온 거 같다..-◇-ㆀ"
결국 라면만 불고 만 것이다....
라면을 다 먹고 풍월도둑 도동성의 코믹시낭송을 들으려는데 녀석이 전날 경주에서와
다르게 멋지게 읊고야만 것이다. 이 승훈의 "오, 그러지 말아요~"의 끝마무리를
도동성만큼 코막히게 읊을 자 또 없는데...ㅎ
방 한가운데 벽에는 우리가 걸어놓은 전국지도가 꿈처럼 걸려있고
시간은 조금씩조금씩 우리가 부르는 노래 수만큼 줄어갔다.
선잠 속에서 자기얘기만 하면 쫑긋쫑긋거리는 박쥐귀인간 흔적은 기어이
일출 때 귀를 놓아버리며 자버리고 도동성과 나 셋이서 구룡포 일출을 보았다.
애국가도 부르고 새나라의 어린이송도 부르고,,,내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보는
일출이었다.방에 잽싸게 돌아와 나는 neil young을 들으며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편지를 썼고 도동성과 소현도 곧 잠들었다.
12/30 am 12:30~
전날 잡아놓은 계획은 해가 중천으로 가는 동안 또다시 유명무실해졌고
첫 끼니인 안흥찐빵 하나씩을 손에손에 들고
구룡포 우체국서 편지 띄우고, 소식을 전하고,,,,
유일한 희망으로 -"반지제왕보여주기"를 몇표 차로 이긴-
"팔공산 백숙"을 향해 대구로 향했다.
해저문 대구서 마음마저 또 저물어 일행은
1인분에 2천원짜리 돼지갈비집서 그 날 한끼를 채우고
"동감"촬영지였다는 계명대 건물로 들어섰다.
음대 건물 한 窓에서 들려오는
베토벤 선율에 그 연습실 앞까지 갔다가 연습서슬에 눌려 도로 내려오기도 했다.
학교앞서 차를 마시고 소현고시원까지 갔고
잘 곳을 찾아 또 한밤을 쏘다니다 <윈저궁>모텔의 화려한 초대를 받았다..- -;;
방에 들어서자마자 소현과 흔적의 서러운 빵먹기대결을 보여줘 하루 한끼의 恨을
보여 주었다,,ㅡㅇㅡ
또한 소현은 나술사줘와 아무도,흔적, 도동성에게 입은 육체적 상처들을 보여주며
정신적 수다창을 찔러댔고, 정리道人 흔적은 남의 옷이고 제옷이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개고 쌓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불인간 도동성은 "또다시 나누워~"의
길을 가고 있었다. 잠들기 직전 아웅다웅 동갑내기에 감기기운동지인 소현과 도동성은
도덕경 읽어주고 들으며 잠을 청했고, 집에 나온단 소리도 안하고 뛰쳐나온 흔적은
집을 그리워하며(더이상의 정리와 자기얘기도청에 지쳤으리라,,ㅎ)잠에 들었다.
자다가 상태가 안좋은 발목을 냉찜질하려 일어나자 tv 속에선 신년을 위한 클래식합창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12/31
역시나 오전이 훌쩍 지나 우리는 길을 나섰고 시내에서 팔공산 동화사행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온 불쌍한 놈들임을 강조하며 입장료를 깎고,
이 사람 저 사람 꼽사리끼기 수상한 아저씨를 만났고,
흔적이 맨정신의 아무도石을 업었었고, 도동성이 니체적 초인술을 발휘해 소현을 업어
절을 찾은 대중에게 신심이 아닌 박장대소를 선사하기도 했다.
절공양을 하고 싶었으나 기어이 계획 하나라도 성사하자는 욕심여론이 높아
절 앞 팔미식당이란 데서 냠냠 백숙하였다.
대구에서의 제야의 종소리와 멍게해삼포장마차,팔공산 백련찻집은 다음을 기약하며,
소현과 빠빠이~하고 서울행을 탔다.
2003 1/1
서울에서 2003년이라는 새해라는 녀석을 만났다. 없는 게 없는 녀석이면서
기어이 날 만나러 와 주어 나는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