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시골의 가을 들판이
황금 빛으로 물들어 가던 추수시기였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을 넘어 새벽형 인간이라 현장을 미리 봐 둬야 할 때에는
출근 전 현장을 가는 일이 많다.
추수를 앞 둔 벼들은
이슬인지 서리인지를 맞아
고개를 더 깊게 떨구고 있고,
떠오르는 햇살에 황금빛 마져감돌아 입에서 절로
참 풍요롭다..란 말이 나온다.
아스팔트에서 시골길로 접어 들어 서행을 하면서 지도와 현장을 번갈아 가며 찾고 있을때
십여미터 앞에 몸빼 바지를 입으신 할머니 두분이 나란히 굽은 허리를 지탱하느라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거리며 사이 좋게 걸어가신다.
나 처럼 일찍일어나시는 부지런한 우리 어머니들...
가만히 보니 굽은 할머니들 허리뒤로 엉덩이와 함께 시계추 처럼 리듬있게 흔들리는것이 있다.
양파나 마늘을 담는 망 이었는데 안에 든 내용물에 놀랐다.
탄력있는 양파망이 축 늘어질 정도로 메뚜기가 가득 차 있었다.
맨 위 몇마리는 아직 날개를 퍼덕이고 있다.
새벽에 나오셔서 메뚜기를 잡으셨나보다.
메뚜기를 먹었던 기억은 나에게도있다.
내가 여섯살 쯤이었던가 1970년대 초,
잠시 살았던 부산 구포, 지금은 많이 변해서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렵지만 구포여상 또는 여중이 세워지기 전,
가랭이 논들이 쭉~~이어진 골짜기로 잡은 메뚜기를 꿸 질긴 풀의 줄기를 들고
(무슨 풀이었던지 기억이 없어서..) 메뚜기잡는 오빠뒤를 따라 다녔다.
잡아서 어떻게 먹었던지는 기억이 나질 않고,어렴 풋이 그 장면이 떠오른다.
그 시절엔 단백질 보충을 메뚜기로 했었다는 우스개 소리를
어른들께 들었던 기억도 난다.
어느 나라에선가는 메뚜기를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연구를 한다는
뉴스도 설핏 본 것도 같다. 여하튼
마침 학부모 모임에 어떤 분이 메뚜기 사러 시골 장에 갔었다가 헛걸음 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얼른 그 분께 전화드렸드니 좀 사다 달란다.
가까이 다가가니 할머니 두분이 길 가장자리로 물러서신다.
주차를하고 내리면서 허리숙여 반갑게 인사를 드리며,
어머니. 이거 메뚜기 아니에요? 하고 정겹게 말을 붙혀 본다.
이거 파실려고 잡으신거죠?
"언제...앤 판다, 이걸 와 파노?"
키가 작고 마르신 할머님 말씀이다.
키가 좀 커신 할머니께서 " 와 새댁이 살래? 판다,
쫌 있다 장에 가 팔라 했디만 새댁이가 살래?."하시며,
"니도 팔아라 와 안파노?" 라며 옆 할머니께 추궁 하듯 말씀 하신다.
안 파시겠다던 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영감 줄라꼬."...
그 말씀에 키 큰 할머니 버럭 화를 내신다.
"미친 지랄 한다고 또 영감 해 먹인다 카제.
옴마야 남사시럽어라. 천날 만날 그 카고 댕기던만 뭣이 좋다고."
라며 눈을 흘기신다.
키 작으신 할머니가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돌리신다.
영문은 몰랐지만 나도 웃음이 나왔다.
결국 한 분것만 값을 치르고 기분좋게 임장활동 마쳤다.
학부모께 전달하니 깜짝 놀라신다.
양파망에서 눌려진 메뚜기가
시장에서 파는 양의 두배는 된다는 것이다.
에고 그 어머니께 좀 더 드리고 올걸.....
그 키작은 할머니는 영감님과
오손도손 잘 살고 계시려나?????.
첫댓글 6학년때인 69년 가을 화곡동으로 이사갔는데
집앞에 논이 많았지요
학교갔다오면 논에서 메뚜기를 잡아오면
어머니가 볶아서 도시락반찬으로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댓글 답이 늦었습니다.
저는 오빠따라 잡으러 다녔던 기억만 ...
우리세대 추억이죠..
감사합니다.
메뚜기 피티병에 잡아넣으면 파드득 파드득
씨끄럽지요
옛날엔냉동고도없으니 뜨거물에슬쩍넣다 꺼내서 엄니가 뽂아주던 그메뚜기
가 그립네요ᆢ
그 학부모께 요리법 물어보니 쪄서 다시 튀긴다더라구요.
준다는거 먹어보진 못했어요.
즐거운오후되세요.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던
어릴적 추억이 떠오릅니다.
할머니가 챙기는 영감님이 부럽네요...
합죽한 입으로 배시시 웃으시던
할머니가 귀여우 셨어요...
감사합니다.
나도 어릴적 한번인가 메뚜기 먹어본 기억은 있어요.
그나저나 그 키작은 할머니의 할부지 사랑이 부럽네.ㅎ
ㅋㅋㅋ
귀요미 할머니 셨어요.
할아버지 드리려고 한마리한마리
잡으신 할머니...
그모습 생각 해 보니 귀엽고
흐믓하고 그러네요.
지금은 농약을 많이 뿌려서 메뚜기가
별로 없다는데요.
그러게요. 슬픈일이죠.
십여년 전만해도 가을이면 새벽에 들판으로 메뚜기 잡으러
다닌다는 분들 계셨는데.
요즘 은 고급술집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임장(臨場)
표현이 프로페셔널 합니다. ㅎ
ㅎㅎ감사합니다.
별로 프로답지 못한 프로인가 봅니다.
커쇼님두
메뚜기 기억이 있군요
우리 국민학교 시절은. 메뚜기가 흔했던것 같습니다
농약을 안뿌리던 시기였던듯 엄마가 메뚜기 볶아주어. 먹었던 추억이 있네요
커쇼님 글 감동깊게 읽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별 감동은 드리지 못한 듯 한데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제가 감동이에요.
메뚜기 볶으면 고소하지요 많이 먹고 잡아다 팔기도 했답니다
그니까요. 가을에 시골 오일장에 가면
메뚜기 파시는 분들 있더라구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후 시간 되세요..^^*
나도 초딩때 아버지가 메뚜기를 사오셨던 기억이 나네요 볶은 메뚜기 고소하니 맛이 있었네요 그와 더불어 번데기도 좋아했었는데 요즘엔 어쩐지 벌레같아서 안먹어지네요
저희 초딩때 학교앞에 번데기 팔았었어ㅛ.
신문지 삼각으로 접어서...
요즘애들에게는 얘기해도 안 믿어요.
감사합니다.
참 정겹고 재미난 글입니다.
어쩜 그리 메뚜기 잡아 가시는
할머니들에 대한 묘사가 리얼한지 ㅋㅋ
메뚜기를 구워 먹었던 생각이
어렴풋이 나면서
시골 풍경이 그려지네요.
아까 강쥐와 산책하다
방아깨비가 보여서
메뚜기 생각도 났었는데
커쇼님 글을 보니 더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지금도 그 할머니들 걸어가시던
모습이 눈에 선 해요.
산책 하고 오셨으니
편안한 오후 시간 보내셔요.
우리 고향에 메뚜기 잡아 구어 먹어 ~~참 재미 있어요.
그렇죠. 메뚜기 잡는 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댓글 늘 감사합니다.
메뚜기가 바람에 폴짝 뜁니다~
메뚜기는 우리나라 뺀또반찬 입니다~
이런 개사동요가 기억납니다
커쇼님은 유난히 노인분들에 대한 애잔함이 깊은듯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에서 님의 품격을 봅니다~
흠..150미터 빠꾸길 ~쓰려다가
아무래도 함박산님이 놀리시는 것 같아 참았어요. ㅎ
사회약자,연민 이런 달달한 감성없어요.
잘못 보셨어요..ㅎ
많이 더운데 금정산 조심히 다니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지금도 예전에 하셨던 일을 계속하고 계신지요.
아마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듯한데..
이번에는 "메뚜기". ㅎ
예전에 맥주 집에는 메뚜기 안주가 있었는데..
요즘 사라진 지 오래 되었네요.
저도 꽤 즐겨 먹었던 기억들이 많습니다.
10년 전의 일이니 그 노 부부도 많이 늙으셨겠습니다.
네.불행인지 다행인지 계속하고있습니다.
지금은 혼자서 하고있고 가끔오는 친구 책상은 치우지 않고있습니다.
메뚜기를 버터와 함께 튀겨 맛나게 먹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_^)
아 그런가요?
저는 직접 해 보진 않았고,
맥주 집 안주로는 먹어봤어요..
그것이 버터에 튀겨서 그랬나 맛있었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커쇼
네~ 화이팅...!!
메뚜기는 양반이지요.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미래 식량은 바퀴벌레.. 으악~~
커쇼님의 따뜻하신 시선으로, 메뚜기가 있고 두 할머님이 계신 풍경을 잘 그려내주셔서
미소를 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
네 맞아요. 설국열차에서~~~
우리가 대체 식량으로 그걸 먹을 때 까지
살지 말아야 겠어요.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