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5일
오늘 여정은 좀 복잡하다.
저녁 7시 5분 테르미니를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독일 뮌헨으로 가야하는데 문제는 호텔방을 낮 12시까지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아침에 관광 나가면 다시 그 시간까지 들어오기가 어중간했다.
그래서 인솔자 방하나만 연장해서 쓰고 그 방에 짐들을 넣어두고 나갔다가 6시전까지 돌아오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천천히 준비하여 어제 야경투어 갔던 곳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지하철 A선 스빠냐역에서 내려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그곳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 먹으며 내려오던 계단이 있는 곳이다.
스페인광장이라 이름이 붙은 이유는 17세기 바티칸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스페인광장의 초입엔 물에 가라앉는 배 모양의 분수 바르카치아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테레베 강에 홍수가 났을 때 배가 이곳까지 떠 내려와 좌초된 것에 착안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분수 앞에서 앉아서 놀다가 햇볕이 내리쬐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사진도 찍었다.
한결 편해진 로마의 햇살을 즐기기도 하면서 137계단을 다 올라가면 트리니다 데이 몬티 성당이 있다.
종루가 두 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당 앞 발코니에 서서 콘도티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코발트빛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다보니 우리나라 날씨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때쯤이면 집 생각이 날 때도 되었다.
딱 이맘쯤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적당할 것도 같았다.
힘도 들고 불편한 것도 많아서.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방 또 잊어먹고 여행을 즐기러 걸어간다.

명품 샵들이 줄지어 들어서있는 콘도티 거리를 따라가면서 눈요기를 한다.
그러다가 예쁘게 디스플레이 된 기념품가게에 들어가 구경도하고 피노키오 목각인형을 하나씩 사기도 한다.
아이쇼핑도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다니.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다보니 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해 트레비분수는 안 나오고 거대한 판테온이 나타난다.
판테온은 다신교였던 로마에서 모든 신들께 드리는 제사의례가 행해지던 곳이다. 판테온은 신기한 건물이다.
그 거대한 덩치의 건물에 기둥을 하나도 세우지 않고 돔 형식으로 지어진 것인데 벽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고 돔의 꼭대기에 뻥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전부다.



완벽한 균형에 의한 원형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천장을 쳐다보니 구멍 크기가 엄청 큰데 비가와도 내부 열에 의해 빗물이 안 들어온다고 한다. 무려 지름 9m의 구멍은 육안으로 봐도 엄청 크던데 비가 안 들어 치다니 믿을 수 없다.
비오는 날 직접 보기 전까지는.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서양건축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인정받는다니 사실이기는 한 거지.
이천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하기엔 대단하다.
현재는 카톨릭 성당으로 이용되어 미사가 집전되거나 카톨릭 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신기한 건물이다.
언젠가 비오는 날 로마에 다시 와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을 숙제로 남겨두고 간다.
노천카페가 늘어선 곳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옛날 원형경기장 자리에 만들었다는 나보나 광장이 나온다.
광장은 타원형의 탁 터인 광장이다. 세 개의 분수가 줄지어 있어 더위에 지친 우리들을 시원하게 해준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광장엔 초상화를 그리는 무명화가들이 많이 있고 노점상들이 즐비하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광장 옆에는 성 아그네스 인 아고네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셩녀 아그네스에서 유래된 성당으로 17세기 바로크양식의 성당이다. 성 아그네스가 나보나 광장에서 발가벗겨진 채 묶여서 그녀의 신앙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들었을 때 갑자기 그녀의 머리가 자라나 그녀의 몸을 덮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내 본명이 아녜스여서 더욱 정이 가는 성당이다. 구석구석 살펴보고 오래 머물다 나왔다.



다시 골목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아우렐리우스의 승리를 기념해 만든 안토니아 기둥이 있는 꼴로냐 광장이 나오고 좀 지나서 그 유명한 트레비분수에 도달했다.
이 분수는 해신인 트레톤이 이끄는 전차위에 넵튜누스가 서있는 모습의 조각이 되어있다.
트레비란 이름은 분수 앞의 광장이 세 갈래 길이 모이는 곳이어서 그렇게 불리어졌다한다.
트레비분수에서 동전을 어깨 뒤로 던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나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게 되고, 두개를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개를 던지면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난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아서 동전 던지는 일 같은 것은 안했다.
그보다 배가 고파 뭐든 먹어야했다. 먼저 보이는 중국 음식점에 가자하니 우리 딸이 싫다 그러고 다른 음식점을 찾다보니 또다시 찾아간 곳은 피자집이다. 이번 여행에서 피자는 물리도록 먹어보네.
늦은 점심을 먹고 떼르미니역으로 다시 와서 이제는 역 안에 있는 쇼핑몰을 구경한다.
콘도티 거리에선 아이쇼핑만 했지만 이곳에는 만만한 이름의 베네통, 자라, 시슬리 등등의 매장들이 있어 펀안한 마음으로 들어간다. 각자들 마음에 드는 옷도 하나씩 사고 구경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두들 기분이 좋아져서 CONAD란 이름의 수퍼에 들러 오늘의 양식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각 나라마다 수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태리라서 그런가 색 색깔의 스파게티 국수들, 다양한 모양의 마카로니와 파스타국수가 참 많다.
내가 좋아하는 피스타치오도 진짜 싸다. 이탈리아는 대체로 식료품가격이 싼 편이다.
짐을 정리해서 기차시간을 기다리느라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데 객실 청소하는 아줌마가 몹시 화난목소리로 지배인에게 뭐라 뭐라고 한다. 단체로 여행 온 독일학생들이 한 무리로 막 나간 직후였다.
언어는 모르지만 분위기상 감을 잡기로는 학생들이 치우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어질러놓았다는 그런 분위기였다.
아줌마의 다혈질적인 목소리가 잔뜩 화가 나있었다. 이탈리아어를 할 수 있으면 같이 대꾸해주고도 싶었다.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로마에서의 더위도 어느 정도 적응되고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약간은 느슨한 마음이 되어 야간열차를 타러 테르미니 역으로 갔다. 아직 해가중천인데 야간열차를 타야한다니...
열두 시간 가까이 기차타고 가야한다는데 벌써 질리는 심정이다.
예약된 우리 좌석을 찾아가는데 우리 앞 쪽에서 짚시 풍의 두 모녀가 가방을 들어주는 수고를 한다.
웬일인가 했더니 우리 쿠셋으로 따라와서는 자기자리라고 우기며 혼을 쏙 빼놓는다.
순간 아차 싶어 내 앞 가방을 손으로 잡고 지갑이 무사한가 살피며 우리가 예약한 자리라고 강력하게 말했더니 쏘리 쏘리 하며 내리는데 갑자기 비명소리 들린다.
친구가 자기 가방이 열려있다고 새파랗게 질려서 열어보더니 다행히 가방 맨 위에 프라스틱 치약 통이 있어서 밑에 있던 지갑은 무사하다고 한다.
소매치기 안 당한 것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 쿠셋을 돌아보니 이번엔 6인석이다.
한 면에 세대의 침대가 양쪽으로 되어있다. 경로 우대인지 우리에겐 맨 아래 자리를 양보하고 우리 딸들은 좋다고 삼층으로 올라가고 다른 여대생 둘이 중간층을 쓰기로 했다. 한명은 무용 전공하는 학생이고 다른 한명은 휴학 중 이라고 했다.
아직 초저녁이라 밖은 훤하고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로마의 풍경이 아쉽다.
각자의 신상얘기를 하다가 저녁을 먹고 딱히 할 일도 없고 앉아있는 게 불편해 자리에 누웠다.
더운 로마라 그런지 에어컨이 너무 세게 나와서 줄이려고 해도 고장인지 잘 안 된다.
밤새도록 얇은 이불을 덮다가 추워서 옷가지를 더 껴입다가 했지만 별 수 없이 다들 동태가 되었다.
삼층에서 잔 얘들은 코감기가 잔뜩 들어버렸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

★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난주에 동유럽여행 마치고 왔는데 아직도 붕붕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정말 소매치기 조심해야죠. 헝가리나 부다페스트도 마찬가지랍니다. 하여튼 한국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예요
잘 다녀오셨군요. 정말 그런것같아요. 우리나라가 제일 좋은것같아요.
판테온신전이랑 스페인광장 구경 잘햇습니다.
스페인광장에서는 본젤라또 사먹고 동전도 뒤로 던져야 다시 로마로 온다고 하던데 그렇게 하셧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