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 : 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 지은이 : 김중미 글, 송진헌 그림
* 출판사 : 창작과 비평사
어만사에 가입하고 난 이후로, 집에 있는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번 읽은 것도 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은 것들도 있다. 내가 읽으려 산 것도 있고, 이미 성인이 된 아이들이 사들인 것들도 있다. 대부분의 동화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그래도 십여권은 요즘말로 '내돈내산'인 셈이다.
김중미가 쓴 이 책은 표지에 '소년소설'이라고 쓰여 있다. 굳이 적절한 독자의 연령을 대자면 아이들보다는 고등학교 이상 성인들까지 아우를 수 있겠다. 인천의 한 빈민가를 배경으로 불우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겪는 고난을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 고난을 이겨내며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에 바쳐진 누군가의 아름다운 헌신, 경쟁사회에서 자기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의 회심과 변화 등이 과장없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 울었는지 기억이 없는데, 이번에는 몇 번 울었다. 나이 탓이 아니라 이번에는 제대로 읽어서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인천의 빈민가 괭이부리말은 지금쯤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IMF가 터진 1998년경에 초중고 학생들이었다면, 지금은 서른살을 넘었거나 그 즈음일 것이다. 소설 속의 아이들은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인물별로 성격 묘사가 잘 되어있다. 쌍동이 자매 숙자, 숙희는 내 누님들처럼 느껴지고, 부모 없이 사는 동수, 동준이, 명환이는 내 친구나 이웃집 아이들 같다. 아직도 이런 아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이들을 거둔 영호나 명희 같은 어른들은 얼마나 있을까?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이들을 외면하고 결국 떠나게 한 교회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하느님은, 예수님은 교회에 계시지 않고, 아이들 소리로 시끄러운 영호의 집에 계시지 않았을까? 몇 줄의 글 만으로 교회와 사회를 고발하고 규탄하는 작가의 결기가 대단하다.
인천공항을 갈 때마다 이제는 영호와 같은 노동자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세계 제일 수준이라는 공항자랑만 들었을 뿐, 그 공항의 터를 닦고 건설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무덤이나 화려한 궁궐, 성곽 같은 중노동의 결과물만 보고 경탄할 뿐,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어간 수많은 민초들의 아픔 따윈 기록에 없다. 위만, 앞만 쳐다볼 뿐, 굽어보거나 돌아보지 않는다. 굽어보고 들여다보는 자가 없는 세상, 돌아보고 미안해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그 곳이 사람사는 세상일까? 괭이부리말은 사라졌어도, 사람들 마음 속에 사람사는 세상의 모범 마을을 건설해 준 김중미 작가에게 감사의 박수를 환호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