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아저씨는 이전에도 몇 번 나왔다. 영어에 대해 썼던 글과 (한국인이 영어를 못 할 수밖에 없는 이유. http://bananabackpack.egloos.com/1865331) 내 아코디언에 대해 썼던 글에도 잠시 출연 (1-31. 내 생에 첫 악기 - 초딩용 아코디언을 구매!! http://bananabackpack.egloos.com/2286316)
많이 나왔던 만큼 좋은 분이셨고, 같이 있던 3박 4일이 참 즐거웠다. 특히나 배터지게 먹느라 좋았는데, 먹은 음식 얘기 한번 해 볼까.
혼자 사시는 40대 아저씨. 결혼 하셨으면 와이프한테 사랑받고 사셨을 스타일인데.. 약간은 안타까웠다.
도착한 첫 날부터 해주신 요리. 볶는 요리였는데, 정확한 것은 기억 안 나고 돼지고기였던 것만 기억.(사실 3일 내내 돼지만 먹어서 기억한다고 하기도 뭣하다. 리옹에서는 주로 돼지를 먹는다나..) 옆에 와인도 보인다. 프랑스에서 와인 안 마시면 섭하지.
둘째 날에 같이 관광했을 때. 많이 걸어 다녔을 때는 맥주 한잔이 최고. (근데 왜 맥주는 벨기에 맥주였을까..)
전에 글에도 썼지만, 피에르 아저씨는 영어를 잘 못하시긴 하지만, 아직도 영어 공부만큼은 열심히 하시던 분이셨다. 평소에도 사전 가지고 다니면서 얘기하다가 사전 찾아보시고 단어 적어두던 분은 처음. 직업도 공무원이고 평소에 영어 쓸 일도 많지 않아 보이셔서, 그냥 그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나도 음식 한 번 했다. 6개월 여행 중 80% 이상의 비율을 차지했던, ‘제육볶음 비슷한’ 요리. 그래도 피에르 아저씨는 정말 맛있었다 해주셨다. 하하. 이번에도 와인은 빠질 수 없다.
프랑스 요리. 애피타이저였던 것으로 기억. 왼쪽 것이 베이컨 같은 것, 오른쪽 것은 물렁뼈? 같은 부위. (한국말로도 무슨 부위인지 잘 모르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요리. 돼지 곱창! 파리 고급 음식점에서 프랑스 요리 먹었을 때도 나왔던 요리인데, 피에르 아저씨가 해주신 것이 훨씬 맛있었다.
얘네는 저걸 칼과 포크로 썰어 먹는다. 이건 다 썰어서 헤집은 모습.
프랑스 식사의 마지막 코스. 프랑스에서 밥 먹고 치즈로 마무리 안 지으면 또 안 된다나..
그러다가 마지막 날은 작은 파티가 있었다. 이 아저씨의 조카와, 친구를 불러서 넷이 잠시 취했던 작은 파티. 아저씨는 손님들이 자기 음식을 먹는 게 그렇게 좋다고, 퇴근해서 오자마자 또 음식 만들 준비를 하신다.
가운데가 아저씨 조카, 오른쪽이 이탈리아에서 온 아저씨 친구.
뭘 많이 꺼내시기에 이게 오늘 요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또 애피타이저. 말린 고기? 딱딱한 햄? 두꺼운 육포? 느낌. 안에 견과류가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메인 요리가 왔다. 아저씨는 진짜 요리사 해도 된다. 공무원 하기는 요리 재능이 아깝다.
고등학교 때 급식 먹으면 생선까스랑 나오는 타르타르소스? 비슷했던 소스와, 두꺼운 햄과 감자.
다들 배 터지게 먹었다. 이 이탈리아 아저씨도 혼자 산다는데, 요리를 잘 못하셔서 그런지 피에르 아저씨 음식이 그렇게 맛있단다.
이렇게 배터지게 먹고 나서는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 집에 찾아가서 술을 또 한잔 했다.
이 술도 잊을 수 없다. 너무 맛없었다. 예전에 리투아니아에서 Absinthe라는 술을 마셨던 경험에 쓴 적이 있다. 압상트라고 부르는 것 같다. (1-13. 이름도 모르던 나라 리투아니아, 다양한 술과 함께한 카우치서핑. http://bananabackpack.egloos.com/2229521) 저 칵테일은 그냥 그 맛없던 술에 물을 절반 정도 탄 듯한 술이었다. 어지간하면 그냥 마시려고 했는데, 도저히 역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먹고 마시며, 여행 다니는 얘기를 또 많이 나눴다. 피에르 아저씨는 이미 스페인과 서유럽 여러 나라, 거기다가 시리아, 요르단, 터키의 중동 국가들까지 많이 다니셔서 중동 경험자의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여행 다녔던 곳들에 대해 다 전부 손으로 기록해 두셨는데 그 일지와 사진이 어마어마했다. 내 블로그도 곧 그런 분량이 되겠지!
마지막 순간. 짧은 3박4일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는지 좀 슬펐다. 마지막 인사로 볼에 뽀뽀도 해 주셨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마도 아빠는 하셨겠지..) 남자가 볼에 뽀뽀한 것이었는데 크게 거부감도 안 느껴졌었다. 지금도 건강히 왕성한 호스팅 활동 하고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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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들도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ㅋ
# 당돌한 대학생 500만원 들고 6개월 여행 다녀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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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은 특히 더 기억에 남곤 하죠...? ^^ 맛까지 기막혔다니 피에르 아저씨의 호의가 오래토록 기억되실것 같네요. ^^
네 평생 못 잊을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