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시절 추석은 어머님과 뒷동산 사자암으로 솔잎을 따러 가면서 시작이 된다,....
아마, 녹화사업때 심은 소나무가 온산을 어른키만큼 적당히 자라있어서 나같은 어린아이도 솔잎을 따는데 한몫을
단단히 한것같다. 너무 웃자란 솔잎도 안된다고 엄마는 내가 따낸 솔잎의 절반은 덜어내셨다.
"쯪쯪쯪,...쓸데없이 나무에 상체기만 주었잖니,...필요한것만 따내야지~~~"
기껏 도와줄랬더니, 지청구에 맘도 상했었다.
"나, 안해~ 모야~ 솔입이 다 똑같은데,나 보고 어쩌라구~~~~"
엄마눈엔 다른가 봅니다.......어느잎이 송편을 아리아리 하게 솔잎향을 배게 하는줄,....
뽁,소리가 나게 뽑히는 솔잎은 뿌리도 푸르디 푸른 잎과 달리 하야무리 합니다. 마치 내 어깨에 여름내 뚜렷히 남긴
난닝구 자락같이 뚜렷한 자국이 생경하기도 합니다.
한보따리 솔잎을 엄마가 머리에 지고 위태위태 걸어갑니다.꼭 야무지게 한손을 머리위 보따리를 움켜지고 한손은
내손을 보드랍게 움켜지고 걸어갑니다.....난,거인하고 걸어갑니다. 세상을 에우르는듯한 엄마의 모습,...
괜한 심술에 주저앉습니다.
"나,다리아파, 업어줘~ 업어달란 말이야~~~"
"종원아,....착한 종원이, 쫌있다 집에가면 울 종원이 좋아하는 라면땅 사주께~ 어여가자~"
사자암아래, 노을이 집니다.....집집마다 하얀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오릅니다.....
엄마 발걸음이 잦아집니다.....저녘준비가 늦어져서 겠지요, 올망졸망 다섯형제의 배고픔이 발걸음을 제촉합니다.
"종원아 빨리 가자,...어여~~~"
오늘만큼, 온전히 내엄만데,....괜한 심술에 돌뿌리만 차며 엄마를 따라갑니다.
"엄마~ 라면땅 사조야돼~~~알았써????" 벌써 몇번째 다짐을 받으면서,...
허이허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벌써 지는해가 처마밑을 노란빛을 들입니다.
대문을 들어서자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형님, 왜 이리 늦었습니까,..."
작은엄마,....울엄마 담으로 세상에서 젤이쁜 작은엄마,....마주 쫒아나와서 엄마머리에 한아름 솔잎을 껴안듯이
받아드십니다.....
"모하러 벌써 왔누~~~삼춘은????"
"그이는 낼부텀 당직입니다, 추석이 이렇게 바빠서야 원~"
작은아버진 구로동에서 버스 두대를 가지고 운수업을 하십니다. 해서 추석이 더바빠서 추석 당일날 아침에나 잠깐
볼수있습니다....항상 잔잔하게 웃기만 하는 작은아버지, 맨날 볼때마다 비행기를 태워 주시는 작은아버지,
곧 이어 사촌동생들이 따라나옵니다. 난닝구만 입구있는 내모양과 달리 곱디고운 추석빔을 입은 동생기집애들,
너무 인형같아서,...내가 손대면 때가 옮을것만 같아서 엄마 치맛자락만 움켜지고 있습니다....
작은엄마가 추석빔옷을 울 오형제모두것을 사오셨습니다.
그런데, 전 그옷을 입곤 마뜩찮습니다.
소매를 두어번 말아야만 내팔에 맞출수 있는 윗도리, 바지단을 두번이나 넓게 접어야 발끝에 머무는 바지....
운동화는 어떻고요, 걸을때마다 벗겨질것같습니다,...그래도 또래 고무신을 신는 아이들에게 자랑거리가 될것 같습니다.
엄마와 작은엄마는 너스래를 떨며 제 기분을 맞추십니다.
"동생~어떻게 이리 옷을 딱맞게 사왔누~~~울종원이 신사가 돼버렸네~~~"
"형님, 정말이지요? 울 종원이 이렇게 입으니까, 어따 내놔두 손색이 없겠내요~~~"
두여인네, 눈을 찡긋찡긋하며 말도 아닙니다. 다압니다. 이래야, 몇년은 이옷으로 지낼태니까요,....
추석빔을 입고, 사촌여동생 둘을 데리고 동네 구경을 시켜줍니다.
아까정 까지만해도 다방구 놀이를 하던 친구들이 먼 발치에서 눈길만 주고 있습니다.
운동화가 먼지에 묻을새라 굳은땅만 골라 댕기는 내모양이 친구들은 부러워 죽을라고 합니다.
더더군다나 여동생과 나눠먹는 라면땅에 친구들은 얼음땡입니다. 평소같으면 한입만, 한입만, 하고 따라 댕기던
놈들입니다.
한참 동네를 폼을 제며 돌아댕기는데 집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립니다..
"종원아~~어데있니, 종원아~" 동네 어디있어도 엄마가 찾는 목소리는 거칠것이 없습니다.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오니.
"종원아, 작은엄마하고 방앗간 다녀오려므나~~"
작은엄마하고요? 넘, 좋아서 팔짝팔짝 뜁니다...이렇게 이쁜 작은엄마가 내 독차집니다....
골목골목 돌아서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뒤 따라오는 작은엄마를 모시고 방아간으로 갑니다.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말을 합니다.
"아저씨~울,작은엄마에요~ 추석세러 오셨어요~~~"
벌써 어둠이 깃들어 백열등 가로등빛이 제법 밝은 골목길, 작은엄마와 방앗간으로 갑니다.
골목길끝에 방앗간이 있습니다. 벌써 순서를 기다리는 함지박이 방앗간 밖에까지 줄을서서 기다립니다.
온동네 사람들이 방앗간에 모여있는것 같습니다....
벌써, 한시간째 방앗간에서 줄을서고 있습니다.저는 심통이 오를대로 올랐습니다.
진즉에 이런속셈이었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밉니다. 작은엄마는 벌써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종원아, 작은엄마는 집에서 할일이 엄청 만은데,...어떻하니? 작은엄마가 빨리 집에 가야지 종원이 엄마가 안 힘들텐데,"
누가 궁민학교 선생아니랄까바 입에 발린소릴 저리 잘합니까?
그런데,꼼짝없이 작은엄마 말에 따릅니다....작은엄마가 이뻐서,...히~
어느새, 방앗간 안으로 제 함지박이 들어섭니다. 뽀얀 안개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방앗간 아저씨와 아줌마,
인사를 받을 사이도 없습니다.쌀을 빻는 머리위에 돌아가는 피대기가 무섭게 돌아갑니다. 너무 압도적인 풍경,
픽픽,칙칙, 퍽퍽, 온갖소리속에 뽀얀 김이뿜어지면 어김없이 함지박 하나에 뽀얀 눌린듯한 밀가루같은 하얀 가루들이
체워집니다.마지막에 방앗간 아주머니가 하얀 굵은소금 한웅큼을 뿌려주면 줄이 한칸 줄어듭니다.
이제, 곧 제 차롑니다. 걱정입니다. 난 어떻게 해야할줄 모릅니다. 앞줄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데,
난, 어떻게 해야될줄,...그런데 어떻게 그순간을 그렇게 때맞추어 왔는지 작은어머니가 내 뒤에서 내머리를 품에
안습니다...."종원이 마니 기다렸지? 어쩌지? 자~ 이거먹어~" 알록달록한 동그란 무지개 사탕,...
차례상에나 올라갈 사탕이 작은엄마 손에 들려있습니다. 한시간 설움이 사탕속에 묻어 들어갑니다....헤~
함지박속에서 덜그럭 덜그럭 거리며 하얀 쌀가루가 축구공만한 크기로 점점 모양을 갖쳐갑니다.
엄마손은 마술사손인것같습니다. 뽀얀 쌀가루들이 엄마가 골을 내고 골사이로 물이 흘러 들어갈때까지만 해도
이런모양으로 변할지 몰랐습니다. 어느새 만족한 반죽이 되었는지 방한가운데로 밀어넣습니다.
이어서 서리태 까만콩, 설탕에 저린 참깨, 저민팥등이 준비됩니다....
처음엔,엄마, 작은엄마, 큰누나가 송편을 빗습니다....그러나 곧 우리들도 달려듭니다.
보기엔 너무나 재미있는 일입니다. 적당한 크기 반죽을 손바닦만한 보름달모양으로 만든다음, 소를 가운데 살포시
올려놓습니다. 위 아래를 오무려 야무지게 맛불리면 반달모양으로 만들어집니다.
삐뚤 뻬뚤 만드는 우리를 보곤 작은엄마의 음흉한 음모의 말이 들립니다.
"예들아~ 송편을 이쁘게 빗으면,...이담에, 이쁜 여자를 만난단다~~~~"
심술굳게 만들던 손이 신중해 집니다.....
노란 유십촉 짜리 알전구 불빛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아 모두가 빛어대는 바람에 금방 방안 한켠이 송편이 그득합니다.
그때쯤 엄마는 미리부엌으로 내려 가셔서 커다란 가마솥에 연탄불을 집어넣습니다.
몇바가지 물을 붓고,그위에 넓따란 채반올리고, 이어서 올 낯에 사자암에서 뜯어온 솔잎을 듬성듬성 깝니다.
솔입위에 빚은 송편을 곱게 점점이 알박기를 촘촘이 하다 어느정도 됐다싶으면,다시 솔잎을 이불처럼 덮이고 그위에다
다시 송편을 올립니다.그런식으로 켜켜이 쌓다보면,그많은 송편이 마지막 솔잎밑에 자취를 감춤니다.
샤아아아악~하고 가마솥 뚜껑을 닫으면 모든일이 끝납니다.아니, 아직 할일이 남았습니다. 남은 반죽을 손가락 굵기로
가마솥 뚜껑의 덮힌 틈을 꼼꼼히 붙입니다.....
진짜로 모든일이 끝났습니다....시간이 말을 해주겠지요,....
조카들과 정신없이 떠들고 놀고있는데, 부엌에서 계속 전을 부치고 나물을 다듬던 작은엄마가 우리들을 부릅니다.
"예들아~ 송편 다됐따~어서 와바야지~~~"
송편이 다돼면 불러달라고 벌써부텀 우리는 부엌을 오갔었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서 잔금이 많이가있는 틈을 매운 반죽을 띄어내는 엄마의 손길이 더디기만 합니다.
"엄마~빨리해,빨리하라구~"
드디어, 샤아아악하며 가마솥뚜껑이 열립니다.갑자기 턱도없이 올라오는 엄청난 뽀얀김을 엄마가 머리에쓰신
수건을 풀어내어 훌훌히 하얀김을 훝어보지만 곧 부엌을 하얀 뿌연 안개로 덫칠해버립니다.
그속에서 움직이는 여인네들이 군무를 추는 천사인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얼마 안되어 가마솥이 모습을 희뿜하게 들어냅니다.
아,....푸르디 푸른 솔잎은 어디로 사라지고 고동색의 축 늘어진 습한 몰골로 변해있습니다.마술같습니다.
작은엄마와 큰누나가 손을 재게 놀립니다......
솔입을 거둬내고 숨겨있는 보물 찾기를 합니다. 거둬내는데로 들기름을 부어서 사랑사랑 송편들을 어룹니다.
익힌 송편은 속이 비칠만큼 투명합니다....
드디어, 송편이 한접시 우리들에게 할당이 됩니다....
난, 두가지를 유념하며 송편을 고릅니다, 우선 내가 마든 송편을,...그리도 참깨가 들어있는 송편을,...
형은 기가막히게 참깨를 골라냅니다.그러나 난 고를때마다 팥앙금을 골라냅니다.....
잘못골랐다고 옆으로 밀어내면 형한테 죽습니다....그것을 누가 먹냐고요,칭얼대보지만 형한테는 어림없습니다.
그래도 따끈하고 촉촉한 송편은 넘 맛있습니다....
형한테 대들듯이 말합니다.
"솔입 내가 다땃다~~~형은 그만먹어~내가 다~먹을꺼야~" 음,....알밤만 맞습니다....
내년엔 기필코 송편만들때 참깨들어간대다 나만 아는 표시를 할꺼라고 생각합니다.....
형은 아마도 표시를 해 놓았을겁니다....또 참깨를 골라내는 형,....꼴밤을 때려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추석이 다가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 계시는 어머니,....
당신을 따라나선 그때가 왜 나이들어가며 더 생생히 기억날까요?
송편,...그때,그 송편이 간절히 먹고 싶습니다.....
엊저녘 밤에 조카놈 컴퓨터를 뺏어서 하다보니,재촉하는 놈때문에 턱없이 짧은글이 됬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짧은글도 길게 맹그는데,...해서 이아침 예기를 마무리 합니다....좋은추석 연휴 되십시요,...
참 작으엄마 말씀이 맞는것 같습니다....
방안에는 이쁜 울마눌 최여사가 곤한잠을 자고 있습니다....ㅎㅎ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 아무나 사랑하는 쉬운 늠 아니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아,...그때, 방앗간집이믄 소위 말하는 브르스조아????ㅎㅎㅎㅎ 생각나우? 장동건 뺨치던 어린아를,...ㅎ
아,놔~ 열나 때리믄, 난, 공일이데? 대방동 벙개돌이를 아실려나????ㅎㅎㅎㅎ
정말 공감이 가는 긴 글을 잘 쓰셨네요.잘 읽었습니다.어머니가 그리어지네요
사실, 처음 글을 써내려 가며 어머니생각이 내손끝에 있는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어머님,...마음에 항상 있습니다.....
정말 재주여 ~~ 재주
별거 아닌 간단한 얘기도 이렇게 잼나게 풀어 쓰는건 ~ㅎㅎㅎ
음, 별거 아닌데, 사라져 가는것들,....생각만해도 아름답습니다,....얼짱님은 아마도, 가정부, 운전사덕에 이런 호사를 겪지 못했을수도,....ㅎㅎㅎ
한편의 동화를 읽는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유년의 기억으로 버텨지는 부분이 커져감을 느껴봅니다!
꽃든 남자님 팬 한명 확보하셨습니다. 추카추카 ㅎㅎㅎ
소화기님,어렸을때 이야기는 다 동화같습니다,....아련한,...글구, 과분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ㅎㅎㅎㅎㅎ
옛날 우리 어렸을적 이야기들은 고개를 끄덕끄덕이고 얼굴에는 엷은 미소를 띠게 하는 마술같은 이야들인것 같아요
정말로 짧지만 동화 책 한권을 읽은그런 기분입니다 마음을 맑게 해주신 꽃남님 감사 감사......
덧부쳐 말씀드리게있는데 저희 어머님은 아직건강하게84년을 사시고 계세요. 부럽죠?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 표현하셨네요.다시한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봅니다.
일년에 2번 옷과 양말 신발을 사주셨는데 그 때가 추석과 구정입니다 어린 마음에 잠을 설처대며 기다렸지요
벌써 50년이 지나가고 지금은 먼 발치에서 생각만 있을뿐........
옛날 생각이 나네요... 공감가는 글입니다.
맛깔나게 풀어놓은 글을 보면서 머리속에는 한편의 영화가 돌아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