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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80
무슨 일이 있어도 지난 번에 참석했던 티타임보다, 더 화려하고 값 비싸고 귀 한 자기를 구하지 못 했다면 상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카페에서도 유행하는 방법인데, 다른 곳 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과자와 케이크를 준비하는 겁니다. 어차피 티타임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긴 공복기를 달래는 시간이기에, 다기로 승부하지 못 한다면 손님들의 눈과 입을 행복하게 해주어서 이기면 되는 겁니다. 지금 유럽의 놀라 운 디저트들은 그런 바탕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지요. 실생활과 바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면 예술적인 것은, 지지하거 나 후원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결코 발전 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귀족들의 경쟁의 순기능으로 유럽의 유서 깊은 회사들과 제과 점들이 만들어낸 디저트의 발전은 눈부 십니다. 원래 유럽의 디저트는 비스킷 몇 종류였을 정도였고 빵도 종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과일을 사용한 파이, 견과 류를 이용한 파이 등이 있었으나 역시 단순하고 전통적인 조리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계기가 티타임입니다. 제빵사와 제과사가 분리된 것도 그렇습니다. 제과에 집중하는 사람을 파티시에, 제빵 전문가를 불랑제리라고 부르지만 요즘 은 또 세분화되는 명칭이 있다고 합니 다. 요즘의 디저트는 그 종류를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지만, 전통적인 티타임에 나오는 과자 종류는 경쟁적으 로 발전 되었습니다. 전용의 파티시에와 블랑제리를 고용해서 티타임마다 새로 운 디저트를 선보이는 것이 일종의 경쟁 이 되었습니다. 아노츠비스킷, 베니션 비스킷은 홍차와 너무나 잘 어울렸고 레몬크리프트 비스킷,초컬릿무스,킹스 턴비스킷,각종 머랭이 선보였습니다 . 각종 베린느,코코넛치즈케이크,조콩드 드스폰지,시나몬도넛,쇼트브래드,라밍턴비스킷, 솔티드 버터비스킷, 벌꿀가나 슈, 애플파이,캐러멜비스킷,지안두비스 킷,라즈벨리소르베,바닐라케이크 쇼콜 라 쇼콜라, 과일타르트, 초컬릿가나슈 ,밀크무스 아이스크림,페스트리, 프르트 소르베 ,과일크렘,하이티, 애플프리카토, 슈페이스트리,마카롱앙트르메,시나몬도넛...아직 많이 있지만 이 정도로 끝내구요.
이런 디저트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살짝 엿보겠습니다. 티타임의 위력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차 한 잔의 나눔이 일으킨 각종 산업과 예술과 실생활의 발전이 오늘날도 현재진행형 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카페, 디저트라는 말이 일상 용어가 되었을 만큼 친근해지고 오 천원짜리 밥을 먹고, 만 원짜리 디저트를 먹는 것이 예사가 되었습니다.
가히 카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벼라별 카페가 전국에 넘칠만큼 있습니다. 티타임을 집에서 할 것도 없이 취 향에 맞는 카페로 가서 원하는 음료와 디저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홍차든 커피든 음료를 마시면서 달콤하고 모양이 어여쁜 과자를 먹으면 스트레스도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새롭게, 조금 더 달콤하게를 요구하는 귀족들의 티타임에 디저트로 올려지기 위해 전력을 다한 질주가 만들 어낸 오늘날의 유럽의 제과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것은 비스킷, 즉 쿠키입니다. 과자를 만드는 것을 쿠킹 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스킷은 모든 과자 의 근본이며,정통의 모양과 맛을 유지한 채로 수 백 년을 이어온 것들도 많습니 다. 밀가루가 주 재료이며 여기에 우유, 버터,계란,당류,향료와 각종의 지방을 넣어 만든 빵이나 과자를 통칭하지만 빵과 비스킷은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고전적이면서 정통한 레시피의 비스킷 은 밀가루에 이스트를 전혀 넣지 않고, 물이나 우유로만 만들어서 보존성을 높인 빵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원래의 비스킷은 딱딱하고 마른, 비상 식량이라고 할수 있지요. 지금도 만들 어지는 건빵류는 사실 정통 비스킷이라 고 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스킷은 수분 함량 정도에 따라 질감이 달라지며 만들 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하드비스킷,소프트비스킷, 팬시비스킷 으로 나뉘는데 각자의 특징이 있습니다. 하드비스킷은 크래커가 대표적인 과자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비상 식량으로 보존을 위해 만든 만큼 수분이 적고 딱딱합니다. 강력분을 쓰고 구울 때는 표면에 구멍을 내는데,부풀어 오르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콘이라고 부르는 소프트 비스킷은, 현재도 제과점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빵에 가깝지요. 박력분의 밀가루를 쓰 는데 글루텐이 강력분보다 적기 때문입 니다. 베이킹소다를 넣어 부드럽게 하 는데 우유의 조절 양으로 여러가지 부드러운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팬시 비스킷은 우리가 쿠키라고 부르는 것으 로 설탕이며 화학적 팽창제와 기호 양념 을 넣어 만든, 이 시대에 가장 흔한 과자 이기도 합니다. 지금 마트의 매대에 가 보면 세계 각국의 많은 과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노력은 여전합니다. 무스는 우유 에 설탕과 계란 흰자를 섞어 아주 단단 하게 만들어 초콜렛이나 다른 과일 등을 넣어 냉장고에서 굳힌 과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초콜렛 대신 쇼콜라라 고 부르며 아주 좋아합니다. 요즘은 고구마 무스가 카페마다 유행인데 무스 를 만드는 방법도 진화되고 있더군요.
무스와 비슷한 것이 있다면 머랭이 있는데 만드는 방법은 다르고 맛 또한 전혀 다릅니다. 티비의 예능에서 머랭치기 를 많이 보기도 했을 겁니다.
무스는 차게 굳히는 과자이고 머랭은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서 구워 내는 것이랍니다. 솜씨와 창의력만 있으면 새로운 머랭을 무한 만들어낼 수 있으니 그 옛날 귀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요리사들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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