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호(洞庭湖)금붕어♥️
ㅡ동정호ㅡ
옛날 악양 동정호 부근에
노모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어거리 총각이 있었다.
그는 동정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며
노모를 극진히 봉양하여
주위에서 효자라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노모가 시들시들 노환(老患)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장가도 아직 못간 효자 어거리 총각은
사방으로 의원을 찾아다니면서
노모의 병을 고치고자 애를 썼으나
어느 날 노모는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어머님 생전에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하루에도
세 번씩 묘소를 찾아 통곡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현몽하기를 날마다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만하고 있으면 그것이 불효이니
내일부터 동정호에 나가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라는 말을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소스라치게 놀라 꿈에서 깨어
집밖을 살펴보고 고기를 잡아서라도
생계를 이어야겠다는 결심에 고기 잡는
채비를 하여 동정호에 가서 고기를
잡고 있는데 그날따라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오늘은 허탕이구나 하고
그물을 당겨 집으로 오려고 하였다.
그때 묵직한 것이 그물에 걸려
그을리는 것을 느껴 그물을 끌어 올려보니
큰 금붕어 한 마리가 걸려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객점(客店)에 넘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요리해 먹기도 아까워
부엌에 있는 물통에 넣어 두고
날마다 물을 갈아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의 집에
날품을 팔고 집에 와 보니
집안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오막살이 방에 들어가니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지 않은가!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배고픔에 모처럼 포식을 했다.
다음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누가 이렇게 밥상을 차려놓는지
궁금하여 하루는 날품팔이 가는 척 하고
집 주위에 숨어서 망을 보고 있었다.
오시(午時)가 되자 주방에 있던
금붕어가 퍼드덕하고 뛰더니
예쁜 처녀가 되어 하늘을 향해 주문하니
쌀이 앞치마에 쏟아지고,
그 쌀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려
방안에 가져다 놓고는 다시 금붕어로
변하여 물통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다음날도 일하러 가는 척하고
근처에서 망을 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붕어가 처녀로 변해 밥을 짓고
상을 차려 방안에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가!
그 찰나 살그머니 덤벼 가서
처녀의 허리를 잡았다.
급기야 변신하지 못한 금붕어 처녀가
소스라치게 놀라 뒤돌아보니
어거리 총각이라 이 일의 사연을 들어본 즉,
그 금붕어는 동정호 금당에 있는
용왕의 딸로 잘못을 저질러 왕궁에서
쫓겨나 동정호에서 고기를 잡아 먹고사는
효자 어거리 총각의 집에 가서 살라는
명을 받고 그날 그물에 걸려
왔다고 하는 것이다.
어거리 총각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원님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원님은 어거리 총각을 불러
그간의 사연을 듣고 참으로 기이한
일이어서 그 천하절색 미인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일어 어거리 총각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다가오는 보름날에 장기를 두어
원님이 이기면 총각의 색시를 본관에게 주고,
총각이 이기면 수십 두락의 농토를
그대에게 주겠노라고 했다.
총각은 어쩔 수 없이 약조(約條)를 하고
집에 돌아와 색시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더니 색시는 장기판을
가져오라고 했다. 몇 수를 가르치니
행마(行馬) 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르기를 장기를 둘 때
파리 한 마리가 장기판에 날아다닐 테니
파리가 앉는 곳마다 말을 쓰라고 일렀다.
약속한 보름이 되어 원님과 장기를
두기 위해 동헌(東軒)에 당도하니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원님과 마주 앉아 장기를 두는데
난데없이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장기 알에 앉았다가 또 다른 데로
옮기지 않는가! 총각이 파리가 앉는 곳을 따라
계속 말을 쓰니 얼마 가지 않아
원님이 장기 알을 내려놓고 말았다.
장기에 지고 난 원님은 주변 관원들의
이목이 겁이 나서도 약조를 지켜
총각에서 농토 수십 두락을 주었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