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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 식품 스크랩 영암어란
연초록 추천 0 조회 220 15.06.22 20:0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영암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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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진상품목에 오르던 영암어란

 

인류가 물고기의 알을 떼어내 식자재나 별미로 즐긴 기록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중국 등의 고문헌에 발견되고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 고문헌에도 건어란(乾魚卵)에 관한 기록이 전해오고 있고, 조선시대 나주 영산포에서 선적된 왕실진상품목록에도 영암어란이 올라 있다.

건어란은 민어, 숭어, 청어, 조기 등 다른 생선들에 비해 알집이 크고 독이 없는 것을 소재로 했다. 특히 숭어의 알은 기름지고 향미가 각별할뿐더러 알을 감싸고 있는 포막이 탄력이 뛰어나 가공해 놓으면 모양새와 보존성이 우수해 예로부터 건어란(魚卵)하면 숭어알을 손꼽았다고 한다.

 

영암어란의 명맥은 영암 김광자(89세)할머니에 의해 명맥이 이어진다. 할머니는 19세 때 광주에서 출가해와 20세 초반부터 시어머니의 일손을 도우며 어란을 만들던 것이 어언 70년 세월을 내다보고 있다. 그 내력이 시할머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백년이 넘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3대 백년을 이어온 영암 김광자할머니의 65년 손맛

 

1999년 대물림 가업으로 인정한 전남도에서 어란제조부문 명인1호로 지정해주었다. 할머니는 어란 이야기를 물을 때마다  ‘어란은 아무나 못혀’ ‘비법은 별것아녀. 젊은 사람은 성질 급해서 못 허고, 돈 많은 사람은 힘이 든 게 처다도 안 봐’ 라고만 대답한다. 한 달 이상, 50일 가깝게 손의 지문이 닳도록 매일 쓰다듬고 집중적으로 정성을 들여야 하는 힘든 과정을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어란을 나라에서도 인정해준 유업인 만큼, 힘이 든다고 그냥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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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는 동해와 서해 남해 등 어느 해역에서나 잡히고 나름대로 건어란을 만들어 즐겨왔지만, 진상품에 오른 것은 4~5월 영산강에서 잡은 갯벌참숭어 알로 만든 영암어란이었다고 한다. 갯벌 참숭어는 눈 테가 황금빛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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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산란을 앞둔 4~5년생 숭어 어란(魚卵)이 진품

 

숭어 어란은 4월 말부터 5월초에 걸쳐 1년에 단 한 번 만든다. 이때가 되면 할머니의 일손은 눈코 뜰 사이가 없이 바쁘다. 우선 어란 채취가 산란을 앞두고 15~20일 사이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알을 듬뿍 밴 살아있는 숭어를 선별해오는 일이다. 대략 어른 팔뚝보다 크게 느껴지는 4~5년생 암 숭어는 몸길이가 50~60cm, 몸무게 3~4kg은 넉넉하고, 때론 1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알은 몸무게에 5분의1까지 품을 수 있는데, 작은 것은 4~5백g에서 큰 것은 7~8백g에 이른다.

 

숭어 배를 가르고 알을 꺼내면, 즉시 소금물에 담가 핏물과 이물질을 씻어내고 간장을 희석한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기본 간과 착색을 한다. 간이 밴 어란은 비스듬한 널판자에 펴놓고 수분이 빠지도록 1차 건조과정을 거치면서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표면이 어느 정도 마르면 알맞을 크기의 돌로 하루 2~3차례 눌러주며 수분과 기포를 완전히 빼주면 둥실한 어란 고유의 모양새가 갖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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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하나하나 손으로 문질러가며 표면의 실핏줄과 표피지방을 벗겨내고 하루 3~4차례 참기름을 발라 방부효과와 알주머니의 질감을 강화해준다. 그리고 이 과정 내내 아침저녁 해가 막 떠오를 때 30분~1시간 햇볕에 내놓고 햇빛을 쬐주고, 지는 해에도 이렇게 해준다. 햇빛을 쬐어 생기를 넣어주어야 오래 보관해도 표면에 곰팡이나 이물질이 끼지 않는다니 참으로 신비한 대목이다. 선선한 그늘과 5월 훈풍이 선들선들 이는 곳에 널어놓고 수시로 뒤집어가며 1달 쯤 말리면 투명한 갈색은 차츰 더 짙어지면서 윤기가 돌고, 단단하게 굳어져 어란 고유의 품위가 배난다.

 

때로는 따끈한 물에 잠시 담가 겉 표면을 부풀려가며 때들 밀듯 점막에 박힌 이물질을 말끔하게 벗겨내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진품 영암어란은 살아있는 알을 그대로 말려서인지 반짝이듯 광채가 나고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손에 쥐어보면 듬직한 무게와 생기가 감돌고, 왜 참숭어 어란이어야 하는지 감이 잡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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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담은 모습에 따라 주인의 정성과 손님의 지체를 가늠해

 

어란(魚卵)은 이처럼 소중한 만큼 필묵처럼 오동나무곽에 담아 거래된다. 상에 올릴 때도 잘 드는 칼을 불에 달구어 두께가 1~1.5밀리 정도가 되도록 얇게 썰어 꽃처럼 꾸민다.

먹는 방법도 격식을 갖춰 신비감을 한껏 돋우며 즐겼다. 종잇장처럼 얇게 썬 어란을 한 점 집어다 혀끝으로 살짝 밀어 잎 천정이나 송곳이 뒤쪽에 붙여놓고 약주를 한 모금 머금은 뒤 혀놀림으로 향미를 즐기는 것이 제격이라고 한다. 혀끝이 스칠 때마다 감미롭게 녹아내리는 간간한 알들이 자근자근 씹히면서 입안에 풍기는 비릿한 향취가 누룩냄새와 어우러지고, 술잔이 계속될수록 은은한 맛이 더 깊어지는 신비로움을 만끽 할 수 있다.

어란은 왕실에 올릴 때도 대비전 과 세자전 것을 구별해 올렸고, 호남의 토호들과 양반집에서도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안주로 올렸는데, 워낙에 귀물인 만큼 접시에 담은 어란이 몇 줄 놓이느냐에 따라 주인의 정성과 대접받는 이의 지체를 가늠했다고 한다. 같은 격의 가까운 사이라도 완벽하게 한줄 돌리거나 두 줄쯤 돌리면 엄청난 대접을 받은 것으로 이야깃거리가 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여름철에 열병으로 밥을 삼키지 못할 때도 찬물에 밥을 말고 어란을 한 점씩 얹어 입에 넣어주면 밥을 삼켰다고 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예전에는 두 편 한 쌍에 쌀 한 섬을 기준했고, 지금도 크기에 따라 한 쌍에 20만~50만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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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버금하는 다양한 효과도 지녀 

 

숭어는 수어(秀魚), 숭어(崇魚), 수어(水魚), 수어(首魚) 등 쓰이는 용처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젯상에 오르면 수(首)어, 손님상에 오르면 숭(崇)어라 부른다고도 한다. 또 치어 때는 모치, 모쟁이, 모시락이 등 성장과정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고 전국 어느 해역이든 5~6월이면 떼를 지어 나타나며 손맛이 각별해 초여름 바다낚시감으로도 인기가 높다.

숭어의 고기는 각종 비타민이 고루 함유되어있고 특히 나이신과 철분, 당분이 고루 들어있다. 알을 빼낸 숭어의 살은 따로 말려 어포로 내는데 맛이 일품이다.

 

란은 종이장처럼 얇게 썰어 혀끝으로 향과 미적 감각만을 즐긴 이유도 워낙 코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강정효과 뛰어난 탓으로 큼직큼직하게 썰어 맘껏 먹으면 자칫 혈압이 오르거나 취중에 양반의 체통을 잃을까 염려해서 그런 건 아니었나 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영양가와 열량이 높다는 이야기다. 또 유럽에서는 숭어알을 감싼 포막이 부드럽고 탄력이 뛰어나 알맞을 크기의 것을 골라 깨끗이 손질해 피임용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소:전남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 67, 전화:061-473-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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