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어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일요일 내가 이리 일찍 일어나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래만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시가 지나서야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2003년 첫 산행을 하는 날 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떠나려다 날씨가 흐려서 포기한 산행을 일주일 동안
기다렸다가 떠나는 가슴 설레이는 그런 아침 인 것이다.
아침일찍 일어나 베낭을 꾸려 논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잠자는 애들을 바라보고 집을 나섰다.
애초에 가려고 한 산은 청도 운문산이었다.
밀양 산내면의 석골사에서 접근하여 청도 운문사로 하산을 하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 베낭을 메고 전철을 타려고 걷다보니
아직도 팔이 완전한 것 같지가 안았다.
지난 가을의 손마디 저림으로 인하여 몇 개월을 한약과 침으로
치료를 하였지만 아직도 작은 저림이 있어서 베낭을
메어보니 저림이 느껴졌다.
행선지를 변경하여 가까운 근교로 정하고 찾은 곳이 부산근교인
양산군 동면에서 금정산 고단봉으로 넘어오는 코스였다.
내가 자주 찾는 코스인데 5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가벼운 코스이다.
범어사역에서 언양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20여분 달려가면
양산군 동면의 정류장이 나온다.
양산군 동면의 동면초등학교에서 출발하여 은동굴을 거쳐서 능선에
올라 장군봉 밑의 억새밭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부산의 최고봉인
고단봉(802M)을 거쳐서 동래산성 북문,동문을 경유하여 온천장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기에 산행을 시작하는 시간은 9시10분 정도
이었다.
은동굴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한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별 바쁜
것도 없고 봄을 느끼러 온 산행이기에 행여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 온
꽃이라도 있는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올라갔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행여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담배로 인한
가쁜 숨 말고는 별 무리가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을
노았다.
아직 봄기운을 완연하게 느낄 수는 없었지만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서 그런지 등산화를 통해 전해지는 흙의 감촉과
지열을 받아서 올라오는 따스한 기운이 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였다.
은동굴에 올라서니 조그만 암자와 불경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산의 중턱에 자리잡은 그 암자의 물 맛을 의미하면서
오랜만에 법당에 들어가 보았다.
등산화를 벗고 얼마 간의 시주를 하고 부처님 전에 업드려 삼배를
드리고 난간에 앉아서 밑을 바라보니 아득하게 보이는
집들과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장난감같은 차들이 보인다.
산과 산사이에 형성돤 사람사는 동네에서 수많은 사연들이 숨쉬고
있고 그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았다.
절에서 울려나오는 불경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어릴때부터 엄마따라
절에 다녔던 기억과 커서는 어머님 모시고 대구 팔공산에 간
그런 기억을 회상하였다.
20여분의 휴식을 취하고 능선을 항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은동굴에서 능선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라 단숨에 올라가니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서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면서
쉬고있었다.
김해평야와 낙동강을 바라보면서 모처럼 흘려보는 땀을 닦으면서
능선에서의 휴식이 주는 달콤함을 마음 껏 누렸다.
능선에서의 휴식을 뒤로하고 늘 점심을 먹는 장군봉 밑의 억새밭
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길을 걸으면서 행여 진달래나 철쭉이라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장군봉에 도착하는 한시간의 능선길 산행에서
꽃을 볼수가 없었다.
장군봉에 도착하니 지난 가을의 억새가 아직도 노란색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점심먹기에 좋은 장소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점심을 먹는
등산객과 좀 떨어져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혼자만의 점심을
먹었다.
봄 색깔로 조금씩 물들어가는 산에서의 점심은 봄의 기운도
같이 먹는 것 이라고 혼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30여분의 봄기운도 같이 먹은 점심을 뒤로하고 멀리 보이는
고단봉을 항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장군봉에서 고단봉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한 길인데 흙길
이라 그런지 등산화를 통해서 느껴지는 흙의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천천히 걸어가도 한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인지라 흙의 감촉을
조금더 느껴보고픈 마음에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산길을 걸어
보았다.
20여분의 산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겨우내 얼었다가 따스한
햇살에 녹아서 질퍽한 길도 있었지만 보드라운 흙의 감촉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였다.
고단봉이 지척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등산화를 다시 신고
고단봉에 올랐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서 최고 높은 봉우리인 고단봉은 해발
802m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올라온 산이라 그런지 고단봉에
올라온 횟수가 아마 30번은 넘을 것 같다.
고단봉을 거쳐서 동래산성 북문으로 내려가니 범어사에서
올라온 등산객과 행락객 수백명이 북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범어사 - 동래산성 북문(한시간))
북문에서 잠시 목을 축인 후 능선길을 올라서 동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북문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은 부산시가 내려보이는 능선길
인데 경치가 아름답고 걷기가 편해서 부산시민이 즐겨찾는
코스이다.
한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시간을 걸어서 동문에 도착하니
시간이 오후 3시가 조금넘었다. 5시간 정도이면 되는 거리
를 6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았다.
동문에서 금강원식물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포장도로인데
4키로 정도가 되는 거리이다. 아스팔트 길이라 등산의 의미
가 없어서 늘 차량을 이용하여 식물원으로 내려온다.
식물원에 도착하여 근처의 온천장에 둘러서 뜨듯한 온천물
에 몸을 담구고 하루의 산행을 마감하였다.
오늘 산행은 2003년의 첫 산행이었고 봄기운을 온 몸으로
가득담고 온 산행이었다.
다음에는 어느 산으로 갈지 몰라도 첫 스타트는 끊었으니
산으로 못간 강박관념은 조금 희석이 된 것 같다.
첫댓글 으이그 게으름쟁이 2003년 첫산행이 3월달이 뭐꼬? 그리고 니 베낭을 왜 옆지기가 꾸려주니? 니껀 니가 챙겨야지!!!!
짱구야 올 마누라 등산하다가 만난 사람이다. 그라이 내가 꾸리는 것 보다 더 잘 꾸려준다. 확인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고 딱 필요한 것만 정확하게 챙겨주는데 결혼한 남자가 그만한 혜택도 못 누리면 뭐하러 결혼하냐? 짱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