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이름 쓰기
60이 훨씬 넘은 요즈음엔 시간이 쏜살같이 도망가고 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이다. 벌써 그런 일이 있은 지도 이 주일이 넘었다.
지난 3월 초순, 한. 독 미디어 대학원대학교(KGIT)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밖에서 웃는 소리가 왁자지껄하였다. 분명 그 웃음소리로 봐서는 독일에서 온 교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삐 끔이 문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이름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었다.
다른 게 아니고 우리 보편화된 성씨 중에 유 씨와 노 씨가 있다. 그런데 영어로 외국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해 보자. 뭐라고 할까? "This is You speaking." 이게 말이 되겠는가? 노 씨는 더욱 가관이었다. "This is No speaking"
그래서 나는 외국 사람들이 잊어먹지 않도록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어떠냐고 당시, 농담들을 하였다. 우리 학교에는 외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의 경우에도 외국이름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성이 권가로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성씨가 영어로 발음하여 이상한 분들께만 그런 충고를 하였는지도 무른다. 이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물론 유 씨, 노 씨 같은 분들 말이다. 그래서 이상한 풍조가 생겼다. “This is Peter speaking” 이라든지 “This is Thomas speaking”이라고 하면 외국 사람들은 절대 잊어먹질 않는다. 옛날 해외에서 중국, 특히 자유중국 외교관들은 이렇게 자기 성에 외국 식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왜 그런지 우리 성씨에 이렇게 외국이름을 붙이면 뭔가 이상하고 간지럽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잘 맞질 않는다고 하여 이를 게을리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비록 쓰지는 안았지만, 내가 Atlanta 총영사를 할 때이다. 미국 친구들이 내 이름을 Youngmin "Bubba" Kwon 이라고 써댔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Bubba 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한국식이 아니어서 Bubba 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설명이 길었다. 우리들에게는 아무래도 간단한 설명이 익숙해 있었는데 말이다.
"Bubba"라는 말은 미국 동남부 사투리로서 pick-up트럭을 몰고 가다가 반대편 쪽에서 오는 pick-up 트럭을 보고 손을 흔들며, "어이 형씨"라고 인사하는 말이라고 했다. 우리 식으로는 손을 흔들며 "형씨 잘 지내?"라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뭔가 한국식으로는 이상했다. 맞질 안았다. 비록 붙임성이 좋다고 붙여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간지러웠다.
그러나 그를 어떻게 하랴. 그 당시 우리 Atlanta에 있던 3군 사령부 사령관이 발음상 같은 이름을 갖고 있어서 반갑게 생각되었다. 더더구나 이분은 한국에서도 3성 장군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한국을 좋아하였다. Edwin Burba 장군이라고 미 육군에서는 유명한 분이었다.
우리 "버바" 끼리는 골프도 자주 치고 잘 어울리었다. 그런데 이분은 월남전에서 배에 총을 맞아 지금은 Can-Ration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만찬을 주최한다고 하면, 자기음식은 자기가 가지고 다녔다. 미국 군인이니까 살았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그러던 분이 Bubba라는 뜻을 나에게 자세히 설명하여 주었다.
"This is Bubba speaking"은 괜찮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This is You speaking " 이라든지 "This is No speaking"은 영어가 우선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세태가 달라, 자유중국처럼 Peter Liu 가 될 날이 멀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일본식으로 "Watnabe Tanaka" 상이 될 것인가? 일본 사람들은 자기이름을 쓸 때, 일본발음이 달라 이미 차별화를 해나갔다. 우리도 양단간에 결정할 날이 오게 될 것 같다. 외국사람 눈으로 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이름이 다 다르고, 영어로 성씨 표현방법도 다 달라,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유 씨만 보아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Liu 라고도 쓰고 Ryu 라고도 쓰며, Yoo 라든지 Yu 등 천양지판이다. 노 씨만 해도 No라든지 Noh, Rho, Roh 등 각양각색이다.
내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Youngmin Kwon 이라고 쓰는데 어떤 사람은 Young-Min Kwon 또는 권 자를 앞에 부처 Kwon Youngmin 혹은 Kwon Young-Min이라고 쓰는 사람 등 수 만 가지이다. 이쯤 되면 외국 사람들에게는 다 다른 사람이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어느 대통령이 자기가 자기이름을 쓰는 방식대로 공무원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Kwon Young-Min 식으로 통일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었다.
어쨌든 영어로 이름을 쓰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있어, 외국 사람들이 곧 우리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미 우리의 해외 교민만도 근 800만 가까이나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중국적도 없는 나라에서 남의 나라 주권국에 사는 교민들에게 참정권까지 주겠다고 결정하지 않았나! 끝.
<권영민/선장국교 34회 졸업/현 순천향 대학 교수/전 한. 독 미디어대학원 대학 부총장/전 주 독일대사, 덴마크, 노르웨이 대사, 애틀랜타 총영사 역임/저서: 자네 출세했네, 권대사, 자네 큰 실수 했군/서울대 독문과 졸/충남 아산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