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 사이 아름다운 공간 ‘절 마당’
사찰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이 절 마당의 아름다운 공간 구성이다. 절 마당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법당이나 요사 등의 건물은 물론이고 정원, 연못, 담장, 석단(石壇), 꽃계단(花階), 장독대, 해우소 등 어디 한 곳도 우리의 전통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게 없다.
따라서 절 마당이란 신앙의 공간만이 아니라 생활의 공간이요, 더 나아가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절 마당 주변에 전각이 많아진 탓에 공간은 분명 좁아졌건만 그런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데에 우리 절 마당의 멋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산사들은 앞마당에 불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수행과 생활공간을 위한 건물을 두고 앞쪽에 누각 형식의 건물을 두는 공간구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사는 금당을 위쪽에 두고 마당 사방에 골고루 건물을 배치하는 게 기본인데 이는 17세기 조선시대 중후기 이후 정착된 방식이다.
절 마당이 좋은 사찰 가운데서도 특히 내소사 마당은 여기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저도 모르게 편하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내소사 마당은 봉래루 누각 밑으로 난 짧은 돌계단을 다 밟고 올라서면 나온다. 대웅보전을 마주한 채 마당을 쭉 둘러보면 각이 진 곳이 별로 없고 둥글둥글 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웅보전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과 저 멀리 자리한 산봉우리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당 위에서 파노라마를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여느 절과 마찬가지로 북쪽 위로 치우쳐 대웅보전이 자리하는데 대웅보전을 바라보면 그 뒤로 마치 병풍마냥 펼쳐진 뒷산이 기막히게 마당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걸 본다.
어디든 금당 뒤는 대체로 이렇게 산봉우리가 옹위하고 있지만 내소사 뒷산은 유달리 푸근해 수수한 ‘마당지기’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내소사 대웅보전은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아 생생한 맛이 나는데다가, 처마 아래 걸린 ‘大雄寶殿’이라고 쓴 편액 글씨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대현의 테마로 읽는 사찰문화재>中에서
[출처] 전각 사이 아름다운 공간 ‘절 마당’|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