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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솔봉이길은 등반가인 고 민준영(閔俊英)씨의 꿈이 담긴 길이다. 민준영은 2000년 동호인들과 함께 청주 최초의 실내인공암장인 ‘솔봉이’를 만든 데 이어 2004년 봄부터 타기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며 충북 지역 스포츠클라이밍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인공등반 기술을 전파하면서 2008년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무명봉(6,230m) 초등에 성공해 ‘직지봉’이란 이름을 남기고 2009년 여름 파키스탄의 스팬틱 북서 필라 세계 초등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등반 능력이 절정을 이룰 즈음인 2009년 9월 그는 안나푸르나산군의 히말출리(6,441m) 북벽을 등반하다 실종되고 말았다.
솔봉이길은 바로 민준영씨가 2007년 직지봉 등반을 앞두고 드라이툴링 훈련을 겸해 개척한 5피치짜리 바윗길이다. 이 미완성 루트를 타기 클라이밍센터 출신들이 뜻과 힘을 모아 지난해 봄 5피치 종료지점 뒤로 이어지는 암릉을 따라 6피치 길을 내면서 총 11피치 암릉 길로 이어놨다. 솔봉이란 ‘나이가 어리고 촌스러운 티를 벗지 못한 사람’이란 의미의 순우리말로, 모임이 만들어질 때 참가한 산꾼들이 대부분 순수하고 어리숙했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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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감을 들인 듯 짙푸른 하늘을 향해 오름짓하는 대전 클라이머들. 제2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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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피치 종료지점 부근은 동학농민운동 최후의 항쟁지
“열한 피치나 되는데 오늘 끝내기 쉽지 않겠어요.”
대둔산 동심정휴게소에서 정상인 마천루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벗어나 호젓한 좌측 계곡 길을 거슬러 오르다 좌측 지능선을 넘어서자 솔봉이길 암릉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 9시 반,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대구 팀 선등자는 2피치 등반에 들어서 있다. 어프로치가 길어 느긋하게 시작해도 앞에 팀이 없으려니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오늘 루트 안내를 맡은 2012 대전연맹 로체 원정대 대장 연헌모씨는 취재팀까지 11명에 이르는 대인원이 대둔산에서도 가장 길다는 암릉을 등반할 생각에 암담한 표정을 짓는다.
“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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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피치. 경사가 센 반면 홀드가 많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 코발트 빛깔의 연못처럼 아름답고 청명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첫 번째 암봉의 첫 피치는 경사는 제법 세지만 손가락 끝과 발끝이 걸리는 턱과 가로세로 홀드가 많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구간. 하지만 총알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낙석이 긴장케 하더니 피치 종료지점 직전 얇은 덧장바위를 잡는 순간 가슴이 철렁해진다. 그래도 피치 종료지점에 올라서자 산 밖으로 코발트빛 가을 하늘 아래 솟아오른 크고 작은 산봉과 산릉들이 무희들이 춤추는 양 일렁이며 마음을 들뜨게 해준다.
제2피치는 사이드 크랙을 잡으면서 10여m 오른 뒤 우측으로 2m가량 트래버스해야 하는데 가슴이 벽에 닿으면서 균형이 흔들린다. 아슬아슬하게 2피치 종료지점에 도착해 다음 사람이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니 트래버스 구간 위쪽에 볼트가 박혀 있다. 볼트에 건 퀵드로에 통과시킨 로프에 의지하면 쉽게 넘어설 수 있는 구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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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능선 상에 솟아오른 솔봉이길 암봉. 타기클라이밍센터 동호인들이 지난 봄 개척한 8~11피치 길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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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처럼 암벽이 형성돼 있는 제3피치를 지나면서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평범한 암릉이 이어지고 제5피치 종료지점을 올라서자 돌탑과 널찍한 바위지대가 펼쳐진다. 돌탑은 청주타기알파인클럽 회원들이 히말출리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 민준영씨를 추모하기 위해 쌓아놓은 것이다.
제2조의 선등자인 홍일점 박윤정(산바라기산악회)씨는 숲그늘에서 잠시 쉬더니 암봉 좌측 숲길로 이끈다. 박씨가 안내한 곳은 구한말 민초들의 슬픔이 간직된 집터로 주변의 소나무 나뭇가지에 ‘동학농민혁명 최후 항전지 탐사반 - 원광대 사학과’라 적힌 플래카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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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피치를 등반하는 박윤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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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당시 이곳에서 숨어 살던 30여 명의 주민들이 주능선에서 습격해 온 관군에 저항하다가 한 명 한 명 절벽을 뛰어내려 결국 다 죽었대요. 그 중 한 명은 어린 아기를 안고 뛰어내렸다 하고요. 저기 항아리 깨진 조각 보이지요? 그들이 여기서 살았다는 흔적이에요.”
구한말 동학농민운동에 참가했다가 이슬처럼 사라져간 민초들의 서글픈 얘기를 듣고 돌탑으로 되돌아와 제6피치 등반을 시작한다. 제6피치는 약 20m 높이의 독립봉으로 암봉 좌측의 제7피치로 곧장 올라붙거나 암봉 우측 숲 우거진 바윗길로 우회할 수 있다.- 2010년 6피치 추가개척으로 주능선과 이어진 바윗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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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피치에 올라서자 이제야 암릉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지대 너머로 솔봉이길 8~11피치가 나 개척돼 있는 암봉이 장벽처럼 우뚝 솟구쳐 있고, 오른쪽 골짜기에 이스터섬 모아이석상을 연상케 하는 기암 두 개가 솟아 있다. 이어 기암 오른쪽으로 클라이머들이 등반하고 있는 양파A길 암릉에 이어 동지길에 이르기까지 대둔산을 대표하는 암릉들이 전부 눈에 들어온다.
“아니 이거 6, 7피치는 괜히 했잖아요? 우회해도 될 것을. 참 멋있네요, 아름다워요. 저 쪽도 길을 낼 만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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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감이 대단한 제3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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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 원정대원들은 기암괴석과 돌병풍이 장관을 이룬 대둔산을 그동안 수십 번 수백 번 보아왔을 텐데도 새삼 감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또 다른 바윗길을 물색하느라 두리번댄다.
7피치 암릉에서 내려서자 5피치 돌탑에서 찾았던 동학농민 최후 항전지. 결국 6, 7피치는 암릉을 잇기 위해 조금은 억지로 만든 길이었다.
능선 좌측, 숲속의 희미한 산길 따르다가 너덜을 가로지르자 산죽밭에서 시작하는 제8피치 기점에 닿는다. 산죽군락 부근의 잡목 나뭇가지에 걸린 ‘TAGY알파인 솔봉이길’ 리본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지점이다.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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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피치를 오르노라면 오른쪽으로 양파A길을 비롯해 대둔산 일원의 암릉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 개념도 상 8피치는 5.10a. 독립봉인 제6피치와 같은 난이도다. 무엇보다 스타트 지점에서 발을 뗄 때 작은 홀드를 잡으면서 몸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몸이 뒤로 젖혀지는 바람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첫 번째 볼트를 지난 다음에도 각이 제법 세고 홀드가 작기 때문에 홀드를 잡았는데도 마음 놓고 끌어당기지 못한다. 그래도 세 번째 볼트를 지나면서 경사가 약해지고 홀드도 좋아지면서 마음이 놓인다.
“박 선생님이 오시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선등 서셔야죠?”
짤막한 페이스를 올려친 다음 좌측 대각선 방향으로 이어지는 약 15m 길이의 9피치를 끝내고 흐르는 테라스에 도착하자 아침에 헤어졌던 대구 팀 일행 5명 중 마지막 여성 회원이 막 10피치 등반에 들어서고 있고, 로체 원정대원들이 곧이어 올라온 박윤정씨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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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다란 홀드와 스탠스가 많아 쉽게 오를 수 있는 제4피치.
- 이제 바위 숲에 들어선 기분. 대둔산은 산 밖에서 바라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는 바위산이요, 산 안으로 들어서면 섬뜩한 느낌이 들 만큼 깊은 산이다. 이렇게 화려함과 깊음, 그리고 우거진 숲이 자아내는 넉넉함이 더해지기에 바위꾼뿐만 아니라 수많은 등산인과 탐승객들이 대둔산을 찾고 있는가보다.
“한 번 해보세요,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제10피치는 난이도 5.10b에 A0의 인공등반 구간. 최근 몸무게를 7km나 뺐을 만큼 등반에 열중해 왔는데도 어렵사리 등반하는 김용정(대전산악연맹 전무이사)씨의 모습에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임호씨는 박윤정씨가 올라오자 먼저 가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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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피치를 오르는 대전연맹 로체 원정대원들 뒤로 제6피치 암봉에서 자일 하강하는 클라이머들이 바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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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씨는 박윤정씨의 격려에 고무돼 등반에 나섰으나 두 번째 볼트에서 한 스텝을 극복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결국 로프에 주마를 걸었으나 오버행 암벽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자 거의 패닉상태에 빠진다. 훈련을 위해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배낭에 로프를 한 동 더 집어넣고 오르다 오버행 암벽에서 곤경에 빠진 것.
임호씨가 어렵사리 피치를 끝마치자 박윤정씨는 파이팅을 여러 차례 외치며 크럭스를 넘어서고 뒤이어 취재팀이 10피치 종료지점에 올라서자 대구 팀 마지막 여성 클라이머가 등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여성 클라이머 역시 앞서 오른 사람들이 헤맸던지 표정이 어둡고, 앞선 등반자와 여성 클라이머가 피치를 종료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해거름 접어들자 태곳적 신비감 살아나는 대둔산
오후 4시30분. 계획 수정. 김용정씨와 기자, 박윤정씨와 염동우 기자가 각각 파티를 이뤄 11피치를 등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8피치 기점으로 하강해서 골짜기 따라 곧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두 번째 볼트에서 오른쪽으로 2m쯤 트래버스하자 오버행턱. 턱 위쪽 벽 상의 볼트 3개에 걸린 슬링을 잡아당기면서 크럭스를 올려치자 수직 크랙이 나타나고, 경사가 점점 약해지면서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 솟은 암봉 위에 올라서자 대구팀이 장비를 챙기고 막 자리를 뜨는 모습이 보인다.
오후 5시 반, 이제 서쪽 하늘로 해가 서서히 내려앉고 있지만 대둔산 정상 마천대 탑은 오히려 반짝이고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탐승객들에게 대기번호를 알려주던 스피커 소리 대신 새소리가 산을 한층 아름답게 가꿔준다. 잠시 후 해가 논산 쪽으로 떨어지면서 대둔산은 기다렸다는 듯이 태곳적 신비감을 자아내며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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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피치 등반. 암봉 좌우측으로 우회할 수 있는 구간이다.
- 등반 길잡이
중급 수준의 암릉길… 10·11피치는 인공등반
솔봉이길은 전체적으로 중급 수준의 클라이머가 앞장선다면 새내기 클라이머들도 좇아 오를 수 있는 초중급 암릉길이다. 단 10피치와 11피치는 자유등반으로 쉽지 않으므로 슬링을 넉넉히 준비하도록 한다.
■제1피치(22m·5.9) 약 70도 경사의 페이스 구간으로 손끝으로 잡거나 밟을 수 있는 작은 턱과 사이드 홀드가 많이 있어 무난히 오를 수 있다. 단 손으로 잡았을 때 빠져나오는 돌들이 간혹 나타나므로 낙석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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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피치에서 바라본 솔봉이길. 앞에 보이는 암봉으로 가려면 암릉에서 일단 내려서서 희미한 숲길을 따라야 한다.
- ■제2피치(15m·5.9) 크랙을 이용해 10m쯤 우측으로 약 1.5m 트래버스해야 한다. 먼저 왼쪽 벽상의 핑거홀드를 잡고 오른팔을 최대한 뻗으면 작은 홀드가 잡힌다. 수직벽이라 상체가 바위에 닿으면서 균형이 흔들리지만 트래버스 구간 위쪽의 볼트에 확보하면 큰 부담 없이 넘어설 수 있다.
■제3피치(20m·5.5) 계단식으로 턱이 형성돼 있어 쉽게 올라설 수 있는 구간이다.
■제4피치(20m·5.9) 제3피치 종료지점에서 왼쪽으로 틀면서 오른다. 세 번째 볼트 위쪽이 벙어리 크랙이므로 잡았을 때 놓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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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피치. 스타트 지점에서 상체가 젖혀져 균형을 잃을 수 있다.
- ■제5피치(25m·5.6) 걷듯이 오를 수 있는 평범한 암릉으로 종료지점을 알리는 체인 걸린 쌍볼트 위로 올라서면 돌탑 주변에 널찍한 공터가 있다.
■제6피치(20m·5.10a) 제6피치는 암봉 오른쪽 벽으로 나 있다. 스타트 지점에 벽으로 붙을 때 몸이 뒤로 젖혀져 순간적으로 홀드를 잡아당기면서 올려치는 파워가 필요하다. 이후 세 번째 볼트를 지나면서 크랙 홀드가 작아지고 자세가 오른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힘을 모은 상태에서 올려쳐야 한다. 볼트 4개를 지나면 암봉 위에 올라서고, 암봉 끄트머리의 쌍볼트에 고정된 체인에 로프를 걸고 하강해야 제7피치 출발점으로 내려선다.
■제7피치(30m·5.8) 정식 루트는 침니로 시작하지만 반대편의 평범한 바윗길로 오를 수도 있다.
■제8피치(25m·5.10a) 출발지점에서 바위로 올라붙을 때 가슴이 달라붙으면서 몸이 뒤로 젖혀져 균형이 깨지기 쉬우므로 홀드를 잡은 다음 조심스럽게 올라서야 한다. 세 번째 볼트를 지나면 턱을 올라서야 하는데 팔이 짧은 사람은 홀드가 잘 잡히지 않는다. 턱을 넘어서면 경사가 죽어들고 스탠스도 좋아진다. 소나무 아래 쌍볼트에서 피치가 끝난다.
■제9피치(15m·5.9) 짤막한 출발 구간이 페이스를 이뤄 까다롭다. 벽과 마주하며 자라고 있는 나무를 이용하면 크럭스를 쉽게 올라설 수 있다. 두 번째 볼트를 지나면 흐르는 홀드를 이룬 상단 턱을 잡고 올려치든지 또는 오른쪽 볼트에 통과시킨 로프에 의지해 좌측으로 틀면서 턱을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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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피치. 출발 이후 네 번째 볼트까지 볼트에 걸린 슬링을 이용해 오르는 인공등반구간이다.
- ■제10피치(30m·5.10b·A0) 퀵드로가 8개 필요한 구간으로, 첫 스텝부터 인공등반으로 시작된다. 볼트에 걸린 슬링에 오른발을 걸고 일어서면서 머리 상단 좌측의 사이드 홀드를 잡는다. 두 번째 볼트를 지나면 세 번째 볼트에 걸린 슬링을 왼손으로 잡아당기면서 오른손을 쭉 뻗으면 큼직한 홀드가 잡힌다. 홀드 위쪽에 올라서면 크럭스를 넘어선 셈이다. 이후 손과 발이 들어가는 크랙을 타고 올라가면 11피치 기점에 닿는다. 마지막 부분의 바위들이 약하므로 낙석에 유의해야 한다.
■제11피치(35m·5.10b·A0) 솔봉이길에서 가장 긴 구간으로 볼트가 11개 박혀 있다. 첫 번째 볼트를 지나면 곧바로 오른쪽 벽으로 접근하지 말고 볼트 위쪽으로 계속 올라간다. 이어 두 번째 볼트가 보이는 지점에서 오른쪽 벽으로 접근해 퀵드로를 걸고 로프를 통과시킨 다음 오버행 턱 위쪽 볼트에 슬링을 건다. 이어 나타나는 볼트 3개에도 슬링을 걸면서 등반하는데 6번째 볼트까지 어려우면서도 짜릿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공등반 구간(A0)이다. 이후 서서히 경사가 죽어들면서 암봉 꼭대기에 올라선다.
- 2010년 6피치 추가개척으로 주능선과 이어진 바윗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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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위치 대둔산 동심정 휴게소 좌측 능선 너머
소요시간 4인 1조 기준 4시간
소요장비 60m 자일 2동, 퀵드로 12개, 프렌드 1조
접근 대둔산도립공원 관광단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길을 따라 첫 번째 휴게소를 통과해 동심정휴게소를 향해 오른다(주차장에서 약 40분). 휴게소 아래 축대 앞에서 희미한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100m쯤 오르면 ‘←양파A’, ‘양파B→’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왼쪽 사면길을 따르면 지능선 상의 안부에 올라선다. 여기서 능선길 따라 오른쪽으로 50m쯤 나아가면 양파A 코스 기점에 닿고, 솔봉이길로 가려면 능선을 넘어 잡목과 바위가 뒤섞인 산길을 따른다. 안부에서 허리길 따라 100m쯤 나아가면 ‘솔봉이길’ 루트 개념도가 그려진 스테인리스스틸 판이 붙어 있는 바위에 닿는다. 그 위쪽 길이 솔봉이길 1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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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피치. 등반자가 서 있는 지점 위쪽 오버행 턱 위의 볼트에 슬링을 걸고 올려쳐야 한다.
- 대둔산케이블카(063-263-6621)를 이용할 경우 종점터미널에서 동심정휴게소까지 10여 분 내려서야 한다. 운행시간 20분 간격(09:00~18:00) 운행. 단, 단풍철(10월 말~11월 초)에는 탐승객이 많이 몰려 터미널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타야 한다. 왕복 8,000원(소인 5,000원), 편도 5,000원(어린이 3,000원).
하산 제11피치 등반을 끝내면 주능선 상의 암봉에 올라선다. 여기서 암봉 너머 능선길을 따라 대둔산 정상인 탑에 세워진 마천대 쪽으로 나아가다가 마천대를 끼고 돌아서면 케이블카 종점·수락리·용문골 갈림목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케이블카 종점 방향으로 10여 분 내려서면 케이블카터미널 갈림목을 거쳐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약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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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피치 등반을 마치고 테라스에서 쉬고 있는 대전산악연맹 로체 원정대원들. 뒷줄 오른쪽은 박윤정씨.
- 제5피치나 7피치 종료지점에서 등반을 끝맺을 경우 오른쪽 계곡길을 따라 내려서다가 양파A길이 시작되는 안부를 거쳐 주등산로로 접어들도록 한다.
교통 대둔산행 노선버스는 대전과 전주, 금산에서 다닌다. 대둔산시외버스터미널(063-262-1260).
전주→대둔산 공용버스터미널(063-272-0109)에서 1일 5회(06:40, 09:00. 09:40, 14:20, 15:5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5,900원.
금산→대둔산 시외버스 공용정류장 (041-754-4854)에서 1일 7회(08:30, 11:10, 12:30, 13:10, 15:40, 16:40, 17:55) 운행. 30분, 2,100원.
대전→대둔산 서부 시외버스 공용터미널 (042-584-1616~7)에서 1일 3회(07:45, 13:20, 17:30) 운행. 40분, 3,300원.
- 드라이브 코스 경부고속도로는 대전 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635번 지방도로→복수 사거리 우회전→17번국도→진산→배티재, 또는 통영대전고속도로 추부 나들목→추부→17번국도→ 진산→배티재 경유, 호남고속도로는 익산 분기점에서 완주장수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완주 나들목→ 17번국도→고산→운주 방향으로 대둔산도립공원 관광단지에 진입. 전주시에서는 17번국도를 타고 봉동→고산→경천→운주를 거쳐 진입한다.
- 숙식(지역번호 063) 대둔산 도립공원 입구에는 토속음식을 내놓는 식당과 여관·민박단지가 조성돼 있다. 산산산(263-3829), 태평전주식당(263-3871), 민속전주식당 (263-1658), 한밭식당(263-9870), 매표소 아래의 대둔산관광호텔(263-1260)은 객실과 온천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2인실 6만5,000원, 4인실 7만5,000원, 8인실 15만 원, 15인실 20만 원. 입욕료 5,000원(투숙객에 한해 3,000원). 입욕시간 07:00~18:00. 장승마을펜션(010-3460-9781), 낙원산장 (263-0625), 대둔산장(263-1602), 서울편의점민박(263-9150), 콘도식민박 (011-9373-2677). 주차장(1일 2,000원) 부근 야영장은 무료다. 문의 대둔산도립공원관리소(240-4561).
- 양파 b길
- 해거름 접어들자 태곳적 신비감 살아나는 대둔산
- 껍질을 벗길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양파 같은 리지가 대둔산에 개척됐다. 양파B 리지로 명명된 이 코스는 2007년 11월 중순 대전 클라이머산장 대표 홍현씨와 대전락클라이밍등산학교 17기 회원들이 길을 낸 중급자 코스다. 페이스, 크랙, 슬랩 등 다양한 형태의 바위로 이루어진 이 길은 수직 페이스의 짜릿한 손맛과 함께 대둔산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11월 초 이기열(대전산악조난구조대)씨로부터 새로운 리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전을 향해 차를 몰았다.
회색 바위와 독야청청한 바위틈에 자란 노송들이 반기는 대둔산에 도착하자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차가웠다. 만산홍엽이 불과 몇 주 전이었는데 케이블카 승강장 앞 단풍나무의 퇴색한 붉은빛은 벌써 겨울을 알리고 있었다.
“밥 많이 먹고 올라가세요. 오늘 등반이 만만치 않습니다.”
등반을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주는 대둔산 산악구조대 이왕영씨다. 그가 준비한 된장찌개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오늘 등반은 대전락클라이밍 등산학교 17기 출신인 김경재, 이종현, 박순천, 유수연씨와 대전락클라이밍센터의 문승범씨와 한다. 대둔산에서 바위를 시작한 이들의 관심은 온통 양파B 리지 껍질 벗기기(?)에 쏠려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케이블카는 등산객들로 왁자지껄한 장바닥이었다. 약 1킬로미터 거리를 5분만에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대둔산의 늦가을은 스산한 모습이었다.
“개척 작업 대부분을 청소와 낙석제거에 매달려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김경재씨로부터 개척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케이블카는 어느새 금강문 아래에 도착해 50명의 승객을 쏟아냈다. 승강장 근처에 있는 동심바위를 지나 금강계곡쪽으로 5분 정도 내려서 첫번째 매점에 닿았다. 늦가을 산행의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간간이 보였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금강계곡에서 이곳 매점 입구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매점 축대를 따라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낙엽이 잔뜩 뒤덮인 길은 가파르고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좁아진 계곡을 따라 15분쯤 오르자 양파A 리지와 양파B 리지 갈림길이 나왔다. 이곳에서 오른쪽 능선 쪽으로 10분을 더 오르자 하얀색 고정자일이 설치된 양파B길 초입이었다.
“저 위로 올라가는 거예요? 경사가 너무 급하네요.”
오늘 처음 양파B 리지를 등반하는 박순천씨는 가파른 바위벽을 보고 벌써 걱정이었다.
“어렵지 않으니 차근차근 오르면 된다”고 등반을 책임진 김경재씨가 안심시킨다.
첫피치는 크랙과 페이스가 혼합된 17미터로 난이도는 5.9급 정도였다. 등반을 시작하자 문씨가 능숙한 솜씨로 크랙과 페이스를 올라 등반을 마쳤다. 선등자의 여유 있는 등반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유수연씨도 긴 팔다리를 이용해 크럭스인 두번째 볼트를 성큼 넘어섰다.
첫피치 등반을 마치자 주위 조망이 좋은 넓은 테라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머리 위로 쏟아질듯 서 있는 5.11b급 오버행 크랙은 주위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 신경은 온통 추락 없이 크랙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쏠리기 시작했다.
“세번째 볼트에 퀵드로 걸기가 어렵습니다.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합니다.”
문씨의 설명을 들은 후 나는 장비를 챙겨 오버행 크랙을 오르기 시작했다. 손가락 두 마디가 걸리는 하단부는 좌향 크랙을 따라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볼트를 지나자 상황은 돌변했다. 벽의 각도가 오버행으로 변한 이유도 있었지만 세번째 볼트까지 등반 거리가 너무 길었다. 만약 퀵드로를 걸다가 떨어지면 바닥을 칠 것이 분명했다.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한 마음은 크랙을 잡은 왼손의 근육을 급속히 경직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밸런스도 계속 깨져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오르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갑자기 발이 빠지며 몸이 허공을 갈랐다.
“왼쪽 발 홀드를 쓰면 균형이 잡혀요.”
이곳을 등반한 경험이 있는 문승범씨가 해법을 제시했다. 그의 말대로 오른손으로 크랙을 잡고 왼발을 벌려 홀드를 딛자 체중이 분산되며 균형이 잡혔다. 곧바로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튕겨 일어나 오른쪽 머리 위 큰 턱을 잡았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터지며 머릿속이 투명해질 만큼 맑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암봉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순간이었다.
세번째 피치는 두 곳으로 오를 수 있었다. 왼쪽 크랙으로 오르면 5.10b급이고 오른쪽 크랙은 5.9급 정도였다.
이종현, 박순천씨가 오른쪽 크랙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늦은 나이인 40대에 등반을 시작했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클라이머 못지않은 억척 주부 등반가들이었다.
몇 번 다리를 높게 올리고 또 몇 번인가는 수직의 바위벽에 막혀 끙끙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올라 “완료”를 외쳤다.
피치 종료지점에서 5미터를 더 오르자 20명은 족히 앉아 쉴 수 있는 마당바위가 나타났다. 아줌마 3인방 이종현, 박순천, 유수연씨가 정성들여 싸온 도시락을 꺼내자 순식간에 생일상 부럽지 않은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이것도 좀 드세요. 아침에 볶음밥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김밥만 먹어요?”
서로에게 음식을 권하는 이들의 정겨운 모습이 가족 같아 보였다.
“올봄 등산학교에서 처음 만난 후부터 마음이 맞아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이 별건가요. 아침에 눈곱 붙은 얼굴을 보고도 이상하지 않으면 가족이지요?”
이씨의 말대로 등산학교에서 인연을 맺어 서로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한 대전락클라이밍 등산학교 17기들의 자일의 정이 가을 하늘처럼 맑아 보였다.
4피치 역시 좌우 측 크랙으로 모두 오를 수 있었다. 오른쪽 크랙은 5.10b급으로 왼쪽에 있는 5.10a급 크랙보다 조금 더 어려웠다. 김경재씨가 오른쪽 크랙을 따라 등반에 나섰다. 오른손으로 크랙을 잡고 몸을 최대한 왼쪽으로 이동해 간신히 균형을 잡은 김씨가 머리 위 홀드를 이용해 고빗사위를 넘어섰다.
5피치는 수직 20미터 길이로 칸테를 따라 등반하는 코스다. 벽의 모서리를 따라 시작된 문승범씨의 등반은 푸른 가을 하늘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다. 마치 바위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수직의 바위벽을 피해 완경사를 따라 등반해야하는 6피치는 쉬운 5.8급의 크랙과 페이스였다. 하루 종일 등반하느라 지칠 만도 한데 이들의 등반 열정은 끝이 없어 보였다. 등반시간을 줄이기 위해 모두 연등으로 이곳을 넘어서자 이제 마지막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했다.
“마지막 피치는 제가 갈께요.”
종일 라스트로 뒤치다꺼리를 했던 유수연씨가 양파길의 마지막 껍질인 7피치 등반에 나섰다. 쉽게 크랙을 넘어선 그녀가 힘차게 “완료” 소리와 함께 자일을 고정하자 나머지 일행들은 주마를 이용해 쉽게 정상에 섰다.
리지 종착점에서 바라본 마천대 정상에 있는 하얀 개척탑 주변으로는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북동쪽으로는 서대산이 우뚝했고, 남쪽 백 리쯤으로는 한 달 전이나 다름없이 덕유산이 후덕한 덩치를 뽐내며 있었다.
“세상살이가 등반 같아요. 노력 없이 쉽게 되는 게 없으니까요.”
유씨의 등반철학을 들으며 등산로를 따라 20분 가량 내려오니 케이블카 승강장이었다. 걸어서 15분이면 오를 수 있는 곳을 종일 온몸을 바위에 부대끼며 올랐다. 하지만 모두의 입가에 웃음이 묻어나는 것은 껍질을 까는 수고 없이 양파의 속살을 볼 수가 없다는 진리를 오늘 등반을 통해 새삼 느꼈기 때문이었다
- 2010년 6피치 추가개척으로 주능선과 이어진 바윗길
첫댓글 알록달록한 단풍과 선선한 바람을 벗삼은 릿지 산행 잼날거 같습니다. 잘 다녀 오십시오~
저도 토욜 참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