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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06
S#1. 그네터 전경 (낮)
훨훨, 허공을 나는 그네.
S#2. 그네터 일각1 (낮)
아련한 표정으로 그네를 보고 있는 세령. 정신 차리고 보니, 동자승2가 없다.
놀란 세령, 입을 벌리고 그네를 보는 동자승1에게 다급히,
세령 : 다른 스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동자승1 : (그제야 둘러보며) 얘 또 어디로 샜어?
그 말에 놀란 세령, 부리나케 동자승1을 붙들고 그네터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사람들을 헤치며 정신없이 동자승2를 찾아보는데 아무 데도 보이지 않자 걱정스러워지는 세령...
S#3. 그네터 일각2 (낮)
역시 허공을 나는 그네를 보고 있는 승유, 옛 생각들에 잠겨 있다.
환호 소리에 정신이 나서 다시 말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손에 먹을 걸 든 채로 여기저기 둘러보며 울상이 된 동자승, 그 모습에 눈길이 가는 승유, 돌아서려는 순간,
세령(E) : 스님!
익숙한 목소리에 우뚝 멈추는 승유. 서서히 돌아보는 승유의 눈에 들어오는 세령. 울상인 스님2를 붙들고 달래고 있다.
세령 : 대체 어딜 갔다 오신 겁니까? 한참 찾았잖아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승유...
땀을 훔치다 시선을 느낀 세령, 시선 돌리다가 우뚝 멈춘다...
어느새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승유...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 세령...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동자승1, 2.
눈치 빠른 동자승1, 동자승2를 끌고 간다.
동자승2 : 왜? 어딜 가는데?
동자승1 : (가면서) 잔말 말고 따라와. 넌 눈치도 없냐?
동자승2, 끝까지 두 사람 보면서 한쪽 가로 딸려 가면 그제야 무겁게 입을 떼는 승유.
승유 : 무사해 뵈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만. (예 갖추는데)
세령 : (당황해서) 스승님!
승유 : (멈칫하는)
세령 :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 때문에 고초를 겪으시고 어찌 지내고 계신지-
승유 : (말 자르며) 다시는,
세령 : (보면)
승유 : (차갑게) 마주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말에 깜짝 놀란 세령, 승유를 올려다본다.
쳐다보지도 않고 세령의 곁을 스쳐지나가 버리는 승유.
S#4. 그네터 주변 (낮)
말에 올라타 서둘러 출발하는 승유.
달리는 말 옆으로 지나치는 인파속.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세령의 뒷모습 보인다.
어느새 곁에 서서 세령의 눈치 보고 있는 동자승1과 2.
뒤를 돌아 승유를 보는 세령. 충격을 받은 얼굴...
이랴! 세령이 보이는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달려가 버리는 승유...
S#5. 길 (낮)
빠르게 달려온 승유의 말, 속도를 점점 낮춘다. 이내 멈춰버린 말 위, 혼란스러운 승유...뒤를 돌아본다...
이래서는 안 된다...마음을 다잡는 승유, 단호하게 다시 말을 달려가는 뒷모습.
S#6. 승법사 근처 (낮)
익숙하게 숲길을 달려 올라가는 동자승1, 2 묵묵히 뒤를 따르던 세령, 저도 모르게 우뚝 발길을 멈춘다.
방금 전 승유와 헤어진 일을 곱씹는 세령... 가슴 한쪽이 아린 듯 상처 받은 얼굴 위로...
윤씨(E) : 어딜 다녀온 게야?
S#7. 승법사 / 승방 (낮)
윤씨와 마주 앉아 혼나는 중인 세령.
윤씨 :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네가 딱 그 짝이구나.
주상전하의 쾌유를 빌러온 종친이, 동자스님들까지 몰고 저자를 기웃거리다니, 남들 눈이 무섭지도 않은 게야?
갑자기, 세령의 눈에서 주룩 흐르는 눈물.
윤씨 : (기가 막혀) 이 정도 잔소리도 고까운 게냐? 어디 잘못 해놓고 눈물바람이야?
어머니 탓이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도,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세령...
윤씨 : (당혹감) 다 큰 것이, 뚝 그치지 못해?
왈칵 서러움이 밀려들어 작은 흐느낌까지 새어나오는 세령. 당혹스런 얼굴로 세령을 바라보는 윤씨.
S#8. 대궐 전경 (낮)
S#9. 강녕전 동온돌 앞 (낮)
두루마리를 들고 걸어온 신숙주, 장지문 앞에서 멈춘다.
전균 : 주상전하, 승정원 우부승지 들었사옵니다. '자막 {승정원: 왕명 출납을 맡아보던 관아. 임금의 비서기관}'
수양(E) : 들라 하게.
S#10. 강녕전 동온돌 (낮)
이부자리에 누워 겨우 눈을 뜬 문종, 이어지는 가쁜 호흡.
걱정스레 보며 앉은 단종 곁을 지키고 앉은 수양. 방 한쪽 앉아 애써 분노를 참는 경혜공주, 그 곁에는 정종이 나란히 앉았다.
단종의 앞에 두루마리를 펼쳐주는 신숙주.
수양 : 저하. 병조와 형조의 인사이동 내용이옵니다. 허하시면 (신숙주 보며) 우부승지가 그대로 처리할 것이옵니다.
단종 : (경혜를 보면)
경혜 : (못마땅한)
수양 : (여유 있게) 전하께서 이미 이 숙부와 함께 논의한 일이옵니다. 아무 염려 마시고 허하시옵소서, 저하.
단종 : (난처한)
경혜 : 그것이 어느 때이옵니까? 어느 날, 어느 시에 아바마마께서 그리 말씀하시더이까?
수양 : (태연하게 보는)
정종 : (작게 만류하는) 공주마마.
수양 : 이 숙부에 대한 의심이 그리 깊으시다면 대전 내관 전균을 불러 물으시지요.
경혜 : (수양을 노려보는)
수양 : 공주께서는 요즘 부쩍 날이 서 계십니다. 전하의 환후로 더불어 힘든 때이니 부디 은인자중하시지요.
(부드러운 채근) 저하.
단종 : ...그리 하시지요, 숙부.
흡족하게 단종을 보는 수양을 노려보는 독기 어린 경혜의 표정.
S#11. 강녕전 앞 (낮)
신숙주와 함께 걸어 나오는 수양.
수양 : 승정원에 범옹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오.
신숙주 : 맡겨주신 소임인지라 애는 쓰고 있사오나 아직 미숙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수양 : 겸손이 지나치세요.
신숙주 : 공주마마의 지나친 언사가 세자저하께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럽습니다.
수양 : (의미심장하게 웃는)
경혜(E) : (기가 차서) 출합이라니요?
S#12. 공주의 처소 (낮)
기가 막힌 듯 수양을 보며 앉아 있는 경혜. 태연한 표정으로 경혜를 보는 수양.
경혜 : 이 와중에 출합이라니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자막 {출합: 결혼한 왕자녀가 궁 밖으로 살림을 차려 나가는 일}'
아바마마께서 저리 누워계신데 여식인 나를 궁 밖으로 내치겠다는 것입니까?
수양 : (태연한) 내치다니요? 전하의 환후 탓에 여태껏 미뤄온 출합을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경혜 : (팽팽한) 나는 이 방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수양 : 대대로 내려온 지엄한 법도를 솔선수범하여 어기시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경혜 : (!)
수양 :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할 공주마마께서 법도를 하찮게 여기신다면, 궐 밖의 어느 아녀자가 그것을 지키고자 하겠습니까?
경혜 : (할 말 없는)
수양 : (온화한 웃음) 사가에서 머무시더라도 종종 입궐하여 전하께 문후를 여쭈시면 될 일입니다.
경혜 : (어쩔 수 없는)
S#13. 김종서의 邸 전경 (낮)
민신(E) : 왜 하필 지금이랍니까?
S#14. 김종서의 邸 / 사랑채 (낮)
김종서, 속을 알 수 없는 묵묵한 표정. 민신, 조극관, 앉았고 뒤를 지키고 앉은 김승규. 침통한 분위기.
자막 {민신} {조극관}
조극관 : 그나마 세자저하의 곁을 지키던 공주마마까지 궐 밖으로 내치겠다, 이 뜻 아닙니까?
민신 : 집현전 학사 신숙주를 승정원 우부승지로 밀어올리고 (조극관을 보며) 형판과 나까지 한직으로 밀어내려하고 있습니다.
조극관 : 이러다 조만간 어명을 앞세워 (김종서 보며) 대감께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민신 : 더 늦기 전에 수양의 발목을 잡으셔야지요.
조극관 : 저리 판치는 꼴을 그저 보고만 계실 작정이십니까?
민신 : 정 방도가 없다면 군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김종서 : (단호하게 말을 자르며) 그것이 저들이 바라는 바일세. 아직은 때가 아니니 경거망동들 하지 말게.
다들 못마땅하게 입을 다문다.
형형한 눈빛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김종서.
S#15. 김종서의 邸 / 마당 (낮)
막 마당으로 들어서는 승유에게 환한 얼굴로 달려오는 아강.
아강 : (안기며) 삼촌! (투정) 왜 이제야 오십니까? 제가 보고 싶지도 않으셨어요?
승유 : (웃으며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고 류씨에게)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형수님?
반가운 표정으로 웃고 서 있는 류씨.
류씨 : 예, 도련님. 얼굴이 좋아 보여 다행입니다.
승유 : 그간 심려를 끼쳐 송구합니다. 아버님과 형님은요?
그 때 회합을 마치고 나오는 조극관, 민신, 김승규와 김종서.
예를 갖추는 승유를 본 김종서, 뜻밖이라는 표정.
김종서 : ...네가 어인 일이냐?
S#16. 김종서의 邸 / 사랑채 (낮)
아버지에게 절을 하고 좌정하는 승유.
김종서 : 네 형이 나를 염려해 불러올렸구나. 쓸 데 없는 짓을 했다.
승유 : 아버님 곁을 지키고자 돌아온 것입니다.
김종서 : (웃고) 입에 발린 그 말이 기껍게 들리는 것을 보니 이 애비가 늙긴 늙은 모양이다.
승유 : (안타까운) 아버님.
김종서 : 나를 돕겠다는 뜻은 가상하나 강론이나 하던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때를 기다리면 쓰임이 있을 터이니, 그때까지 자중하여라.
승유 : ...예.
S#17.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앞 (밤)
멍하니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세령.
#플래시백: 제6화 3씬
차갑게 세령을 외면하던 승유.
승유(E) : 다시는, 마주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서운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여 한숨이 나는 세령.
잠에서 덜 깬 여리가 하품하며 지나가다가 세령을 본다.
여리 : (놀란) 아가씨, 여태 한잠도 안 주무신 거예요?
세령 : ...도무지 잠이 안 와서.
여리 : (걱정스럽게 보는)
S#18. 수양의 邸 / 세령의 방 (밤)
이부자리 위, 벽에 기대어 무릎을 끌어안은 채 앉은 세령.
곁에서 꾸벅꾸벅 졸며 세령의 얘기를 들어주려 애쓰는 여리.
세령 : 나, 참 못됐나봐.
여리 : (건성으로) 아가씨가 왜요?
세령 : 나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분이니 내게 화내는 게 당연한데, 그것이 왜 이리 섭섭할까?
여리 : (졸다가 깨서) ...누구 말씀이세요...
세령 : 할 말이 참으로 많을 거 같았는데...
여리 : (잠결) ...하시면 되죠...
세령 : ...그리 냉정한 모습은 처음이었어.
하는데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리.
괴로운 세령, 제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S#19. 김종서의 邸 / 승유의 방 / 다른 날 (새벽)
이부자리 위에 팔을 베고 누워 생각에 잠긴 승유.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싫어 벌떡 일어나, 옷을 찾아 걸치고 밖으로 나선다.
S#20. 한성부 / 무예수련장 (새벽)
텅 빈 마당에 홀로 검을 연마하는 신면. 절도 있게 검을 뽑아 앞을 겨누는 진지한 모습.
그러다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이 되어 뒤를 노리는데, 신면의 검이 겨눈 곳은 정확히 승유의 목이다.
신면 : (놀라서 검을 거두며) 언제 올라온 거냐?
승유 : (검을 겨누며) 인사는 나중에 하자.
대번에 알아들은 신면, 승유의 검을 피해 간격을 유지한다. 대련 자세가 되는 두 사람, 서로를 경계하며 빙빙 돈다.
검이 부딪히고 무서운 기세로 공방하는 두 사람. 일단 선공은 승유다.
승유의 검이 신면의 급소들을 노리면 노련하게 방어하는 신면. 점점 빨라지는 승유의 검, 신면의 검도 분주해진다.
파죽지세로 다가드는 승유의 검에 조금씩 뒤로 밀리는 신면.
그 때, 승유의 집중력을 날카롭게 흐트러뜨리는 세령의 기억!
#플래시백: 제6화 4씬
뒤를 돌아 승유를 보는 세령. 충격 받은 얼굴...
잠시 멈칫한 사이, 승유의 방심을 놓치지 않는 신면의 검, 사정없이 승유의 검을 튕겨낸다.
쨍그랑! 바닥에 가서 떨어지는 승유의 검.
신면, 승자의 미소 지으면 마주 웃어준 승유. 이내 놓친 제 검을 심란하게 바라본다...
S#21. 한성부 / 뜰 (새벽)
신면, 승유에게 땀을 닦으라고 광목수건을 건넨다. 받아서 얼굴에 배인 땀을 닦는 승유.
신면 : 무슨 일이야? 머리 복잡할 때마다 검을 드는 게 네 놈 아니냐.
승유 : (농담) 형님한테 그저 잘 다녀오셨습니까, 하면 되는 게지 웬 잔말이 그리 많아?
신면 : (웃고) 말문이 터진 걸 보니 살만하구나.
승유 : 종이 소식은 들었다. 뜻대로 부마가 되었구나.
신면 : 오늘이 출합이다. 으리으리한 사가에서 살게 됐다고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
승유 : (웃고) 그러는 넌? 혼담 오가는 데 없어?
신면 : (당황해서) 혼담?
승유 : 녀석, 있구나. 어느 댁 여식이야?
신면 : (얼버무리듯) 혼담은 무슨. (화제 전환) 이따 종이한테나 같이 가자.
그런 신면이 어딘지 이상하다 싶은 승유.
S#22. 수양대군의 邸 / 안방 (낮)
세령, 윤씨와 마주앉아 있다.
윤씨 : 공주마마께서 출합하시는 날이다. 사저로 나오시기 전에 미리 가 있거라.
그래야 네 아버님의 정성을 온 세상이 알지 않겠느냐.
세령 : ...마마께서 달가워하지 않으실 지도 모릅니다.
윤씨 : 공주마마께서 유일하게 가까이 지내는 종친이 너인데, 달가워하시지 않을 연유가 무엇이냐?
이 에미 말대로 틈틈이 말동무가 되어드리도록 해라.
세령 : ....예, 어머님.
S#23. 강녕전 동온돌 (낮)
나란히 선 정종과 경혜, 아버지에게 예를 갖춘다. 누워서 겨우 눈만 뜬 문종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단종.
겨우 허공에 손을 휘휘 젓는 문종. 그 손을 붙드는 경혜와 정종. 애써 웃음을 잃지 않는 경혜.
문종 : (차마 입을 못 떼는)
경혜 : 염려 마세요, 아바마마. 소녀, 다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정종 : 금실 좋은 내외가 되어 손자도 금세 안겨드리겠사옵니다, 전하.
경혜 : (째려보는)
문종 : (희미하게 웃는)
경혜 : (단종 보며) 저하.
단종 : (눈물 억지로 참는) 안녕히 가십시오, 누님.
정종 : 저하, 사가로 종종 놀러 오십시오.
단종 : 그리하겠습니다.
경혜, 일어서면 갑자기 경혜의 팔을 붙드는 단종. 눈물 어린 단종의 손을 꼭 잡아주며 웃어주는 경혜.
단종 : 누님! 벌써 가시는 것입니까?
경혜 : ...부디 굳건한 군주가 되어주시옵소서, 저하.
단종의 손을 놓고 단호한 발걸음으로 나서는 경혜.
S#24. 거리 (낮)
출합행렬을 구경하는 사람들.
당당하게 말 위에 올라탄 정종, 그 뒤를 경혜의 호화로운 가마가 따른다. 가마 곁에는 은금이 따르고 있다.
하사품과 일종의 이삿짐을 담은 몇 대의 수레와 나귀 이어진다.
경혜의 가마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정종, 안쓰러운 표정.
S#25. 가마 안 (낮)
홀로 남은 경혜, 이를 앙다문 채 눈물을 참고 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쓱쓱- 닦아버리는 경혜.
S#26.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문종의 딸을 위한 마음이 한껏 드러난 호화로운 저택 전경.
그 앞에 도착한 세령과 여리, 그 위용에 놀란다. 세령이 손에는 작은 비단보자기가 들려 있다.
여리 : (휘둥그레) 우와, 호화로운 것이 궐이나 진배없습니다. 안 들어가세요, 아가씨?
여리 들어가려다 보면 들어가길 망설이고 있는 세령.
때마침 도착하는 출합행렬, 경혜의 가마도 멈춘다. 한쪽으로 비켜서서 예를 갖추는 세령과 여리.
말에서 내린 정종, 안으로 먼저 들어간다.
가마 문 열리고 은금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던 경혜, 세령을 본다.
경혜 : 네가 여기 웬 일이냐?
서둘러 예를 갖추는 세령과 여리.
세령 : ...오늘이 출합날이라기에 왔습니다.
경혜 : (독기) 네 아비는 궐 안에서, 너는 궐 밖에서 내 신경을 거스르기로 작정을 한 게냐? 다시는 내 집에 발을 들이지 말거라!
홱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혜를 차분히 보는 세령.
여리 : (의아한) 왜 저리 찬바람이 쌩쌩 부신답니까?
세령 : 넌 먼저 돌아가 있거라.
여리 : 아가씨!
여리를 두고 단호하게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세령.
S#27.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낮)
혼자 우두커니 서서 방 안을 둘러보는 경혜. 낯설고 참담하고 외로운 생각이 든다...
세령(E) : 마마,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분노의 눈빛으로 장지문 너머를 노려보는 경혜.
경혜 : 꼴도 보기 싫다 하지 않았느냐! 썩 물러가거라!
그 말에 대답처럼 드르륵- 문이 열리고, 야속한 눈빛으로 경혜를 바라보는 세령.
세령의 의외의 행동에 놀란 경혜, 더없이 기가 막힌다.
경혜 : 지금 네가 감히...
세령 : ...차라리 뺨을 치십시오.
경혜 : 뭐라?
세령 : 백 대, 천 대를 쳐서라도 그 속이 풀리신다면 소녀 달게 맞겠습니다.
경혜 : 일전에 뺨 한 번 맞은 걸로 이리 강짜를 놓는 게냐? 네 아비의 위세만 믿고 너까지 날 조롱하는 게야.
세령 : ...더는 저를 반기지 않으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낯선 곳에 홀로 나온 마마께서 얼마나 두렵고 외로우실지 염려되어
열 번, 백 번을 망설이다 찾아온 길입니다.
아무 대꾸 없이 세령을 쏘아보는 경혜. 체념한 세령, 조용히 방 안에 보자기를 내려놓는다.
세령 : ...시집가는 딸들에게 어머니가 챙겨주는 것들이라 들었습니다. 중전마마가 계셨다면 자상하게 살펴주셨겠지요.
주제넘다 하시겠지만 없는 솜씨로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경혜 : (!)
세령 : 아무리 꼴 보기 싫다 하셔도 저는 마마가 염려되어 또 와야겠습니다.
경혜 : (기막힌)
목례하고 이내 총총히 멀어지는 세령의 발자국 소리.
혼자 남은 경혜, 보자기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끌러본다. 그 안에서 나온 혼례품들. 오복주머니, 수저보 등.
물끄러미 그것들을 바라보는 경혜.
S#28.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낮)
작게 한숨 쉬고 나가는 세령에게 예를 갖추는 은금. 막 들어오는 정종에게 살짝 고개 돌려 예를 갖추고 나가는 세령.
정종도 영문 모르고 예를 갖추는데, 뭔가 번뜩한다.
#플래시백: 제5화 26씬과 27씬의 결합
열린 문(혹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정종, 신면과 세령이 마주보고 얘기 나누는 모습을 의아하게 본다.
도로 현재.
다시 보는데 이미 멀어지는 세령의 모습.
정종 : (은금에게) 저 분이 대체 누구신가?
은금 : 수양대군 댁 장녀 세령 아가씨입니다.
정종 : (놀라는) 수양대군?
S#29. 경혜공주의 사저 / 문가 (낮)
장옷을 쓰고 대문을 향하는 세령. 별 뜻 없이 앞을 보다가 깜짝 놀란다.
대문 안으로 막 들어서는 승유와 신면, 서둘러 전각 옆쪽에 숨는 세령.
마침 안쪽에서 나와 뒷짐 지고 거드름 피우는 정종.
정종 : 어이! 자네들, 왔는가? 어서들 들어오게. 사양 말고 들어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정종 있는 데로 가는 승유와 신면.
정종의 안내 하에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환하게 웃고 있는 승유의 얼굴...
그 모습이 괜히 서운한 세령, 터덜터덜 걸어 대문을 향한다...
S#30. 경혜공주의 사저 / 내당 (낮)
문 앞에 선 정종, 조심스럽게 문 안의 경혜에게 말을 건다.
정종 :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정종이 문을 열려는 순간.
경혜(E) : 혼자 있고 싶습니다.
잠시 말이 없는 정종...애써 밝은 목소리.
정종 : 벗들이 왔습니다. 양해를 구하지 못한 채 불러 송구합니다.
여전히 대답 없는 안방 문. 심란한 표정으로 한숨 푹 쉬는 정종.
승유(E) : 장가가니 좋냐?
S#31. 경혜공주의 사저 / 정자 (밤)
조촐하게 술자리를 벌인 승유와 정종과 신면.
정종 : 아주 좋아죽겠다. 근데 나만 좋으면 뭐 하냐?
승유 : 무슨 소리야?
정종 : (넋두리) 주상전하의 환후가 위중하신 데다 공주마마는 날 여전히 거부하시니 숫총각홀아비 신세나 다름없다.
승유 : (어이없어 웃으며) 숫총각 홀아비?
신면 : (웃는)
정종 : (어두워진 표정) 아무래도 궐 밖에서 승유 네 놈과 나눈 정을 맘에 두고 계시지 싶다.
승유 : (당황한) ...종아!
난감해지는 승유의 표정.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정종의 웃음소리.
황당해서 웃는 정종을 보던 승유, 신면을 보면 못 말린다는 듯 정종을 보며 고개 절레절레 흔드는 신면.
정종 : 길례 후에 면이에게 들었다.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으나 그리 어마어마한 비밀을 내게 감춘 벌이니 야속해마라.
승유, 어이없다는 듯 신면 보면 웃음기 머금은 채 시선 피하는 신면.
정종 : 요놈아, 내 그 때 그 여인이 누군지 알았다.
신면 : (놀라서) 뭐?
승유 : (의아한) 무슨 소리야?
정종 : 왜 일전에 한성부로 찾아왔던 그 여인 말이다.
신면 : (긴장하며 승유 보는)
정종 : 수양대군 댁 장녀 맞지?
신면 : (무마하려는) 시끄럽다. 잠자코 술이나 마셔.
정종 : 낮에 공주마마 뵈러 여기 온 걸 내가 딱 알아봤지. (승유에게 이르듯) 글쎄 이놈 눈빛이 아주 그 여인을 잡아먹을 기세더라.
승유 : (신면을 물끄러미 보는)
신면 : (버럭) 대체 네 놈 입은 왜 그리 가벼워?
정종 : 왜 이리 화를 내실까? 농 좀 친 걸 가지고.
승유 : (덤덤한) 나 때문이면 됐다. 여인에게 마음 가는 것이야 막을 방도가 없지.
신면 : (정색하고) 그저... 혼담이 오가는 댁일 뿐이야.
정종 : (놀라서) 혼담?
승유 : (묵묵히 술 마시는)
정종 : 아버지들 일로 우리까지 소원해져서야 되겠냐. 난 니들이 어느 댁과 혼인한대도 진정으로 축하해주마.
신면 : (약간 긴장해서 승유 보는)
승유 :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S#32. 경혜공주의 사저 / 뜰 (밤)
살짝 비틀거리며 뜰로 나온 승유. 바람을 맞으며 심호흡을 하는데, 뜰 한쪽에 서 있는 경혜의 뒷모습 보인다.
마침 돌아보다 승유를 발견한 경혜, 예를 갖추는 승유를 보고 놀란다.
경혜 : ...김직강이 여기 어인 일입니까?
승유 : ...부마되신 분이 제 죽마고우입니다.
경혜 : 죽마고우? (자조적으로) 참으로 얄궂은 인연입니다.
승유 : 저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신 일,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경혜 :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못 박듯) 다만 혼사는 깨졌다하여도 세자저하를 향한 충심은 변치 않아야 할 것입니다.
승유 : 명심하겠습니다.
경혜 : 이만 가보시지요.
승유 : ...종이, 참으로 좋은 지아비가 될 것입니다. (예를 갖추고 돌아서려하면)
경혜 : 혹, 그 아이가 있을까 싶어 여기 오신 것입니까?
승유 : (돌아보면)
경혜 : 우연히 그 아이를 마주친다 하여도 모른 척 지나치십시오. 그것만이 김직강과 그 아이의 비극을 막는 길일 것입니다.
승유 : ...다 끝난 인연일 뿐입니다.
휑하니 자리를 뜨는 경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승유.
S#33. 수양대군의 邸 / 다른 날 (낮)
S#34.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낮)
외출준비를 하는 세령의 곁에서 못마땅한 듯 조잘대는 여리.
여리 : 아가씨는 참 속도 좋으십니다. 그 냉대를 받고 또 거길 가고 싶으십니까?
세령 : 너한테 따라오라고 안 할 테니까 그만 해. 다녀올게.
여리 : 쇤네도 아니꼬워서 가기 싫습니다요.
픽 웃어주고 장옷을 들고 나가는 세령.
S#35. 경혜공주의 사저 / 내당 (낮)
방 앞으로 걸어오는 정종.
정종 : 공주마마! 아직 기침 전이십니까? (장지문을 열며) 지아비의 숙취를 해결해 주시는 것도 아녀자의-
하다가 너무 놀라 우뚝 움직임을 멈춰버린 정종! 활짝 젖혀진 문 안으로 보이는 방, 깨끗이 정돈된 채 텅 비었다...
정종(E) : 공주마마가 사라지셨어!
S#36. 경혜공주의 사저 / 정자 (낮)
돌아가기 위해 의관을 가지런히 하고 서 있던 승유와 신면. 정종의 말을 듣고 놀란 분위기.
신면 : 그게 무슨 말이냐? 공주마마가 사라지셨다니?
정종 : 집 안 어디에도 안 계신다. 나인과 가마도 없어졌고.
신면 : 궐에 가셨겠지.
승유 : 말도 없이? (신면에게) 넌 종이 데리고 궐에 다녀와라. 난 여기저기 둘러볼게.
정종 : 혹 궁에 안 계시면 어쩌냐? 출합 나온 다음날, 공주마마가 말도 없이 사라지셨다면 궐 안이 발칵 뒤집힐 텐데.
신면 : 일단 가보자.
S#37.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장옷을 뒤집어쓴 채 걸어오는 세령. 다급한 인기척에 보면 정신없이 나와 저쪽으로 사라지는 신면과 정종...
뭔가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우뚱한 세령, 대문 앞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막 대문 앞을 들어서는데 급히 나오던 누군가와 부딪히는 세령. 누군가 싶어 보면, 놀란 눈으로 세령을 보고 있는 승유다...
어떻게 이렇게 또 만나나...기막힌 인연이 놀랍기만 한 승유...
당황한 세령, 엉겁결에 돌아서려고 하는데...
승유 : 여긴 또 어떻게 온 것입니까?
세령 : (멈추는)
승유 : 어찌 왔느냐 묻질 않습니까?
세령 : ...공주마마를 뵈러...
승유 : 무슨 볼 일인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뵐 수 없습니다.
세령 : (의아한 눈으로 그제야 돌아보는)
S#38. 가마 안 (낮)
가마에 앉아 있는 경혜공주. 가마 창을 열고 얼굴을 들이민 은금, 걱정이 태산 같다.
은금 : 공주마마, 호위 하나 없이 정녕 그곳까지 가셔야겠습니까?
은금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는 경혜. 한숨을 푹 쉬고 가마 창을 닫는 은금.
흔들림 없이 꼿꼿이 앉아 있는 경혜.
세령(E) : 사라지시다니요?
S#39.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세령과 승유, 마주보고 서서 대화중이다. 놀라고 걱정스러워하는 세령의 표정...
승유 : 입궐하셨나 싶어 부마께서 가셨으니 곧 소식이 있겠지요.
세령 : ...궁을 나오신 지 채 하루도 안 되어 입궐을 하시다니요. 편찮으신 전하께 걱정 끼칠 일은 절대 하실 분이 아닙니다.
승유 : 혹 궐 밖에 갈만한 곳을 아십니까? 궁 안에서 가까이 모셨으니 잘 알 것 아닙니까?
세령 : (곰곰 생각하는)
승유 : 대신 공주 행세를 해줄 정도로 가까웠다면서 그 정도도 모른단 말입니까?
세령 : (할 말 없어 고개 숙이다가 번뜩) 혹시...
승유 : 짚이는 데가 있습니까?
세령 : 그것이...너무 먼 데라서...
S#40.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말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세령과 승유.
세령 : 말은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타는 말이다. 긴장해서 말에 올라타는 세령. 가만히 세령이 하는 꼴을 두고 보는 승유.
말에 오른 세령, 심호흡하고, 눈 한 번 딱 감았다 뜨더니, 조심스레 말을 출발시킨다.
불안함과 두려움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세령...천천히 걷는 말.
짜증스레 그 모습을 보다가 한숨 한 번 푹 쉰 승유, 성큼성큼 다가가 고삐를 잡아 말을 멈춘다.
놀란 세령, 승유를 보는데 말없이 휙- 올라타 버리는 승유!
승유 : (한심한 듯)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다녀오겠습니까?
세령이 뭐라 할 틈도 없이 말을 채근해 달려 나가는 승유, 깜짝 놀라는 세령의 허리를 휙- 감싸 안고 달린다.
S#41. 거리 (낮)
승유와 세령을 태운 채 다급히 달리는 승유의 말.
제 허리를 붙든 승유의 팔을 쳐다보며 의식하지만 금세 정면을 보는 세령.
제 품에 안긴 세령을 의식하면서도 냉정한 척 표정을 가다듬는 승유.
서로를 또렷하게 의식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두 사람.
S#42. 나루터 근처+가마 안 (낮)
멀리 나루터가 보이는데 세워진 가마. 가마에서 떨어져 휴식을 취하는 가마꾼들. 가마 곁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은금.
가마 안의 경혜. 가마 창밖으로 나루터를 보고 있다. 나룻배를 기다리는 백성들, 지저분하고 남루한 채 왁자지껄 모여 있는.
냄새라도 나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는 경혜.
은금 : 마마, 어쩌시겠습니까?
경혜 : 저런 자들과 어울려 배에 타야한다는 말이냐?
은금 : ....예.
경혜 : (눈빛 흔들리는)
은금 : 공주마마, 이만 돌아가시지요. 말도 없이 사라지신 게 알려지면 주상전하께서 염려하실 것입니다.
경혜 : (망설이는)
은금 : (눈치껏) 허하신 걸로 알고 이만 돌아갑니다.
대답처럼 가마 창을 닫아버리는 경혜. 가마꾼들에게 눈짓하면 얼른 와서 가마를 드는 가마꾼들.
여리와 가마, 저쪽 큰 길로 접어들어 가자마자 숲속 좁은 길에서 모습을 드러낸 승유의 말, 나루터로 향한다.
S#43. 나루터 (낮)
승유가 말을 멈추고 내리자 후다닥 제 힘으로 내리는 세령.
나루터에 있던 백성들의 시선, 한눈에 두 사람에게 꽂힌다.
세령 : (승유의 눈치 보며)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겠습니다.
꾸벅 예를 갖추고 나루터로 달리는 세령. 막 도착한 배에 달려드는 백성들 사이로 섞여버린다.
말을 끌고 몇 걸음 가던 승유, 우뚝 멈춰 선다... 뒤통수가 당기듯 뒤를 돌아다보는 승유...
S#44. 나룻배 (낮)
아직 출발하지 않은 나룻배.
사람 가득찬 배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세령. 나룻배 안의 관심이 온통 세령에게 쏠려 있다. 수군거리는 소리들.
특히 왈패로 보이는 서넛, 대놓고 훑어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제 생각에 골몰하느라 음흉한 시선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세령.
세령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면서 다가오는 왈패 한 놈. 왈패, 세령의 옆에 앉아 있던 중년여자의 엉덩이를 툭 찬다.
얼른 비켜버리는 중년여자 자리에 왈패가 들어서려는 순간, 발 한 개가 척 그 자리에 걸쳐진다.
올려다보면 더없이 태평한 얼굴의 승유다. 승유의 등장에 놀란 세령.
왈패, 험악한 인상을 그으며 승유에게 다가드는데, 귀찮은 듯 소매에서 엽전 꾸러미를 꺼내 드는 승유.
왈패 : 뭐야?
승유 : 자리 값.
돈을 보고 세령을 보던 왈패, 얼른 엽전 꾸러미를 잡아채 제자리로 간다.
세령의 옆에 척 앉는 승유.
승유 : 겁 없는 건 여전하십니다.
세령 : 어떻게...
승유 : (시선 피하며) 공주마마의 안위를 확인해야지요.
세령 : (물끄러미 보는)
S#45. 강 전경 (낮)
승유와 세령이 타고 있는 나룻배,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S#46. 나룻배 (낮)
나란히 앉은 승유와 세령, 어색한 분위기.
어색함을 이기고자 뱃사공(50대, 男)에게 말을 거는 승유.
승유 : 이보게, 혹 가마를 타고 온 대가 댁 여인을 보지 못했는가?
뱃사공 : 가마요? 소인은 실은 적이 없으나 딴 배에 탔을지도 모르지요.
세령 : ...너무 먼 곳이라 정녕 거기까지 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승유를 보며) 괜한 걸음 하시는 건 아닌지.
승유 : (무뚝뚝하게) 확인해봐서 나쁠 건 없지요.
끊어진 대화 때문에 도로 어색해진 두 사람. 괜히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에 시선을 두는데,
덩치 큰 중년남자가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갑자기 기우뚱하는 배.
작은 소란과 함께 사람들에게 밀려 세령 쪽으로 기우는 승유. 불가항력으로 몸이 닿아 있는 두 사람.
몸을 바로 하려고 애쓰는 승유와 겸연쩍어 시선을 피하는 세령. 더없이 어색한 두 남녀의 풍경.
S#47. 나루터2 (낮)
나루터에 배가 도착하자마자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세령, 내리려고 하는데 흔들림 때문에 수월치 않다.
기어이 내려 보려고 애쓰는데 휙 먼저 내려버리는 승유. 돌아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가버린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세령.
S#48. 현덕왕후의 능 근처 산길 (낮)
성큼성큼 거침없이 걸어 올라가는 승유. 한참 뒤쳐진 세령, 치마를 붙잡고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따라간다.
잠시 쉬려고 멈춘 세령. 슬쩍 세령 쪽을 보고 발길을 멈추는 승유. 그 자리에서 말없이 기다려준다...
세령, 올려다보면 괜히 엄한 데만 바라보는 승유. 세령이 다시 움직이면 그제야 또 오르기 시작하는 승유.
S#49. 현덕왕후의 능 (낮)
소박하고 조용한 주위의 풍경.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 올라온 세령, 경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뒤를 따라온 승유도 두리번거리며 경혜를 찾는다.
승유 : (두리번거리며) 승하하신 중전마마의 능이라...
세령 : (실망) 안 계십니다. 아무래도 여긴 안 오셨나봅니다.
시무룩한 세령을 보던 승유, 지친 듯 땅바닥에 철퍼덕 앉아버린다. 그런 승유를 보고 간격을 두고 따라 앉는 세령.
승유 : 궐에서 쫓아낸 것이 공주마마 아니었습니까? 헌데 이리 애타게 찾아다니는 걸 보니 원망 따윈 없나 봅니다.
세령 : (당황해서) 마마께서 쫓아내신 게 아닙니다. 실은 저는- (하는데)
#플래시백: 제5화 7씬
세령의 입을 단속시키는 수양의 대사들.
수양 : 아무도,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수양 : 김승유에게 너는, 한낱 이름 모를 궁녀인 게야.
도로 현재.
의아한 눈길로 머뭇대는 세령을 바라보는 승유. 얼른 승유의 시선을 피하는 세령.
승유 : 무슨 연유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낼 곳은 마련한 것입니까?
세령 : (더듬으며) 저... 그것이... (얼버무리듯) 절에서...
승유 : 절에서 지낸단 말입니까? (알았다는 듯) 어쩐지 동자승들과 함께 있더라니... 그네터에서 가까운 곳인가 봅니다.
세령 : ...그 뒤편에 있는 절입니다.
승유 : (끄덕이는)
잠시,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
승유 : (툭 던지듯) 공주행세하는 것이 재밌었습니까?
세령 : (아픈 데 건드려진)
승유 : 궐 밖에서까지 장난질에 속아 넘어가는 내가 참으로 우스웠겠지요.
상처 받은 듯한 승유의 모습을 바라보는 세령...
세령 : (미안한) 결코 스승님을 농락하려 그리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스승님과 함께 하는 일들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승유 : (보면)
세령 : (겨우 용기내서) 꼭 한 번은, 제 입으로 직접 사죄드리고 싶었습니다.
저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으신 일,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승유 : 착각하지 마시오.
세령 : (!)
승유 : 다른 여인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오.
세령 : (섭섭한) 허면 스승님께서는 어느 여인에게나 목숨을 거시는 분입니까?
승유 : (고개 돌려 시선 피하는)
세령 : (가슴 아픈) 그것이 스승님께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군요.
세령, 서운한 눈빛으로 승유를 본다... 저도 모르게 세령의 상심한 눈을 보는 승유...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제 마음을 들키기 싫은 승유, 고개를 돌려버린다.
승유 : 이만 돌아갑시다.
일어나서 성큼성큼 가버리는 승유의 뒷모습을 보는 세령. 상심한 얼굴로 내려오다가 발길을 멈춘다. 눈길이 가는 예쁜 들꽃...
내려오던 승유, 뒤돌아본다. 들꽃 앞에 서 있는 세령의 청초한 모습을 보는, 승유의 흔들리는 눈빛...
S#50.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정종, 문 앞에 와 서는 가마를 가만히 본다.
정종의 눈치를 보며 가마에서 내리는 경혜를 부축하는 은금.
경혜, 정종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들어가려고 한다.
정종 : 어딜 다녀오셨습니까?
경혜 : 알 필요 없습니다.
정종 : (억누르고) 말도 없이 사라지시면 걱정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경혜 : 요행으로 부마 자리를 얻었다 해서 사사건건 지아비 노릇 할 생각은 추호도 마십시오. (들어가려는)
정종 : 공주야말로 어리광 그만 부리십시오.
경혜 : (홱 돌아보며) 어리광?
정종 : (조용한 분노) 밤낮으로 주상전하와 세자저하를 걱정하신다는 분의 행동이 고작 이것입니까?
파르르 떨다 홱 돌아서 들어가는 경혜. 그런 경혜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짓는 정종.
S#51. 청풍관 / 안채 (밤)
수양을 위시해 온녕군, 권람, 신숙주의 화기애애한 술자리. 한명회도 한자리를 조심스레 차지하고 있다.
꽤 취기가 도는 수양의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매향.
온녕 : 경혜공주 고것이 앙칼진 데가 있어 사사건건 눈에 가시였는데, 궐 밖으로 쫓아내니 앓던 이가 다 빠진 기분일세. 안 그런가?
권람 : (조롱) 공주께서 믿음직한 지아비를 얻었으니 모쪼록 내조에만 힘쓰셔야지요.
한명회 :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옵니다.
좌중 : (보면)
한명회 : 김종서부터 확실히 뒤처리를 해야지요. 그래야 뒤탈이 없을 것입니다.
수양, 신숙주 : (흡족한 얼굴로 술잔 기울이는)
이때 밖에서 들리는 기녀의 목소리.
기녀(E) : 젊은 손께서 드셨습니다.
좌중 : (의아한 얼굴이 되는)
신면(E) : 아버님, 면이옵니다.
신숙주 : 제가 불렀습니다. 결례가 되지는 않을런지요?
수양 : 당치않은 말씀입니다. 들어오시게.
장지문이 열리고 들어서다 수양을 보고 잠시 멈칫한 신면.. 절도 있게 예를 갖춘다.
신숙주 : 대군께서 취기가 오르시는 모양이니 댁까지 모셔다 드리거라.
신면 : (당황하는)
수양 : (신면을 보는)
신숙주 : 제법 믿을만한 무관이니 호위를 받으셔도 좋을 것입니다.
수양 : 고맙습니다, 사돈. 내 오늘 아들을 하나 더 얻은 기분이에요.
뿌듯하게 신면을 바라보는 수양과는 달리 편치만은 않은 신면.
S#52. 거리 (밤)
세령이 탄 말을 이끄는 승유. 말이 없는 두 사람.
승유, 슬쩍 세령을 올려다보면 여전히 상심해 있는 세령. 세령이 시선 돌리면 안 본 척 고개 돌리는 승유.
그 때, 어디선가 툭- 하는 소리 들린다.
세령 : (놀라서) 어?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세령의 시선을 승유가 따라가면, 비단신이 벗겨져 있는 버선발.
뒤를 돌아보면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는 비단신 한 짝.
말을 멈춘 승유, 터벅터벅 걸어가 비단신을 주워온다.
겸연쩍은 세령,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말없이 조심스레 발목 잡는 승유 탓에 깜짝 놀라는 세령.
승유, 아무렇지 않은 척 비단신을 신겨준다... 차가웠다 다정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어느새 앞서 가는 승유를 바라보는 세령.
S#53.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밤)
안방의 눈치를 보며 세령과 대화 중인 은금.
세령 : 마마는 어쩌고 계셔?
은금 : 고단하셨는지 벌써 침수 드셨습니다.
세령 : 무탈하신 거지?
은금 : 예. (세령의 손을 보고) 그것은 무엇입니까?
세령, 제 손에 들린, 정성스레 접은 손수건을 내려다본다.
S#54.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밤)
꼿꼿이 앉아서 은금이 내민 손수건을 받는 경혜. 의아한 눈빛으로 펼쳐보는데 휘릭- 바닥에 떨어지는 꽃잎들.
접힌 손수건 안에서 압화꽃처럼 눌린 들꽃...
은금 : 마마를 찾아 왕후마마의 능까지 다녀오셨답니다. 그곳에 가고 싶어 하신 마마의 마음을 아셨던 모양입니다.
말없이 그 꽃을 쳐다보는 경혜...
S#55. 경혜공주의 사저 근처 (밤)
말 옆에서 기다리는 승유. 막 대문에서 나오는 세령.
세령 : 저녁나절에 돌아오셨답니다.
승유 : (덤덤한) 다행입니다.
세령 : ...먼 길을 함께 다녀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유 :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해야 할 말을 끝내놓고도 말없이 머뭇대는 두 사람.
이제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두 사람... 세령의 안타까운 눈빛...덤덤한 척 하는 승유의 모습...
세령 : 허면 저는 이만-
세령, 예를 갖추면 역시 예를 갖추는 승유.
애써 단호한 척 발길을 돌리는 세령. 돌아보고 싶지만 돌아보지 않으려 애쓴다.
그런 세령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승유...
S#56. 수양대군의 邸 앞 (밤)
수양보다 약간 뒤쳐져 걷는 신면. 뒤에는 수양의 교자와 신면의 말이 뒤따르고 있다.
좀 떨어진 곳에 주위를 경계하며 따르는 임운.
수양 : 자네를 사위 삼고자 하는 말이네만 내 딸이 좀 천방지축이네. 사내들이나 타는 말에 기어이 오르겠다,
온몸을 멍투성이를 만들면서도 당최 포기할 줄을 모르니... 제 어미 속을 썩게 한 걸로는 아마 조선 최고일 걸세.
신면 : (저도 모르게 미소 짓는)
갑자기 우뚝 멈춰선 수양을 의아하게 보는 신면.
수양 : ...깊이 아껴주게나.
신면 : (망설이다가) ...예.
수양 : (흡족해서 걸으며) 자네가 있으니 이리 든든할 수가 없네.
신면 : (뒤를 따르며 생각에 잠기는)
수양 : 덕분에 무사히 왔구만.
신면 : 아닙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신면, 절도 있게 예를 갖추고 돌아서다가 놀란다. 어느새 신면의 앞에 서 있는 세령.
반가운 마음을 억누르고 예를 갖추는 신면, 세령도 예를 갖춘다.
수양 : (농담)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이 야심한 밤에 귀가를 하느냐?
세령 : 송구하옵니다.
수양 : 이보게. 내 뭐라 했나. 천방지축이라 하지 않았나.
미소 머금은 신면, 목례하고 돌아선다. 그 뒷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는 수양.
수양 : 세령아. 잘 보거라. 참으로 헌헌장부가 아니더냐.
세령 : (?)
수양 : 장차 네 지아비가 될 사내이니라.
지아비? 충격에 빠진 세령의 얼굴...
S#57.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밤)
방문을 열고 들어온 세령, 방문에 기대 스르르 주저앉는다. 더없이 혼란스러운 눈빛...
S#58. 김종서의 邸 / 뜰 (밤)
생각에 잠겨 뜰을 거니는 승유...
#플래시백: 제6화 49씬
승유에게 진솔하게 고백하던 세령.
세령 :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스승님과 함께 하는 일들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도로 현재.
밀어내려 했던 사람이 자꾸 생각난다... 마음에 갈등이 이는 승유...
S#59.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앞 / 다른 날 (새벽)
외출복 차림으로 마루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긴 세령.
#플래시백: 제6화 56씬
신면의 뒷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얘기하던 수양.
수양(E) : 장차 네 지아비가 될 사내이니라.
도로 현재.
세령의 답답한 표정.
기지개하며 하품하며 다가오는 여리,
여리 : 벌써 일어나셨습니까요, 아가씨?
세령 : 마음이 시끄러워서. 불공이나 드리러 가자.
여리 : (놀라는) 또요?
S#60. 대궐 전경 (낮)
S#61. 강녕전 동온돌 (낮)
파리한 안색으로 누워있는 문종, 가쁜 호흡. 그 앞에 침통한 얼굴로 보고 있는 안평대군. '자막 {안평대군. 수양대군의 동생}'
문종의 곁을 지키고 있는 수양.
안평 : 전하, 어서 쾌차하시어.. (말문을 잇지 못하는)
문종 : (힘없는 눈빛)
안평 : (눈물 그렁해 수양 보며) 수양형님, 전하께서 출합나간 경혜공주가 눈에 밟히시는 모양입니다.
제가 전하를 모시고 공주의 사저에 다녀왔으면 합니다.
수양 : 거동조차 힘에 부쳐하심을 모르고 하는 말이더냐.
문종 : (힘겹게) 괜찮다. 별 일이야 있겠느냐?
수양 : 어의도 없이 오고 가는 와중에 탈이라도 나신다면...
문종 : (애써 시선 피하며) 궐 안이 답답하구나.
수양 : (한 발 물러나는) 정히 그러 하오시면 조심히 다녀오시지요.
안평 : (태연한)
S#62. 경혜공주 사저 앞 (낮)
가마 문 열리면, 내관들이 문종을 부축해서 내린다.
경혜공주(E) : 아바마마!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내관을 밀치고 부축하는 경혜공주.
정종은 조심스레 문종의 한쪽 팔을 부축해 안으로 모신다.
S#63. 경혜공주 사저 / 안방 (낮)
이부자리 위에 누워있는 문종과 곁에 경혜공주. 말없이 눈물 흘리는 문종을 보며 뒤돌아 눈물 훔치는 경혜.
그 광경 보고 있는 정종과 안평.
정종, 망설이다가 손수건으로 문종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정종을 찬찬히 보는 문종의 힘든 시선..
정종 : (믿음직한) 전하, 잠시 물러가 있겠사옵니다. 공주마마와 밀린 정담 나누소서.
탐탁한 얼굴로 보고 있는 문종. 천천히 물러나는 정종, 문밖으로 나간다.
경혜 : (문종의 손을 꼬옥 잡고) 아바마마, 소녀는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문종 : (그 마음 안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경혜 : (그 모습이 더 마음 아픈)
안평 : 전하..
문종 : (힘겨운 시선으로 보는)
안평 : 신이 불충을 무릅쓰고 전하를 이곳으로 모신 이유가 따로 있사옵니다.
문종 : (의아한 눈빛)
안평 : 전하를 간절히 뵙기를 청하는 이가 있사옵니다.
문종 : (?)
옆으로 나있는 장지문이 천천히 열린다. 부복해 있는 한 남자.
의아한 얼굴로 문종이 보면, 고개 들어 올려보는 이, 김종서다!
잠시 후. 어느새 자리를 피한 경혜.
회한 가득한 눈빛으로 김종서를 바라보는 문종. 죄인처럼 부복해 있는 김종서.
안평 : 종친의 신분으로 정사에 관여하길 거리끼는 이 사람을 설득한 이가 바로 우상입니다.
문종 : ...나는 참으로 용렬한 왕이다. 충신도 알아보지 못하고 야속한 마음만 먹었구나.
김종서 : 송구하옵니다, 전하. 신 김종서, 지난날의 불충은 전하와 세자저하를 굳건히 지켜낸 후 그 죗값을 치를 것이옵니다.
문종 : (따스하게) 고개를 드시오, 우상.
김종서 : (고개 들어 보면)
문종 : (서글픈) 이 못난 아비가 끝까지 자식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우상에게 그 짐을 지우게 됐구려. 그대를 볼 낯이 없소.
김종서 :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신 김종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사옵니다.
문종 : (고마움의 눈빛)
S#64. 한성부 / 무예수련장 (낮)
훈련을 끝내고 땀범벅이 된 무관들, 웃통 벗은 채 옹기종기 모여앉아 창이나 칼을 닦고 있다.
한쪽에 앉아 역시 칼을 닦고 있는 송자번과 신면.
송자번(E) : (일어나 예를 갖추며) 오셨습니까?
신면, 고개 들어 보면 말없이 서 있는 승유.
S#65. 한성부 / 집무실 (낮)
신면과 마주 앉은 승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신면 : (웃음기) 요즘 날 왜 이리 자주 찾아? 그리 보고 싶냐?
승유 : (힘없이 웃는)
신면 : 안색이 왜 그래? 무슨 고민 있어?
승유 : 혼담이 오고 간다는 그 여인 말이다...
신면 : (!)
승유 : 실은 마음이 가는 거지?
신면 : (경계하는) 무슨 소리야?
승유 : ...마음이 가는 건...막을 수 없는 건가?
신면 : (의아하게)
승유 : (벌떡 일어나) 답답하다. 이만 가마.
나가는 승유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보는 신면.
S#66. 거리 (낮)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말을 타고 가는 승유, 생각에 잠겨 방향도 모른 채 말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고 간다...
S#67. 그네터 입구 (낮)
천천히 걷는 말 위 골똘히 생각에 잠긴 승유. 점점 느려지던 승유의 말, 사뿐히 멈춘다.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는 승유...
승유(E) : ...마음이 가는 건...막을 수 없는 건가?
어지러운 생각을 끊으려는 듯 말을 돌리려던 승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는데 점점 놀라는 승유의 눈...어디서 많이 본 곳이다.
미간을 찌푸린 승유의 시선 끝에 보이는 그네 두 대... 세령을 만났던 그네터이다...
그네를 보는 승유, 제 행동에 충격을 받아 멍한 얼굴...
S#68. 경혜공주 사저 앞 (밤)
인적 끊긴 적막한 밤....정신없이 뛰어온 별감1, 다급히 대문을 두들긴다.
별감1 : 문을 여시오! 어서 문을 여시오!
S#69. 경혜공주 사저 / 내당 (밤)
불 꺼진 안방. 은금이와 함께 서둘러 걸어오는 정종. 정종, 눈짓하면 은금이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불이 켜진 방 안. 자리옷 차림으로 경황없이 뛰쳐나온 경혜, 정종을 보는 절박한 얼굴.
정종 : (차분하게) 입궐하시려면 의복을 갖추셔야지요.
S#70. 김종서의 邸 / 마당 (밤)
환하게 밝은 마당. 대청마루 위에 서있는 김종서.
그 앞에 부복해있는 대궐 별감2. 마당에 나와 있는 김승규와 몇몇 가노들.
별감2 : (다급한) 안평대군께서 보내셨사옵니다. 주상전하의 환후 몹시 위독하시다는 전갈입니다.
김종서 : (예감한 듯 눈을 감는)
김승규 : 이대로 전하께서 승하하시면 수양대군의 섭정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자막 {섭정: 임금을 대신하여 정치함}'
별감 :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 안평대군께서 긴히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김승규, 별감이 내민 것을 받아드는데.. 명패다. 명패를 보고는 놀라는 김승규.
'자막 {명패: 왕이 신하를 부를 때 보내던, 벼슬아치의 이름이 적힌 나무패}'
김승규 : 이것은 전하가 내리신 명패가 아닙니까?
김종서 : (비장한)
S#71. 그네터 (밤)
그네터 한 쪽에 세워져 있는 승유의 말.
삐걱삐걱 그네 움직이는 소리, 적막한 사방에 퍼진다. 소리의 근원지. 다가오는 그네를 툭툭 미는 승유다.
#플래시백: 제6화 49씬
세령의 가슴 아픈 고백.
세령 : ...그것이 스승님께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군요.
세령의 상심한 눈빛...
도로 현재.
떨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나는 듯 그네를 확 밀쳐버린다.
갑자기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승유, 산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 눈빛.
저기다! 길을 찾자마자 주저 없이 올라가는 승유의 뒷모습.
S#72. 승법사 / 승방 (밤)
이부자리 위. 잠에 빠져 있는 여리.
방구석. 무릎 안은 채 쭈그려 앉아있는 세령. 답답한 마음에 조용히 장지문을 연다.
댓돌에 가지런히 놓인 세령의 비단신. 물끄러미 비단신을 내려다보는 세령. 답답해서 휙 일어나 비단신을 신고 나선다.
S#73. 대궐 전경 (밤)
환하게 불 밝혀져 있다.
S#74. 강녕전 근처 (밤)
관복 펄럭이며 강녕전으로 향하는 수양. 그 뒤를 따르는 온녕, 권람, 신숙주.
수양의 시야에 보이는 강녕전.. 우뚝 멈춰서는 수양.
수양 : (신숙주 보며) 교지는 준비 됐는가? '자막 {교지: 임금이 벼슬아치에게 주던 공식적인 발령}'
신숙주 : (품에서 은밀히 교지를 꺼내 보이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사옵니다.
수양 : (고개 끄덕이며) 병조부터 내금위, 총통위까지 어떤 군사의 움직임도 놓쳐선 아니 될 것이네.
섣불리 움직이면 역모로 간주하노라 엄포를 놓으시게.
권람 : 예.
강녕전을 쳐다보는 수양의 매서운 눈빛..
S#75. 강녕전 동온돌 (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문종. 곁에 눈물범벅 돼있는 단종과 경혜. 경혜 뒤에서 애통하게 보고 있는 정종.
문종의 곁으로 바짝 붙어앉는 안평.. 눈시울이 붉다.
안평 : (문종의 귓가에 나지막히) 형님...
문종 : (힘겹게 눈을 뜨는)
안평 : (문종과 시선 맞추는)
문종의 흐릿한 시선이 안평, 단종, 경혜를 거쳐 정종을 지나고.. 마침내 머무르는 곳은 전균이다.
문종 시선 받은 전균.. 다가와 품에서 둘둘 말린 교지를 꺼내 안평에게 건넨다. 엄숙하게 받아드는 안평.
이때 추상같이 울리는 수양의 목소리.
수양(E) : 전하!
눈물 흘리며 들어서는 수양이 들어선다. 황급히 교지를 품에 챙기는 안평.
수양 : (통곡) 전하, 수양이 왔사옵니다. 부디 눈을 떠 아우를 보소서..!
통곡하는 수양을 보며 치를 떠는 경혜. 더욱 숨이 가빠지는 문종.
S#76. 승법사 / 마당 (밤)
붉은 연등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심란한 얼굴로 탑 주위를 천천히 도는 세령...동자승1, 2도 따라다닌다.
S#77. 강녕전 동온돌 (밤)
임종을 맞으려는 문종, 가쁜 숨을 몰아쉰다.
문종 : (마지막 안간힘) 홍위야..
단종 : ...소자 여기 있사옵니다.
문종 : (경혜를 찾는 눈빛)
경혜 : (문종의 손을 잡는) 아바마마..
문종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러다 경혜를 잡은 손이 툭 떨어진다.
무너지는 경혜..혼절한다...놀라는 정종과 단종... 그 뒤편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수양.
일제히(E) : 전하!
S#78. 강녕전 앞 마당 (밤)
얼굴이 흙빛이 되어 기다리고 있는 민신, 조극관 등등 그 반대편 매서운 눈빛으로 있는 권람, 신숙주, 온녕 등등.
이때 안에서 터져 나오는 통곡소리. 순간 양 진영의 희비가 엇갈린다.
털썩 무릎이 꺾이는 민신과 조극관.. 일제히 엎드려 통곡하는 종친과 신료들.
S#79. 강녕전 동온돌 안 (밤)
문종의 주검이 곧게 누워있고, 그 앞을 눈물로 지키고 있는 단종 곁에 앉아 있는 수양.
수양 : 저하! 심기를 굳건히 하오소서.
단종 : (보는)
수양 : 교지를 내릴 것입니다. 이 숙부가 모두 갖추어놓았으니 저하께서는 그저 제 곁에 계시면 될 것입니다.
단종 : (당황하는) 숙부..
수양 : (온화하게) 모든 종친과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단종 : (두려운)
S#80. 강녕전 앞마당 (밤)
단종을 옆에 끼고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수양. 제각기 두려움과 기대에 찬 얼굴로 보는 종친과 대신들.
수양 : 전하께서는 미처 고명을 남기지 못하고 승하하셨소이다.
이에 마땅히 전하의 뒤를 이을 세자저하께서 친히 교지를 내리셨소. '자막 {고명: 왕의 유언}'
신숙주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수양. 교지를 펼쳐 읽는 신숙주.
신숙주 : 나 왕세자 홍위는 아직 어려 종사를 돌보기 미력하다. 그리하여 제일왕숙인 수양대군에게 간곡히 청하는 바.. (하는데)
안평(E) : 멈추시오!
그 소리에 놀라 돌아보는 수양.
일제히 쏠리는 시선.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안평...그 뒤 민신과 조극관...
의아하게 보는 수양과 그의 무리들...
수양 : 아우가 나설 자리가 아니네.
안평 : 주상전하께서 고명을 대신해 제게 친히 교지를 내리셨습니다.
수양 : (!)
당황해서 술렁이는 수양의 추종 세력들.
안평이 신숙주에게 교지 건넨다.
안평 : (신숙주 향해) 우부승지가 직접 읽으시오.
당황하는 신숙주, 머뭇거리다 다가가 교지를 받아 펼친다. 순간 교지를 훑는 신숙주의 시선.. 아찔하다.. 선명한 문종의 옥새자국.
신숙주, 수양을 본다. 당혹감에 젖은 눈빛...
뚫어져라 교지를 노려보는 수양...
안평 : 제이왕숙인 내가 친히 전하께 받은 교지일세. 어서 온 종친과 백관들 앞에서 읽으시게.
신숙주 : ...과인은... 김종서를 좌의정에 제수하는 바!
수양 : (!)
신숙주 : 김종서를 위시한 의정부가 세자를 보필할 것을 당부하노라.
그 때, 어둠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김종서! 김종서를 보고 경악하는 수양!!
단종에게 예를 갖추는 김종서. 단종, 김종서를 신뢰 가득한 눈으로 본다.
형형한 눈빛으로 수양을 쏘아보는 김종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수양의 표정...
김종서 : (엄하게) 이 김종서가 눈 뜨고 있는 한, 더는 종친이 정사에 관여해서는 아니 될 것이오!
이를 거스르는 자, 목숨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오이다!
분노로 김종서를 노려보는 수양... 수양과 김종서의 눈길 허공에서 얽힌다... 몸을 돌려 치욕의 현장을 나와 버리는 수양...
S#81. 승법사 / 마당 (밤)
산사를 울리는 맑은 풍경 소리. 붉은 연등 아래 잠 못 들고 서성이는 세령.
체념한 듯 돌아서려던 세령, 우뚝 멈춘다... 깊은 눈빛의 승유가...거기 서 있다...
S#82. 강녕전 대문 앞 (밤)
강녕전을 뒤로 하고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수양. 점점 일그러지는 수양의 얼굴.
우뚝 멈춘 수양, 살기 어린 표정...
수양 : (읊조리듯) 김. 종. 서.. 그리 원한다면 이 손으로 죽여드리리다!
S#83. 승법사 / 마당 (밤)
서로를 뚫어져라 보는 승유와 세령... 성큼성큼 걸어와 세령을 확 안아버리는 승유!!
형형한 눈빛의 김종서와 살기어린 표정의 수양 양쪽에 와 붙으며!!
[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