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둑밑의 비밀
▣ 일시: 2025.5.22.(목)
▣ 코스: 한의대 오성캠퍼스 – 상대온천 – 상대리 내지 – 삼성산 일원
대구한의대 오성 캠퍼스에서 시작하여 상대 온천을 지나 친구 우송의 농막 장미원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삼성산으로 올랐다. 중간에 상대리 내지라는 저수지가 있었는데 못 둑에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송 농막의 장미에 빼앗긴 정신이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금계국 화원에 드니 모두 방향 감각을 잃고 못 둑에 주저앉아 움직일 줄을 모른다. 못 둑의 금계국 화원에 퍼질러 앉아 또 다른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바로 노인네들의 수다라는 얘기꽃이다.
오늘은 ‘사실 문학’에 응모했던 에세이 작품 중 마지막 한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후기를 대신하기로 합니다. 마침,
제목도 ‘못둑밑의 비밀’이었습니다.
시상식에 다녀오느라 포스팅이 좀 늦었습니다.
못둑밑의 비밀
이원근
어릴 적부터 나는 그다지 착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을 괴롭히거나 일부러 못되게 굴지도 못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나도 모르게 못된 행동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내 잘못을 동생에게 덮어씌우기까지는 못해도 내 잘못이 동생 잘못으로 오해가 되더라도 내 잘못이라고 밝히지 못한다든가, 친구를 놀리고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든가 아니면 친구를 놀리고 재미있어한 일 정도다. 당시에는 그저 일상이었고 장난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가끔, 잊을 만하면 가끔, 기묘한 꿈을 꾸곤 했다.
꿈속에서 나는 어린아이를 죽이고 못 둑 밑에 묻는다. 그 아이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친구들이 나를 찾아도, 부모님이 나를 찾아도, 모르는 사람이 나를 쳐다만 봐도, 심지어 동네 사람들 몇이 모여 수군대는 것만 보아도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서 며칠을 보낸다. 그러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간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꿈속에서도 묘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 꿈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악몽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그 의미가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과거에 무언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런 일은 없었다. 어릴 적 나는 개구리조차 함부로 해치지 못하는 겁이 많은 아이였다. 그렇다면 이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의 표현으로 보았고, 특히 억압된 욕망과 갈등이 상징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꿈속의 어린아이는 어쩌면 내 안의 유치한 본능,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미성숙한 모습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아이를 죽이고 못 둑 밑에 묻는 행위는, 내 안의 못난 부분을 감추고 싶어 하는 무의식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자아(Super-Ego)가 원초적 욕망(Id)을 억제하려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프로이트는 또 말한다. 억압된 욕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고. 나는 꿈속에서 어린아이를 없앰으로써 나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을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그 장면은 반복해서 꿈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마치, 잊고 싶은 기억을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이 꿈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꿈속의 못둑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저지른 실수, 후회스러운 기억, 감추고 싶은 모습들을 묻어두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못둑밑에 그런 것들을 조용히 숨겨두고, 아무도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문득 떠오를 때마다 몰래 찾아가서 들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것이다. 이는 억압된 기억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있다가 때때로 표면으로 떠오르는 심리적 기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꿈을 이해한 이후로 더는 같은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마치 무의식이 나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반복할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말이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무의식이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그 의미를 충분히 받아들였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내가 반복해서 꾸던 꿈이 하나 더 있었다. 625사변 때 피난 가던 꿈이었다. 5살 나이로 집을 떠나 처음 본 세상은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그 꿈에서 항상 나타나던 장소가 있었는데 꿈에 나타나던 장소와 같은 곳을 우연히 지나가면서 아! 꿈에 본 거기다. 내가 고향 마을을 떠나고 처음 본 어느 마을의 풍경이었다. 이렇게 확인하게 된 이후로는 다시 그런 꿈이 뀌지 않는 거와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다시 그런 꿈을 꾸게 된다면, 이번에는 그 못둑 위에 앉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나 자신과 대화해 볼 참이다. "너 요즘 또 어디서 못되게 굴었냐?"라고.
하지만 그럴 일이 없도록, 이제는 좀 더 솔직하고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못둑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기 전에.
우송 장미원에서
▲ 상대 외지 전망대에서
첫댓글 ㅡ 황영애
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 뵙기 좋습니다.
그리고 수필가로서의 등단을 축하 드립니다.
늘 건승하시길요~^^
ㅡ 전경환
수필부분상패 값지고 보람있는 삶이라는 것 충분히 느낌니다 축하합ㄴ다.
ㅡ 박용구
문학의 여러 영역 중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ㅡ 김경옥
오라버니 저 경옥이에요 건강하시죠 올려주시는글 잘읽고있습니다 장미가 넘 예쁘너요 오라버니들 대단하세요 저도끼고싶어요 ㅎㅎ 등단패봤어요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ㅡ 하종배
대단하십니다 .
축하드립니다 .
ㅡ 송준각
'못둑밑의 비밀, 감명깊게 잘 보았습니다. 옛날에는 일상으로 통하던 행동과 사고들이 요사이는 서로를 불신하고 오해하고 범죄시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고 가난 속에서도 그시절이 행복했던것 같네요 ㅋㅋ
수필문학 등단하심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굿)
ㅡ 조순행
못둑밑의 비밀 잘 읽었습니다.
수필문학 등단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신 모습 반갑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ㅡ 박진숙
등단 하신 거
축하 말씀 드립니다~~
ㅡ 여인태
못뚝밑에 깊이 숨겼네요? 아무도 모르게.
ㅡ 김종철
혹시라도 다시 그런 꿈을 꾸게 된다면, 이번에는 그 못둑 위에 앉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나 자신과 대화해 볼 참이다. "너 요즘 또 어디서 못되게 굴었냐?"라고.
제 꿈도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ㅡ 변삼수
공곡 이원근께서 사실문학 제6회 공모전에서 수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제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었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작가님^^
ㅡ 김우한
축하합니다. 일찍부터 알아모셨습니다. 앞으로 더한 문운을 빕니다.
ㅡ 권기호, 이수룡, 박성길, 류시용, 김종만 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ㅡ 김진태
공곡 어른 제6회 사실문학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ㅡ 권용원
함께하진 못했지만 우즐모를 늘 보고는 있습니다.
일찍이 공곡님의 文才는 알고 있었지만 사실문학 수필 부문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하며 더 큰 발전을 기대합니다.
ㅡ 신현덕
역시 우리 산대장일세. 평소 산행 수기를 읽고 남다르게 느꼈는데 ~. 축하 축하 또 거듭 축하 하네.
ㅡ 이호선
너무너무 축하합니다. 필력을 알아보았지요. 화이팅!
ㅡ 김형달
축하합니다. 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축하. 축하해요.
ㅡ 권종수
발대장, 손대장 역시
자랑일세. 길이 빛니리
축하하네.
ㅡ 남한욱
스위스에서 박수
ㅡ 김병기
이원근 님!
드디어 터졌네. 축하드리며 건강하세요.
ㅡ 류호성
우리 대장님 남 다른 내공에 진심 축하 드립니다.
좋은 이야기 많이많이 기다릴게요.
ㅡ 이극식
ㅊㄱ(선약 변경 ㅡ 우리 산대장 直觀 축하! )
ㅡ 기세봉
또 1명의 작가가 탄생하였네요. 경하할 일이 생겨 너무 좋아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ㅡ 류경호
우리 산대장이 쓴
작년 팔공산 등반
산행 기행문 글을 읽고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내 생각이 맞았었구려
ㅡ 김영태
산대장님! 글대장님! 축하 축하합니다.
ㅡ 최천기
늦었지만 문단에 등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우송 장미원의 老花가 더 아름답고 멋져 보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ㅡ 최병율
허벅지가 장난 아니네 100세 산악인 되고도 남겠다 ㆍ장수 산악인 상 도 나오겠다 .
ㅡ 김종철
이선생님
문인 등단에 축하드리고
경산 한의대부근에도 명소가 많네요
수고하셨습니다.
ㅡ 권기정
등단패 멋지구먼 !!!
국어 교사를 하셨나 ?
그러구 보니 나는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
ㅡ 이영아
어울림이 있는 친구분들이 이렇게 많으신게 부럽부럽.
첨 이 글이 도착했을 땐 바빠서 다 못 읽었어요
~이런 꿈을 아직 꾸신다는 게 너무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