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마리아 고레티는
이탈리아 안코나의 코리날도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는데 6남매 중의 맏이였다.
1896년 그녀의 집안은 갈리아노 교외의 콜레 지안투르코로,
그 다음에는 페리에레 디 콘카로 이사하였다.
이곳에 정착한 직후에 부친은 말라리아에 걸려 운명하니,
남은 식구들은 생계를 위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리아는 상냥하고 침착하였고 또 예의바른 아이였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기도, 순명 및
죄악에 대한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12살이 되지 않은 나이였으나 꽤 성숙한 편이었다.
1902년 5월 29일 그녀는 첫 영성체를 하였으며
그해 7월 어느 날 오후,
그날도 그녀는 집안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이웃에 사는 알렉산데르란 청년이
자기 셔츠를 기워달라는 부탁을 하여,
그것을 손질하면서 베란다에 앉아 있었다.
이때 18세 된 알렉산데르가 올라와서 계획대로 문을 잠그고,
미리 준비한 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끌고 침실로 가려고 하였다.
그녀는 소리치며 완강히 버티었다.
그녀가 끝까지 항거하자
그는 이성을 잃고 마리아의 가슴을 마구 찔렀다.
그녀의 몸에는 14군데의 깊은 상처가 생겼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약 24시간 후에 운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사제가 성체를 영해주면서
알렉산데르를 용서하겠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저 역시 그를 용서할 것이며,
그를 위하여 천국에서 기도할 것입니다.
저는 십자가 옆에 있던 강도처럼
그를 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마디로 그녀는 정결을 지키기 위하여 순교한 것이다.
그녀는 1950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천주교부산교구 "오늘의성인"
알렉산더는 로마에 있는
레지나 첼리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30년 노동의 선고를 받고
시칠리 노동 형무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뉘우치는 기색은커녕
감옥 안에서도 극성을 부렸다.
어느 날 신부님께서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양심의 회개는 고사하고 오히려 화를 내면서
야비하게 빈정거리는 투로 “내가 마리아를 잃은 것은
다 당신의 그 잘난 가르침과 태도 때문이요!” 하고
신부님의 얼굴에다 대고 외쳐댔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그가 감방에 혼자 있을 때,
갑자기 향기롭고 그윽한 분위기가
그를 두려움에 빠뜨렸다.
이윽고 한 어린 소녀가 머리에 화관을 쓰고
한 손에는 백합을 들고 하얀 베일을 휘감은 채 나타났다.
그녀가 서서히 다가왔을 때
알렉산더는 마리아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알렉산더는 급히 간수를 불러 “갑자기 마리아가 나타나더니
어떤 정원에서 아름다운 백합화를 모아
그 꽃을 내게 주었습니다. 내가 그것을 받아들었을 때,
그 꽃들은 갑자기 촛불과도 같이 작은 불로 변하였습니다.
어서 신부님을 불러주십시오!”하며 부르짖었다.
감방의 간수들은 그가 미친 줄 알고
“네가 신부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면
글로 적어보아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는 감방 마루에 무릎을 꿇고
“나는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슬퍼하며 뉘우치고 있습니다.
나는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죽기까지 자신의 정결을 지키려 한
무죄한 소녀의 생명을 빼앗았습니다.
저는 모든 분들께
제가 범한 죄와 잘못들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상처 입은 마리아의 가족 모두에게
저는 용서를 청합니다.
한 가지 생각이 내게 희망을 줍니다.
즉 저도 어느 날에 다른 모든 믿는 이들 같이
주님의 인자하신 용서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후 알렉산더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매일매일 자기의 지난 잘못을 반성하며,
다른 죄인들을 위하여 꾸준히 기도하였다.
27년 후에
그는 참으로 모범적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옥하였다.
그는 곧장 마리아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코리날도로 찾아갔다.
그리고 마리아의 어머니
아쑨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하였다.
늙은 아쑨다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날더러 용서를 청한다고?
알렉산더! 마리아는 이미 너를 용서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너를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나 역시 이미 마음으로부터 너를 용서하였다.
어서 들어오너라. 밖의 날씨가 좋지 않구나.”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글...청주주보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