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이 14일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함께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포 주주들은 결의문에서 "은행장이 지주회사 사장을 고소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신한금융의 신용추락은 물론 한국 금융계의 국제적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그룹 내부에서 새 경영진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신한은행은 고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소망에서 재일교포들이 여행가방에 담아 들여온 돈으로 세운 회사다. 설립 초기부터 관치(官治)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 민간은행의 기업문화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재일교포 주주라는 보호막이 있었던 덕분이다. 창업에 앞장선 주주들이 최고 경영진 3인에 대한 불신임을 표명한 것은 단순히 지분율로만 따질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총 지분이 17%로 줄어든 지금도 창업주주로서 특별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진 3명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교포 주주들과 상의해온 전력이 있으므로 이들의 집단 의사표시를 묵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한 사태는 9월초 신 사장에 대한 검찰 고소 이후 40여일이 지났다. 그 사이 일부 주주들이 이백순 행장에 대한 해임청구 소송을 냈고, 이사회는 신 사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했으며, 금융감독원은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최고 경영진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사태 수습의 구심점으로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이대로 가다간 강제로 떠밀려나게 되고, 후임 경영진 인사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 최고 경영진에게 결단의 순간이 왔다. 신한은행에 140조원의 돈을 맡겨 놓고 있는 1900만 고객 앞에서 언제까지 난투극을 벌이며, '사태를 수습한 후에 나가겠다'는 식으로 버틸 것인가. 평생을 금융인으로 성장해온 각자의 개인 명예도 중요하겠지만 그로 인해 자신들이 몸담아 온 조직이 망가진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제 욕심을 버릴 때가 됐다.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태 수습에 앞장서야 할 이사회는 도대체 누구 지시를 기다리며 먼 산만 쳐다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