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서는 현재부터 7월 사이 7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급성 식량 불안정에 직면하거나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결핵과 HIV에 걸린 환자들은 공복 상태에서 높은 강도의 치료를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고, 일부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약을 줄이거나 심지어 아예 복용을 중단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 누구도 살기 위해 약을 복용할지 혹은 고통에서 벗어날지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선 안 된다. 하지만 남수단 유니티(Unity)주의 리어(Leer) 지역에서는 점점 더 많은 결핵 및 HIV 환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하루 최대 8알의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은 심각한 고통과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식량 부족에 대처해야 한다. 그리곤 약을 복용하면서 매일 고통에 시달릴지 아니면 복용을 중단하고 건강이 악화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한 결핵 및 HIV 환자가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들고 있다. 2024년 5월. ©Kristen Poels/MSF
40도의 뜨거운 땡볕 아래, 자택 앞에 서 있는 60세 환자 제임스(James)는 지팡이에 의지해 쇠약해진 몸을 지탱하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이곳에서의 삶은 무척 고됩니다. 3달 전 결핵과 HIV에 걸려서 일을 할 수 없는데 저축해둔 돈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거라곤 수련 뿌리뿐인데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죠. 그래서 보통 먹는 양에 따라 약을 줄여야 합니다. 가령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는 날이면 약을 절반만 복용하는 식으로요. 건강에 나쁘다는 건 알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약을 다 복용하면 어지럼증, 오한, 심각한 복통에 시달려야 하니까요.”_제임스
결핵 및 HIV 환자인 제임스는 4년 전 고향에서 발생한 홍수를 피해 리어로 이동해야 했다. 2024년 5월. ©Kristen Poels/MSF
깨기 힘든 악순환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새로 입원한 환자 가쿠오스(Gatkuoth)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4년 전에 결핵을 앓았는데, 그때는 꽤 쉽게 치료를 마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고 식량이 없어서 훨씬 더 힘듭니다. 가끔 왜 내가 이렇게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야 하나, 차라리 병으로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만큼 힘이 듭니다.”_가쿠오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결핵 치료를 받고 있는 가쿠오스. 2024년 5월. ©Kristen Poels/MSF
심한 홍수가 잦고 치안 불안정이 반복되는 남수단의 리어 카운티는 상당히 고립되어 있고 살기 어려운 지역이다. 몇 년 동안 주민들은 또다시 땅을 잃을까 두려워 경작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래서 이들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점점 더 구매가 어려워지는 식량이나 재원 삭감으로 상당히 줄어든 식량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단에서 전쟁을 피해 실향민들이 유입되면서 해당 지역의 식량 공급에 부담이 가중되고 의료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2023년 4월 이후, 6만 명 이상의 귀환민과 난민이 유니티주에 정착했다.
영양실조 문제는 결국 인구 전체에 퍼져 악순환을 일으킨다. 이는 공복 상태에서 치료 강도를 견디기 어려운 환자들의 결핵 및 HIV 치료 순응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편, 면역력을 현저히 떨어트려 질병에 걸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핵·HIV 환자를 위한 식량 및 영양 지원(수송과 같은 기타 지원 체계와는 별개)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고 치료 순응도와 전반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된 핵심 '치료 원동력' 중 하나이다.
잊혀선 안 될 취약 계층
식량 불안정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600명 이상의 환자들이 결핵과 HIV에 동시 감염된 상태이고 이들 중 대다수가 식량 부족으로 더 이상 치료를 제대로 따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약물 복용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합니다. 이로 인한 영향도 무시 못 하죠. 우리는 병이 더 진전되어 상태가 심각해 치료하기 매우 어려운 환자들을 점점 더 많이 수용하고 있는데, 일부는 항균제 내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에는 한 달에 유입되는 신규 환자가 8명이었지만, 최근에는 16명으로 두 배 증가했습니다.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죠. 사람들이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면 우리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가적 차원에서 남수단 내 계속되는 HIV 및 결핵 확산에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_다니엘 메코넨(Daniel Mekonen) / 국경없는의사회 리어 의료팀 책임자
리어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내부에 있는 결핵 격리 병동. 2024년 5월. ©Kristen Poels/MSF
1989년부터 유니티주 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여전히 해당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소수 단체 중 하나이다. 영양실조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아무런 우선순위 기준도 없이 주민들에게 식량이 불충분하게 배급되고 있다. 식량과 지원을 제공하는 기타 단체 및 기관들은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HIV 및 결핵 환자들과 같은 취약 계층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고 우선순위에 둘 구체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첫댓글 깨기 힘든 악순환...
차라리 병으로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