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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속의 그림 같은 미술관!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을까? 세계 어디에 자랑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지난 겨울에 잠시 들러본 미술관 '자작나무 숲'을,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에 다시 찾았다. 겨울에 봤을 때는 속살을 다 내보인 앙상한 자작나무로 좀 을씨년스러웠는데, 초여름에 찾은 이곳은 자작나무 녹음이 마냥 드리워 내 눈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보였다.
개발은 편리함과 부(富)를 가져다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킨다. 자잘한 자갈이 깔린 흙길을 1km 남짓 걷자 하얀 자작나무가 우거진 숲이 나오고 그 숲 사이로 그림 같은 미술관이 보였다. 깊은 산 속의 원추리 꽃처럼 미소로 반겨 맞는 미술관 주인 원종호(52·사진작가)씨와 악수만 나누고 나는 미술관 안팎의 조경과 언저리 풍경에 취해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렀다. 이 외진 강원도 산골에 이렇게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을 줄이야. 사진 촬영을 끝낸 뒤 아담하고 산뜻한 미술관으로 들어가서 전시중인 '선' 화우회전을 둘러보고 나오자 원종호씨가 자작나무 숲 그늘 벤치로 안내했다. 미술관 구석구석 주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범상을 뛰어넘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녹색 정원이었다.
- 언제 문을 여셨습니까? "2004년 5월 29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꼭 1년이 지났군요." - 흔히들 우리나라 시골은 '문화의 사각지대'라고들 하는데 이런 훌륭한 미술관을 여셨는데 운영이 됩니까? "운영이 안 되지요. 먼 훗날을 내다보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만든 겁니다. 오래 전부터 조상에게 물려받은 이 땅을 잘 가꾸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언젠가는 운영이 될 테지요.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미술관 언저리를 에워싼 자작나무 숲을 보자 필자가 1999년, 2004년 두 차례 백두산을 오르면서 보았던 갓길의 자작나무 숲이 떠올랐다. 그 때 받은 자작나무 숲에 대한 감동을 얘기하자 원 관장도 1992년 백두산을 오르면서 백두산과 천지보다 자작나무에 더 반해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고 하면서, 귀국한 다음 해부터 당신 산에다가 자작나무 묘목을 구해다 심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에야 이만큼 자랐다. 아마도 그때부터 '자작나무 숲'미술관을 지을 꿈을 가졌던 모양이었다.
- 화가들에게 대관을 하고 있으며 입장료를 받는지요. "물론 대관을 하고 있는데 여태까지는 초대전으로 받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받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미술관 입장료는 받지 않습니다. 이 시골에 대관료를 받는다면 어느 분이 올 것이며, 어느 미술 애호가들이 먼 길을 오겠습니까? 솔직히 그래서 운영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활발하게 대관이 이어지고 전시도 연중 내내 주욱 이어지리라 기대합니다."
"저 혼자하고 있어요. 매일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서 기계(예초기나 톱)를 들고 온 산을 돌아다니며 나무 베고 풀 뽑고 쉴 틈 없이 일하지요. 지금으로서는 관리인을 둘 형편이 도저히 안 됩니다. 사실은 제가 이 마을 태생으로 한때 목장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풀 베는 일에는 누구 못지않게 능숙합니다. 아마 그래서 이 미술관을 이나마 운영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벌써 문 닫았을 겁니다." 미술관에 딸린 임야가 일만 평이 넘는다고 한다. 그걸 당신 혼자서 가꾼다는데 구석구석 오밀조밀하게 아주 잘 정돈이 되고, 여러 화초들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다투어 피어 있다. 잔디밭에는 잡초 하나 없다. 일백 평 남짓한 텃밭에도 필자는 쩔쩔 매고 있는데 혼자서 이 넓은 미술관을 관리하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어렵지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타고나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만한 미술관을 운영하자면 대가를 치러야지요. 나중에 수입이 좀 생기면 관리인도 둘 생각입니다. 제가 하고 싶어했던 일이라서 팔자라고 여겨요." 그러면서 그는 젊은 날부터 산, 특히 치악산을 무척 좋아했다면서 산을 주제로 한 사진작품집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언젠가는 상설 '치악관'도 세워서 지역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멀리서 들리는 뻐꾸기 노래에다 가까운 곳의 멧새들의 지저귐까지 소나기처럼 귓전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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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중한 자료를 보듯 봅니다. 물씬 숲의 내음이 납니다.
언제 새말쪽으로 갈일 있으면 한번 들러보고 싶어서 유심히 봤습니다. 동물원옆 미술관도 눈에 띄더니 자작나무숲 미술관도 눈에 들어오네요.
러시아 영화 배경에서 나오던 그 자작나무 그 흰살때문에 귀족적이 나무라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았던 나무가 이렇게 많이 있네요. 정말 가서 보고 싶네요. 살뜰히 바라면 이루어 질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