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5월 22일 화요일 흐리다 비
‘흐리긴 흐리구나. 그래도 밤부터 온댔으니까....’ 농약을 사러 나갔다.
“매실 2차 농약을 하는데요” 내 데이터는 이미 다 저장되어 있다.
“물을 얼마나 타시죠 ?” “일흔 다섯 말요” “여기 살충제하고 살균제가 있습니다” 팡파레 3병, 벨리스 에스 세병. 합이 여섯병이다.
“얼마죠 ?” “18만원입니다” “예. 왜 그리 비싸요 ?” “비싼 농약이예요” ‘비싸니깐 비싸게 받겠지. 내 단골집인데....’ 그래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농약 값이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농약을 안 하고선 버틸 수 없고....
연금 생활을 하다보니 사람이 쫀쫀해지는 것 같다. 아니 알뜰해 지는 거지.
비 오기 전에 농약을 끝내려고 일찍부터 서둘렀다. 죽겠다고 농약을 뿌렸는데 곧 비가 온다면 말짱 헛수고 아닌가 ?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농약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야 비를 맞아도 괜찮아요 ?” “30분요” “예, 30분요 ?” “이 농약은 침투가 빠릅니다” ‘그래서 비싼가 ?’
친환경, 친환경하지만 농약을 안 하고는 견딜 수가 없더라. 그냥 최소한으로 하는 거지. 막상 친환경농업을 한다는 사람들도 대개 거기서 거길 거다.
안산밑부터 시작을 했다. 매실들이 많이 커졌더라. 많이 안 달렸으니 더 커져야지.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자라 준 매실이 고맙다.

안산밑에서 걸린 시간은 한 시간 30분이 걸렸다. 보통 한 시간이면 끝나는데 중간에 줄 이음매가 빠졌다. 이런 때가 힘이 든다. 맥이 빠지고.... 터진 줄에서 아까운 농약이 뿜어대면 허겁지겁 산을 내려와 분무기 시동을 꺼야 한다. 그 때 이미 지친다. 공구함에서 공구를 갖춰들고 다시 산으로 올라 빠진 곳을 잇고 조여야지. 다시 산을 내려와서 시동을 걸고 또 올라가서 농약을 뿌리는 거지. 이럴 땐 진이 빠짐을 느끼게 되지. 안산밑이 끝나면 주섬주섬 주워 싣고 저건너 밭으로 옮긴다.
다시 줄을 늘이고, 뿌리기 시작했다. 여긴 평평한 밭이라 산에서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일하기보다는 훨씬 쉽다. 그냥 노는 것 같다. 라라라라....
점심 식사 후 남은 서당골 농약을 하려고 나섰다. 수로로 가서 물통에 물을 채우는데 구름이 깊어진다. “구름이 대박리로 가니 비 올겨” 장모님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농약은 틀렸다. ‘오늘 농약을 마치고 내일은 고구마를 심으려고 했는데....’ 계산에 차질이 왔다.
‘그럼 비 맞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지. 고구마 밭 비닐을 씌우면 되겠다’
바꿔서 일 하는 거다. 참 잘 생각했지. 고구마 밭으로 가서 비닐을 씌우기 시작했다. 비가 제법 오는데도 할 만 하더라. ‘이까짓 비 맞으면 어때. 시원하고 좋구먼’
그래도 신발에 흙이 달라붙어 묵직하고, 옷이 젖어 구적거리니 불편하기는 했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다 씌우고 나니 마음이 한갓지다.
‘내일 오전에는 서당골 농약을 하고, 오후에 고구마를 심어야 겠다’
“왜 비를 맞고 알을 햐 ? 감기 들어” 장모님의 성화가 대단하시더라 “괜찮아요” “이런 날 늦게 오면 걱정이 되야” “고구마밭 비닐 씌우는 것 끝내고 오느라 그랬어요” “그래. 다 씌웠어 ?” “예” “하이고....”
깊은 밤까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올 봄부터 유난히 비가 잦다.
밤나무 산에 쑥쑥 커오르는 풀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은 있더라. 작년 영농일지를 보면 이맘때 가물어서 매실나무에 물을 주느라 매실반테서 밤을 새웠더라 그 거 하나 안 하는 것만 해도 얼마냐 ?
그러니까 우산장수, 짚신장수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