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5.27일 박주현 객원 논설위원이 올린 短評글입니다. 하루게 다르게 이성을 잃은 막장극을 벌이는 이 정권의 狂亂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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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이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기업 총수가 마케팅 부서 직원의 문구 하나에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당일로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수준의 항복(降伏)이다.
그러나 5.18 단체들의 대답은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진정성이 없다,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경영에서 물러날 각오를 해라.
이쯤 되면 상식적인 사람들은 질문할 수밖에 없다. 대체 어떤 사과를 원하는 것인가. 광화문 광장에 멍석을 깔고 피눈물을 흘리며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말로 칼을 품고 할복하여 붉은 피를 뿌려주어야만 비로소 그들이 말하는 진정성이라는 오만하고도 주관적인 잣대를 통과할 수 있는가.
좌파 진영이 사냥감을 엮을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그들이 진정성을 운운할 때, 그것은 진짜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영원히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맹세이자, 상대를 영구적인 가해자의 지옥에 가둬놓고 자신들은 영원한 도덕적 우위에서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서늘한 정치적 선고다.
그들에게 5.18은 이미 역사적 아픔을 넘어섰다. 자신들만이 심판관과 제사장이 되어 타인의 사상을 검증하고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신성한 종교가 되어버렸다. 마녀사냥의 덫에 걸린 희생자가 사과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때리고, 침묵하면 오만하다며 화형대에 불을 붙인다. 애초에 출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사상 검증의 제의(Ritual)다.
이들의 분노가 얼마나 선택적이고 기만적인지는, 그들이 맹목적으로 비호하는 좌파 진영의 끔찍한 궤적과 비교해 보면 단번에 폭로된다. 과거 5.18 전야제 날, 광주 한복판의 '새천년 NHK' 룸싸롱에서 여성 종업원들을 끼고 질펀한 술판을 벌였던 386 운동권 정치인들을 향해 이 엄숙한 단체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정계 은퇴를 요구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던가.
유흥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한 주폭(酒暴) 전과를 두고, "5.18에 대한 견해차로 벌어진 다툼"이었다며 5.18을 자신의 치졸한 범죄를 덮는 면죄부로 써먹은 정원오의 기만 앞에서는 또 어땠는가. 심지어 이재명이 유세장 마이크를 잡고 광주 시민들을 향해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라며 5.18의 참혹한 비극을 천박한 입놀림으로 희화화했을 때조차,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비로운 침묵을 지켰다.
왼쪽 진영이 저지르는 룸싸롱 추태와 주폭, 5.18 희화화 망언은 너그러운 침묵으로 보듬으면서, 오른쪽 기업인의 마케팅 해프닝에는 기어이 총수의 목을 쳐야 할 대역죄를 묻는 이 지독한 내로남불.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평소 우파적 성향을 띠었던 밉상 대기업 총수를 완벽하게 무릎 꿇리고, 나아가 그를 짓밟아 대중에게 공포를 각인시키는 공개 처형의 스펙터클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만약 정용진이 정말로 할복을 한들 저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피가 덜 튀었다며, 반성의 자세가 덜 불쌍하다며 또 다른 트집을 잡아 새로운 제물을 찾을 테니까.
거룩한 민주화의 역사가 어쩌다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되어 남의 밥줄을 끊고 윽박지르는 붉은 완장으로 전락했는지, 우리는 이 기괴한 종교재판의 촌극을 무겁고 서늘하게 목도하고 있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