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으로 2012년 7월 말 떠오른 신흥 드립. 당시 공통적으로 '의지'를 언급한 티아라 멤버들의 트위터에서 유래. 사실 그 이전부터 어떤 문제의 해결에 대해 의지를 거론하는 것 자체는 있어 왔으며, 개인의 문제냐 사회의 문제냐, 그럼 사회는 명목이냐 실재냐 등 작정하고 사회학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흔히 '~의 의지', 혹은 '의지의 차이' 의 형태로 주로 쓰이며 ∼가 불가능한, 혹은 실패한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 "더 노력하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라는 식으로 쓰이고 있다. 반어법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진짜로 진지하게 그런 인생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의지의 차이^^'와 같이 '^^'를 붙여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티아라 사건 당시 티아라 멤버들이 사용한 말투에서 유래했다.
의지드립보다는 유행이 덜하지만 역시 티아라 멤버들의 트위터에서 유래된 "연기천재 박수를 드려요"라는 말도 "(OO천재) 박수를 드려요"의 형태로 같이 쓰이기도 한다. 2012년 8월 초에 유행을 탄 1초드립과 엮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진지한 분석에 앞서 미리 의지드립의 폐해를 밝히면 이렇다. 의지드립은 한 개인의 불행을 그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붙일 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내지는 사회가 책임져야할 문제도 모두 각사람에게 해결책을 떠넘긴다. 이런 의지드립이 가능하다면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면서 "네가 OOO(가해자)에게 당한 이유는 네가 저항할 수 있는 의지가 부족하고 저항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피해를 주장하지 말고 OOO(가해자)에 저항할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너부터 탓하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자들의 잘못된 논리를 정당화할 명분을 줄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말을 들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 자신이 받은 상처를 누군가가 다시 한번 더 주는 듯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개인에게는 평생을 재기할 수 없는 불운을 안겨주고, 그 사회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개인의 수가 줄어들어 경쟁력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다 떠나서 무슨 문제든 의지드립으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은 비논리적이고 문제의 핵심을 모른다고 봐야하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으면 우린 부모, 의사, 주변 친구들한테 전혀 도움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에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잊지 말자.
아이러니하게도 "의지가 없어서 오래 못 버티는 것" 따위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막상 정말로 의지를 갖고 버티다가 끝내 뛰쳐나온 사람들에게는 "이야, 거기서 그만큼 오래 버텼다고? 그래도 편했나 보네?" 라면서 징징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의지 문제뿐만 아니라 직장 내 부조리나 성폭력 등에 대해서도 "지금은 네가 참고 넘겨라" 와 "왜 그때 바로 항의하지 않았냐" 의 상반되는 두 가지 말을 태연하게 섞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할 때 나타난다.
의지드립은 과학을 불신하는 감성팔이이자 반지성주의다. 이론을 생각하고 읽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이론을 정리하는 것과 몸과 머리가 따라주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론을 정리하는 것은 공부를 잘해야 할 수 있는데 노력과 별개로 처음부터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아무한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드립은 공부를 잘하면 행복이 무조건 보장된다는 근거 없는 감언이설을 섞는다. 공부를 잘하면 행복이 보장된다는 말은 맞을지 몰라도 '무조건'이 아니라 조건이 필요하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의지는 소용이 없어지고, 뇌 기능이 저하되면 의지조차 내지 못한다. 결국 의지드립은 몸, 마음,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다.[1]
다만, 의지 문서에도 나와있듯이 긍정적으로 의지를 복돋는 건 나쁜게 아니다.
2. 비슷한 것들
옛날에는 주로 헝그리 정신이라고 해서 "배가 좀 고파 봐야 정신이 번쩍 든다", "배고픈 내가 가진 건 악바리밖에 없다" 는 식의 드립들이 비슷하게 통용되었다. 그래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현대와 비교하며 "요즘 젊은 것들은 배들이 부르고 등 따스하니 근성이 없어져서 말이야..." 식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
유사품으로 정신력 드립도 있다. 이 경우에는 무엇이 실패한 이유는 정신력이 부족해서란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뒤에다 "청춘의 열정, 청춘의 패기, 뜨거운 젊음, 아픈 것도 청춘의 특권" 같은 각종 미사여구들을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청춘 문서 참고. 또한 "사람이 그렇게 비관적이어서야 쓰나..." 같은 낙관드립도 종종 보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생각하는 대로 된다!"는 식의 긍정드립도 있다.
2015년 즈음엔 노력드립(만물노력설)으로 많이 사용된다. 2016년 여름부터는 리우 올림픽 및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거치면서 언론을 중심으로 "할 수 있다 정신"[2] 내지는 소위 "캔두이즘"(can-doism)이라는 표현도 생겨나고 있다. 단, 캔두이즘이라는 말은 원래는 영어사전에 없는 조어이므로 주의. 이후 메르스가 유행하자 '살려야 한다'는 표현도 유행했다.
서구에는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protestant work ethics)라는 것이 있어서, 근면성실을 강조하고 게으름을 배격하는 현대 보수우파의 윤리의식을 형성했다. 이는 약어로 PWE 라고 해서 현대 정치학자들과 정치심리학자들에게 가열차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실상 서구 보수층들의 사고방식은 바로 이 PWE에 더해서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실력주의(meritocracy)가 결합했다고 보는 게 학계의 중론.
한편, Motivational Video 라는 비디오는 거의 대부분의 의지드립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지드립의 원조격인 일본은 근성론(根性論 こんじょうろん)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인디언 기우제'라는 표현도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 즉, 일이 성사 될 때까지 노력한다는 의미.
3. 진지한 분석
정신력만으로 성공할수 있는 나라라면, 강남은 진작에 "특전사령부"가 되었어야 했다. 현실은 대한민국 상위 0.1%의 정신력을 가진 특전사들이 부촌에 가지 못한다는게 이를 증명한다.
"...나는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미생》, 장그래의 독백. 물론 장그래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이 절대 아니다.
친구: 네가 겪는 문제는 누구나 살면서 조금씩 다 겪잖아.
마그리트: 그럼 천식 환자에게 이렇게 말해도 될까? "나도 달리면 너처럼 숨차." 네 말이 바로 그런 거야!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마그리트와 친구의 대화.[3]
최선의 결과를 내려면 의지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의지가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대부분의 의지드립은 거대한 조직이나 단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 같은 전체적 문제를 그저 근성이나 정신력, 의지라는 단어만 운운하여 '나약하고' '개인적인' 문제로 격하시켜 본질을 흐리는 사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그냥 꼰대가 핀잔주는 잔소리일뿐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인분석 및 대책 마련과 실행, 검증을 모조리 생략하고, 그냥 만만한 사회구성원에게 다 네 탓이다, 라고 책임을 몰아버리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함과 동시에 근본적 원인을 분석해 해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프지만 21세기인 현재에도 조직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의지드립의 강도가 강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군대나 군국주의 사회처럼 폐쇄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선 일상적으로 많이 보이는 일들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군이 가장 극단적인 예이고 해병대 정신이나 특수부대 정신이니 하는 말도 넓게 보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신경증도 마찬가지. 이런 의지드립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못된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의 의지의 문제로 국한 및 축소시킴으로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실제 사례를 들자면 군대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는 자살 사건 등을 자살한 병사의 의지 문제로 귀결하는 것[4], 청년실업률 문제를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게으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답부터 말하면 그냥 헛소리다. 정말로 취업 의사가 없는 니트족들은 정의상 실업 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5] 취업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구직 의향이 있는 사람들)만이 실업인구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스타크래프트 업적이나 파고 있으면 니트족이지만, 그 나름대로 가능한 수준에서 스펙을 쌓은 다음[6] 서류를 내도 경력직에게 밀려 계속 물먹고 있으면 실업자다. 따라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부지런히 일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물론 눈이 너무 높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소한 의지 하나만으로 극복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적 문제를 무작정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 못하는 것만으로 의지드립의 해악이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의지드립은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짐덩어리가 된다. 끊임없이 경쟁하는 현대 사회에서, 만약 다른 경쟁 대상이 의지드립 대신 자신들의 문제를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면? 의지드립만 내세우며 구성원들을 들볶았던 조직은 당연히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가장 좋은 예로써, 상대편인 연합군은 합리적인 시스템과 치밀한 전술로 전쟁을 치뤄나갔지만 일본은 의지드립과 정신력만 강조하며 서서히 연합군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패전국이 되었다. 물론 일본과 미국의 국력 자체가 너무 차이나기도 했지만, 일본군이 그래도 의지드립 대신 합리적인 시스템과 전략으로 미군을 상대했으면 조금이라도 더 일본에게 유리하게 전쟁을 끝내거나, 아무리 못해도 항복이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해서 국력을 아낄 수라도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보급을 등한시한 엉터리 전술관으로 상당수의 병사들이 정글 한복판에 굶거나 험준한 정글 환경 및 토착병으로 죽어가는 데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나, 국민들을 매우 비효율적인 1회성 무기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건 의지드립을 아예 없앨 필요도 없고 적당히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의지드립에 의존하는 체제를 크게 앞설 수 있는데, 2000년대 이후 청년들의 현실을 인정하고 아베 신조의 주도 하에 일자리 자체를 늘리기 위한 개혁에 나선 일본은 거대한 국가부채, 저출산 고령화, 사회 전반에 퍼진 무기력 등의 갖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청년실업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에야 한국 사회도 의지드립으로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걸 알고 노동시장 개혁에 착수한 것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 앞에 개인의 의지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말해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즉 이제 와서야 그나마 정부와 사회지도층 차원에서 의지드립이 잘못된 걸 겨우 깨닫고 남들에게 알리는 정도인 것이다.[7]
책뿐만이 아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인간극장이나 성공시대처럼, 아주 적은 성공 사례를 대다수가 성공한 것처럼 내보내는 프로그램이 꽤 있다. 비만한 연예인들이 다이어트 성공 후 날씬한 몸짱으로 바뀌어 나오는 것들이 매스컴에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헬스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연예인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 벌크업 후 체지방 커팅을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일반인들은 그 연예인이 살쪘다가 운동 열심히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즉 상당 기간 벌크업에 열중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조건이 맞춰진 상황에서조차 벌크업을 안 해서 근육이 없다면, 혹은 체지방 컷팅을 할 돈을 줬는데 그 돈을 엉뚱한 데 썼다면 그건 의지의 부족 때문도 있겟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의지드립은 약물 내지는 마약 중독자들을 양산해내는 원인이기도 하다. 당장에 있는 사례를 들자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 당시 의지드립으로 악명 높았던 일본군 내에서는 히로뽕, 즉 메스암페타민이 합법이었고, 당연히 복용자들도 많았다. 어떠한 소극적 움직임에도 '의지가 부족하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의지가 있어 보이게끔 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의지가 있어 보이게끔 해주는 마약'은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개발되고 소비되어 왔고, 앞으로도 의지드립이 흥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 수요와 공급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래 4.1번 문단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 부분에서 보듯 이러한 의지드립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견고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긍정 등과 관련된 자기개발서나 일부 극소수의 성공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자서전, TV프로그램 등이 나오기 시작한 게 우리나라에 신자유주의가 소개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이지만, 그 이데올로기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등 197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경제학을 유학했던 관료들에 의해서 소개되었다.
우울증, 의존성 성격장애, 강박장애, PTSD 등의 정신질환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심인성 병과는 다르며, 몸에 병리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렇게 의지를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의지드립을 치는 뻘짓은 완전히 선을 넘는 멍청한 피해자 코스프레이자 해당 현상을 겪고 있는 자들에게는 심각한 결례이며, 위의 인용문과 같이 '천식 환자에게 달리면 누구나 숨이 차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4. 활용[편집]4.1. 현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