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옛역은 이제 역은 아니고... 그저 역 터일 뿐이겠죠. 슬프지만. 그리고 지금의 광양역은 남쪽으로 1킬로미터 쫌 넘게 가면
있네요. 새 광양역이 논두렁길을 이리저리 한참 돌아가야 있긴 하지만... 아무리 연계교통을 생각했다해도 저 위치에 역을 놓는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기는 좀 힘든...--
광양읍에서 나오면서의 풍경은 특이한 느낌이 있었던게, 광양읍은 구
광양군의 중심지로서 하동읍이라거나 가야읍과 위상이 다르지는 않은데(인구는 좀 많습니다.) 광양이라는 곳이 이제는 산업화된
도시이고, 광양읍은 그 배후지처럼 되어서인지 농촌의 읍내라는 느낌이 잘 안들더라구요. 규모는 작지만 그저 도회지의 시가지일 뿐?
진주의 경우처럼 구 도시가 있고, 농촌이 복합된 곳이 아닌, 구 도시는 중심지의 위치에서 밀려나고 아예 새로운 곳에 중심지가
생겨버린 때문에 대충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동이나 가야처럼 읍내에서 한발짝만
나가면 논밭이 즐비하기는 여전한지라... 세련된 도회지와 넓은 논밭이 어우러진 모습이 어색한듯 어우러지는듯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물론 결국 걸어가는 길은 그냥 논길일 뿐이긴 하지만서두...--
어제 올린 구 광양역터의 개구멍을 나오면 바로 논두렁길이 앞에 놓입니다.
물론 확실히 경제력이 있는 도시의 농업지역이라 농로가 잘 깔려있긴 하네요. 다만, 요즘은 왠만한 시골 어딜가도 이 정도의 농로는
깔려 있었던 기억이... 여태까지 꽤 외진 시골들을 많이 지나왔지만, 길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고생한 경우는 많지 않았으니까요.
사람사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모험을 하기엔, 이 나라는 이미 너무 안전해져 버렸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광양역을 최대한 줌을 땡겨 찍어봅니다.
확실히 호남은 호남이다 싶은게, 김제같은 곳처럼 탁 트이지는
않았지만, 경남지역에서는 이 정도까지 시계가 열려있는 탁 트인 곳이 많지 않았던데 비하면 광양에만 들어와도 이 정도로 넓은 곳이
있다는 것 때문이네요. 뭐, 이것도 호남은 곡창이다, 라는 편견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뭐가 좋다고 저 작은 구멍으로 한껏 고개를 내미는지~~
이 길이야 그저 평범한 농로지만... 요 옆에 또랑에 꽤나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던게... 아주 작은 도랑에 개구리알이 마침
부화했는지, 개구리가 수백마리가 와글와글 하더라구요. 다만, 그거 그냥 올렸다간... 제가 비위가 꽤 좋은 편인데도 오들오들한데
혐짤이 될 게 틀림없지 싶었던지라, 옆 모습만 올리고 맙니다... 저는 좀 혐짤스러운걸 좋아하긴 합니다만...
지도를 보셔도 알겠지만 경지정리도 엄청 잘되어 있고, 길도 반듯반듯하게 깔린지라... 뭐 농담으로도 재밌는 모습이랄 수는 없긴 합니다.
그
러나, 3일간의, 분명 긴 여정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는 험난하였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고요함이 주는 아이러니컬한 충격적인
모습들 때문에 마음이 요동을 치다가... 이제야 익숙한? 모습을 보게 되었달까 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착 가라앉아서 이 길을
걷는 심정은 정말 고요한 바다같았어요. 힘든 9일간의 여행이 끝났다, 라는 성취감, 안도감 같은 것 때문이기도 할 테고...
갈랫길은 언제나 나그네를 머뭇거리게 합니다.
광양읍내의 모습. 지리산 언저리라 산줄기는 험난... 호남의 연장선이라 평야는 광활... 산업의 중심지라 도회지는 번화...
광양읍일대의 모습은 여러 서로 이질적인 모습들이, 별다른 위화감없이 섞여있다는 점에서 기묘한 모습이랄 수 있겠습니다.
마냥 뻗어있는 시골길에서 혼자 걷는 여행자와 홀로 걷는 촌로가 엇갈려 갑니다. 지금 같은 처지이기도 하고... 그리고 저 또한
그리 멀지않은 미래에 저리 될 지도 모를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문득 안스러워져서 뒷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사람이 하늘을 바란다면, 땅에 있는 수많은 경계들, 마음의 벽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일테죠.
말씀드렸듯이 순천에서 광양은 복전화가 되어 있지만, 광양부터는 아직 구선을 이용합니다. 광양에서 진주까지의 철길도 이렇게 공사가
진행중이에요. 여유가 된다면 틈틈이 이 길을 찾아오고 싶습니다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 들또한 저의 발 길을 부를테니, 쉽지는
않겠지요.
광양역은 거대합니다. 사람이야 거의 없지만(승강장에 나홀로~) 지나다니는 화물들이 원체 많은지라... 기관차가 사람보다 많은 역이랄까...
새 거, 라고 한다면 빤질빤질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것에 대해 "새 거" 라고 부르는건 조금 생소할까요? 이런 거대구조물도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니 참 깨끗하고 맨들맨들합니다.
광양역으로 가는 길에는 큰 하천이 있는데, 이 곳도 생태하천으로 조성공사를 하더군요. 생태하천을 만들기 위해 중장비 공구리들이 들어가야 한다, 라고 하니... 왠지 평화를 위한 전쟁 이라는 궤변을 보는 느낌입니다.
이번 여행에선 경운기를 참 많이도 봤네요. 뭘 보나, 하고 마주보는 모습이 뻘쭘하면서도 반갑습니다.
참 얼척없었던게... 이 도로굴다리는 어지간히나 크게 만들어 놨는데...
맞은편은 이 뭐... 뭐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저 도로를 읍내로 연장해서 광양역으로의 접근성을 올리려는 계획같은게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서두...
멀리 가지를 여유로이 늘어놓은채 고고이 서 있는 나무위에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느긋해 보이네요. 뭐 마음이 느긋하기에 이런 모습도 순순히 보이는 걸지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32분거리라고 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쉬엄쉬엄 걸어가다보니 거의 한 시간이 걸려서 광양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것도 새 겁니다 새 거.
여태까지의 역명판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면 이건 아무래도... 저는 무조건 대도시와 소위 발전상 이란걸 싫어하는 편은 아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함안, 원북, 진성, 유수, 양보, 진상 이런 역의 역명판들을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부담스러운 건 어쩔수가
없군요...
물론 그렇다고 역이 잘못된것도 아니고... 나름의 멋이 없는것도 아닙니다. 더 좋고 쾌적하고 쓰기 편한 역이란 것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그니까 일단 교통편좀... 버스노선이 1시간에 1대 오는걸로 꼴랑 두개 밖에 없... 하긴 여객열차도 하루에
왕복 12편뿐이긴 합니다만...
장차 고속화를 통해 수요가 근본적으로 늘어나면 편성수를 늘리고, 연계교통도 보강할 계획으로 지은 모양인데... 세상사가 계획대로만 되는것은 또 아닌지라 지금의 이 휑한 모습이 살짝 불안하게 느껴지는건...--
역으로 들어가 봅~시다.
엄청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이네요. 장항선도 이제는 거의 대부분이 신선, 신역사로 바뀌었는데, 이 곳은 그보다 더 뒤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이 쪽이 훨씬 세련된 느낌이네요. 현재로서 코레일에서는 가장 최신역사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는 넓은 곳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천정이 높은것은 좋아합니다. 거대한 돔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웅장한 느낌이 들고 그러네요.
광양하면 제철소죠~
대기실 티비는 좀 작아보이는데...
그래도 모유수유방도 잘 되어있고 그럽니다. 물론, 저 의자에 최초로 앉은 사람이 임산부가 아닌, 꾀죄죄한 떠돌이라는건 슬픈 일입니다만~~^^
들어가는 길도 사진을 찍었는데, 퍼져서... 대타로...
다만 떠나기 위해 역으로 들어가면서 돌아보는 나가는 길은... 내가 여태까지의 긴 여행을 마치고 지나온 길이기에, 돌아보는 심사는 기분좋은 편치않음입니다.
승강장의 모습. 선로가 몇개야...
광양역의 지배자 컨테이너들입니다.
강철제품들을 빼 놓으면 안되겠지요?
가장 평범하고, 가장 흔하고, 가장 익숙한, 이 여행기에선 이 모습들이 그러하지만, 그렇기에 이 여행기에서는 이번회의 광양역의
모습들이 가장 생경합니다. 여태까지 내가 보고 지나쳐온 길들은 정녕 실제로 존재했던 것들일까... 광양역 화물열차가 내 뿜는
아지랑이위에 펴오른 신기루는 아니었을까...
그러나, 아무리 거리감이 느껴져도 열차역은 열차역입니다. 모든 열차역은 소중합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여태까지 이 끝에 순천이 있다, 라고 썼던, 바로 그 순천역에 닿게 됩니다.
승강장 의자에 누워 상념에 젖어 있으려니... 열차가 왔는데, 어째서인지 열차가 들어오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이게 웬 변고인가...--
광양의 산과 하늘을 등지고 떠납니다.
- 순천역
여태까지 지나온 수많은 언덕과 개울과 논길에 대면 순천까지의 길은 한 달음이죠.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모습들...
177.8 킬로미터의 길을 오는데 3일...
진주이래의 대도시 순천
중리를 떠날때, 과연 순천에 닿는 순간이 올 까... 0회를 쓸 때, 과연 순천편을 쓰는 날이 올 까...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 순천이 이렇게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대학생들은 이제 갓 방학을 한 참이기도 하고... 내일로의 절정기이기도 하며, 여수엑스포 붐이 부는데다... 안 그래도 핵심역이라 항상 꽤 사람이 있는 순천역이지요.
나름대로는 수 많은 곡절과 사연들을, 이 길을 밟고 오면서 남겼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내 사연보다는 남의 사연들, 그 사연들이 거쳐간 길, 그 길의 흔적들을 그저 묵묵히 밟아왔을 뿐이긴 하지만...
아 어질어질... 순천역은 원북역의 몇배나 큰 걸까요...
사실은 순천역도 서울역이나 부산역에 비하면 꼬꼬마지만... 역무시설만으로는 동대구역이 제일 크던가, 그렇고 관련 복합시설까지 합치면 용산역이 제일 크던가, 그럴 겁니다.
그렇게 순천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한 번 올렸던 사진~
광양역의 역무원과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그 분이 옛 순천역이 영업종료하던 날에 순천역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분의
말씀으로는 공영주차장터가 옛 순천역의 건물이 있던 자리다, 라고 했으니, 이 자리가 옛 순천역의 자리였겠지요. 지금의 모습은
보시다시피...
옛 광양역은 이에 비하면 나은거지만, 행색을 보아하니 언제 사라질지는 알 수 없을거 같습니다. 사실 다 그렇지요. 우리네 삶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는 거기도 하니까...
철도는 이러니저러니해도 교통"수단" 일 뿐입니다. 그 수단을 이용해,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삶의 터로 오고 가는 것, 그러기 위한
철도일 뿐이겠죠.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목적지향적인 존재라고 할 지라도, 사람은 주위에 느껴지고 보이는 모든 것을 느끼고,
정을 주고 이입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일 것입니다.
물론, 그 정을 주는 대상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여태까지 보여드린 모습을 들어 저는, 감히 철도라는 것도 나름대로는 정을 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역설하고 싶습니다.
경전선 답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최종회는 내일 저녁에 올리겠습니다.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서도... 별로 그럴듯 하진 않지만 생각해 둔게 있는지라~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